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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복합쇼핑몰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 

 

글 김영문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 오상민 기자
세계적인 쇼핑몰 전문기업인 터브먼 아시아가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신세계와 손을 잡았다. 쇼핑과 문화, 외식, 엔터테인먼트를 한 장소에서 즐길 수 있는 초대형 복합쇼핑몰이 침체된 국내 유통업계에 새 바람을 불러올 태세다.

▎부동산 업계에서 35년 이상 일한 르네 트렘블레이 최고경영자(Ceo)는 2010년 터브먼 아시아에 취임했다. 한국에서 신세계와 손을 잡고 2013년 첫 삽을 뜬 ‘하남유니온스퀘어’는 터브먼 아시아의 최대 도전 과제가 됐다.
서울시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성필 씨(38)는 요즘 주말마다 여의도 IFC몰을 찾는다. 평소 구입하고 싶었던 것들을 사기 위해 쇼핑을 즐기고 난 뒤 식당가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가족과 함께 맛있는 점심을 먹는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쇼핑몰 안에는 CGV 멀티플렉스 영화관이있다. 자녀들과 상의해 요즘 인기몰이를 하는 영화를 보고, 한 건물에 입점해 있는 대형 서점에서 자녀들이 읽을 만한 책도 구입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다 저문다. 김 씨는 “겨울에는 추워서 아이들과 함께 갈 데도 마땅치 않아 고민이었는데, 가까운 곳에 IFC몰이 생겨 한곳에서 모든 게 다 해결돼 편해졌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복합 쇼핑몰에서 몰링(Malling)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몰링이란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쇼핑센터를 찾는 것이 아니라 식사, 게임, 영화 등 다양한 문화체험을 동시에 즐기는 소비 형태를 말한다. 침체된 국내 유통업계에 쇼핑과 문화, 외식, 엔터테인먼트를 한 장소에서 즐길 수 있는 초대형 복합쇼핑몰은 구미가 당기는 시장이다. 국내 유통전문기업 신세계, 롯데, 현대백화점 등 빅3가 앞다퉈 몰링 사업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인 외국계 기업도 투자에 나서 유통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글로벌 쇼핑몰 개발·운영 기업인 미국 터브먼의 자회사 터브먼 아시아가 신세계와 손을 잡고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세계가 추진하는 ‘하남유니온스퀘어’에는 기존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는 찾기 힘든 체험 시설과 각종 문화 시설, 어린이 테마파크를 비롯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규모는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 미사리 조정경기장 인근 부지 11만7990㎡(3만5692평)에 연면적 44만426㎡(13만3228평)로 건립된다. 연면적 5만6529㎡(1만7100평)인 신세계백화점 본점보다 8배나 크다.

지난 1월 13일 한국을 찾은 터브먼 아시아 최고경영자(CEO)인 르네 트렘블레이는 이번 사업의 성공을 자신했다.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만난 트렘블레이는 “한국은 이미 쇼핑몰도 많고 유통업계의 경쟁자들도 많아서 시장 공약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쇼핑몰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여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사는 캐나다는 인구가 3500만 명인데 쇼핑몰은 한국보다 훨씬 더 많다. 한국은 인구가 캐나다보다 많은 5000만명이고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들까지 있다. 한국은 분명히 우리에게 매력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30년간 터브먼에 근무하면서 재무업무를 담당해왔다는 피터 드갈란 터브먼 아시아 최고투자책임자(CIO)도 하남유니온스퀘어에 대한 우리의 투자 결정이 옳았다는 것이 조만간 증명될 것”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한국 유통시장 연 5%씩 성장 예상


“한국 유통시장은 2018년까지 매년 4~5% 성장할 것이다. 한국의 실질 GDP도 매년 4%씩 성장할 것으로 보고있다. 이는 선진국 34개국 평균 성장률보다 높은 수치다. 벌써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몰링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지 않은가! ”

