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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문수 엠비아이 회장 

20년 기술개발의 공든 탑 4000억원대 수출 쾌거로 

글 최영진 기자·사진 김성태 프리랜서
변속기 전문 벤처기업 엠비아이가 큰 일을 냈다. 중국의 유명 전기 오토바이 업체와 수 천억원대 수출 계약을 따낸 것이다. 지방의 작은 벤처기업이 거둔 이같은 성과는 20여 년 넘게 묵묵히 기술개발에 집중한 결과다.

▎지난 5월 충북 청주에 있는 엠비아이 본사에서 만난 유문수 회장이 수출에 성공한 2단 변속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6월 2일, 중국 전기 오토바이 모터 생산업체인 싱웨이 부근 도로에서 이색 시승식이 열렸다. 싱웨이의 모터와 한국의 벤처기업이 제작한 2단 변속기가 장착된 전기 오토바이의 성능 테스트 시승식이었다. 모터 출력이 1500W에 불과하지만 75kg 몸무게 3명이 전기 오토바이에 타고 15도 경사로를 달리는 테스트였다. 일반 전기 오토바이의 경우 3명의 성인이 타고 경사로를 오르면 속도가 느려지고, 주행거리도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테스트 결과 2단 변속기가 장착된 이 전기 오토바이는 평지를 달렸을 때와 거의 변함없는 주행거리를 기록했다. 경사로를 오르는데 전기 오토바이의 힘이 부족하지도 않았다. 지난 5월 중순 싱웨이가 3년간 최대 150만 대 규모의 전기 오토바이용 2단 변속기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한 이유다.

중국에 향후 3년간 최대 4000억원 수출 계약


▎엠비아이는 20여 년 넘게 자전거 변속기 개발에 집중한 결과 수십 개의 특허를 국내외에 보유하고 있다. 엠비아이 본사에 전시되어 있는 변속기 제품들.
싱웨이가 만족감을 드러낸 2단 변속기는 충북 청주에 있는 변속기 전문 벤처기업 엠비아이(MBI)가 만든 제품이다. 전 세계 전기 이륜차 시장을 이끌어가는 중국 업체가 한국의 벤처기업 제품을 선택한 것이다. 지난 4월에는 중국의 최대 자동차 부품기업인 A사가 엠비아이의 전기 오토바이 2단 변속기를 3년 동안 최대 2백만 대 공급받는 데 합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A사와의 계약으로 올리는 예상 매출은 2억 달러(약 2300억원), 싱웨이와 계약으로 1억5000만 달러를 벌어들이게 된다. 그동안 매출이 거의 없었던 지역의 벤처기업이 향후 3년 동안 최대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15년 이상을 변속기 개발에 매달려온 유문수(60) 엠비아이 회장의 뚝심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동안 변속기 기술개발에 집중한 것이 이제야 빛을 본 것이다. 요즘 우리와 만나고 싶다는 중국 업체들의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며 유 회장은 활짝 웃었다.

충북 청주에 있는 엠비아이는 전기 자전거 및 전기 오토바이 변속기를 만드는 벤처기업이다. 1994년 세계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했고, 2005년 엠비아이로 사명을 변경했다. 2016년 현재 임직원수는 15명에 불과하다. 연구직이 7명이고 관리직은 8명이다. 이런 작은 업체가 전기 이륜차 시장을 이끌어가는 중국에 진출했다는 소식은 놀랍기만 하다. ‘잘못 알려진 소식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의심에 대해 유 회장은 “앞으로 놀랄 소식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2013년 개발에 성공한 2단 변속기를 중국 기업이 찾는 이유가 있다. 전기 이륜차 시장의 천국인 중국 기업들도 2단 변속기를 연구·개발 중이다. 그럼에도 엠비아이의 제품처럼 조그마한 크기와 효율성이 높은 제품은 만들지 못했다. “중국의 한 업체도 10년 전부터 2단 변속기를 개발해왔는데, 우리 제품과 비교해보면 너무 크고 비싸고 효율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유 회장은 설명했다. “엠비아이의 기술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기 이륜차에 2단 변속기가 장착되면 어떤 효과가 있는 것일까. 유 회장과 일문일답으로 궁금증을 풀어봤다.

