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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재 AB자산운용 대표 

저금리시대, 월지급식 글로벌 채권펀드에 주목하라 

김영문 포브스 기자 사진 오상민 기자
AB자산운용은 채권투자 명가로 손꼽히는 세계적인 투자 회사다. 이석재 AB자산운용 대표는 채권형펀드 상품을 가지고 외국계 운용사 최초로 월지급식 펀드를 국내에 선보였다.

▎AB자산운용은 주식자산이 184조원, 채권자산 297조원 규모로 채권에 특화됐다는 평가를 받는 글로벌 투자 회사다. 이석재 AB자산운용 대표는 국내에 AB 월지급 글로벌 고수익펀드를 출시해 월지급식펀드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매월 돈을 주는 펀드가 있다고요?” 지난 2010년 11월, 증권사 매장 한쪽에서 펀드 가입 상담을 받던 고객 임철현(60) 씨는 증권사 직원에게 되물었다. 펀드로 이익을 내려면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환매할 때 수익을 한꺼번에 찾거나, 자금 일부를 환매해 꺼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행 지점장을 지내고 퇴직했던 임 씨였지만 펀드에 투자해 매월 꼬박꼬박 돈이 들어온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임씨가 반신반의하자 옆에 있던 한 중년 남성이 끼어들었다. “정말입니다. 장기간 꾸준히 분배금이 통장으로 입금됩니다. 해외 신흥국 국채나 선진국 하이일드(고수익·고위험) 채권에 투자하니 원금이 손해날 염려도 크게 줄어요.”

5년 전, 월지급식 펀드에 관해 설명하던 그 중년 남자가 바로 지금의 이석재(54) AB(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 대표다. 사무실보다 현장이 좋다는 이 대표는 “당시 증권사 소속 직원은 아니었지만, 국내 최초로 출시한 월지급식 펀드를 직접 알리고 싶었다. 물론 현장 반응도 궁금했었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표가 수년간 현장을 누빈 덕분일까? “많은 고객이 AB자산운용이라는 회사를 몰라도 ‘AB 월지급 글로벌 고수익 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은 알고 있다”며 자랑한다. 이 펀드는 2010년 12월에 출시된 ‘AB 월지급 글로벌 고수익 채권펀드(채권-재간접형)(이하 AB월지급식 펀드)’와 같게, 룩셈부르크에 설정된 역외 펀드인 AB 글로벌 고수익 채권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펀드다.

2010년 12월 당시 이 대표가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AB월지급식 펀드’를 내놓을 때만 해도 국내 증권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로 대표되는 IT와 자동차가 시장을 지배할 때였다. 그만큼 국내 성장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에 돈이 몰렸다. ‘전차(電車) 군단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두 업종의 성장세는 대단했다. 2014년 4월 현대차 주가가 먼저 전년보다 두 배 가까운 수준인 24만원을 넘겼고, 삼성전자는 같은 해 8월 60만원대를 바닥으로 2013년 1월까지 150만원을 넘기는 등 최고 주가를 경신할 때였다. 이 대표는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2009년 월지급식 펀드 얘기를 꺼낼 때만 해도 국내 증시가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수익이 비교적 크지 않은 채권형펀드에는 다들 관심이 없었다.”

글로벌 채권형펀드, 월지급식 형태로 내놓아


하지만 2010년에 AB자산운용에 합류한 이 대표는 주식형 펀드보다 안전한 이자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채권형 펀드에 주목했다. 본사인 AB자산운용이 채권 투자로 유명한 세계적인 회사라는 점도 이 대표를 채권형 펀드에 빠져들게 했다. “올해 국내 은퇴자금 시장규모만 30조원에 달하고, 2020년에는 60조원을 넘어선다는 전망도 있다. 은퇴 세대가 쏟아지는 시기와 맞물리면 대안은 장기투자뿐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글로벌 채권에 투자해 거둔 이자 수익이 앞으로 중요한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됐다.”

