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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유(Jim Yu) 대만 FLUX 공동창업자 

3D 프린터는 창작의 도구다 

타이베이(대만)=최영진 기자
국립대만대학교 재학생 5명이 창업한 3D 프린터 제조 스타트업 FLUX가 대만 스타트업계의 롤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인 짐 유를 컴퓨텍스가 열리는 현장에서 만났다

▎컴퓨텍스 개막식이 열린 타이베이 난강전시센터에서 만난 짐 유 CTO가 3D 프린터 FLUX Delta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TAITRA 제공
“3D 프린터로 식재료를 만든다? 단지 실험해보는 건가, 아니면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인가?” 기자의 물음에 그의 답변은 쿨했다.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다.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대만에서 주목받는 3D 프린터 제작 스타트업 FLUX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짐 유(Jim Yu·23)와 나눈 대화 중 한 대목이다. FLUX는 기존 3D 프린터 시장의 법칙을 뒤흔들면서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누구도 생각지 못한 식음료 제조 분야에도 도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전통적으로 제조업이 강한 대만에서 3D 프린터는 많은 업체들이 도전하는 분야다. 그럼에도 대학생들이 모여 2년 전에 창업한 FLUX는 대만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존 3D 프린터와 전혀 다른 가치를 시장에 선보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성공이다.

FLUX Delta만의 중요한 가치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을 위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일반인이 사용하려면 사용법이 쉽고 간편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3D 프린터가 작동할 수 있는 편리함을 전면에 내세웠다. 제품을 생산할 때 색과 원료를 바꾸는 것도 프린터에 장착된 노즐만 바꿔 끼우면 될 정도로 간편하다. 짐 유는 “사용자가 쉽게 체험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자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였다. 시중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3D 프린터는 사용이 복잡한데, 우리는 수많은 기능을 버튼 한번 눌러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작동 방법 쉽고 가격도 70만원대


▎일반인을 타깃으로 하는 3D 프린터 FLUX Delta. / FLUX 제공
무엇보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여타의 3D 프린터와 달리 FLUX Delta 가격은 599달러(약 70만원)에 불과하다. 누구나 한 번 사서 작동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그가 “우리 제품을 이용하면 일반인들도 창조적인 삶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자랑하는 이유다.

심플한 디자인 또한 호평을 받고 있다. FLUX Delta는 컴퓨텍스 주관사인 TAITRA와 iF 디자인 어워드 주관사와 협력해 만든 ‘d&i 어워드’ 금상을 수상했다. 특히 지난 5월 31일 컴퓨텍스 개막식 행사에서 FLUX를 대표해 짐 유 CTO가 차이잉원(Tsai Ing-wen) 대만 총통으로부터 금상을 받으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전문가용이 아닌 일반인용 3D 프린터라는 콘셉트는 사명에서도 드러난다. 짐 유 CTO는 “FLUX Delta는 단순한 프린터가 아니라 창작도구다. 일반인이 꿈꾸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창작할 수 있는 도구다”고 설명했다. 플럭스라고 사명을 지은 이유에 대해 “어떠한 구애를 받지 않는 자유로운 형태를 만들 수 있다는 뜻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국립대만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짐 유는 “학생 때부터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그림을 그려 목업(실제 제품과 동일한 형상의 샘플)을 만드는 게 어려웠는데, 3D 프린터가 있으면 쉬워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짐 유는 3D 프린터 부품을 만들어 인터넷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가 만든 부품을 조립만 하면 3D 프린터가 만들어졌다. “생각보다 장사가 잘 됐다”며 웃는 짐 유는 2014년 학교 기숙사 옆방에 있는 사이먼 고(Simon Ko, 현재 FLUX CEO)를 찾아가 자신이 만든 3D 프린터 부품을 보여줬다. “그가 3D 프린터에 대해 이것저것을 물어보더니, 사업적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3D 프린터에 관심이 있는 5명이 모여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포브스는 ‘30 under 30 ASIA(아시아에서 촉망받는 20대 기업가 30명)’ 중 한명으로 사이먼 고를 선정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 눈 앞에

몇 개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한 후 FLUX 팀은 실리콘밸리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제품 상용화를 위한 투자금이 필요했다. 미국의 유명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2014년 11월 10만 달러를 목표로 시제품을 선보였다. 2700여 명의 후원자들이 목표 액의 16배가 넘는 164만1075 달러를 투자했다. “미국과 대만 소비자들이 많이 후원해줬다. 지금까지 2300여 개의 제품을 배송했다”고 말했다.

킥스타터에서 펀딩에 성공하면서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에게도 FLUX를 각인시킬 수 있었다. 17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대만의 조그마한 스타트업에 미국에서 투자 제안이 이어지고 있는 것. “대만의 투자자 여러 곳에서도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럼에도 투자를 받는 데 신중하다. “킥스타터를 통해 펀딩을 받아서 제품 양산이 순조롭다. 우리 힘으로도 이렇게 성장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FLUX 팀은 우선 킥스타터를 통해 투자한 소비자에게 배송을 마무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후 투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FLUX의 첫 투자자는 실리콘밸리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컴퓨텍스에 참가해 상을 받기로 했던 사이먼 고 대표가 불참한 것도 실리콘밸리 투자자와 미팅이 잡혔기 때문이다. “킥스타터에 시제품을 내놓은 것도 미국 진출을 노렸기 때문”이라는 짐 유 CTO는 “올해 안에 실리콘밸리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짧은 시간에 이런 성과를 낸 원동력이 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능력있는 팀원”이라고 대답했다. “스타트업을 창업했을 때 비즈니스와 제품을 이해하는 전문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팀원들 모두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는 제조 경험이 없었지만, 킥스타터에 선보였던 스펙의 제품을 만들어 배송해야만 했다. 정말 촉박한 스케줄이었는데, 결국 해낸 것이 우리의 능력이다”고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짐 유 CTO는 대만의 강점인 제조업에 대한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대만 스타트업이 가지고 있는 혜택은 대만 제조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 것이다. 이런 환경 덕분인지 대만의 스타트업은 효율적인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짐 유는 아직 대학졸업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사업에 열중하느라 한 학기에 한 과목만 신청해 듣고 있다. 그럼에도 대학에서 학생으로 생활하는 데 별다른 제한이 없다. 대학 당국도 학생들에게 창업을 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 몇 년 사이에 청년 창업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 뿐만 아니라 국립대만대학교도 창업과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정부는 청년들의 창업을 적극 돕기 위해 SBIR이라는 재정적 지원 제도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FLUX의 한국 진출 계획을 물어봤다. 짐 유 CTO는 “올해는 미국 진출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세계 진출 기회가 주어지면 언제든 나갈 것”라고 밝혔다. FLUX 팀원들의 목표는 FLUX를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의 스타트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3년 이내 그 목표를 이룰 것이다”고 짐 유 CTO는 자신있게 말했다.

- 타이베이(대만)=최영진 기자

201607호 (20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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