“2단 변속기 장착하면 오토바이 주행거리 늘어나”


전기 이륜차에 2단 변속기가 들어가면 뭐가 좋은 것인가?

자동차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반 자동차의 경우 9단 변속기까지 개발되어 있다. 연비 절감 때문이다. 전기 자동차도 연비를 높이기 위해서는 9단 변속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4단, 5단 변속기를 넣으면 무거워지고, 모터와 배터리 용량이 커져야만 한다. 전기 자동차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무게를 가볍게 하고 기존 배터리와 모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변속기가 없는 1단 감속기를 장착하는 것이다. 전기 오토바이도 마찬가지다.

2단 변속기를 장착한 전기 오토바이와 감속기를 장착한 전기 오토바이는 어떤 차이가 있나.

2단 변속기를 사용한 전기 오토바이는 오르막에서는 1단을 사용하고, 평지나 내리막길에서는 2단을 사용하게 된다. 1단으로 달리면 오르막길을 힘있게 주행하게 되고, 평지에서 2단으로 달리면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일반 전기 오토바이에 비해 주행거리가 늘어나게 된다. 감속기가 장착된 전기 오토바이는 경사가 급한 도로를 달리게 되면 100km 주행 거리가 반으로 뚝 떨어지게 된다. 2단 변속기를 장착한 전기 오토바이는 아무리 험지를 달려도 원래의 주행거리를 달릴 수 있다.

전기 자동차의 경우 배터리의 성능에 따라 주행거리가 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배터리가 연비의 60~80%를 좌우한다. 그 밖에 컨트롤러와 모터, 충전기의 무게가 연비의 20%를 차지한다. 테슬라의 경우 한번 충전에 340km를 주행하는 것은 기술의 차이다. 하지만 배터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것을 해결하는 게 변속기다. 변속기를 장착하면 오르막길에서도 빠르고 힘 있게 갈 수 있고, 주행거리도 변함이 없게 된다.

전문가들이 유 회장의 이야기와 제품을 신뢰하나.

우리 회사를 방문하는 교수와 전문가들도 처음에 내 설명을 들으면 대부분 시큰둥하게 반응한다. 믿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승을 하고나면 반응이 달라진다. 2단 변속기를 장착한 전기 오토바이를 경사가 심한 길에서 시승을 한다. 주행거리에 변함이 없는 것을 보면 다들 놀란다.(웃음)

왜 중국 시장에 진출했나?

중국은 전기 자전거와 전기 오토바이의 천국이다. 연간 4000만 대 시장이다. 당연히 이 거대시장에 진출하는 게 맞지 않나.

20여 년 넘게 변속기 개발에 집중한 탓에 엠비아이의 매출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매출도 거의 없는 벤처기업이 어떻게 연구개발에 투자를 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기술을 믿어준 주주들 덕분이다”라고 대답했다. “190여 명의 주주가 우리 기술을 신뢰하고 있다. 이들의 투자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유 회장은 엠비아이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사례도 제시했다. 2010년 엠비아이는 대림자동차, 엘지이노텍, 자동차부품연구원과 콘소시엄을 맺고 변속기를 장착한 모터를 바퀴에 넣는 인휠형 시스템 연구개발에 성공해 20개 국가에 특허를 등록했다. 2014년 3월부터 2015년 2월까지 한국 천안시 우체국에서 운영하는 전기 스쿠터 5대에 인휠형 시스템을 장착해 실증 테스트도 실시해 성공을 거뒀다.