드갈란은 구체적인 데이타까지 제시하며 한국시장 공략에 자신감을 보였다. 터브먼 아시아는 전 세계에서 26개 쇼핑몰을 투자·운영 중인 미국 쇼핑몰 전문기업 터브먼 센터스의 아시아·태평양 부문 자회사다. 2005년 홍콩에 설립된 이 회사는 한국·중국에서 3개 쇼핑몰을 개발 중이고, 한국 IFC몰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IFC몰에 세계 유명 브랜드를 유치해 차별화된 인테리어를 선보이고 멀티플렉스 극장을 입점시킨 주인공이다. 현재 신세계 그룹과 함께 복합쇼핑몰 하남유니온스퀘어 건립에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가 터브먼 아시아와 적극 협력에 나선 데는 본사격인 미국의 터브먼 센터스의 영향이 컸다. 복합쇼핑몰은 미국에서는 1950년대, 이웃 일본에서는 1970년대에 처음 선보였다. 터브먼 센터스가 소유한 미국 내 쇼핑몰의 판매 실적도 매우 좋다. 지난해 9월 30일 기준으로 미국 쇼핑몰 단위면적당 판매액은 1평방피트당 807달러를 기록해 가장 높은 생산성을 보여주었다.

터브먼 센터스는 세계 최초로 쇼핑 환경 최적화를 실현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쇼핑몰 최초로 푸드 코트와 멀티플렉스 극장을 도입했고, 소비자들에게 편안한 동선을 확보해주기 위해 원형으로 내부 공간을 디자인했다. IFC몰처럼 각각의 브랜드 숍에 어울리는 맞춤형 공간을 제공하는 데 상당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이런 노하우를 한국 쇼핑몰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기도 하남은 수도권의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최적의 장소다. 우리는 건물의 외관으로 압도하는 쇼핑몰보다는 내부에 입점한 브랜드숍이 소비자들에게 돋보이도록 노하우를 발휘하고 있다. 건물 내부를 이동하는 고객의 동선을 고려해 기둥도 없앴고, 쇼핑몰 중앙을 탁 트이게 디자인했기 때문에 어떤 위치에서도 1·2층 매장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미 설계를 마친 상태지만 새로운 고객 트렌드가 있으면 곧바로 반영할 생각이다.”

트럼블레이의 말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하남유니온스퀘어는 총 개발비만 1조원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다. 터브먼 아시아로서는 한국이 처음 진출하는 시장이고 보면 파트너십 상대를 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을 것이다. 유통 3사 가운데 어떻게 신세계와 손잡을 생각을 하게 됐을까?

“직접 경험해보니 신세계는 훌륭한 파트너더라. 이미 첼시, 스타벅스와 관계를 유지하며 쌓아놓은 경험이 많아 외국기업과 협력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언제나 열린 자세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동시에 체계적이고 선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우리도 놀랐다. 앞으로도 신세계와 협력할 기회가 생긴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생각이다. 물론 신세계에서 먼저 제의를 해온다면 우리는 환영이다.”

롯데와 현대백화점도 복합몰 속속 준비중

이와 관련해 드갈란은 “하남유니언스퀘어 개발에 신세계가 51%를, 우리가 49%를 투자하고 있다. 모든 의사 결정 과정에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터브먼 아시아가 신세계와 손잡고 하남 개발에 뛰어들자 국내 경쟁사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에서 복합쇼핑몰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롯데는 서울 소공동과 잠실에 이미 롯데타운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롯데가 전국 각지에서 운영하고 있거나 개발 중인 복합몰은 10개가 넘는다. 2011년 12월에 오픈한 ‘롯데몰 김포공항’을 시작으로 ‘롯데월드몰’과 ‘수원 롯데몰’을 비롯해 베트남 하노이의 롯데몰까지 국내외에 총 3개 복합몰을 운영중이고 2016년에는 ‘은평 롯데몰’이 개장한다.

