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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동안 추구해온 혁신 꽃피다 

 

포브스코리아는 언론사 최초로 아모레퍼시픽의 혁신을 상징하는 기술연구원 연구동 내부를 들여다봤다. 기술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이 추구해온 혁신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자존심이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은 출입이 까다롭다. 출입이 등록되지 않은 차량은 정문을 통과하지 못한다. 정문을 통과하면 제 1연구동 성지관(1992년 완공), 제 2연구동 미지움(美知um·Mizium, 2010년 완공)을 차례로 볼 수 있다. 연구동 앞 너른 잔디밭에는 조각 작품들이 즐비했다. 마치 넓은 미술관처럼 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물은 미지움이다. 포르투갈이 배출한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Alvaro Siza)가 설계를 맡아 화제가 됐다. 5년 동안 500억원이 투입됐다. 미지움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지혜의 장(um, um은 영어 museum에서 나왔다)’과 ‘미지(未知)의 세계를 개척한다’는 뜻이다.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다.

외관을 보면 연구소라기보다 오랜 역사를 지닌 박물관처럼 느껴진다. 위압적인 건물은 사람을 배척한다. 미지움은 사람을 보듬어 안고 있다. 미지움 벽면은 대부분 통유리로 되어있다. 연구원들이 근무 중에도 바깥 풍경을 편안하게 볼 수 있게 배려했다. C-Lab(쿠션 관련 제품 개발 전문 연구실) 최경호 상무 실장은 “연구실에만 있어도 4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비라도 오면 마치 카페에 앉아 비를 감상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포브스코리아에 최초로 공개한 기술연구원


▎1954년 화장품 업계 최초로 만든 화장품연구실. 기술연구원의 시초가 되는 곳이다.
미지움 내부로 들어갔다.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던 미지의 공간이다. 건물 중앙에는 중정(건물과 건물 사이의 공간)이 있고,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중정과 고측창(양쪽 벽면에 설치된 창) 덕분에 자연광이 건물 내부에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시시각각 자연광의 위치가 달라진다. 햇빛이 비치는 중정 한복판에 오롯하게 서 있는 나무가 마치 예술작품처럼 보인다. 미지움은 경사로에 지어진 탓에 지하 1층이 보통 건물의 1층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지하 1층과 지상 1층을 통해 연구동을 드나든다. 통로 곳곳에는 국내 작가들의 조각과 그림, 설치미술이 늘어서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예술 작품은 연구원에게 영감을 준다. 서경배 회장이 예술에도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서 회장은 화장품이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는 문화상품’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예술과 감성을 중요시하는 서 회장의 철학이 미지움에 구현되어 있다.

2층과 3층이 바로 연구원들이 활동하는 공간이다. 미지움의 콘셉트인 ‘자유로운 소통’을 실감할 수 있다. 우선 부서를 나누는 벽이 없다. 컴퓨터가 놓인 책상은 부서를 구분하지 않고 일렬로 늘어서 있다. 바로 옆에는 투명 창문이 설치된 회의실과 연구공간이 있다. 기자를 안내한 연구원은 “서로 왕래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연구동을 설계했다. 덕분에 연구원들은 쉽게 소통하고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을 위한 카페테리아에도 별다른 칸막이가 없다. 연구동 곳곳이 트여있는 소통의 공간이다.

제 1연구동인 성지관도 구름다리로 미지움과 연결되어 있다. 연구원들이 쉽게 성지관과 미지움을 왔다갔다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또한 소통을 위해서다.

올해 기술연구원 안에 화장품 업계가 주목하는 연구소가 새로 만들어졌다. 아모레퍼시픽의 미래를 책임질 ‘아시안 뷰티 연구소’와 ‘C-Lab’이다. 아시안 뷰티 연구소는 인삼·콩·녹차 등 특화 소재 연구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아시아 지역 소비자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지난 7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C-Lab은 세계적인 히트작 쿠션 제품 전담 연구소다. 쿠션의 글로벌화에 주력하고 있다. 연구동 곳곳을 돌아보니 아모레퍼시픽이 가지고 있는 혁신이 어디에서 나올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딱딱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쉽게 소통하고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자유로움이 연구동 곳곳에 아로새겨져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이했다. 70년 동안 꾸준하게 혁신을 해오면서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K-Beauty의 리더가 됐다. 혁신의 시작은 1954년 전쟁의 상흔으로 혼란스러운 그때부터다. 기술연구원의 시초가 되는 화장품연구실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설립됐다. 비록 공장 한편을 개조해 만든 두 평 남짓한 연구실이었지만, 당시 여건에 비춰보면 혁신이나 다름없는 행보였다. 1957년부터 아모레퍼시픽은 매년 연구원들을 유럽과 일본 등으로 보내 선진기술을 습득하게 했다. 화장품연구실은 1992년 태평양기술연구원 준공과 미지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프랑스, 일본, 싱가포르, 미국 등에도 아모레퍼시픽은 연구소를 설치했다. R&D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아모레퍼시픽의 힘이다.

