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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LG 3인방’ 대표주자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초 프리미엄 가전으로 글로벌 강자 도약 

라스베이거스(미국)=최영진 기자
지난 1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6’ 현장에서 ‘LG 3인방’인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조성진 LG전자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사업본부장(사장)·권봉석 LG전자 HE(Home Entertainment)사업본부장(부사장)을 만났다. LG전자의 효자로 등극한 H&A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조성진 사장은 CES에서 초프리미엄급 브랜드 ‘LG 시그니처’의 론칭과 빌트인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발표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1월 7일(현지시간)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초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론칭을 발표했다. / LG전자 제공
지난 1월 6일, 전 세계 가전 시장을 이끌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경연장인 CES 2016 행사장에는 관람객과 바이어의 눈을 끌려는 혁신적인 제품과 기술이 쏟아졌다. 한국의 기업 중에서 특히 LG전자가 주목을 끌었다. LG전자는 주 전시관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2044㎡ 크기의 대형 전시관을 마련해 관람객의 눈길을 붙잡았다. 전시장 입구에는 울트라HD 화질의 84인치 LCD 디스플레이 20대로 초대형 사이니지 비디오월을 마련해 기술력을 한껏 뽐냈다. LG는 이번 CES에서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안착’이라는 청사진을 제공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권봉석 LG전자 HE사업본부장 등 CES 현장에서 만난 LG 3인방이 ‘글로벌 프리미엄 가전제품 시장의 강자가 될 것’임을 선포하는 등 과감한 행보로 화제가 됐다. 포브스코리아가 이번호에 LG 3인방을 커버스토리로 선정한 이유다. 특히 LG전자의 효자로 등극한 H&A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조성진(60) 사장은 CES에서 초프리미엄급 브랜드 ‘LG 시그니처’의 론칭과 빌트인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발표하는 등 주목을 받았다.

올레드 TV·트윈워시 세탁기 주목받아


LG전자가 선보인 프리미엄 제품은 미국 소비자에게도 통했다. 미국 서부지역 최대 전자제품 전문 유통업체 프라이스(Fry’s Electonics)에서 기자 역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프라이스는 지난해 기준 매출 22억 달러(약 2조5000억원), 직원수 1만4000여 명에 이르는 서부지역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 전문 유통업체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전자제품 추이를 살펴보면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 트렌드를 알 수 있다고 할 정도다. 프라이스 네바다 점에는 홈씨어터 룸 특별 전시실이 있다. 이곳을 차지하고 있는 제품은 LG전자 울트라 올레드(OLED) TV(모델명 77EG9700)이다. 가격은 2만4999 달러(약 3030만원). 매장을 안내한 점원은 “소비자들이 올레드 TV에 관심이 많고 문의를 많이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프리미엄 제품인 LG트윈워시 세탁기도 프라이스 매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 최초로 드럼 세탁기 아래에 통돌이 세탁기를 결합한 제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드럼세탁기와 통돌이 세탁기 세탁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두 제품을 결합하면 큰 소음이 발생하고 진동이 많아진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LG전자의 혁신 기술”이라고 자랑했다. LG트윈워시 가격은 2500 달러, 매장에서 진열된 세탁기 중 최고가다. 미국 소비자들은 세탁기와 건조기를 세트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함께 구입하면 5000 달러에 육박한다. 지난해 말부터 베스트바이(BestBuy), 홈디포(Home Depot), 로우스(Lowe’s), 프라이스(Fry’s) 등 미국 주요 유통업체에서 판매되고 있다.

프라이스 네바다점에서 확인한 LG전자의 프리미엄 제품인 올레드 TV와 트윈워시의 판매량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 올레드 TV 판매량은 평소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 시장에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년 판매량 연속 1위는 LG전자 드럼세탁기다. “분리세탁이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트윈워시 세탁기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드럼세탁기 판매 1위를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LG전자 관계자가 강조했다.

북미 시장에서 제품 판매의 호조가 이어진 덕분일까. LG전자에서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조성진 사장은 CES에서 자신감 넘치는 발언으로 주목을 끌었다. 조 사장은 LG전자 백색가전을 프리미엄 브랜드로 안착시키려는 노력을 집중적으로 보여 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월 7일(현지시간) CES 현장에서 이뤄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조 사장은 “LG 시그니처와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빌트인 브랜드)를 투톱으로 앞세워 모든 역량을 집중해 2016년 올해를 프리미엄 가전 기업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로 ‘고졸 사장’신화


▎1월 5일(현지시간) LG전자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LG전자 프레스 컨퍼런스'를 열고, 'LG 시그니처' 브랜드 제품을 처음 공개했다. / LG전자 제공
조성진 사장은 LG맨의 대명사다. 다소 거칠게 비유하자면, 그의 인생의 8할이 LG다. 충남 대천 출신인 그는 1976년 용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했다. 입사 초기 그는 세탁기를 설계하던 전기설계실의 엔지니어였다. 1995년 4월에는 LG전자 세탁기설계실 부장을 거쳐 2001년 3월 LG전자 세탁기연구실장 상무로 승진했다. 고졸 출신으로 그는 임원이 되었다. 그는 승승장구했다. 2005년 1월 LG전자 HA 사업본부 세탁기사업부장을 맡게 되자 듀얼분사 스팀 드럼세탁기를 개발했다. 세계 최초였다. 그는 LG 세탁기의 대명사인 트롬 드럼세탁기를 세계시장에 알리는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LG전자 세탁기사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 놓았다. 그는 현재 LG전자 H&A사업본부장을 맡아 세탁기뿐 아니라 LG전자의 생활가전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인사에서는 LG그룹의 간판인 LG전자의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CES 현장에서 그의 발걸음이 빨라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는 이미 지난해 7월 트롬 트윈워시 출시 발표회에서 “중국 가전업체들이 국내 가전업체들의 기술력을 95% 이상 따라왔다”며 긴장을 멈추지 않았다. 올해 1월 신년사에서도 “일하는 방식에서의 과감하고도 주도적인 변화 시도가 끊임없이 일어나야 한다”며 임직원들에게 과감한 혁신을 당부했다.

