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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덩치 가장 많이 키운 재벌 2~3세는? 

 

함승민 포브스코리아 기자
포브스코리아는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재벌) 2~3세 총수의 기업자산 증식력을 분석했다. 범(凡)삼성 가문의 경영 능력이 눈에 띄는 가운데, 한진·금호아시아나·현대그룹은 아쉬운 성적을 냈다.

재벌 후계자의 경영 능력에 눈이 많이 가는 때다. 삼성그룹을 비롯해 주요 대기업집단의 승계가 가시화되면서다.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의 아들 정기선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사장이 상무보를 건너뛰어 상무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양자인 구광모 (주)LG 시너지팀 부장이 상무로 승진했다. 범 LG가인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외아들 구본규 LS산전 상무도 2013년 이사에 오른 데 이어 2014년 상무로 승진했다.

그러나 기업은 후계자가 물려 받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 얼마나 키웠는가가 더 중요하다. 창업자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만들어진 성공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것도 많은 능력을 필요로 한다. 같은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더라도 이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경영을 해온 그룹 2~3세 총수의 성적은 어떨까? 포브스코리아는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재벌) 2~3세의 기업자산 증식력을 평가했다.

후계자 자산증식점수는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 2~3세 총수 17명의 경영기간 대비 그룹 계열사 자산총액 증가를 분석한 점수다. 총수가 본격적으로 경영을 시작한 승계·계열분리 시점 대비 경영 1년당 자산총액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따졌다. 만점 없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해당 2~3세 총수가 그룹의 외형을 많이 키웠다는 뜻이다.

단 현재 총수의 경영기간이 3년 이상 된 곳만 선정했다. 2013년 승계를 마친 LS그룹은 구자홍 전 회장(현 LS미래원장)으로 대체했다. 두산그룹은 경영기간이 짧은 박용만 회장 대신 1993년 박용곤 전 회장부터 시작된 형제경영을 사실상 하나의 2세 경영으로 보고 기준으로 삼았다.

이건희 1위, 김승연·이명희 2·3위


이 조사에 따르면 승계 후 기업 규모를 가장 크게 키운 사람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수치는 압도적이다. 그의 자산증식점수는 193점이다. 평균점수인 41점을 5배 이상 웃돈다. 이 회장 취임 후 27년 동안 삼성그룹의 매출액은 40배, 자산은 52배 이상 늘었다. 2014년 4월 기준 삼성그룹의 자산총액은 331조4440억원이다. 6조2460억원짜리 회사를 물려받아 1년당 12조444억원씩 회사 규모를 키웠다. 이 회장이 2세 경영인 이지만 ‘후계자’로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이 회장은 1987년 11월 19일 이병철 선대 회장이 타계하고 10여 일 만인 12월 1일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1979년 부회장에 선임돼 8년간 선대 회장 밑에서 미래 총수 수업을 받은 뒤다. 취임식에서 이 회장은 삼성에 가장 먼저 입사한 최관식 삼성중공업 사장 한테서 그룹의 사기를 건네 받아 흔들면서 “미래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을 통해 90년대까지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금 삼성의 위치를 보면 이 회장은 이 같은 다짐은 어느정도 실현된 셈이다.

2위는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이다. 김 회장은 창업자 김종희 회장이 타계한 1981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영을 맡아 33년째 그룹을 이끌고 있다. 조사 대상 중 가장 오래됐다. 그의 후계자 자산증식점수는 146점이다. 경영 1년당 자산증가치는 1조1002억원으로 비교적 많지 않다. 하지만 승계시 자산총액이 7548억원으로 후계 경영인 중 가장 적었던 점이 반영됐다. 시대가 다르긴 하지만 현재 경영 중인 후계자 중 가장 작은회사를 물려받아 회사를 키운 것이다. 승계시 그룹의 자산총액이 1조원이 넘지 않는건 김 회장이 유일하다. 현재 한화그룹의 자산은 37조630억원으로 승계 당시보다 48배 커졌다.

이건희 회장의 여동생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그 뒤를 이으면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자산증식점수는 73점으로 1~2위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4위(정몽준, 39점)와의 격차도 큰 편이다. 신세계그룹은 1997년 삼성으로부터 자산규모 1조8840억원으로 떨어져 나온 뒤 12배 이상 외형을 키웠다. 경영 시작 시점 자산규모는 김승연 회장 다음으로 작다. 삼성의 계열사 인데다, 가장 비슷한 시기(1998년) 승계를 완료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2조6711억원짜리 회사로 시작했음을 감안하면 매우 작은 회사로 출발한 셈이다. 현재는 아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경영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유통업계에서 롯데와 양강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차·SK 승계시 자산규모 가장 커


4~11위 중위권에는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두산그룹의 형제경영, 구자홍 LS그룹 전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이 포진했다. 이들의 자산증식점수는 20~40점대로 차이가 크지 않다.

그 밑으로는 구본무 LG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올랐다. 자산증식점수 11점의 LG그룹 입장에서는 변명거리도 있다. 구 회장이 그룹의 3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인 2005년, 창업세대부터 동업자였던 허씨 가문의 GS그룹과 분리하면서 자산규모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004년 61조를 넘던 LG그룹의 자산총액은 이듬해 56조8800억원(LG)과 18조7190억원(GS)으로 나뉘었다. 단 2005년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구 회장의 자산증식 점수는 마찬가지로 10점대다. 당시 주요 캐시카우인 유통·정유·건설 등을 GS에 내주면서 이후의 외형 확장에도 제한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한 자릿수대 점수를 얻었다. 신 회장의 경우 경영기간이 3년으로 짧고, 승계시 자산규모가 워낙 커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그룹 총수는 경영기간이 10년이 넘었음에도 그룹 총자산이 많이 늘지 못했다. 이들은 경영 악화로 현재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거나, 과거 구조조정 경험이 있는 그룹이다.

창업자 세대로부터의 계열로 따지면 범 삼성가의 경영능력이 눈에 띈다. 삼성그룹과 신세계그룹이 1위와 3위, 이재현 CJ그룹회장이 38점으로 5위를 차지했다. 5위권 안에 범삼성 후계자가 3명이다. 세 그룹 모두 물려받은 회사의 업종 외 다른 산업에 진출하면서 회사 외형을 크게 늘렸다.

한편 2~3세 재벌 총수 중 가장 큰 자산규모로 경영을 시작한 것은 정몽구 회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형제의 난 이후 분리된 현대차그룹의 2001년 자산총액은 36조 1360억원이다. 최태원 회장이 32조9477억원(1998년)으로 승계시 자산규모가 두 번째로 크다. 이들은 시작한 기업의 규모가 큰 만큼 경영 1년당 자산증가액도 높다. 정 회장은 13년 동안 1년당 11조1392억원씩 자산규모를 늘렸다. 이건희 회장에 이어 두 번째다. 최 회장이 1년당 7조14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조사 대상 전체의 평균 1년당 자산증가액은 3조4091억원이다.

이번에 조사한 그룹총수의 평균 경영기간은 15년이다. 대체로 경영기간이 긴 오너가 높은 자산증식점수를 받았다. 그만큼 많은 리스크를 넘어온 점이 평가 받았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주요 그룹의 승계가 진행되면서 이 숫자는 적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그룹총수의 경영기간이 10년 미만인 곳은 GS와 현대백화점, 롯데 등이다. 대표적인 3세 경영인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짧은 경영기간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은 자산증식점수(20점)을 기록했다.

201501호 (201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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