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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출신 M&A전문가 유인수 인스코비 대표 

흑자기업 만들어 시장 신뢰 회복하겠다 

유부혁 포브스 기자 사진 전민규 기자
부진에 빠진 기업을 인수해 흑자기업으로 탈바꿈 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요즘처럼 경영환경이 어려울 땐 더욱 그렇다. 유인수 대표는 샐러리맨 출신으로 적자에 허덕이던 나우콤을 인수해 건실한 기업으로 만든 경영자다. 현재 그가 지휘봉을 잡고 있는 기업은 인스코비다.

▎인스코비의 9회말 구원투수로 등장한 유인수 대표
‘9회말 역전을 노리는’ 기업 한 곳을 소개한다. 기업명은 인스코비. 스마트그리드사업을 하던 로앤케이를 씨앤피로엔으로 이름을 바꾼 후 4개월 만에 다시 인스코비로 변경했다. 처음엔 신규사업 진출, 두 번째는 사업 추가를 위한 흡수합병이 사명 변경의 이유다. 2013년 122억 매출에 69억 적자를 기록했던 이 기업은 2014년 258억 매출에 58억 적자를 내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불투명했다. 시장에서 ‘실적 관리는 못하고 기업명만 바꾼다’, ‘협약만 남발해 정작 추진한 성과는 없는 양치기 기업’이라는 핀잔도 들었다. 올해 상반기 실적은 33억 매출에 31억 적자. 외형상 매출이 급격히 하락한 이유는 상반기 한전의 스마트그리드사업 발주물량이 없었기 때문이다. 스마트그리드사업은 인스코비의 주 사업 중 하나다. 게다가 올 8월 인수한 스페이스네트의 상반기 매출 200억원도 법인폐지로 반영되지 않았다.

성공한 기업과 경영자들의 스토리와는 거리가 있는 인스코비가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지난 5월, 단독 대표에 오르며 인스코비 정상화에 뛰어든 유인수라는 인물 때문이다.

유인수(54) 대표는 ‘양치기 기업’ 인스코비의 마지막 공격 찬스인 9회말에 등장한 구원투수 격이다. 그만큼 인스코비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가 단독대표가 되고 맨 처음 한 일도 부실을 털어내는 일이었다. “우선 새는 구멍을 막아야 했어요. 진짜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선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습니다.”

이쯤해서 그의 이력이 궁금할 독자들이 계실 것이다. 유인수 대표는 스토리가 많은 인물이다. 그는 LG그룹 재무팀, 기획팀, 회장 비서실, LG증권 지점장을 두루 거치며 경영자로서 비교적 평탄한 커리어를 쌓은 샐러리맨 출신이다. 창업을 위해 큰 마음 먹고 회사를 뛰쳐나왔고, 이후 벤처기업 컨설팅, 투자자문사를 운영했다. 이후 2002년 그가 대표로 있던 투자전문기업 애드에셋을 통해 투자금을 모아 쌍방울을 3105억원에 인수했다. 2년 후, 쌍방울을 대한전선에 매각하고는 삼보컴퓨터로부터 나우콤을 인수해 아프리카tv를 이끌었다. 샐러리맨에서 기업 경영자로 성공한 유인수 대표를 강남구 청담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스코비의 의미있는 재창업 선언


우선 유인수 대표에게 잦은 사명 변경 이유부터 물었다. 그는 “로앤케이를 씨앤피로엔으로 변경한 건 전임자가 한 일이라 잘 모릅니다. 다만 중국과의 비즈니스를 위해 변경한 걸로 알아요. 이후 진행된 건 없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리곤 “인스코비로 변경한 건 재창업의 의미입니다. 그리고 인스코비 안에는 기업의 비즈니스와 미래 신성장동력이 녹아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인스코비(INSCOBEE)는 Internet, IOT와 Network, Smart Grid, Communication의 첫 글자와 BEE의 조합이다. 스마트그리드 사업,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사업, 바이오 사업을 큰 축으로 두고 있다. 유 대표가 말하는 신성장동력은 합병을 앞두고 있는 아피메즈이다. 미국 통증의학 전문의 김문호 박사가 개발한 바이오 신약을 개발 중에 있으며 한국기업 최초로 미FDA 임상 3상 승인 및 임상을 진행 중에 있다.

