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Cover

Home>포브스>On the Cover

ENTERTAINMENT ★★ - “애니팡 같은 ‘선데이토즈’ 만들겠다” 

국민 게임 ‘애니팡’의 개발사 선데이토즈가 매출 1000억원대 회사로 성장했다. 2013년 11월에는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최은경 포브스 기자 사진 오상민 기자

▎이정웅 대표가 모처럼 정장을 꺼내 입었다. 평소에는 늘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했지, 관리 경험도 없잖아. 우리가 할 수 있을까?”

“그래 맞아, 누구 하나 팀장 되면 그때 시작하자. 지금은 스톱(Stop)하자.”

“아니.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다. 팀장 돼서 생각이 달라지면? 다 흩어지고 나면 못해. 고(Go)하자, 고!”

2008년 겨울 어느 일요일(Sunday), 선데이토즈의 공동 창업자 이정웅(34) 대표, 임현수(33) 이사, 박찬석(35) 이사가 공부방 ‘토즈(Toz)’에서 나누었던 이 대화가 세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모바일 게임회사 선데이토즈는 2012년 애니팡으로 대박이 났다. 9분기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131억원, 영업이익률은 43.1%였다. 1월 기준 애니팡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3100만 건에 달한다. 일일 사용자수가 100만 명을 넘는다. 애니팡2와 애니팡 사천성 역시 일일 사용자수 360만 명, 100만 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정웅 대표는 꾸준한 인기 요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애니팡은 개봉 첫 주에 결판이 나는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시청자와 함께 오랜 시간 호흡하는 드라마와 같습니다.” 사용자 의견을 반영해 품질을 개선해 나가는 애니팡은 콘텐츠와 서비스의 경계에 있다고 했다.

40~50대 중장년층의 충성도가 높은 것도 롱런의 비결이다. “젊은 층은 잡식성이라 이 게임 저 게임 갈아타요. 애초에 게임이란 걸 모르다 신세계를 맛 본 어르신들은 애니팡 하나에만 집중하지요. 최근 다른 게임을 하다 애니팡으로 돌아오는 사용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게임회사를 창업한 목적 중 하나가 바로 이 ‘어르신’들이다.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게임에 빠졌다. “아홉 살짜리가 게임이 인생의 낙이라고 했다면 좀 우스운가요? 고등학교 3학년 때는 게임 하느라 밤 샌 날이 많았어요. 어느 날 아침 식탁에 앉았는데 코피가 주르르 흐르는 겁니다. 게임 한 걸 들켜서 무지 혼났지요.”

그때 항상 메아리처럼 맴돌던 것이 “게임 하지 마라”는 부모님의 말이었다. “그래서 부모님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면 좋겠다 싶었어요.” 요즘 애니팡 사천성에 몰두하는 어머니를 보면 그저 웃음이 나온다는 이 대표다. 언젠가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딸의 손을 잡고 온 어머니를 만났다. “딸과 함께 애니팡을 할 수 있는 기종으로 바꾸러 왔다는 얘길 듣고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릅니다.” 그는 “게임의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지만 사람이 살면서 행복해질 수 있는 요소 중 하나가 된다는 게 대단하지 않으냐”며 게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애니팡으로 자리 잡은 선데이토즈는 2013년 11월 코스닥에 우회상장하면서 또 한번 전환점을 맞았다. “거래소 담당자가 ‘왜 상장하려고 하느냐’고 묻기에 ‘좋은 사람을 많이 뽑고 싶어서’라고 답했더니 ‘그런 이유로 상장하는 회사는 처음 본다’고 하더군요.”

“선데이토즈가 모바일 산업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지만 자금력이나 덩치를 앞세운 경쟁자로부터 회사를 지키려면 좋은 사람이 많이 필요합니다.” 기대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상장 1년이 지나지 않아 직원이 20명에서 100명으로 늘었고 우수한 인재들을 많이 채용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창업 때부터 기업문화 정착에 공을 들였다. 일례로 선데이토즈는 매월 ‘토즈데이’를 갖는다. 업무 현장을 떠나 다양한 경험을 해보자는 취지다. 지난해 9월에는 점토로 구성원 얼굴 만들기 체험을 했고, 10월에는 회사 근처 오락실을 통째로 빌려 전 직원이 다같이 놀았다.

잠깐 멈춰서 뒤돌아보는 ‘회고 문화’도 선데이토즈 고유의 문화다. “또 하나 ‘보고’를 ‘공유’로, ‘컨펌(확인)’을 ‘공감’으로 바꿨습니다. 방식은 여느 회사와 같지만 사고를 바꾸는 거죠. ‘보고한다’고 생각하면 경직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틈이 생깁니다. 이 틈이 기업문화를 해치는 요인이 됩니다.” 이웃과 함께가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스타트업 전문투자펀드 ‘애니팡미래콘텐츠투자조합’에 90억원을 출자했다. 지난해 3월 공동 창업자 3인의 지분 20.7%를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홀딩스에 매각한 뒤로 두 회사는 사회공헌활동도 함께 한다. 이 대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마일게이트와 협력해 해외 진출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보고는 공유로, 컨펌은 공감으로

평생을 게임에 빠져 살았던 그는 이제 어엿한 창조경제의 주역, 성공한 청년 벤처사업가, 모바일 게임의 선두주자로 불린다. "포장된 면도 있는 것 같아 쑥스러워요. 분명한 건 이렇게 짧은 기간에 창업, 투자 유치, 비즈니스 성공, 상장, 인수합병 같은 과정을 겪은 회사가 흔치 않다는 거죠. 말로만 듣던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이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 깨닫는 중입니다.” 이 대표는 “‘성공한 벤처사업가’라는 말을 듣는 것보다 후배들과 경험을 공유하는데 관심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가는 길은 직선이 아닌 원이다. 사업을 기획하고, 선보이고, 경험을 공유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새로운 사업을 기획한다. 그래서 창업 당시 초심도 길 뒤쪽으로 사라지지 않고 늘 그와 함께 한다.

10년 후 선데이토즈는 어떤 모습일까. “애니팡 같은 선데이토즈를 만들고 싶어요. 애니팡은 산업 면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고 사회적으로는 잊고 살던 사람들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했잖아요. 이 게임만의 고유한 영역이 있다는 얘기지요.” 그래픽전문가용 컴퓨터 제조업체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거듭난 픽사처럼 고유의 정체성을 찾겠다는 얘기다.

- 글 최은경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 오상민 기자

201502호 (2015.01.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