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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리 카(생애 첫 차) 무한경쟁 ‘2030’을 유혹하라 

 

수입차 소비층이 20∼30대로 낮아지면서 엔트리 카 경쟁이 치열하다. 콤팩트한 디자인과 고성능 엔진,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집보다 차’를 선호하는 2030 세대에 어필하고 있다.

▎지난 6월 출시한 아우디 ‘뉴 A1’은 디자인과 가격에서 경쟁력이 돋보인다.
대기업 3년 차 직장인 홍 모(31) 씨는 생애 첫 차 구입을 두고 석 달 째 고민 중이다. 국내 완성차회사에 다니는 지인이 자사의 소형 세단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추천했지만 눈길은 수입차에 더 쏠린다. 스포티한 디자인과 고성능 주행력의 수입차를 자랑하는 입사 동기들은 회사에서 부러움의 대상이다. 3000만 원대로 낮아진 가격은 고민을 더욱 부채질한다. 홍 씨는 최근 쏟아지고 있는 독일차 브랜드 소형차의 사양과 가격을 비교해 결정할 참이다.


지난 6월 국내 승용차 시장의 수입차 판매량이 2만 4275대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달보다 32.0%,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4% 증가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 누적 대수는 11만 983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9만 4263대보다 27.1% 증가했다. 상반기 점유율 16.57% 역시 역대 최고치다. 윤대성 한국 수입 자동차 협회 전무는 “6월 수입차 실적은 각 브랜드별 적극적인 프로모션과 일부 브랜드의 물량 확보, 신차효과에 힘입은 바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2000cc 이하 소형차가 많이 팔렸다. 6월 판매량의 57.2%, 상반기 수입차 판매량의 55.2%가 소형차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개인 구매자의 44%를 차지하는 20~30대가 소형차 판매 실적을 이끈 것으로 보고 있다. 20~30대층이 수입차 시장의 주 고객으로 부상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실용성과 개성을 갖춘 엔트리 카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소형 콤팩트 SUV로 재미를 본 수입차업계가 소형차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모양새다. 수익성 측면에서야 고급세단이나 SUV보다 떨어지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2030 세대를 평생 고객으로 삼을 수 있어 공을 들이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주 고객이 20~30대로 낮아지면서 가격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2000만~3000만 원대의 소형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특히 독일차 브랜드가 다운사이징 등을 통해 2000cc 이하 소형차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중 BMW와 아우디의 경쟁이 치열하다. 6월 들어 BMW 코리아가 BMW 라인업의 막내인 해치백 스타일 뉴 118d를 선보이자, 아우디 코리아가 곧 바로 아우디 라인 가운데 가장 콤팩트한 해치백 모델인 뉴 아우디 A1을 출시했다. BMW 뉴 118d는 2세대 부분변경 모델로 소형 해치백 가운데 유일한 후륜구동 차량이다. 이전 모델과 비교해 전·후면 외관 디자인이 날렵한 느낌이 들도록 대폭 변경된 것이 눈에 띈다. 동급 최초로 주간주행등, 전조등, 방향지시등에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는 LED가 기본으로 적용됐다. 뉴 아우디 A1 역시 2010년 출시된 1세대 모델의 부분 변경 모델로, 차량 앞부분이 이전 모델보다 더 넓어졌으며 실내 디자인도 한층 세련되게 바뀌었다. 2010년 8월 유럽 시장에 처음 선보인 이래 지난해 말까지 총 50만대가 판매됐고 판매 초기 유럽 내 출고기간이 반년 이상 걸렸을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BMW·아우디, 야무진 해치백 경쟁


▎BMW ‘뉴 118d’는 엔진 등 주행성능이 탁월하다.
뉴 118d와 뉴 A1의 장단점은 뚜렷하다. 우선 주행성능을 따지면 뉴 118d가 다소 앞선다. 2.0ℓ 4기통 트윈터보 엔진을 장착한 뉴 118d는 최고 출력 150마력, 최대 토크 32.7㎏·m의 성능을 갖췄다. 뉴 아우디 A1은 유로6 환경기준을 만족시킨 1.6ℓ급 TDI 디젤 엔진을 장착했다. 최고 출력 116마력, 최대 토크 25.5㎏·m다. 연비는 118d가 17.4㎞/ℓ, A1이 16.1㎞/ℓ으로 소형 수입차의 대박 상품인 골프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두 모델 모두 ‘스톱 앤 고(Stop and Go)’ 기능을 장착해 차량 정차시 엔진의 시동을 멈춰 연비를 높였다.


공간 활용성도 118d가 앞선다. 실제로 두 차종의 뒷좌석을 타 본 결과 BMW 뉴 1시리즈는 키 170cm가 넘는 성인도 무리 없이 탈 수 있었지만 뉴 아우디 A1 5도어는 차체 길이가 짧아 뒷좌석 승하차가 여유롭지 않았다. 편의사양은 비슷한 수준이다. 뉴 118d는 iDrive 시스템, 6.5인치 디스플레이,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라이트와 전후방 주차센서, 전동식 글라스 선루프, 앞좌석 전동·열선 스포츠시트, 17인치 휠 등을 적용했다. BMW 관계자는 “1시리즈를 업그레이드하며 가격을 올리지 않고 편의사양을 대거 추가했다”고 강조했다. 뉴 A1은 제논 헤드라이트와 LED 테일라이트, 앞좌석 스포츠시트, 6.5인치 내비게이션 등을 기본으로 장착했다. BMW 118d는 내비게이션을 지원하지 않는다.