확신이 섰지만, 이 대표는 고민에 빠졌다. 고객에게 채권형 펀드가 안전하다는 장점 말고 눈에 띄는 수익을 투자자가 체감할 방법은 없을까? 이 대표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꼼꼼히 살펴봤다. 그 결과 미국과 일본에서는 채권형 상품이면서 수익을 매월 지급하는 월지급식 펀드가 은퇴 세대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일본 펀드시장의 최고 히트상품은 월지급식 펀드였다. 가장 비중이 높아서 주식형 펀드의 두 배에 달했다”고 했다. 실제 한국보다 앞서 저금리를 겪은 일본의 경우 월지급식 펀드 설정액은 2000년대 초부터 꾸준히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1년 말 일본의 월지급식 펀드 순자산액은 33조2000억 엔으로 공모형 주식펀드 순자산액의 약 76%를 차지했다. 현재는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 등의 도입 등의 영향으로 순자산 대비 비중은 약 60%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투자금액은 변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월지급식 펀드가 인기를 끈 건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치고,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일정한 수입이 필요한 은퇴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후설계 자금을 마련하기에 이만한 상품이 없었던 것. 이 대표는 “한국 경제도 일본·대만과 같은 흐름을 거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월지급식 펀드의 급격한 성장세를 점쳐볼 만했다”며 당시 펀드를 구상한 생각을 들려줬다. 주변에서 상품을 우리나라에 내놓기에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는 “우리나라는 공적연금도 충분하지 않다. 50~60년대 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는 시점부터 월지급식 펀드 시장이 커질 것을 확신했다”며 강조했다.

이 대표는 곧바로 자료를 모아 금융당국을 찾아갔다. 그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들려줬다. “상품이 안전하고,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보다 사회구조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이에 따른 수요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그리고 소비자에게 어떻게 안전망을 제시할 수 있는지 등도 꼼꼼히 설명하며 수차례 설득했다.” 금융당국을 수차례 오가며 설득에 나선 지 1년 만에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자신감을 얻은 이 대표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우선 증권사를 비롯한 판매사 관계자부터 만났다. 상품 출시에 의욕적이었던 그는 “판매사 전산팀까지 일일이 다 만났다. 매월 펀드 운용 상황을 공개하고, 고객에게 올바른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기 위해서였다. 물론 실무는 실무진에게 맡겼지만, 우선 내가 나서서 세부적인 것까지 꼼꼼하게 챙겼다”고 펀드 출시에 열정을 쏟았던 당시를 기억했다.

AB월지급식 펀드가 출시되자 이 대표 스스로 영업 전선에 발 벗고 나섰다. 처음 출시할 때 영업 전담 인력은 세일즈 매니저 3명이었지만 이 대표가 힘을 보탠 것. 덕분에 신상품 출시에 필요한 금융당국 설득, 판매사 확보, 판매담당 직원 교육, 전산 업무 점검 등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을 이 대표가 직접 총괄하게 됐다. 밤낮없이 일하며 그는 현장에서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펀드 출시와 영업 등 모든 과정 총괄


상품 출시 한 달 후인 2011년 1월부터 한국 기업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출시 6개월 후 국내 출시 월지급식 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했다. 3월까지 매달 300억 안팎의 자금이 유입됐고, 4월부터는 매달 600억 이상의 뭉칫돈이 몰려들었다. 이 같은 인기에 그해에만 28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들어왔다. 월지급식 상품뿐만 아니라 다른 채권형 상품에도 자금이 몰려 2013년 4월에는 전체 운용자산규모만 3조원에 달했다. 외부기관에서도 이 대표의 노력을 알아챈걸까? 같은 해 해외 펀드평가 기관인 아시아 에셋 매니지먼트가 주간하는 ‘가장 혁신적인 상품-한국’으로 AB월지급식 펀드가 선정되는 기쁨도 누렸다. 같이 현장을 누비던 세일즈 매니저를 찾는 전화가 빗발쳤고, 이들 3명은 서로 얼굴 한번 못 볼 정도로 바빴다. “하루에 수백억원의 자금이 들어온 적도 있었다. 정신이 없었다. 직원부터 불러 자만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할 정도였다”며 웃었다.

매달 분배금이 꼬박꼬박 입금된다는 소문에 세계적인 글로벌 운용사가 해외 채권에 투자해 고수익을 거둔다는 얘기까지 더해지자 구름처럼 자금이 모여들었다. 직원에게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던 이 대표였지만 그에 못지않은 긴장감도 느끼고 있었다. 2013년 미국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양적 완화(QE)가 진행 중이었고,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재정 문제로 연방정부 폐쇄까지 결정하게 된 소식 등등 그가 신경 써야 할 사건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주요 선진국 경제 정책이나 상황이 해외 채권형 펀드 수익에 큰 영향을 끼치는 탓이기도 했다. 그도 나름대로 준비에 나섰다. “투자자들이 불안해할만한 상황이 생기면 뉴욕 본사와 실시간으로 회의를 준비할 태세를 갖추고자 했다.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한국 투자자들을 위한 분석 정보도 꼼꼼히 챙겼다.”

