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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컨 해리슨 로버트 월터스 한국 지사장 

“어학 능력과 업무 전문성 갖췄다면 30대 중반쯤 외국계 이직 고려해봐야” 

글 조용탁 이코노미스트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어렵게 입사해도 40대 후반이면 구조조정 대상자가 될지 걱정하는 게 한국 직장인의 현실이다. 세계 5대 헤드헌팅 회사로 꼽히는 영국 로버트 월터스의 던컨 해리슨 한국 지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해만 글로벌 기업 100개가 한국에 진출해 헤드헌팅 시장이 활짝 열렸다는 것이다.

해리슨 지사장은 “한국 채용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정체됐지만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진출이 크게 늘면서 연구직이나 사무직 취업 문은 활짝 열려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취업 시장을 둘로 나눠서 분석한다. 국내 기업과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이다. 국내 대기업에서 나오는 일자리만 보면 취업이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외국계 글로벌 기업을 들여다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2014년 한국에 새로 진출한 외국계 기업은 100곳이 넘습니다. 경력이 뒷받침되는 전문직 구직자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정보통신(IT)ㆍ화학ㆍ자동차 등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 분야 이외에도 영업·마케팅·회계·법무 등 수많은 분야의 인재를 구하고 있습니다. 적절한 사람을 찾느라 한해 내내 바쁘게 지냈습니다.”

그는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헤드헌팅에 뛰어 들었다. 로버트 월터스 일본 지사에서 7년 근무한 뒤 한국 대표로 지난해 7월 부임했다. 로버트 월터스는 세계 각국의 대기업·중소기업·공공기관을 고객사로 확보한 글로벌 헤드헌팅 기업이다. 세계 24개국에서 2700명의 전문 인력이 채용을 도와준다. 한국 지사는 2010년 설립했다. 진출 5년 전인 2005년부터 한국을 방문해 시장 조사를 하며 우수 인력 파악에 나섰다. 국내 대기업, 외국계 기업, 공공기관과 협력하면서 정보를 쌓았다. 현재 9000명의 경력직 이력서를 확보한 상태다.

로버트 월터스는 특히 지난해 한국에서 탁월한 실적을 거뒀다. 전년 대비 직원수가 3배나 늘어 현재 20여 명에 달한다. 해리슨 지사장은 “한국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져 외국계 기업이 급증한데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것도 좋은 실적을 올릴 수 있는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대기업문화도 변화 중이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점차 희미해진다. 특히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 사원들의 이직률이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에서 5년 이상 경력을 쌓았다면 외국계로 이직할 채용문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로버트 월터스는 글로벌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연결해주는 탁월한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입니다.”

그는 30대 중반이면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을 생각해보라고 한다. 업계에서 5년에서 7년 정도 경험을 쌓은 시기다. 서른 이하는 경험이 부족해 쉽지 않다. 마흔을 넘기면 새로운 회사, 특히 외국계 기업은 적응에 애먹을 수 있다. 해리슨 지사장은 한국 대기업 출신이면 글로벌 기업에서도 업무 능력을 충분히 인정받을 실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어학 능력만 받쳐 준다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일할 수 있는 게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다.

적정 연봉 제시해주는 앱 활용도

회사를 옮기겠다고 결심한 이들에겐 정보도 중요하다. 한국은 지인들에게 많이 의존한다. 직장 선·후배나 업계의 지인, 학교 동문과 친인척에게 조언을 구한다. 해리슨 지사장은 여기에 전문 헤드헌팅 에이전시를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업계의 동향과 목표로 하는 직장에 관한 공식적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서다. 기업이 공식적으로 원하는 포지션과 취업 대상자에게 요구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며 대응할 수 있다.

한국엔 이미 다양한 헤드헌팅 기업이 활동 중이다. 해리슨 지사장은 “회사의 규모와 네트워크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 본사의 정보까지 확인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많은 헤드헌팅 업체가 전화통화 수준에서 마무리하지만 우리는 구직 희망자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합니다. 나아가 특정회사에 지원할 때 필요한 인터뷰 팁과 방식도 제공합니다. 지난 5년간 한국에서 꾸준히 성장한 데에는 이런 노력과 앞선 네트워크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취업시장에서 활용하는 인터넷 채용사이트와 모바일 앱은 종류가 다양하고 그 수도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해리슨 지사장은 중간 관리자 등급만 가도 인터넷 사이트가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력서는 폭주하지만 확인하고 검증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크다. 헤드헌팅은 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를 하는 세계라는 점이다.

로버트 월터스는 취업 사이트와는 다른 성격의 앱을 개발해서 제공하고 있다. 매년 발표하는 연봉 조사 앱이다. 이 앱은 각 나라별로 자신에게 적절한 연봉을 제시한다. 매년 로버트 월터스가 조사해온 글로벌 연봉 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제작한 앱은 2011년에 출시된 이후 20만 건을 상회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영국에서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 2위, 아이튠즈 4위를 기록하는 등 비즈니스 앱 차트를 휩쓸었다.

로버트 월터스 코리아 박지혜 마케팅 담당은 “연봉 조사 앱은 구직자가 한국과 전 세계 다른 도시의 광범위한 직무 및 업계의 연봉을 종합적으로 검색해 보여준다”며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제공해 취업 희망자를 돕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 직장인의 경우 평균 근속 기간은 5년이다. 미국은 3년이라고 한다. 한국 대기업 사무직의 평균 근속은 5년에서 10년이다. 물론 산업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인터넷이나 게임 관련 산업은 2년에 불과하지만 중공업이나 화학 산업은 10년이 넘는다. 해리슨 지사장은 “평생직장과 비슷했던 한국의 직장인 문화가 2000년대 이후 급변하면서 근속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며 “다양한 기업문화가 공존하는 한국에서 구직자들이 올바른 정보를 얻고 자신에게 적합한 기업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글 조용탁 이코노미스트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201507호 (201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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