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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맞수 열전 [1] 한화큐셀 VS OCI 

재계 3세의 전쟁터 된 태양광 사업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라이벌(rival)은 ‘하나 밖에 없는 물건을 두고 싸우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에서 나온 단어다. 재계에서 라이벌의 존재는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기업의 혁신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포브스코리아가 준비한 ‘기업 맞수 열전’ 첫 번째 주자는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화큐셀과 OCI다.

▎태양광 업체의 위기를 이겨낸 한화큐셀과 OCI의 수익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태양광 사업 대표주자로 꼽히는 한화큐셀과 OCI. 두 기업은 의외로 닮은 점이 많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이끌어가는 리더라는 점,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이들이 창업주의 3세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OCI 이우현(47) 사장과 한화큐셀 김동관(32) 상무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외 태양광 시장을 이끌어가는 리더이자 태양광산업의 맞수로 평가받는 이유다.


2015년 현재 태양광 산업계의 기상도는 ‘흐림 뒤 맑음’이다. 수많은 태양광 사업체가 위기 속에서 파산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진 덕분이다. 이제 살아남은 기업들은 수익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따먹을 수 있게 됐다. 재계 3세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태양광 기업 한화큐셀과 OCI도 위기를 이겨낸 덕분에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 큰 영향을 줬다. 그동안 태양광 업체들은 정부의 보조금으로 사업을 확대했다고 보면 된다.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정부 보조금이 깎이거나 삭감됐다. 당연히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양광 부품은 공급과잉 상황이었다. 태양광 산업의 핵심 기초소재로 꼽히는 폴리실리콘이 대표적 사례다. 2011년 6월, 폴리실리콘 1kg의 가격은 54달러였다. 같은 해 12월 폴리실리콘 가격은 29.9달러로 폭락했다. 2012년 12월에는 15.5달러까지 내려갔다. 올해 5월에 들어서야 16달러로 조금 회복됐다. 잉곳, 셀 등의 부품가격도 폭락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서재홍 부장이 “과거의 영광을 다시 경험하기는 힘들 듯 하다”고 토로할 정도다.

태양광 부품 공급과잉으로 국내·외 태양광 기업은 줄 도산했다. 2013년 3월 수익성 악화로 파산한 중국의 선텍(Suntech)에 이어 2013년 7월에는 셀과 모듈을 제조 판매하던 독일의 코너지(Conergy)가 정부 보조금 중단 및 부품가격 하락으로 파산했다. 미국의 퍼스트 솔라, 중국의 LDK 등도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한국에서도 웨이퍼와 셀을 생산 판매하는 넥솔론이 2014년 8월 누적된 영업손실 등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끊임없이 투자를 계속한 기업은 살아남았다. 바로 한화큐셀과 OCI다. 두 기업은 이제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태양광산업 시장 상황도 좋아지고 있다. 공급과잉이 완화되면서 원가경쟁력을 가진 상위 기업들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 “그동안 태양광발전을 주도했던 유럽의 비중은 감소하고,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의 신흥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서재홍 부장은 분석했다. 태양광 사업의 부진 속에서도 미래 사업성을 보고 고집스럽게 투자한 그룹 총수의 노력과 재계 3세의 경영능력이 결합한 결과다. 재계 3세대인 김동관 상무와 이우현 사장은 태양광 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추후 승계 작업에 파란불이 켜졌다는 평가다. 태양광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너지 사업을 통해 김동관 상무와 이우현 사장의 위상은 커질 것 같다”고 평가했다.

수직계열화로 어려움 이겨낸 김동관 상무


현재 한화의 성장 축은 한화생명으로 대표되는 금융, 그리고 한화케미칼로 대표되는 석유화학과 방산산업이다. 태양광이라는 새로운 축이 더해진 것은 故 김종희 창업주의 장남 김승연 한화 회장의 결정이자 미래를 내다보는 한 수로 회자된다. 2010년 8월 김 회장은 솔라펌홀딩스를 인수하면서 태양광 사업에 진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품의 공급과잉으로 태양광 사업 성적은 매년 적자였다. 그래도 김 회장은 뚝심있게 밀어붙였다. 김 회장의 투자가 없었다면 다른 대기업처럼 태양광 사업은 지속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김승연 회장의 결정으로 시작한 태양광 사업은 현재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상무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하버드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한 김동관 상무는 2010년 1월 한화 회장실 차장으로 입사했다. 2011년 12월 한화솔라원으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태양광 사업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2013년 8월, 2012년 독일 태양광 기업 큐셀을 인수해 만든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으로 옮겼다. 김 상무는 적자투성이의 한화큐셀을 1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으면서 재계의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2014년 9월 한화솔라원으로 복귀한 후에는 그해 12월 발표된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의 합병 작업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의 합병으로 한화큐셀의 태양광 셀 생산 규모는 3.28GW에 이르러 세계 1위의 태양광 셀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애초 태양광 사업은 김 상무와 별 상관이 없는 분야였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후 한화 회장실에 입사했을 때 그룹 전반에 대한 경영수업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높았다. 이런 외부 예상과 달리 김 상무는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김 상무는 태양광 사업의 전문가로 불린다”는 한화큐셀 관계자의 말처럼, 태양광 사업의 전반적인 내용을 꿰뚫고 있다. 심지어 적자가 이어질 때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해외 시장을 개척했다. 임직원이 달랑 1명이었던 일본 지사에 가서 매출을 올리는 전략을 함께 만들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지금 일본에만 영업지점이 5개로 확대됐고, 인력만 100여 명으로 늘어났다. 기술센터까지 만들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태양광 사업 전반을 챙기느라 김 상무는 지금도 매월 해외 출장을 나간다고 알려졌다. 김승연 회장의 고집스러운 태양광 사업 투자는 김 상무의 경영능력과 합쳐져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김 상무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내놓은 대안은 폴리실리콘부터 태양광 발전 사업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장기적인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다운스트림 시장(태양광발전 사업)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31일 한화그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의 통합 이후 2015년 1분기에 영업이익 480만 달러(약 48억원) 흑자를 냈다. 지난 4월 20일에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전력회사인 넥스트에라 에너지에 총 1.5GW 모듈을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태양광 업계 단일 공급계약으로 사상 최대규모다.