이 대표의 철저한 대비에도 불구하고 2013년 하반기부터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지난 8월 1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월지급식 펀드의 자금은 지난 2년간 1조1093억원이 순유출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지난 13일까지 2375억원이 빠져나갔다. 2013년 3조원을 넘어섰던 운용자산규모는 1조2000억원 수준(2014년 12월 31일 기준)으로 떨어졌다. 이 대표는 “2013년 5월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의 출구전략 얘기 등으로 주식·채권 등의 자산이 동반 하락했다. 통상 경기 회복 중에는 시중 금리가 오면서 채권의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수익이 나빠질 것을 우려한 고객들이 상당수 이탈했다”고 했다. 이탈 고객 대부분이 플러스 이익을 거두고 나갔지만 이 대표는 “상품 설명에 열을 올리며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던 노력의 성과가 순식간에 사라지더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이 대표는 AB월지급식 펀드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어떻게 되느냐? 는 물음에 그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AB의 글로벌 고수익 채권 펀드는 기업의 신용 리스크와 관련이 높다. 미국 경제가 좋아졌다는 뜻인데 우리가 투자한 1000개 항목 중 65%가 미국 채권이다.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올해 국내 증권업계도 이 점에 공감하며 이 대표를 거들고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4월 AB월지급식 펀드를 비롯한 외국계 운용사의 월지급식 펀드 8개 상품을 추천했다. 문성필 한국투자증권 상품마케팅본부 상무는 “일본·대만에서 월지급식 인컴(income·소득)펀드는 이미 펀드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금리보다 훨씬 높은 연 5~6%의 인컴을 꾸준히 지급하고 있어서다. 저금리·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도 곧 일어날 변화”라고 설명했다.

3저에 빠진 한국, 월지급식 펀드가 대안


저성장과 노령화 등 사회 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월지급식 글로벌 채권펀드가 투자 대안이라는 소리다. 자금 유출로 느꼈던 아쉬움도 잠시, 이 대표는 변화에 대비할 채비에 나서기 시작했다. 우선 고객·직원과의 소통부터 챙겼다. 판매사·은행·증권사 지점 등을 직접 방문하고, 최근 고객이 관심 두는 투자 트렌드와 상품에 갖는 생각 등을 들어보는 등 ‘현장’을 뛰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장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과거 미국 메릴린치에서 세일즈 매니저로 일한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메릴린치 본사에서 자산관리 매니저가 고객의 자산을 투자받는 데 무려 2일간 한 고객을 붙잡고 상담했다. 그만큼 정교하고 안전한 투자에 나서려는 조치였다. 고객의 투자 성향·취향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나이 지긋하신 자산매니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타사 직원과의 소통도 그에겐 중요한 일이다. 세일즈 매니저가 가지 않는 지방을 주로 다닌다는 이 대표는 지방 증권사 지점을 방문했던 얘기를 들려줬다. “청주에 있는 한 증권사 지점이었다. AB자산운용의 대표라고 하니 믿지 않았다. 혼자 다니는 대표가 어디 있느냐는 핀잔까지 들었다”며 웃었다. 이 대표는 지방에 있는 증권사 지점도 자주 방문한다. “지점을 기습 방문해 타사의 젊은 직원에게 커피 한잔을 청한다. 초면의 어색함만 사라지면 회사 얘기부터 경제 얘기까지 술술 나온다. 인생 선배로서 조언도 해준다”고 했다. 또 신문의 부고란까지 꼼꼼히 살펴보며 목포에 있는 타사 직원 상갓집까지 새벽에 달려간 얘기까지 들려줬다. 그에게서 현장을 대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특히 이 대표는 현장을 다니다가 생각나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시정해야 할 문제점들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그는 “뭔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사무실로 돌아와 미국 본사와의 회의를 열어 제안하거나 해법 찾기에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이 대표가 고민하는 주제는 교육이다. 주로 현장 직원과 투자자를 위한 교육이다. 이 대표가 세일즈 매니저와 함께 판매사 직원을 교육하거나 투자자를 위한 소규모 미팅을 열어 세계 경제 정보를 교환한 것만 올해로 1000번이 넘는다고 한다. 무슨 얘기를 주로 나눴을까? “미국 금리 인상 문제, 양적완화가 끼칠 영향을 묻는 말이 많이 쏟아지더라. 금융계 용어 자체가 어려운 데도 투자 방향성과 연계해 보려는 투자자의 노력에 감탄이 절로 나올 때가 많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AB 투자 대학’도 만들 계획도 세웠다. “단순한 상품 설명회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했다. “채권이 무엇인가부터 투자자들과 공유하는 수준 있는 교육에 나설 예정”이라는 그는 “세계적으로 490조원에 달하는 채권 자산을 운용 중인 본사 AB자산운용의 강점을 살려 우리나라에 장기 투자문화를 뿌리내리도록 하고 싶다. 우리네 은퇴세대가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바지하고 싶다”고 했다.

- 글 김영문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509호 (2015.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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