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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렉라이터 일라이 릴리 회장 

한국에 맞는 제약 생태계 만들어라 

글 조용탁 기자·사진 조문규 기자
존 렉라이터 일라이 릴리 회장은 한국 제약 산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글로벌 제약리더다. 3월 16일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나 한국이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을 강화해 글로벌 제약 강국에 올라설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한국의 생명과학과 바이오파마 생태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습니다.”


존 렉라이터 일라이 릴리 회장은 한국 제약 산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글로벌 제약리더다. 3월 16일 한국을 찾은 그는 15년 전 처음 한국을 방문할 당시와 지금은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커다란 변화가 있다고 했다. 우선 한미약품·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제약 기업이 속속 등장했다. 수준 높은 교육 기관들이 있어 우수 연구 인력을 계속 배출한다. 고령화가 진행 중이라 제약 산업을 향한 사회의 관심도 높다. 여기에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렉라이터 회장은 “이제 한국도 건전한 생태계를 어떻게 키워나갈지 고민할 시점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렉라이터 회장의 말이다. “제약 산업에 몸담고 있는 이들을 다음과 같은 고민을 해야 한다. 첫째, 건전한 생태계, 즉 혁신적 신약개발을 위한 ‘에코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이러한 에코시스템을 바탕으로 이 지역의 학계, 크고 작은 제약기업들, 기타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활성화된 연구를 진행하고 어떻게 더 번창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생태계를 유지하며 더 큰 발전을 위해 필요한 요소가 무엇일지에 대해 질문을 계속 던지며 답을 찾아야 합니다.”

오픈 이노베이션 활용하며 실력 키워야

렉라이터 회장이 찾은 답 가운데 하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다른 기업 또는 연구기관들이 서로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사용하는 개방형 연구 방법이다. 그에게 오픈 이노베이션은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는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릴리는 36개국 450개 제약 관련 기관과 신약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특정 분야에서 진보를 이뤄낼 수 있는 과학적 정보나 지식이 한 기업 내에 모두 축적되어 있기란 쉽지 않습니다. 제가 릴리에 처음 입사했던 약 35년 전과 비교해 본다면 현재 대학이나 정부, 연구소 등에서 훨씬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1979년 당시에는 ‘바이오 테크’라는 용어조차 존재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연구 개발을 위한 노력, 기술의 진보 등을 다양한 곳에서 함께 추구해나갈 수 있습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단독연구에 비해 성공 확률이 더 높다. 연구소 여러 곳의 정보와 역량을 모은 덕이다. 실패해도 부담이 적다. 이미 위험을 나눈 다음, 연구를 시작해서다. 신약 개발 비용은 오픈 이노베이션 등장을 불러온 또 하나의 이유다. 개발 비용이 높아져 릴리 같은 글로벌 제약사도 단독 신약 개발을 버거워하는 한계에 직면했다.

“일부 글로벌 제약사는 합병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규모 합병으로 혼란이 생기기도 하고, 양사가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문제 탓에 시너지 효과를 못내는 사례를 많이 접해서 입니다. 릴리는 앞으로 계속 오픈 이노베이션에 힘을 기울일 것이고 당연히 한국에서도 같은 전략을 사용할 것입니다.”

한미약품과 오픈 이노베이션에 만족감

최근 릴리에서 진행한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에는 연구 초기 단계가 절반 이상이다. 소규모 연구가 진행되고, 이후에 연구가 확장되어 파트너십 자체가 확장되는 방식이다. 여기서 한 단계 발전해 새로운 형태의 계약이나 라이센스 협력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한미약품과 진행한 오픈 이노베이션이 좋은 예다. 릴리는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면역질환치료제의 개발과 상업화에 대한 라이선스 및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릴리가 투자한 비용은 7800억원에 달한다. 한미는 막대한 신약 개발 자금과 릴리의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길이 열렸다. 릴리는 한미를 통해 새로운 신약을 확보할 가능성을 높였다.