R&D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힘


▎2010년 완공한 미지움은 포르투갈이 배출한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Alvaro Siza)가 설계를 맡아 화제가 됐다. 아모레퍼시픽의 혁신을 보여주는 아이콘 역할을 하고 있다.
서 회장은 지난해 본지와 인터뷰에서 “아모레퍼시픽은 그 시작부터 ‘과학과 기술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세계 선두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신념이 오늘날 아모레퍼시픽을 이룬 근간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서 회장은 이를 ‘혁신의 DNA’라고 부른다.

R&D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현재의 아모레퍼시픽을 만들었다. 2014년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매출은 4조7119억원이다. 전체 매출의 94.8%가 화장품 분야에서 나온다. 이 중 R&D 비중은 전체 매출액 중 2~3%를 차지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매년 수백억원이 제품 개발에 사용된다. 2012년 714억8300만원, 2013년 831억6700만원, 2014년 971억800만원을 R&D에 투자했다.

창업 초기부터 기술 개발에 집중하면서 아모레퍼시픽은 ‘최초’와 ‘최고’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제품들을 세상에 내놓기 시작했다. 1966년 세계 최초로 인삼을 원료로 한 화장품 ‘ABC 인삼크림’을 시작으로, 1989년에는 세계 최초로 녹차 성분을 함유한 화장품 ‘미로’를 출시했다. 1994년 세계 최초로 붙이는 소염진통제 ‘케토톱’을 개발해 큰 인기를 끌었고, 세계 최초의 기능성 화장품인 ‘아이오페’ 발매(1996년)로 이어졌다. 한방화장품 ‘설화수’(1997년), 세계 최초 자외선 차단 무기 복합체 스캐더(2003년) 개발, 세계 최초 지방체 형성을 조절하는 신규 단백질 발굴(2005년) 등 아모레퍼시픽은 R&D를 강점으로 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아시안 뷰티로 세계 뷰티문화의 중심에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아 서경배 회장은 “아시안 뷰티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미의 여정을 개척하고, 원대한 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2008년 쿠션 개발은 세계에 K-Beauty의 저력을 알려준 계기가 됐다. 70년 동안 추구해온 혁신의 꽃이 활짝 피었다. 서 회장은 그동안 기업 소명으로 밝혀왔던 아시아 미의 정수를 세계에 전파하겠다는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Asian Beauty Creator)’가 현실이 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의 현재는 서 회장의 집중과 선택, 그리고 혁신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1994년 당시 태평양 기획조정실 사장으로 취임한 서 회장은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이 펼치고 있던 다양한 사업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미와 건강 사업 분야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다. 이어 1997년 서성환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2006년 6월에는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사업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의 분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화장품과 생활용품, 건강제품 등의 미와 건강 핵심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효과를 거뒀다.

서 회장의 혁신 리더십은 연구원들도 인정하고 있다. 시시 때때로 혁신 관련 책을 연구원에게 소개하고, 다양한 강연 프로그램을 마련해 임직원과 함께 참여하기 때문이다. 강연 내용과 강연자도 다양하게 꾸린다. 반드시 경영 관련 분야가 아니라도 베스트셀러 작가나 여성탐험가, 공연기획자 등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초청하는 것이 서 회장의 원칙이다. 거의 매달 해외 출장을 다니는 서 회장은 이동하는 사이사이 독서를 즐기는 CEO로 유명하다. 책을 읽다가 임직원과 함께 나누고 싶은 부분이 생기면 반드시 기록해 전달한다.

지난 9월 9일 서 회장은 창립 70주년 기념 간담회를 열고 ‘2020년 원대한 기업(Great Global Brand Company)’ 비전을 밝혔다. 이를 이루기 위해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에뛰드, 이니스프리를 5대 글로벌 챔피언 뷰티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추진한다. 이미 진출한 캐나다를 시작으로 2016년에는 중동, 2017년에는 중남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서 회장은 70주년 간담회에서 “아모레퍼시픽만이 지닌 독창성에 자부심을 갖고 이를 창의적으로 잘 살려낸다면, 반드시 아시안 뷰티로 세계 뷰티문화의 중심에 우뚝 설 것이다. 아시안 뷰티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미의 여정을 개척하고, 원대한 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2015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0대 혁신기업 명단에 아모레퍼시픽이 28위에 오른 것은 이처럼 꾸준한 R&D 투자를 통한 혁신이 있기에 가능했다. “서경배 회장의 할머니 윤독정 여사가 부엌에서 동백씨를 갈아 동백오일 생산을 한지 83년이 지났다. 여전히 윤 여사의 유산은 이어지고, 동백씨는 아모레퍼시픽 혁신의 핵심에 계속 자리잡고 있다”고 포브스는 설명했다. 좋은 동백나무 열매를 얻기 위해 천리길도 마다하지 않고 다녔던 윤독정 여사의 열정을 서경배 회장이 이어받았다고 평가한 것이다. <포브스 인도네시아>도 9월호에 최근 아시아·태평양 고성장 기업 50(FAB 50) 중 한 곳으로 선정된 아모레퍼시픽을 ‘뷰티 크리에이터’라는 제목의 기사로 소개했다.

-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10호 (201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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