그가 말한 세 회사 합병 배경은 이렇다. “씨앤피로엔은 한독 시계를 사업부로 두고 있던 회사입니다. 상장기업이었지만 시계산업이 후퇴하면서 뚜렷한 비전이 없었죠. 그러다 시계사업과 함께 추진하고 있던 전기통신업, 그러니까 검침기로 주력을 바꾼 겁니다. 사업 특성상 정부 발주가 없으면 사업이 어려워요. 그래서 꾸준한 매출을 위해 알뜰폰 사업자인 스페이스네트와 합병을 했지요. 이를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 사업에 투자할 거고요. 돈을 벌어들일 사업과 버는 사업, 그리고 성장동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셈이죠.”

나우콤의 성공DNA, 인스코비에 심는다


인스코비는 2014년 3월, 강승곤 단독대표 체제에서 유인수 대표를 영입해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그가 가진 경영능력을 통해서 신사업 발굴에 역점을 두기 위해서다. 하지만 두 대표의 경영방식이 달라 유인수 대표는 사실상 대표직을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강승곤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유인수 대표가 비로소 자신만의 경영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유 대표는 “재창업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과오는 인정합니다”라고 말했다.

유인수 대표는 인스코비에 대한 시장의 따가운 시선을 잘 알고 있었다. 주식 종목 토론방에서 인스코비는 비아냥의 대상이라는 것도 말이다. “우리가 시장 신뢰도가 낮다는 건 인정합니다. 그 동안 주가 띄우려는 욕심에 재료 찾고 협약서 맺는 일이 다반사였던 점도 알고 있습니다. 나쁜 회사였습니다. 이제 기초가 튼튼한 회사를 만들 겁니다. 좋은 회사로 바꿔야죠.”

유인수 대표가 자신감을 가지는 이유는 인스코비 핵심사업 중 스마트그리드와 알뜰폰 사업에 대한 확신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아프리카tv 대표를 맡았을 때 이야기를 사례로 들려주었다.

“2003년 삼보컴퓨터로부터 나우콤을 인수했습니다. 인수하고 보니 재정상태가 심각했습니다. 누적적자만 500억원이 넘었어요. 하지만 바로 다음 해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부실을 걷어내고 핵심사업 역량을 키웠거든요. 이후 주가가 100배가 올랐죠. 저는 나우콤의 DRD에 주목했습니다. 서버를 거치지 않고 생중계할 수 있는 기술이죠. 기술이 있으니 경쟁력이 있겠다 확신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이 아프리카tv입니다. 인스코비 역시 DRD에 비견되는 기술이 있습니다.”

유 대표가 말한 당시 DRD(Dynamic Relay Distribution 대용량 트래픽 분산 전송기술)은 한마디로 서버를 거치지 않고 PC간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기술이다. 서버 비용부담은 낮추고 트래픽 효율성은 높이는 기술로 나우콤이 운영한 아프리카tv, 피디박스, 클럽박스 상용화에 기여했다.

“당시 유튜브가 각광을 받기 시작한 때였어요. 2005년에는 구글에 매각되더군요. 경쟁이 안되겠다 싶어서 아프리카tv는 리얼타임 방송사이트로 전환했습니다. 당시 문용식 이사를 비롯해 모든 임원들이 다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다 알듯이 성공적이었고요.”

그렇다면 지금 인스코비엔 어떤 기술이나 아이템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대답 대신 칩 하나를 들어 보였다. PLC모뎀 칩이다. 한전이 추진하고 있는 AMI(지능형 검침인프라)사업을 위한 장비이다. 정부는 전력망을 이용해 가구당 전력사용량을 자동으로 검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이를 보급하기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인스코비는 PLC사업에 상당한 공을 들였고 2014년 한전 AMI사업 발주액 480억 원중 40%인 181억원을 인스코비의 전신인 로엔케이가 수주했다. 이 사업에서 한전 KDN은 22%, LS산전은 18%를 수주했다. 시장 경쟁력은 입증한 셈이다.

