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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대행 서비스로 소비자를 현명하게 

미국 소비자의 잔치였던 블랙프라이데이 열풍이 한국에도 몰아쳤다. 배송대행 서비스가 일반화되면서 매년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 중심에는 배송대행 업체 몰테일이 있다. 

최영진 포브스 차장 사진 전민규 기자
2014년 11월 말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 주부 박모씨는 삼성전자 55인치 스마트 TV를 결국 아마존에서 구입했다. 집에 있는 34인치 TV를 이용하는데 불편함은 없지만, 가격이 너무 싸서 충동구매를 했다. 박씨는 “한국에서는 100만원이 훌쩍 넘는 TV를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50만원대에 살 수 있다. 고민하다가 질렀다”며 웃었다. 아마존의 원클릭으로 결제하고, 배송대행 업체 몰테일을 이용해 물건도 잘 받았다. “배송료와 관세를 포함해도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저렴했다. 삼성TV는 글로벌 워런티를 적용받아 미국에서 산 TV도 한국에서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미국의 최대 규모 쇼핑이 이뤄지는 블랙프라이데이 열풍이 한국에서도 이어졌다. TV는 물론 무선 청소기, 패딩점퍼 등 가전제품부터 의류 및 잡화까지 다양한 미국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배송대행 업체가 있어 가능한 풍경이다. 한국에 블랙프라이데이 열풍을 몰고 온 이는 배송대행 업체 몰테일을 운영하는 코리아센터닷컴 김기록(47)대표다. “2014년 블랙프라이데이 배송 건수는 2013년보다 1.5배나 상승했다”며 웃었다.

2014년 배송대행 신청 200만 건


▎김기록 몰테일 대표는 역직구를 꿈꾸며 설립한 미국 물류센터를 배송대행 서비스 기지로 만들어 성공시켰다.
2013년 블랙프라이데이부터 사이버먼데이까지 몰테일이 받은 배송대행 건수는 약 4만 건이다. 2014년에는 6만여건으로 늘어났다. 2013년 한 해 몰테일을 통해 이뤄진 배송대행은 110만 건, 2014년에는 200만 건으로 늘어났다. ‘배송대행은 몰테일’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몰테일은 직구족에게 유명한 업체다. “업계 최초로 반품 및 파손물품에 대해 무조건 보상제도 등 앞서가는 혜택 때문에 배송대행 업계에서 몰테일이 가장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2014년 8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배송대행업체 이용만족도 순위에서 몰테일이 1위를 차지했다.

2013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 몰테일이 치렀던 ‘TV 배송전쟁’은 너무나 유명하다. 당시 몰테일은 TV 배송대행료를 무게나 부피와 상관없이 고정배송비로 책정하는 이벤트를 했다. 미국 물류센터에 TV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대부분 50인치 이상의 대형 TV였다. 하루에 600대, 1주일 만에 3000대가 미국 물류센터에 도착했다. TV 한 대 포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명 한조로 30분이다. 하루에 10시간 일한다고 해도 2명이 20대만 포장할 수 있다. 고정 배송비 이벤트는 1주일만에 긴급 중단됐다. “2013년 블랙프라이데이에 주문했던 TV를 모두 배송하는 데 1개월 정도 걸렸다. 2013년에 모르고 당해서(웃음), 2014년에는 준비를 정말 철저하게 했다.”

2014년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이해 김 대표는 TV 포장 관련 인력을 50명 이상으로 늘렸다. 세일 몇 개월 전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항공기 화물배송 공간을 미리 계약했다. “11월 블랙프라이데이를 준비하기 위해 9월부터 국적항공기 화물칸을 미리 선점해 이용해왔다. 2월까지 계약이 되어 있는데, 연장여부는 나중에 결정할 것이다.” 2013년 TV 6000대가 몰려 몰테일 미국 물류센터는 전쟁터가 됐다. 올해는 1만2500대 TV를 처리하는데도 별 어려움이 없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몰테일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누적 가입자는 2014년 말 100만 명을 넘어섰다. 물류센터는 미국 3개주(캘리포니아·뉴저지·델라웨어), 일본, 중국, 독일에서 운영 중이다. 특히 2014년 11월 뉴저지에 확장이전한 물류센터 규모는 1만1220㎡(3400평)으로 배송대행 업체 중 단일규모 최대다. 배송건수도 매년 급상승 중이다. 그동안 몰테일의 모회사인 코리아센터닷컴의 매출은 인터넷 쇼핑몰 통합 솔류션을 제공하는 메이크샵이 대부분 차지했다. 하지만 2015년을 기점으로 몰테일의 매출액이 더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 대표는 “메이크샵이 매출을 책임졌는데, 2014년 몰테일이 급성장해 매출 400억원을 기록했다”며 “메이크샵과 매출액이 같다”고 했다. “2015년에는 몰테일 매출이 메이크샵을 앞지를 것 같다”고 그는 덧붙였다.

해외 직접구매 무료배송 서비스 추진


김 대표는 몰테일의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 2008년 미국 LA에 물류센터를 처음 세웠다. 메이크샵 입점 업체들의 질좋은 제품을 미국에 팔기 위해서다. 쉽게 말해 역직구를 해보기 위해 미국에 물류센터를 만들었던 것. 하지만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계획이 어그러졌다. “미국 경제가 휘청이면서 한국 제품을 팔래야 팔 곳이 없었다.”

미국에 세운 물류센터를 없애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한번 퇴각하면 미국에 다시 진출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김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은 경제불황으로 인해 쏟아져나오기 시작하는 값싼 제품들이었다. “미국 제품을 한국에 소개하고, 나중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나면 한국 제품을 미국에 소개 할 계획이었다.”

2009년 8월 몰테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직구 배송대행 서비스가 낯설 때다. “시작 후 6개월 동안 배송대행 신청이 10건도 안됐다. 미국에 출장 갈 때마다 물류센터를 가보는데, 언제 1157㎡ 창고를 물건으로 다 채울지 한숨이 나왔다.”

몰테일이 소비자에게 알려지게 된 계기는 2010년 아이패드 직구 배송대행이었다. 배송비를 받고 한국 소비자에게 아이패드를 대신 직구해주면서 얼리어답터에게 회자되기 시작했다.

몰테일은 미국에서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블랙프라이데이 때 한국 소비자의 바잉파워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폴로 본사에서는 회사 트럭으로 몰테일에 물건을 보내주기도 했다. 김 대표는 몰테일의 위상 변화를 이용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해외 직접구매 무료배송 서비스’다. “한국 소비자가 몰테일과 계약된 특정 업체의 물건을 온라인에서 구입하면 배송비를 무료로 해주는 사업이다. 미국 프리미엄 시계 인터넷쇼핑몰 ‘애쉬포드’와 무료배송 서비스에 합의했다. 2015년에 20개 정도 업체와 손잡을 것 같다.” 배송비는 업체가 지불하고, 몰테일은 수출대행 수수료로 수익을 얻는 구조다.

2000년 코리아센터닷컴을 창업했던 김기록 대표. 15년 만에 800억원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 중심에 몰테일이 있다. 한국의 유통업계는 “왜 미국에서 한국 제품을 사는 게 더 싼지 모르겠다”는 소비자의 비판을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 간편결제 시장에 대한 요구도 높아졌다. 배송대행 서비스는 한국 소비를을 더욱 현명하게 만들었다. “기업들이 해외 직구가 반짝 유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아니다. 한국의 소비자는 이제 국경에 상관없이 물건을 사는데 익숙해졌다. 한국 소비자의 행동에 잘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낭패를 볼 것이다.”

201501호 (201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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