가장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그룹도 올해 2월 김포 프리미엄아울렛을 개장하고 8월과 하반기에 판교에 복합 쇼핑몰과 가든파이브 아울렛을 연다. 2016년 하반기에는 인천 송도신도시에도 프리미엄아울렛을 오픈할 예정이다. 복합쇼핑몰이 유통산업의 또다른 황금알로 떠오르면서 경쟁도 심화될 조짐이다. 복합쇼핑몰은 넓은 매장 면적은 물론 입점 업체도 대규모로 갖출 수 있고, 영화관·대형마트·테마파크·아쿠아리움 등 다양한 부대시설과 연계할 수 있다. 신규 개점에 따른 각종 규제도 적다. 때문에 하남유니온스퀘어가 완공되는 2016년에는 국내에 유사한 복합쇼핑몰들과 치열한 경쟁을 각오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경쟁이 심화돼 사업성이 악화되면 터브먼 아시아가 투자 지역을 다른 나라로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의문에 대해 트렘블레이는 “아시아 시장에서 투자처를 더 늘릴 생각은 없다. 현재 투자 중인 한국과 중국에 주력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에게는 한국과 중국에 집중해서 퀄리티를 높이고 성공적으로 뿌리내리는 일이 더 의미 있다. 물론 투자자 입장에서는 여러 나라에 분산 투자해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개발업자인 우리로서는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터브먼 아시아가 투자 중인 쇼핑몰은 한국보다 중국에서 먼저 문을 열 예정이다. 중국 시안(西安)과 장저우(使州)에 위치한 종합쇼핑센터는 중국 최대 백화점 기업인 왕푸징(王府井) 백화점 그룹과 협력해 진행 중인데, 시안은 2015년 하반기, 장저우 매장은 2016년 봄에 개장한다. 특히 시안 매장의 경우 주거용 아파트와 호텔 그리고 사무실을 포함하는 새로운 전략으로 주목 받고 있다. 터브먼 아시아가 시장규모가 작은 한국보다 발전 가능성이 더 큰 중국에 투자를 늘리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예상 밖의 답변이 나왔다.

북미 업계에서 잔뼈 굵은 부동산전문가

“현재 한국의 사업 규모가 중국보다 약 1.8배 더 크다. 한국 몰은 이미 외형 면에서 성숙기다. 이는 기존 백화점과는 트렌드 면에서 확연히 다른 복합쇼핑몰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시도해보지 않은 대규모 사업과 새로운 전략을 적용해 볼 요량이다. 몰에 입점시킬 해외 브랜드 업체 관계자를 만나서도 이런 점을 강조했다.” 트렘블레이는 “최근 한국의 사업용 부동산에 직접 투자해 개발하려는 해외 투자 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서 추가로 투자할 부지를 찾게 되면 많은 경쟁자를 상대해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한국 유통업계 인사들에게는 생소한 트렘블레이는 북미지역의 부동산 업계에서 35년 넘게 일해온 부동산 전문가다. 터브먼에 합류하기 전에는 세계 10대 부동산 포트폴리오 중 하나인 퀘벡저축투자금고(CDPQ) 부동산 그룹의 사장과 부사장을 역임했다. 복합몰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부지 개발을 위한 부동산 투자가 필수다. 터브먼 아시아가 투자 중인 중국과 마카오, 한국은 부동산 가격이 높아 가격 거품 논란이 일기도 하는 지역이다. 부동산의 적정가치라는 측면에서 그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한국과 중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비교적 높은 나라더라. 한번 형성된 부동산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도 않는다. 나는 그것을 그만큼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이있어 가치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지역에 좋은 몰 시설이 들어서면 더 많은 부가가치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초기에 부동산을 매입할 때 투자에 참여한 주주들에게도 우리는 이런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우리는 부동산 차익을 예상해 부지를 매각할 계획보다는 장기 운영 계획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한국에 머무를 때면 하남유니온스퀘어 건설 현장을 매일 찾는다는 트렘블레이는 건설현장에서 ‘꿈과 사람’이라는 두 가지를 느꼈다고 했다.

“설계한 대로 건물이 척척 올라가는 것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다. 많은 쇼핑객들이 하남에 와서 즐기는 모습을 마음 속으로 상상한다. 내가 개발 현장을 발로 뛰어도 힘이 들지 않은 이유다. 내년 개장을 목표로 묵묵히 일하는 우리 동료들의 노고도 새삼 느끼고 있다. 파트너십을 포함한 쇼핑몰 개발에 노력하는 모든 이들이 우리의 동료다.” 부동산전문가인 그의 안목이 과연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글 김영문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 오상민 기자

201502호 (201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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