“정부 계획은 2020년까지 국내 모든 가구에 AMI 보급을 완료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시장 규모는 1조 7000억원 정도죠. 시장이 있고 기술이 있으니 인스코비 또한 전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반기 AMI사업 입찰은 없었다. 업계는 올 하반기에 입찰 공고를 예상하고 있다. 인스코비 관계자는 “스마트 가전, 전기자동차, 태양광 모니터링 사업에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PLC칩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인스코비가 8월에 합병한 스페이스네트도 유인수 대표의 무기다. 스페이스네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알뜰폰 사업을 개시한 기업이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SKT, KT, LG유플러스 통신사망 제휴를 맺은 MVNO서비스 제공 사업자이기도 하다. MVNO란 통신망을 이동통신사로부터 임차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회사를 말한다. 19개 사업자 중 CJ, SK를 제외하곤 중소사업자로는 유니컴즈와 경쟁하고 있다.

유 대표의 말이다. “최신폰 가입자는 받지 않고 있어요. 중저가 폰 가입자 또는 선불폰, 유심칩 사업을 하고 있죠. 매출 볼륨을 키우려면 당장 자금이 필요한데 무리해서 키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합병으로 스페이스 매출이 사업보고서에 누락됐지만 올해 매출 400억은 무난합니다. 알뜰폰 사업은 계속 순항할 겁니다.” 그는 알뜰폰 사업에 관한 자신의 솔직한 심경도 내비쳤다. “알뜰폰 사업을 대기업에 허가를 준건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대기업이 자신들의 망을 이용해 통신사업 카테고리를 늘린 것밖에 안되니까요. 중소사업자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만 할 뿐이죠.”

업계에선 정부의 활성화 방안과 업계의 노력으로 580만 명 정도인 알뜰폰 시장이 2019년 1000만 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스코비 역시 현재의 50만 가입자를 130만 명대로 늘려 13% 점유율, 4000억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연령별, 용도별 맞춤 서비스를 개발하고 중저가 보급형 단말기도 고객의 수요에 맞춰 구성을 더 다양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인스코비의 성장동력은 바이오 사업

인터뷰 도중 계속해서 유 대표의 전화벨이 울렸다. 인스코비가 합병발표를 앞두고 있는 회사인 아피메즈가 자체 보유한 특허를 활용해 HPV 백신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기사가 나가면서 주가가 30% 올랐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아피메즈로 대화가 옮겨갔다.

유 대표는 “바이오 사업에 대한 이야기는 조심스럽네요. 확실한 제품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라고 운을 뗐다. “봉독에는 면역을 높이는 기능과 통증을 없애는 효능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통증 치료제로 각광받았는데 면역을 높이는 기능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회사가 아피메즈입니다. 쉽게 말해 자가면역진환 치료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골관절염 환자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미FDA에 임상 3상을 신청해 둔 상태죠. 신약 생산에는 워낙 큰 투자가 필요하니 자본력을 갖춘 외국 기업에 라이선스를 판매할 계획입니다.” 유 대표의 말대로 아피메즈가 내년 상반기 미FDA 로부터 신약 승인을 받는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미국 바이오 신약 승인이라는 기록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아피메즈는 봉독을 활용해 코스메슈티컬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의학적으로 규명된 성분을 화장품에 함유시킨 약용화장품을 의미하는 말로 일반 화장품대비 2배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작년 말에 LG생활건강이 코스메슈티컬 브랜드 차앤박을 인수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유인수 대표는 인터뷰 내내 사업 구상보다는 사업을 통한 구체적인 실적을 강조했다.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은 실적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 대표의 말처럼 인스코비가 구축한 세 가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소비자와 투자자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지 지켜볼 일이다.

- 글 유부혁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201510호 (201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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