김동관 상무가 수직계열화로 태양광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면, 이우현 OCI 사장은 규모의 경제로 위기를 이겨내고 있다.


OCI(전신은 동양화학, Oriental Chemical Industry)는 1959년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불리는 창업주 고(故) 이회림 회장이 소다회를 만들던 동양화학을 인수하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OCI는 태양광 산업의 핵심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제조 분야에서 글로벌 Top 3를 차지하고 있다.

OCI가 태양광 사업에 나선 것도 창업주의 장남인 이수영 OCI 회장의 결단 때문이다. 이 회장은 2008년 상용 폴리실리콘을 양산하면서 태양광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당시 기업 내부의 반대가 많았다. 시장 전망은 좋았지만, 초기 투자금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OCI 관게자는 “1만 톤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려면 투자금이 1조원이 든다”고 설명했다.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가 폴리실리콘 제조다. 2015년 8월 현재 OCI가 한해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규모는 5만2000톤에 이른다.

OCI 이우현 사장, 규모의 경제로 흑자 전환 성공


폴리실리콘 제조판매에 뛰어든다는 결정을 내린 이수영 회장의 선견지명은 탁월했다. 당시 경영실적이 이를 확인해준다. 폴리실리콘 사업을 시작했던 2008년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26%가 상승한 5900억원이나 됐다. 하지만 이 회장도 폴리실리콘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 회장은 위기에 굴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투자를 이어나갔다. OCI 태양광 사업을 이끄는 이 회장의 장남 이우현 OCI 사장은 규모의 경제를 추진하면서 수익성을 높여나가고 있다.,

이우현 사장은 서강대 화학공학을 전공한 후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케미칼 전문 기업의 후계자이기 때문에 화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사장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바로 OCI에 결합하지 않았다.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톤, 체이스 맨해튼 뱅크 등의 금융계에서 경력을 쌓은 후 2005년 8월 당시 동양제철화학 전략기확본부장으로 입사,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직책은 전무였다. 2009년 OCI 사업총괄 부사장을 거쳐 2013년 OCI 대표이사사장 자리에 올랐다. OCI 태양광 사업은 이우현 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 6월 18일 미래에너지포럼에서 이 사장은 “태양광 발전 가격경쟁력이 갖춰졌다. 앞으로 15년 동안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발전원은 태양광과 풍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OCI가 선점한 폴리실리콘 시장에서 2011년 초반처럼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어렵다. 다만 폴리실리콘 생산규모 5만2000톤을 확보하면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졌다는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사장이 성과를 낼 수 있는 밑거름인 셈. OCI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면서 태양광 업계의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OCI는 폴리실리콘에서 세계 3위 생산 규모를 자랑하기 때문에, 버틸 여력이 생겼다. 수요공급이 좋아지고 있고, 규모의 경제를 이뤘기 때문에 OCI는 계속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4년 이우현 사장은 태양광 사업 분야에서 영업이익 445억원의 흑자를 냈다. 폴리실리콘 제조원가 절감으로 이뤄낸 성과다.

이 사장은 태양광발전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2년 7월 OCI Solar Power와 샌 안토니오시 전력공급 회사인 CPS Energy는 400MW 규모의 ‘태양광발전 전력 공급계약’을 계약했고, 2016년 말까지 건설을 마치기로 했다. 지난 6월 이 계약의 여섯 번째 프로젝트인 11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기공식이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시에서 열렸다. 이 외에도 한국에서 서울시 등 지자체와 협력해 400MW급 태양광발전소를 건립 중이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서재홍 부장은 “OCI는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고 이를 팔아서 시드머니로 삼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서 “폴리실리콘 분야에서 선두에 나서고 있고, 태양광발전 사업의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어서 앞으로도 괜찮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08호 (201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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