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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루이 장강상학원(CKGSB) 교수에게 듣는다 

부자들은 왜 기부해야 하는가 

기부를 많이 하면 영웅일까? 아니다. 포브스는 기부를 많이 하는 것만큼이나 그 방식과 효과에 주목했다. 그럼에도 부자들이 기부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주루이(Zhu Rui) 장강상학원 교수는 “기부는 결국 자신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부가 늘고 있다. 2006년 한국 근로소득자와 종합소득자의 기부금 총액은 5조 3452억 원이었다. 2013년에는 7조 8314억 원으로 증가했다. 7년 동안 약 1.5배가 늘었다. 그래도 우리는 기부가 적은 편이다. 기부가 가장 활발한 건 중국이다. 중국의 부자 마윈은 작년 한해에만 6조 3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기부했다. 한국 근로소득자 기부 총액보다 많다. 하지만 톈진항 사태 이후 중국인들은 마윈에게 ‘더 기부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그가 돈 많은 부자이기 때문이다.

기부는 결국 자신을 돕는 행위다


▎CKGSB 제공
부자들은 왜 기부해야 할까? 지난 9월 3일 한국을 찾은 주루이 장강상학원(CKGSB) 교수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 물음에 답할 적임자이다. 첫째, 그가 몸담은 장강상학원은 중국 최초의 비영리 경영대학원이다. 중화권 최고 부자인 리카싱이 기부해 설립한 학교다. 두 번째로 중국은 아시아뿐 아니라 전세계 기부문화 확산이 가장 빠르게 일고 있는 나라이다. 세 번째로 주루이 교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부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그 사례를 발표하는 기부 전도사다.

포브스아시아가 매년 선정하는 ‘아시아의 기부 영웅’은 회삿돈이 아닌 자기 돈과 주식을 기부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이들 대부분은 기업인이고 당대에 부를 축적한 이들이다. 이들이 기부에 적극적인 이유가 혹시 ‘기부는 회사에 유익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까? 주루이 교수는 “물론 성공한 사업가에 대한 대중의 기대와 요구가 높은 것은 사실이고 이에 부응했을 때 기업에 우호적인 이미지를 가져다 주는건 당연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건 정작 자신을 위해서라는 점이다. 단기에 부를 축적해 물질적으로는 풍족해졌지만 정신적인 풍족감을 채우지 못한 부자들이 기부활동을 통해 만족을 얻는 경향이 있다. 이를 통해 기부는 결국 자신을 돕는 행위라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주루이 교수는 또 “기부활동을 통해서 정서적 만족감과 함께 개인의 브랜드 강화도 자연스럽게 꾀할 수 있다. 마윈의 기부활동을 통한 최대 수혜자는 마윈 자신이다”고 했다. 실제로 기부자의 뇌가 도파민을 더 많이 분비하며 느끼는 행복감도 크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시대가 변했다.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 것 외에 재단을 설립해 좀 더 체계적인 기부를 꾀하는 이도 늘었고 주식 기부를 통해 기부 수혜자가 지속적인 도움을 받도록 하는 기업가도 있다. 이를 두고 혹자는 ‘스마트한 기부’라고 말한다. 주루이 교수가 무언가 생각난 듯 한 손을 들었다. 기자가 주목하자 그는 “스마트한 기부의 적절한 예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인도의 유니레버(UNILEVER) 사례가 적절할 것 같아요. 인도는 설사가 흔한 질병이죠. 인도에선 다이어리아(Diarrhea)라고 하죠. 손만 깨끗이 씻어도 인도의 설사는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 국민들은 이 사실을 잘 모릅니다. 인도에 진출한 유니레버는 바로 이 점을 사회공헌활동으로 연결했습니다. 인도의 작은 지방에 거주하는 여성들에게 비누를 나눠주고 이를 판매해 수익금을 가지도록 했어요. 지방 정부와 연계해 공장 설립도 지원했죠. 유니레버가 보증해 소액 대출도 연계했습니다. 결국 일자리도 생기고 지방 정부 재정도 튼튼해졌어요. 유니레버 역시 인도 내 비즈니스를 원만하게 할 수 있었죠. 비즈니스 센스를 갖춘 기부활동의 좋은 예입니다.”

그는 이어 기부 전통이 강한 미국을 예로 들었다. “구글은 회사 차원에서 ‘1%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회사 영업이익의 1%를 구글 재단에 기부하고 직원의 근무 시간 중 1%는 기부활동에 참여토록 하고 있죠. 이런 기업에 다닌다면 기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겠죠. 기부에 대한 기업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 지 보여주는 사례예요. 구글 역시 스마트한 기부를 하고 있는 셈이에요.”

포브스아시아 역시 기부 영웅을 선정한 후 기사를 통해 기부의 다양한 사례와 효과를 중심으로 소개했다.

더 젊은 기부 영웅이 나와야 한다


포브스가 선정한 기부 영웅들은 나이가 많다. 평균 나이가 60세다. 이제는 젊은 기부 영웅이 늘어야 하지 않을까? 주루이 교수는 “기부의 패러다임이 젊어져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인 부를 축적한 사람들의 기부도 중요하지만 경제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기부 역시 필요합니다. 세대간 시너지도 창출할 수 있으니까요”라고 강조했다.

주루이 교수는 미국의 기부프로그램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를 예로 들었다. 프린스턴대 재학 중이던 웬디 콥(Wendy Sue Kopp)이 1990년 만든 단체로 미국 내 대학 졸업생들이 교원 면허 소지에 상관없이 미국 내의 교육 여건이 어려운 지역에 배치돼 2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이 단체는 미국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 1위다. 웬디 콥은 이 단체 설립전 모빌(Mobil), 허츠(Hertz),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 등 쟁쟁한 글로벌기업들로부터 2만6000달러를 기부 받아 이 단체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46개 지역에 300여 개 학교를 운영 중이다.

한국도 티치 포 아메리카의 글로벌 버전인 티치 포 코리아가 운영 중에 있다. 주루이 교수는 이 단체에 대해 “뿌리부터 자선가로 만든다는 점에서 좋은 프로그램이다. 우수한 학생들이 기부의 참 맛을 먼저 경험한다면 이들이 비즈니스 리더로 성장했을 때 기부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더 젊은 기부 영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부혁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10호 (201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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