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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개 | SK그룹 1000억원대 신형 에어버스 전용기 도입 

지난 4월 SK그룹이 1000억원을 들여 새 전용기를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이 수감 중이라 김포공항 계류장에 서 있는 날이 많다. SK의 글로벌 경영도 잠시 날개를 접었다. 


▎SK그룹이 지난 4월 도입한 에어버스의 A319-115(CJ) 전용기. / 중앙포토
지난 4월 초 김포공항 국제청사(2청사) 뒤편 계류장에 새로운 항공기 한 대가 등장했다. 기종은 에어버스 A319-115(CJ), 식별 번호 HL8080으로 SK그룹의 새 전용기다. 2013년 10월 18일 제작 완료됐으며, 당초 지난해 말 들어올 예정이었으나 미뤄졌다. 포브스코리아는 지난 4월 초 이 항공기가 국제청사에 계류 중인 것을 직접 확인했다. 측면과 꼬리 부분에 SK의 상징색인 붉은색과 주황색 무늬가 선명했다. 한국 항공 당국엔 4월 9일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SK에선 전용기를 ‘업무용 항공기’라고 부른다. 그룹 관계자는 “2009년 들여온 걸프스트림 G550 항공기가 노후화돼 새로운 업무용 항공기를 도입한 것”이라며 “A319 도입 이후 일정기간을 거쳐 걸프스트림은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5인승으로 개조된 이 항공기의 구매 가격은 인테리어비용을 포함해 1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최 회장 수감 후 전용기 이용 급락


그동안 국내 대기업들이 선택한 전용기는 보잉·봄바디어·걸프스트림 등이 제작한 기종이다. 프랑스 에어버스 기종으로는 SK가 첫 도입이다. 에어버스 A319 모델은 쌍발 중거리 제트항공기로 논스톱 최대 항속거리 6850㎞의 우수한 성능을 지닌 여객기이다. 전용기의 경우 연료 탱크를 개조해 항속거리를 늘린다. 조종사는 에어버스 기종을 많이 들여온 아시아나항공에서 스카우트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입비용은 관계사들이 분담했다. 그룹 관계자는 “구체적인 지분 구조는 대외적으로 오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전 걸프스트림 G550의 경우 SK텔레콤이 약 4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하늘 위 움직이는 집무실’로 불리는 전용기는 해외 출장이 잦은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업무효율성 차원에서 이용한다.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전 세계를 무대로 뛸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기내에서 임원들과 회의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직항이 없는 지역과 소형 공항에도 이착륙이 가능한데다 별도의 전용기 터미널을 이용해 통관과 검색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대당 1000억원이 넘다보니 삼성·현대자동차·SK·LG·한화 등 5개 그룹 정도가 전용기를 운영하고 있지만 해외사업 비중이 높아지면서 다른 기업들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은 SK그룹이 업무용 전용기를 구매한 시점이다. 구매 담당 임원이 협상테이블에 앉아있던 시기는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형제가 회사 돈 횡령 사건으로 한창 재판을 받던 때와 겹친다. 최 회장은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2013년 1월 31일 법정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다. 그룹 전체가 사용하는 업무용 전용기라고는 하지만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 회장이 전용기 구매의 최종 승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룹 총수의 오랜 부재는 SK의 글로벌 경영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공항공사에 요청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SK그룹의 전용기 운항 횟수는 2012년 61회에서 최 회장이 구속된 2013년 38회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단 15회만 운항했다. 최 회장은 구속되기 전 SK차이나 설립, 중남미 자원 부국 방문, 다보스포럼 참가 등에 전용기를 이용하곤 했다. ‘총수 중심의 경영’을 펼치고 있는 국내 기업의 분위기상 총수의 부재가 계열사 CEO 등 임원의 글로벌 행보도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들여온 A319도 최 회장이 먼저 탑승하기까지는 다른 임원들이 활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한국공항공사 기준 운항 횟수만 보고 글로벌 경영 활동이 줄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공항공사 자료는 김포공항 활주로를 기준으로 한 절대적인 이착륙 숫자”라며 “글로벌 사업을 위해 업무상 필요할 때 정해진 절차에 따라 관련 계열사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류하는 SK, 최 회장 가석방 고대


▎2013년 1월 31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선고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최 회장의 부재가 그룹 전체의 추진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SK그룹의 양대 축인 정유와 통신이 흔들리고 있는 것.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은 업황 악화와 점유율 축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게다가 그룹 계열사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도 잇따르고 있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SKC&C의 방산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SK건설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정 사장은 지난 5월말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최태원 회장 없으면 중국시장을 뚫기 어렵다”며 “해외 기업과의 합작이나 큰 투자에 있어 그룹 회장의 부재가 아쉽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SK그룹은 최 회장의 가석방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아직 형기가 1년 6개월이나 남아 있지만 ‘형기의 3분의 1’을 채워야 하는 가석방 요건을 충족했고, 재벌 총수로서는 역대 최장기로 복역했다는 점에서 조심스레 사면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광복절 가석방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광복절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규모 특사와 가석방이 집행될 가능성이 높다. 친기업 성향의 황교안 국무총리가 기업인에 대한 사면 폭을 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최 회장은 과거에도 광복절 사면을 받은 적이 있다. 2008년 SK글로벌 분식회계와 내부거래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으나 건국 60주년을 맞아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았다. SK 새 전용기는 과연 올해가 가기 전에 날 수 있을까? 재계의 관심거리다.

-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07호 (201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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