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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산업의 혁신을 이끌어가는 엄수원 솔리드웨어 대표 - “1%의 예측력만 높여도 수백억원의 가치” 

핀테크 산업에 눈을 돌리고 있는 금융계가 주목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머신 러닝 기술로 빅 데이터를 분석하는 솔리드웨어다. 한국에서 데이터 분석을 표방하고 나선 유일한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최영진 포브스 차장 사진 전민규 기자

▎데이터 분석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솔리드웨어 엄수원·올리비에 듀셴 공동대표. 2007년 버클리대학에서 처음 만나 부부로 인연을 맺었다.
자본금 1000만원, 직원은 3명. 사업 내용은 한국에서는 낯선, 머신 러닝 기반의 빅 데이터 분석이다. 한국은 아직 간편결제 서비스에만 치중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이 스타트업은 한발 앞서 데이터 분석을 들고 나왔다. 2014년 8월 창업 이후 매출은 거의 없었다. 솔루션 개발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창업자는 자신만만했다.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예측은 맞았다. 창업 7개월 만에 인수 제안을 받았다. 요즘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는 솔리드웨어(Solidware) 이야기다. 엄수원(29) 솔리드웨어 대표는 “데이터 분석만큼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분야도 없다”고 강조했다. “핀테크 데이터 분석 사업은 많은 연구 경험과 솔루션 개발 능력, 금융업에 대한 이해까지 갖추고 있어야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쉽지 않은 분야다.”

2015년 한국 IT 산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핀테크(FinTech)다. 핀테크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다. 일반인에게도 가장 익숙한 분야가 페이팔, 알리페이 등으로 대표되는 간편결제 서비스다. 한국에서도 시럽페이, 스마일페이, 카카오페이, 삼성페이(9월 출시 예정) 등의 간편결제 서비스가 속속 나오고 있다.

솔리드웨어처럼 데이터 분석을 내세운 기업은 찾아 보기 힘들다. 이에 반해 핀테크 산업을 이끌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받는 분야는 데이터 분석이다. 간편결제 서비스가 더 이상 혁신적인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액센츄어가 2014년 발표한 ‘핀테크 산업의 현황(The FinTech Investment Landscape)’ 리포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핀테크 분야에 투자된 자본 중 46%는 간편결제 서비스 분야였지만, 2013년 투자 비중은 28%로 급락했다. 이에 반해 2012년 10%의 투자 점유율을 보여줬던 데이터분석 분야는 2013년 19%로 급증했다.

신용평가 업무에 소셜 네트워크 데이터 분석을 도입한 미국의 대부업체 제스트파이낸스가 1억1200만 달러(약 1120억원)의 투자를 받고, 비슷한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는 독일의 크레디테크가 독일 핀테크 스타트업 역사상 최대 규모인 40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은 이유다. 데이터 분석이 핀테크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가는 차세대 분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이 나오기 힘든 이유가 있다. 기술력과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솔리드웨어의 창업이 가능했던 것은 기술력이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컴퓨터가 입력된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면서 결과를 예측하게 만드는 알고리즘 개발이다. 고객의 데이터를 통해 리스크를 예측하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고객의 사소한 데이터에서 의미를 잡아낼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솔리드웨어의 구성원을 보면 왜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이 가능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10여 명 정도 되는 솔리드웨어 구성원들의 경력은 놀랍기만 하다. 경영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엄 대표는 서울과학고를 나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프랑스 고등경영대학원에서 재무금융학 석사를 받았다. 솔리드웨어를 이끌어가는 또 다른 이는 엄 대표의 남편인 올리비에 듀셴(Olivier Duchenne, 31) 공동대표다. 머신 러닝과 알고리즘 개발 등 솔리드웨어의 기술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프랑스 최상위 공과대학에서 컴퓨터공학 박사를 받았다. 머신 러닝과 컴퓨터 비전 분야의 전문가로 2009년 국제학회 최고논문상을 받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엔지니어로 꼽힌다. 실리콘밸리 알데바란 로보틱스 연구원, NEC Labs(구 Bell Labs) 선임연구원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고, 인텔 코리아 책임연구원을 지내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듀셴 대표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국제적인 인물이다. 페이스북인공지능연구팀(FAIR) 랩장인 얀 러쿤 뉴욕대 교수와도 교류를 할 정도”라고 엄 대표는 자랑했다.

여기에 러시아 최상위 공과대학 통계물리학 박사인 예프게니 크루코프, 프랑스 최상위 공과대학 컴퓨터공학 박사 출신의 기욤 세강을 비롯해 카이스트 수학과 출신, 텍사스 대학 컴퓨터공학 박사 등 머신 러닝과 데이터베이스 전문가들이 솔리드웨어에 포진되어 있다. “임직원의 경력이 화려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초반 세팅이 잘됐다”며 엄 대표는 웃었다. “업계에서 잘한다는 이들과 손을 잡은 것은 행운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했다면 최소 3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인재들이다. 이들이 있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엄 대표는 자랑했다.

