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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제네시스’ 독립으로 고급차 시장 승부수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을 통한 고급차 경쟁을 선언했다. 그룹의 매출·수익성 향상을 꾀하기 위해 정의선 부회장이 준비한 회심의 승부수라는 중론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11월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에서 열린 제네시스 브랜드 출시행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고급스러움을 더한 ‘신규 윙 타입 엠블럼’을 적용한다.
지난 11월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된 제네시스 독립 브랜드 론칭 행사. 행사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멘트와 함께 무대 위에 정의선(45)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나타나자 기자단 사이에선 작은 탄성이 터졌다. 정 부회장이 2009년 YF쏘나타 신차발표회 이후 6년 만에 국내 공식석상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2009년 행사가 단순한 신차발표회였다면 이번 행사는 현대차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겠다고 밝히는 자리였다.

“10년을 준비했습니다.” 이날 프레젠테이션을 주도한 정의선 부회장은 이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이제 현대자동차는 또 하나의 새로운 출발을 하고자 한다”며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내실을 쌓아 세계 고급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견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유는 오직 고객에게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인간 중심의 진보’를 지향한다”며 브랜드 방향성을 규정했다. “기대와 떨림이 교차한다”고는 했지만 프레젠테이션 내내 정 부회장의 목소리에서 책임감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현대차가 고급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브랜드 명칭은 고급차의 신기원을 열겠다는 의미에서 ‘제네시스’(발생·기원)로 정했다. 전 세계 고급차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인지도가 높다는 점도 고려했다. 핵심은 현대차 브랜드에서 제네시스를 떼어내어 독립 브랜드를 만든 것으로, 일본 도요타의 상위 브랜드인 렉서스와 같은 개념이다. 급성장하고 있는 고급차 시장에서 수익성과 성장성 모두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사실 현대차는 1세대 제네시스가 출시된 2008년을 목표로 독립 브랜드 론칭이 검토된 바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복수의 라인업 확보가 필수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자체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특히 자동차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자동차용 강판을 자체 개발·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기초 소재 단계부터 차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정부회장이 “제네시스에는 쇳물부터 시작해 완성차가 만들어지기까지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들의 핵심기술이 집약돼 있다”라고 자신하는 이유다.

정 부회장이 제네시스의 독립 브랜드화를 결정한 것은 전 세계 고급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세계 고급차 시장은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판매 증가율 10.5%를 기록하며 대중차의 6.0%를 크게 앞질렀다. 2013년 대비 2014년 판매를 보면 렉서스가 9.0% 증가한 반면 도요타는 2.4%에 그쳤다. 폴크스바겐그룹도 고급차(아우디·포르셰·벤틀리·부가티·람보르기니) 판매 증가율이 대중차(폴크스바겐·스코다·세아트)를 3배 이상 앞질렀다. IHS는 세계 고급차 시장 수요가 올해부터 연평균 4%씩 늘어 2019년엔 10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중차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3%)보다 높다.

고급차 시장은 수익성 또한 높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 그룹 11곳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8.8%에 이른다. 반면 대중차 위주인 나머지 9개 완성차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9%에 그쳤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은 고급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대중차 시장에서 판매 성장세가 주춤한 현대차로서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한 셈이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제품 라인업은 오는 2020년까지 6종으로 구성된다. 알파벳과 숫자가 조합된 글로벌 차명 체계를 도입했다. 초대형 럭셔리 세단은 ‘G90’, 대형 럭셔리 세단인 기존 2세대 제네시스는 ‘G80’, 2017년 하반기에 출시할 중형 럭셔리 세단은 ‘G70’로 이름 지었다. 2020년까지 대형 럭셔리 SUV, 고급 스포츠형 쿠페, 중형 럭셔리 SUV를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외 시장 평가 호의적


제네시스 독립 브랜드에 대한 국내외 시장의 평가는 호의적이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을 통한 성장 여력 확보 등의 효과가 예상된다”(교보생명), “현대차가 적기에 제네시스 브랜드를 만들었다. 대중차보다 더 많은 이익을 안겨줄 것”(USA투데이) 등이다. 조언도 잇따른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자동차 학)는 “도요타의 경우 ‘렉서스는 정숙하다’와 같이 소비자에게 각인될 수 있는 프리미엄 이미지가 있다. 제네시스도 프리미엄 이미지와 브랜드 스토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자동차전문매체 오토모티브 뉴스는 “고급차 시장이 팽창하고 있다고 하지만 지금의 현대차는 과거 일본 혼다나 닛산, 도요타가 고급 브랜드를 만들었을 때보다 더 많은 도전에 맞닥뜨릴 것”이라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기도 했다.

다양한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정 부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행사에서 “현대차의 목표는 가장 큰 자동차 회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인정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전을 해야 변화할 수 있고, 바꾸어야 새로운 도약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제 실천은 그의 몫이 됐다.

-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12호 (20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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