뉴 A1의 장점은 디자인과 가격 경쟁력이다. 아우디 특유의 세련되고 탄탄한 외관은 ‘야무지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싶다. 곡선 모양의 계기판은 비행기 날개에서 모티브를 얻었고, 4개의 강렬한 나팔 모양 원형 통풍구는 제트 엔진 터빈을 연상시킨다. 가격은 3270만~3720만원으로 118d(3890만~3950만원)에 비해 최대 700만원 가까이 저렴하다. 아우디는 뉴 A1이 자사 브랜드 문턱을 낮춰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 코리아 대표는 뉴 A1 론칭행사에서 “아우디는 A1부터 A8, Q3부터 Q7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 A1을 경험한 고객들이 향후 상급 모델로 자연스레 이동할 것”이라며 “수입차 시장의 주요고객인 30대를 주요 타깃으로 20대 고객들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진 다운사이징으로 성능·연비 올려


▎뉴 폴로는 다운사이징 추세를 반영한 신형 1.4ℓ TDI 디젤 엔진을 탑재해 주행 성능과 경제성을 동시에 잡았다.
폴크스바겐도 지난 4월 서울모터쇼를 통해 신형 폴로를 내놓으며 본격적인 엔트리 카 시장 공략에 나섰다. 뉴 폴로는 다운사이징 트렌드를 반영해 기존 1.6 TDI 엔진 대신 1.4 TDI 엔진을 장착해 연료효율을 17.4km/ℓ까지 끌어올렸다. 최고 출력은 90마력, 최대토크는 23.5kg·m으로 언덕길에서 속력을 높여도 차량이 크게 버거워하지 않는다. 특히 동급 세그먼트(차급)에서 처음으로 7단 DSG 변속기를 장착해 변속이 빠르면서도 변속 충격은 최소화했다. 다중충돌방지 브레이크 시스템, 피로 경보 시스템 등 최신 안전 기술이 폴로 모델로는 최초로 추가돼 안정성을 높였다. 크루즈 컨트롤, ABS·BAS, 언덕 밀림 방지 장치 등이 주행감각을 극대화 시켜준다는 평이다. 다만 내부 공간은 다소 좁은 편이라 뒷좌석에 탄 성인의 경우 앞좌석에 무릎이 닿을 정도로 불편하다.


뉴 폴로의 장점은 수입 엔트리 카 모델 중 가장 저렴한 수준인 2620만원의 가격이다. 외적인 화려함보다는 이 등급의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합리적인 가격과 성능을 구현하고자 했다. 덕분에 출시 석 달 만에 453대가 판매됐다. 폴크스바겐 코리아 관계자는 “과거 수입차업계에서 폴로는 사실상 시장성이 없는 차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안정적인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며 “전통적으로 대형차 선호가 강한 한국에서 소형 수입차 시장도 열리기 시작한 신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올 하반기 골프의 고성능 버전인 ‘골프R’ 출시를 통해 소형차 경쟁력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경쟁업체인 BMW나 아우디에 비해 엔트리 카 모델이 적었던 메르세데스 - 벤츠도 신규 고객 유입과 20~30대 젊은 고객층을 잡기 위해 콤팩트 카 세그먼트를 강화했다. A클래스와 CLA클래스, GLA클래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 콤팩트 모델들은 메르세데스-벤츠가 가진 품격은 유지한 채 스타일 강한 디자인, 혁신적인 주행성능 등을 앞세워 새로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또 일반 모델에 비해 낮은 3000만~4000만원대의 가격(고성능 AMG 모델 제외)도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특히 4륜구동 모델인 더 뉴 CLA 200 CDI 4매틱은 곡선을 적절하게 활용해 기존 벤츠 스포츠세단의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젊은 감각을 살렸다. 앞면의 큼직한 벤츠 로고는 상급 모델인 CLS의 그것과 비슷하다. 이 차의 엔진은 배기량 2143cc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으로, 최고 출력은 136마력, 최대 토크는 30.6kg·m이다. 최고 출력이 다소 낮은 편이지만 최고 시속은 216km까지 올라간다. 차체가 작아 이 정도 엔진으로도 충분한 힘을 내는 것이다. 운전 성능은 단연 탁월하다. 저소음, 부드러운 변속감, 민첩한 핸들 반응성 등은 운전의 즐거움을 높인다. 특히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다른 준중형차에 비해 월등하다. 복합연비는 1리터 당 14.9km로 준수한 편이다. 가격은 5050만원으로 절대 싸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벤츠 스포츠세단임을 감안하면 매력적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해 신형 CLA 클래스 등 콤팩트 카 세그먼트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외 자동차업체들은 다운사이징을 통해 소형차의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다운사이징은 무엇이든 작고 적게 한다는 개념으로, 자동차업계에서는 고효율·고연비의 ‘엔진 다운사이징’ 을 뜻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자동차학)는 “엔진 배기량을 낮춰 배출가스는 줄이고 주행 성능은 높이는 엔진 다운사이징은 자동차업체의 기술력을 나타내는 척도”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자동차 가격과 세금 인하 등의 긍정적인 측면이 있어 다운사이징 트렌드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08호 (201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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