자본금 1000만원으로 시작한 솔리드웨어가 이런 인재를 끌어모을 수 있는 것은 옐로금융그룹의 인수 덕분이다. 핀테크 기업 연합체인 옐로금융그룹는 이상혁 옐로모바일 대표가 핀테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1500억원 규모의 자본금으로 설립한 곳이다. 이상혁 대표는 그동안 80여 개의 스타트업을 인수해 1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로 키워내는 성공을 거둔 입지전적 인물이다. 지난 3월 옐로금융그룹는 설립 7개월도 채 안된 솔리드웨어를 인수했다.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창업 7개월 만에 인수제안 받아


▎솔리드코어를 통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솔리드스튜디오의 데모 화면.
“솔리드웨어는 남편과 함께 자본금 1000만원으로 시작했던 스타트업이다. 집에 사무실을 만들고 기술개발에만 집중하고 있을 때 인수 제안을 받았다”고 엄 대표는 설명했다. 인수 제안을 받을 때, 솔리드웨어에는 단 3명이 일하고 있었다. “처음 뽑았던 프리랜서는 지난해 12월 그만뒀고, 그 이후에 또 한명의 직원을 채용했다”며 엄 대표는 웃었다. 엄 대표는 인수금액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답변했다.

“다만 정말 좋은 조건이었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 솔리드웨어의 경영을 보장하기 때문에 좋은 인재들을 모을 수 있었다. 매출은 아직 미미하다.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솔루션 판매가 시작되면 그때부터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엄 대표는 솔루션 판매가 본격화되면 매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옐로금융그룹가 솔리드웨어를 인수한 이유가 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한 예측력이 1%만 높아져도 수백억원의 가치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은행의 예를 들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인터넷 은행은 지점없이 인터넷으로만 은행의 업무가 이뤄진다.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 없다면 대출 자체가 쉽지 않다. 신용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의 신용을 정확하게 분석하면 적정 대출 금리와 한도 책정이 가능해진다.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고객의 리스크를 줄여야만 이익이 커진다. 핀테크 시대에서 금융권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데이터 분석력과 예측력을 얼마나 높이느냐로 결정된다. 한국에서 이런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은 솔리드웨어가 유일하다.

“우리는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는 신용 정보, 거래 정보 등의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한다. 여기에는 개인정보는 제외된다. 우리가 개발한 솔루션으로 이 데이터들을 분석하게 된다. 우리의 장점은 훨씬 복잡한 함수를 만들 수 있고, 수백 가지의 변수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텍스트와 이미지 등 기존에 쓰지 못했던 비정형 데이터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그마한 변수까지도 분석해 예측력을 높이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서 사용하는 신용평가 모델은 간단한 통계분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큰 영향이 없다면 대부분의 데이터는 사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소비자의 거주 지역에 따라 연체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의 데이터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 엄 대표는 “우리의 솔루션과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예전에는 무시됐던 데이터도 분석과 예측력을 높이는 데 사용된다”고 강조했다.

듀셴 공동대표의 진두지휘로 솔리드웨어는 데이터 분석 툴인 ‘솔리드코어’와 ‘솔리드스튜디오’를 개발했다. 솔리드코어를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면 솔리드스튜디오가 시각적으로 그 결과물을 보여주는 식이다. 솔리드코어와 솔리드스튜디오는 각 금융회사의 성격과 요구에 맞게 3~5개월이면 커스트마이징을 할 수 있다. 즉, 각 금융사에 맞는 솔루션으로 맞춤 개발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고위험 고객 예측력 8%나 개선시켜

솔리드웨어가 개발한 솔루션의 정확한 예측능력은 이미 검증받았다. 엄 대표가 한때 몸 담았던 악사(AXA)다이렉트코리아는 솔리드웨어와 손을 잡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차 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 끝났는데, 테스트 결과 고위험 고객 예측력을 8%나 개선시켰다. 이 소식이 나오자 많은 금융사들이 솔리드웨어를 찾아왔다. “악사 뿐만 아니라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에서 우리와 손잡고 싶다는 제안을 해왔다. 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솔루션의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고 엄 대표는 자신했다.

엄 대표와 듀셴 공동대표는 2007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 처음 만났다. 듀셴 대표는 당시 석사과정을 밟을 때였고, 엄 대표는 어학연수 겸 여름 계절학기를 듣기 위해서 버클리대학을 찾았다. 유학생끼리 교류하는 자리에서 서로를 알게 됐고, 3년 동안 장거리 연애를 한 후 결혼에 골인했다.

“남편이 아니었으면 원래 꿈이던 금융인으로 살았을 것”이라고 엄 대표는 말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 고등경영대학원에서 재무금융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엄 대표는 남들처럼 금융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인 올리버와이만 금융부문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후 악사다이렉트코리아 전략기획업무를 맡게 됐다. “전략기획업무를 맡으면서 데이터 분석에 눈을 떴던 것 같다”고 엄 대표는 말했다. 당시 회사에서 위험도 예측에 기존 통계 기법만 활용하고 있었던 것. 남편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했을 때 ‘머신 러닝 기술’로 데이터 분석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했다.

이를 회사에 전했을 때, “그럼 당신이 직접 그런 툴을 만들어봐라”라는 역제안을 한 것. “창업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남편이 창업에 적극적이었다. 남편은 돈을 버는 것보다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을 좋아한다”고 엄 대표는 창업 이유를 설명했다.

- 글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201507호 (201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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