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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50대 부자]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삼성·현대차 그리고 한샘 ‘대한민국 3대 브랜드’ 노린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은 현장 경영에선 물러났지만 디자인 방향을 제시하는 등 기업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샘은 기업· 소비자간(B2C) 거래 매출이 늘면서 주가도 크게 상승했다.
주식 재산 1조29억원으로 한국 부자 42위에 오른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77)은 대한민국 가구 산업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가구를 만들어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 디자인 개발에 주력해 왔다. 시장에선 조 명예회장에 대해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대처가 빠르다”고 평가한다. 그는 이미 20년 전부터 이케아의 한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사업전략을 세우는 통찰력을 보여준 바 있다. 그 결과 이케아의 한국 진출에도 한샘의 매출은 급성장 중이다. 주방가전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온라인·홈쇼핑으로 유통채널을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전략이 주효했다.

한샘은 올해 매출 2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매출 1조7123억원, 영업이익 1465억원을 거둬 사상 최대실적을 냈다. 2014년 대비 매출 29.2%, 영업이익 32.7% 증가한 수치다. 2013년 가구업계 처음으로 매출 1조 시대를 연 이후 연간 30% 안팎의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샘 측은 이에 대해 “한샘 플래그숍 등에 힘입어 기업·소비자간(B2C) 거래 매출이 증가했으며, 기존 유통사업 성장과 대리점 확대도 실적이 좋다”고 설명했다. 한샘은 대형 직영매장인 한샘 플래그숍과 생활 소품 전문매장 한샘홈을 통해 생활용품 매출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가구 판매가 한계에 이른 만큼 생활 소품의 비중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디자인 산업이 한국의 미래 경쟁력”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은 언론에 잘 나타나지 않아 ‘은둔형 기업가’로 불린다. 하지만 지난 4월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박람회에 참석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1939년 황해도에서 태어난 조 회장은 서울대 건축공학과와 국제디자인대학원을 졸업한 후 건축사로 일하다가 1970년 한샘산업을 세웠다. 한국의 아궁이 부엌을 바꿔 주부들을 편하게 해주겠다는 목표로 대학동창인 김영철 전 퍼시스 회장과 함께 서울 연신내에서 만든 7평(23.14㎡)짜리 비닐하우스가 첫 회사였다. 싱크대 상판과 싱크볼 정도를 만드는 것이 전부였던 시절 그는 부엌에 ‘입식 주방’ ‘주방가구’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1970년대 중반 국내 아파트개발과 1980년대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진출 붐에 힘입어 회사는 1983년 수출 500만 달러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조 회장은 1990년대 초반 신도시가 건설되고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서자 한샘을 부엌가구 전문에서 종합 인테리어기업으로 확대 전환시켰다. 그 결과 IMF구제금융시기에도 한샘의 매출은 크게 늘었다.

조 회장은 1990년대 중반 최양하 현 한샘 회장에게 경영을 맡기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디자인 산업은 다가올 미래 사회에서 한국이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대표 분야 중 하나”라고 강조하며 ‘디자인 경영’을 설파했다. 건축가, 미술가들과 교류 끝에 2012년 사재를 털어 공익법인 한샘드뷰(DBEW)연구재단을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디자인 개발에 대한 이 같은 노력은 한샘이 내세울만한 경쟁력이 되었다. 그는 “다가올 미래 사회는 동·서양의 문명이 만나 일방적 지배가 아닌 두 문명의 장점이 조화를 이뤄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그의 철학은 ‘드뷰(Design Beyond East&West)’라는 이름에 반영됐다.

조 회장의 디자인 발전 프로젝트는 주방 디자인에서 공간 디자인으로, 이어 라이프 디자인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엔 진공블렌더 등 소형가전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중국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이를 위해 ‘한샘(중국)가구유한공사’의 지분 100%를 300억원에 사들였다. 현지인을 채용해 중국 내수사업 준비팀을 꾸리는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이를 통해 한샘을 한국 대표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그는 지난해 11월 서울 방배동에 있는 한샘 본사에서 그 원동력이 될 프로젝트를 밝혔다. 조 회장은 “2020년까지 대한민국 3대 브랜드로 키울 것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그리고 한샘”이라고 말했다. 한샘의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면 매출은 저절로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국판 브루킹스 연구소’ 설립해 비전 제시

최근 조 회장의 화두는 ‘국가의 미래전략을 제시할 싱크탱크 설립’이다. 그는 지난해 3월 한샘드뷰연구재단에 보유 주식의 절반인 260만주(약 4400억원)를 순차적으로 내놓기로 하고 우선 60만주(약 1000억원)를 기부한 바 있다. 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 같은 싱크탱크를 만드는데 필요한 자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서유럽 원조정책인 마셜플랜을 내놓은 브루킹스 연구소는 헤리티지 재단과 함께 미국의 양대 싱크탱크로 꼽힌다.

한국판 브루킹스 연구소인 ‘여시재(與時齋)’는 올 연 초 재단법인 등록을 마쳤다. 초대 이사장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맡았다. 재계에서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박병엽 팬택 창업자가 이사로 참여했다. 조 명예회장은 지난해 사재를 출연하면서 “한일합병, 남북 분단, 한국전쟁 등은 우리나라가 미래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이를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라며 “앞으로도 한국은 주변의 강대국 사이에서 이들과 함께, 그리고 이들을 조정하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므로 싱크탱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과 동북아, 나아가 세계를 이끌어갈 미래의 리더를 육성하겠다는 포부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201606호 (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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