LG전자 대표이사로서 그가 올해 내세운 혁신은 초프리미엄 브랜드인 ‘LG 시그니처’다. LG전자는 그동안 대중적인 제품부터 프리미엄 제품까지 ‘LG전자’라는 브랜드로 운영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라기보다 가전 시장의 리더라고 인정받았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른 카테고리를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을 했고, 그 결과물이 시그니처”라고 조 사장은 말했다. CES 2016에서 처음 선보인 ‘LG 시그니처(SIGNATURE)’는 초프리미엄 가전 통합 브랜드다. LG 시그니처는 ▶본질에 집중한 최고 성능 ▶정제된 아름다움 ▶혁신적인 사용성을 지향한다. 초프리미엄 가전제품을 아우르는 통합 브랜드로 올레드 TV·세탁기·냉장고·공기청정기 등의 제품에 우선 적용됐다.

2가지 모델(55G6, 65G6)로 선보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TV는 두께 2.57㎜의 얇은 올레드 패널 뒤에 투명한 강화유리를 적용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오디오 전문회사 하만카돈과 함께 개발한 스피커를 스탠드에 장착했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V는 CES 공식 어워드 파트너인 엔가젯(Engadget)이 ‘TV 부문 최고 제품상(The Best of CES category Best TV Product)’을 수여했다. ‘LG 시그니처 세탁기’는 북미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트윈워시 세탁기를 기반으로 ‘센텀(Centum)’ 세탁기의 고효율, 저소음 기술을 더했다.

LG 시그니처 냉장고는 ‘냉장고 속 미니 냉장고’라는 컨셉트의 ‘매직스페이스’를 선보여 관람객의 인기를 끌었다. 평상시에는 냉장고 안을 볼 수 없지만, ‘노크온(KnockOn)’ 기능을 접목해 매직스페이스를 두 번 두드리면 냉장고 내부의 조명이 켜진다. 투명해진 창을 통해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 있고, 이후에 물건을 꺼내게 하는 방식이다. 양손에 물건을 들고 있어서 냉장고 문을 열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람이 가까이 다가서는 것을 인식해 자동으로 문을 열어주는 기능도 호평을 받았다.

LG 시그니처 공기청정기는 ‘건식 청정 방식’과 ‘습식 청정 방식’을 결합했다. 아래에서 유입된 공기가 건식 필터를 통과한 후 위에서 물을 통해 한번 더 정화되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상단을 투명하게 제작했다. 교체가 필요없는 필터 시스템을 적용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LG 시그니처 브랜드 제품은 스틸 기반의 외양과 세련된 디자인, 그리고 다양한 편의성을 장착했다. 조 사장은 “시그니처 제품은 기존 제품과 전혀 다른 가치와 감동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조 사장은 CES 2016에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미국 빌트인 시장에 본격 도전한다는 깜짝 뉴스도 전했다. “LG전자가 빌트인 사업을 시작한 지는 25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면서 “보쉬 등과 싸울 수 있는 빌트인 전문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3년 동안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로 북미 빌트인 시장 노려

초프리미엄 빌트인 시장 본격 진출을 선언한 이유는 성장세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 전체 빌트인 시장에서 초프리미엄 빌트인은 15%(매출액 기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점유율은 낮지만, 성장세는 일반 빌트인 시장 대비 3배 이상이다. 그동안 미국 초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의 강자는 밀레(Miele), 서브제로(SUB-ZERO), 써마도(THermador) 등의 글로벌 가전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LG전자는 이 치열한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와 스마트 기술을 내세웠다.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는 냉장고·오븐·쿡탑·식기세척기·전자레인지 등 주방 빌트인 가전 풀패키지다. 이 패키지 가격은 2만 달러를 훌쩍 넘는다. 기존 빌트인 제품과 달리 메탈 터치와 스테인리스 소재를 기반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모든 제품은 무선랜(Wi-Fi)을 기본으로 탑재해 스마트 홈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고객들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집 밖에서도 제품의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다. 제품 설치부터 사후 서비스까지 특별 관리해주는 ‘SIGNATURE AT YOUR SERVICE’도 선보였다. 업계에서 가장 긴 3년 무상 보증프로그램과 24시간 전용 콜센터 등을 고객에게 제공한다. 조 사장은 “이번에 처음 공개했는데, 유통 분야에서 반응이 상당히 좋다”면서 “5년 동안 공을 들이면 초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에서 톱 5에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수기 냉장고, 트위워시 세탁기 등의 히트작을 내면서 H&A사업본부는 3년 연속 매출이 증가했다. CES 현장에서 조 사장의 과감한 행보는 이런 실적이 뒷받침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조 사장은 “모바일과 TV 부분은 부침이 심한 사업이지만, 생활가전 분야는 나름대로 안정됐다”고 말했다.

조성진 사장은 엄청난 노력형 CEO다. 세탁기에 매진할 때 그가 공장에 침대와 주방시설까지 놓고 끝없이 밤샘작업을 할 정도다. 한국 가전업계를 짊어진 그의 올해 활약에 언론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 라스베이거스(미국)=최영진 기자

201602호 (201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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