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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경영의 정석(5) 성과 좌우하는 팀워크 극대화법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어떻게 팀을 구성하고 관리해야 팀워크를 극대화할 수 있을까? 쇼트트랙 팀추월 종목은 조직에서 팀워크의 원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팀워크를 극대화하려면 서로 얼굴과 눈빛만 봐도 척척 호흡을 맞출 수 있을 만큼 정서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쇼트트랙에 팀추월이라는 종목이 있다. 세 명의 선수가 일렬 종대로 바짝 붙은 채 달려서 경쟁팀을 이기는 게임이다. 맨 앞 선수(1번)와 중간 선수(2번), 맨 뒤 선수(3번)가 나란히 달리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여기서 퀴즈 하나. 이들 중 가장 실력이 좋은 선수는 누구일까. 다양한 응답이 나온다. 나름 이유도 있다. 하지만 정답은 정해져 있다. 가장 기량이 뛰어난 선수는 1번 선수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뛰어난 선수는 누구일까. 여전히 아리송하겠지만 두 번째 기량의 보유자는 3번 선수다.

왜 그런지 보자. 맨 앞에 달리는 선수는 빠르게 속도를 내는 쇼트트랙 경기의 특성상 엄청난 맞바람을 뚫어야 한다. 힘이 센 것은 물론이고 언제 속도를 내고 언제치고 나가야 할지 전략적인 선택을 하는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한다. 경험이 많아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 셋째 자리에 두 번째로 뛰어난 선수를 배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팀추월은 팀 전체를 하나로 본다. 맨 뒤 선수가 1, 2번 선수와 떨어져 있으면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기량이 두 번째로 뛰어난 선수를 맨 뒤에 배치한다.

중간에 있는 최하위 기량 보유자를 뒤에서 밀어주고 이탈하지 않도록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한다. 쇼트트랙 팀추월은 조직에서 팀워크의 원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만약 세 명이 내부에서 불협화음을 내면 어떻게 될까. 이 팀은 결코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없다. 조직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어렵다. 그렇게 되면 조직이 약화되고 시장에서 경쟁도 불가능해진다. 현대 조직에서 팀워크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 톱다운 방식의 조직에서는 리더의 역량이 중요했다. 나를 따르라고 이끌면 팀원들이 저절로 따라오는 경향이 강했다. 리더가 잘만 이끌어주면 조직은 저절로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수직적 직급 체계를 단순화한 삼성의 사례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고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조직 내 의사결정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조직구조 역시 이런 변화에 맞춰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조직으로 바뀌고 있다.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이사-상무-전무-전무-부사장-사장의 다단계 구조는 의사결정이 느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그래서 국내 기업들도 직급을 단순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잇따라 대리나 과장, 부장 같은 직급 대신 ‘팀장-팀원’ 체계로 바꾸는 것도 이런 흐름에 따른 결과다. 연공서열에 기반한 경직된 구조를 바꿔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국내 주요기업은 이를 위해 수직적 직급 체계를 단순화하고 팀제 도입에 나서고 있다.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삼성전자의 인사제도 개편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7단계인 직급체계를 4단계로 간소화하고 호칭은 ‘∼님’으로 통일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사원1∼3,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수직적 직급 개념을 직무 역량 발전 정도에 따라 ‘경력개발 단계(Career LevelㆍCL)’로 나눠 4단계(CL1∼4)로 줄인다. 연공서열에 따른 승진은 지양하고 실력에 따라 평가하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직원 간 호칭은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님’으로 한다. 예를 들어 현재 부하직원이 ‘김삼성 부장님’이라고 부르던 것을 앞으로는 ‘김삼성님’으로 한다는 것이다. 타 부서 간 호칭은 ‘님’으로 통일하되 같은 부서끼리는 ‘프로’, ‘선(후)배님’ 등을 자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영어이름을 부르는 것도 허용된다. 단 팀장, 그룹장, 파트장, 임원은 직책으로 호칭한다. 직원 간 호칭은 수평적으로 통일하면서 높은 직책은 예외로 두는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거부감 없이 호칭을 안착시키기 위해 우선 직원 간에 호칭만 통일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불필요하게 사무실에 남아 있는 잔업 문화를 없애고 휴가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문화를 바꿔 나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상급자 눈치를 보며 퇴근하지 않는 ‘눈치성’ 잔업, 불필요한 습관성 잔업, 특근을 근절할 것”이라며 “직원들이 연간 휴가계획을 사전에 자유롭게 수립해 충분히 재충전할 수 있는 휴가 문화도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회의는 반드시 필요한 인원만 참석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결론 도출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참석자 최소화, 1시간 베스트, 전원 발언, 결론 도출, 결론 준수 등을 회의 권장사항으로 결정했다. 직급 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치는 보고 문화도 개선해 동시보고를 활성화하고, 핵심 내용을 전달하는 보고 문화를 정착시킨다는 목표다.