지난 일 년간 렉라이터 회장은 한미약품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켜봤다. 양사가 가진 정기 회의와 연구 보고서를 검토해왔다. 지금까지 협업에 그는 높은 만족감을 표했다. 한미약품을 선택한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이다. 열정적인 경영진과 뛰어난 연구진, 그리고 독특한 연구로 찾은 분자물질이 한미를 선택한 이유였다. 렉라이터 회장은 “연구 과정을 보고 받으며 한국 제약기업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기업 규모 보다는 개발 능력과 아이디어를 중시하며 파트너를 찾겠다”고 말했다.

렉라이터 회장은 한국 정부가 추진중인 제약산업 진흥정책인 ‘파마 2020’에도 관심을 보였다. 파마 2020은 2020년까지 국내 제약산업을 세계 7대 강국 수준으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국내 제약사 한 곳을 50위권에 진입시키고 4개의 블록버스터급 글로벌 신약을 내놓는 목표도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제약관련 연구개발 지원비를 두배로 늘렸고, 5년간 5조원을 투입해 자금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핵심전문 인력 1만명을 양성하고 일자리 5800개를 창출한다는 목표도 있다. 그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약과 의약을 글로벌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도 필요하다. 릴리가 한미약품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다음 사노피와 베링거잉겔하임, 얀센과의 초대형 계약이 성사됐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이 높아졌음은 물론 글로벌 제역사의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받아들 잇 기회가 열렸다는 의미가 있다.

“연구는 한국에서 진행하지만 궁극적 목표는 해외 진출로 정해야 합니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해외 진출 방법을 생각하며 사업 방향을 정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 과정에서 릴리 같은 글로벌 제역사와의 협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21세기는 바이오 의학의 시대

정책 보완의 필요성도 이야기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려면 국내 제약 업계의 투명성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같은 이유로 지적저작권 제도도 강화해야 한다. 신약 가격도 제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는 “실패 가능성을 무릅쓰고 개발한 신약이 제 값을 받지 못하면 개발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혁신적인 신약은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에 사용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주는 장점이 있기에 국민이 얻는 혜택을 감안해 약가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책 담당자들에게 미국 각지에 형성된 바이오테크 클러스터를 살펴보라는 조언도 했다. 보스턴·뉴욕·샌프란시스코·시애틀·인디애나폴리스에는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며 자리 잡았다. 렉라이터 회장은 “각 클러스터의 어떠한 장점이 기업들을 모았고, 같은 지역에서 함께 연구해 나가게 했는지 이유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각각의 사례를 확인하며 한국 제약 산업이 어떤 형태로 발전해 나갈지 벤치마킹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지금 글로벌 제약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가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제약 산업 변화 속도가 한층 빨라지는 데다 산업 전반에 걸친 새로운 혁신이 진행 중이라서다. 렉라이터 회장은 “우리는 새로운 바이오 의학시대로 접어드는 초입에 있다”고 이를 표현했다.

“20세기는 화학과 물리학의 시대였습니다. 아인슈타인으로 시작해 디지털 컴퓨팅으로 마무리됐지요. 21세기는 바이오 의학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뇌와 DNA, 인간의 수명에 커다란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커다란 변화의 줄기를 읽어 나가야 합니다.”

그는 바이오 의학에서 벌어질 세 가지 트렌드를 이야기했다. 첫 번째는 예방의학분야다. 건강을 위한 예방적인 측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실제로 지금도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스타틴제를 미리 복약하기도 한다. 앞으로는 알츠하이머와 같은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추거나 또는 예방하기 위해 약을 미리 복용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병에 걸리기 이전에 병을 예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소비자들의 참여다. 스마트폰이나 패드같은 기기를 통해 개인이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 자신의 건강상태, 치료적인 대안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다. 렉라이터 회장은 “헬스케어 관련 전체 시스템에 대한 소비자들의 목소리, 요구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제약업계가 좀 더 환자 중심적으로 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데이터를 분석하고 슈퍼 컴퓨팅 등을 활용해 향후 신약 물질을 연구해가는 실질적인 리서치가 더욱 힘을 받을 것입니다. 한국이 이런 변화를 이해하며 제약 산업을 발전시키켜 글로벌 제약 강국에 올라서길 바랍니다.”

- 글 조용탁 기자·사진 조문규 기자

201604호 (201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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