자동차부품연구원 문희석 센터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체국에서 1년 동안 시험 주행을 했는데, 효과가 있었다”면서 “엠비아이는 변속기 분야에서 실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단 변속기 수출로 업계를 놀라게 하기 전에도 엠비아이는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자전거 내장 8단·11단 변속기를 두고 세계적인 자전거 업체인 일본의 시마노와 특허 소송을 벌여 승소를 한 것이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제품’ 곧 출시 예정

1994년 세계산업 설립 후 변속기 사업에 뛰어든 유 회장은 1990년대 말 내장형 변속기 특허를 한국과 유럽, 일본, 미국, 중국 등 세계 25개국에 특허 등록을 마쳤다. 시마노는 유사 특허를 3개월 뒤에 출원을 했고, 엠비아이와 비슷한 변속기를 전세계 자전거 회사들에게 500만 대 씩 팔기 시작한 것. 유 회장은 독일에 특허 소송을 냈다. 맞소송을 했던 시마노가 합의를 제안해오자 유 회장은 1조원의 합의금을 제시했다. 당시 1조원이라는 거액의 합의금 때문에 시마노는 합의를 하지 않았다. 한국의 벤처기업이 글로벌 기업인 시마노와 1조원 특허 소송을 진행한다는 소식은 업계의 핫 이슈였다.

“특허 소송이 1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유 회장은 설명했다. “한국, 일본, 중국,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우리가 승소를 했다. 독일에서만 패소를 했는데, 독일의 특허법을 면밀하게 분석하지 못해서 패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남은 것은 시마노를 향해 ‘특허 침해 및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시마노에 경고장을 보낸 상황이다.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지 여부는 좀더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지금의 엠비아이를 일궈온 유 회장은 기계공학 전공자가 아니다. 월남한 아버지를 따라 경기도 포천에서 태어나 전북 남원에서 초등학교를 나왔다. 미군에게 빵을 얻어먹을 정도로 가난했기에 중학교 진학도 포기했다. 충북 증평에서 군 생활을 한 것이 인연으로 청주에 터를 잡았다. 그 뒤로 그는 청주에서 돈을 잘 버는 건설업자로 통했다. “30대 때 사업할 때는 지갑에 1억원짜리 수표를 넣고 다닐 정도로 건설업계에서 성공한 기업가로 통했다”고 한다. 테니스 선수 출신의 형 덕분에 테니스도 잘 쳤고, 청주테니스협회장을 12년 동안이나 맡으면서 부러울 것 없는 지역 유지로 살았다. 그를 자전거로 이끈 것은 뜻하지 않은 어머니의 암 투병이었다. “어머니가 병원에 누워계시는데, 내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해줄 게 없었다. 6개월 동안 병간호를 하다가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그는 회고했다.

한때 부의 상징이었던, 짐을 싣고 다니던 자전거가 떠올랐다. 1990년 잘나가던 건설업과 스포츠산업을 그만두고 15평 사무실을 얻어 자전거 변속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2004년 내놓은 첫 작품은 거꾸로 밟아도 앞으로 가는 자전거였다”고 했다. 그때 처음으로 자전거 변속기에 도전한 것이다.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에 돈은 벌지 못했다.” 비전문가가 도전하기에 자전거 변속기는 큰 산이었다. 기계과 출신들을 스카우트 하면서 함께 일하기 시작했지만, 자전거 변속기는 생각보다 전문적인 분야였다. 엄청난 시간과 돈이 필요했다. “내가 다시 태어나면 이 사업에는 도전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쏟아 부은 돈만 수백억원이다”며 유 회장은 웃었다.

자전거 변속기라는 한 우물만 판 끝에 결실을 보게 된 유 회장. 4000억원대 계약은 20여 년 넘게 기술개발에 투자해 국내외에 수십 개의 특허를 등록해 놓은 노력이 만들어준 결과물이다. 유 회장은 전기 오토바이용 2단 변속기를 뛰어넘는 제품을 올해 안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제품”이라고 한다. 궁금해하는 기자에게 “다음에 나올 것은 전기 오토바이용 제품이 아니다”며 웃었다.

- 글 최영진 기자·사진 김성태 프리랜서

201607호 (20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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