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Cover

Home>포브스>On the Cover

MUSIC ★ - 한국인 금관 주자로서 사명감 느껴 

호른 연주자 김홍박씨가 1월 초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호른 수석에 임명됐다. 한국의 금관악기 주자가 해외 오케스트라에서 수석으로 뽑힌 것은 김씨가 처음이다. 


▎무대에서의 감동을 나누고 싶다는 김홍박 호른 연주자.
“제 기분을 가장 잘 이해하고, 제 감정을 사람들에게 전해 주는 따뜻한 음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만나보시면 마음을 울리는 그 소리에 반하실 거예요.”

호른 연주자 김홍박(33)씨의 말이다.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에 대해 말하면서 마치 사랑하는 연인을 떠올리는 듯 강한 애정이 느껴졌다. 금관악기인 호른은 현악기나 건박 악기보다 일반인에게 생소하다. 알려진 연주자도 적다. 김 연주자가 뮤직 분야의 차세대 리더로 주목 받는 이유다. 그는 1월 초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의 호른 수석에 임명됐다. 오슬로 필하모닉은 마리아 얀손스, 앙드레 프레빈 등 거장들이 상임지휘자를 역임한 유럽 정상급 오케스트라다. 그가 스웨덴 스톡홀름에 머물고 있는 까닭에 불가피하게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수석 연주자로 뽑혔다는 소식을 듣고 기분이 어땠나.

‘유일한’ 혹은 ‘최초’라는 것보다 오랜 전통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일하게 돼 기뻤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면 실감이 날 것 같다. 앞으로가 정말 중요하다.

김 연주자는 서울대학교 음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에서 석사학위와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친 뒤 베를린 국립음대에서 최고 연주자과정을 끝냈다. 그는 국제호른협회가 주최하는 필립 파카스 어워드 2위, 이태리 국제 호른 콩쿠르 3위, 일본 관악·타악 콩쿠르 호른 부문 1등과 전 부문 대상 등을 수상하며 국제 무대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는 2007~2010년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호른 부수석으로 활동했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객원수석, 스웨덴 왕립오페라 제2수석으로도 무대에 섰다.

어떻게 오디션에 참가하게 됐나?

서울시향을 떠나 유럽에 왔을 때 국제무대 경력이 부족해서인지 메이저 오케스트라의 수석 오디션 초청을 받기가 어려웠다.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면서 즐겁게 하자고 마음을 내려놓자 오슬로 필하모닉에서 연락이 왔다.

이번 오디션에는 40여 명의 호른 연주자가 참가했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 끝에 지난해 12월 초 오케스트라와 협연에서 최종 우승자가 가려졌다.

왜 자신이 선발됐다고 생각하나?

내가 가진 그대로를 보여주려고 했다. 시범기간에 오케스트라와 함께 호흡하려고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듯하다.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김 연주자에 대해 “선천적으로 좋은 소리를 내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호른을 연주해보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궁금하다.

어릴 때 꿈은 성악가였다. 성악을 전공한 누나의 영향으로 노래하는 걸 좋아했다. 부끄러움이 많아 사람들 앞에서 말도 잘 못했는데 노래할 때만큼은 행복했다. 그러다 중학생 때 누나 친구가 연주하는 호른 소리를 처음 들었다. ‘아! 저 따뜻한 소리로 노래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다.

김 연주자는 “처음 프로 연주자로 데뷔한 무대에서 정명훈 지휘자님의 소개로 관객에게 인사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신의 음악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

오스트리아 유학 시절에 만난 라도반 블라트코비치 선생님이 기억에 남는다. 세계적인 호른 연주자임에도 소박하고 겸손하시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 분의 인품도 닮고 싶다.

좋아하는 연주곡을 소개해달라.

브람스의 ‘Horn trio in E Flat Major Op.40’을 추천하고 싶다. 브람스는 호른을 무척 사랑했다. 이 곡은 1864년 독일 바덴바덴의 숲길을 산책하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보고 작곡했다고 한다. 호른, 피아노, 바이올린의 삼중주에서 깊은 울림이 느껴진다.

김 연주자는 뮤직 분야의 차세대 리더로 선정된 것에 대해 “부끄럽다”면서도 “호른을 대중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금관악기를 연주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기술적인 부분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것보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음악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고, 그와 관련된 지식을 공부한 뒤에 테크닉을 익히라고 말해주고 싶다.

차세대 리더로서 한국 클래식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에 피하거나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연만 보지 말고 자신의 생활공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무대부터 경험해보길 권한다. 그러다보면 미처 발견 하지 못한 새로운 감동의 순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연주자들 역시 자신이 무대에서 맡게되는 비중에 구애받지말고 주어진 역할에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현재의 상황을 즐기지 못하면 앞으로의 발전은 없다.

현재 목표치에 어느 정도 다가섰다고 보나.

항상 20%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표현하고 싶은 것이 많아질수록 부족한 면을 자꾸 발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른과 함께하는 지금의 삶 자체는 100% 만족한다.

그는 “8월에 오슬로 필하모닉에서 정식으로 활동을 시작한다”며 “한국의 금관악기 주자로서 무거운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 새로운 출발이 후배들에게 세계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한국 관객들에게도 호른의 울림을 전하고 싶습니다.”

- 최은경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02호 (2015.01.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