이런 바람은 기업 성장을 위해 창의와 혁신이 중요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에피스 같은 바이오 기업에서 시작됐다. 올해 초 팀제를 도입하면서 대리와 과장, 차장, 부장 같은 기존 직급 대신 각각 프로와 담당으로 용어를 바꿨다. 삼성생명도 5단계 직급(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을 4단계(사원-선임-책임-수석)로 단순화했다. 삼성생명은 “직급 간소화는 직급보다 직무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업무 체계 중심의 직급체계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올해부터 시행되는 정년연장으로 인한 임금피크제 도입의 영향도 있다”며 “기존 관리자 역할에 중점을 뒀던 부장급은 인사체계의 변화로 직무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연공서열 위주의 직급제를 업무 중심으로 전환하고 인사평가 방식을 손질하는 대대적인 개편작업을 벌였다. 지금의 인사구조로는 변화와 혁신을 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간판기업의 이런 변화는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선진 기업에선 이 같은 직급 단순화가 이미 널리 보편화돼 있다. 직급보다는 직무 중심으로 일이 돌아가기 때문에 세세한 직급을 둘 필요가 없다.

이런 변화는 팀워크에 많은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히딩크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 팀을 4강으로 끌어올린 배경으로 호칭 파괴가 큰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눈앞이 핑핑 돌 정도로 공이 날아다니는 그라운드에서 “~형”, “~야” 식으로 부르면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다는 걸 히딩크가 간파한 것이다. 위계질서가 강조되면 창의가 나올 수 없는 건 축구 같은 운동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여기에 맞춰 리더십도 바뀌어야 한다. 과거 상명하복식 문화가 거의 사라지고 팀장-팀원 간에도 수평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한 조직에서는 리더십을 발휘하기란 여간해서는 쉽지 않다. 지금은 심지어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대통령 말도 그대로 먹히지 않는 세상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팀워크를 극대화하려면 어떤 스킬과 노력이 필요할까. 비결은 쇼트트랙 팀추월의 비유에 이미 나와 있다. 팀장은 팀원보다 훨씬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정확하게 방향을 제시하지 않으면 팀원이 따라오기 어렵다. 이를 위해서 팀장은 스스로 실무를 수행하고 현장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 현장을 잘 모른 채 팀원에게 일을 시키면 괴리가 발생해 목표 달성에 문제가 발생한다.

팀워크 이전에 팀원의 역량 관리가 먼저

예컨대 은행에 입사하면 아무리 명문대를 나오고 공인 회계사 같은 자격증이 있어도 처음에는 변두리 지점 창구에서 동전을 바꿔주는 단순 업무부터 시작한다.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다. 회의 자료 복사를 비롯해 단순한 업무를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나중에 조직 내 경력 사다리를 타고 핵심 업무를 맡게 돼도 일을 제대로 처리하기 어렵다. 현장을 잘 모르기 때문에 부적한 지시를 내리기 쉽다. 현장을 모르면 팀원은 현장의 문제를 덮어둘 수도 있고, 팀장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팀추월의 비유에 나오는 세 번째 선수를 이끄는 것도 중요하다. 팀장과 다른 팀원이 아무리 잘해도 능력이 부족한 팀원이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면 팀워크의 결과는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 사실 팀워크 이전에 팀원의 역량 관리가 먼저라는 얘기다. 아무리 좋은 팀워크를 이루려고 해도 팀원의 역량이 부족하면 팀 전체의 역량도 저하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웃라이어’는 팀워크의 걸림돌이다. 많은 관리자들은 무능한 팀원은 개선시켜 나갈 수 있어 함께 일할 수 있지만, 제발 ‘관심 팀원’은 만나지 않게 해달라고 한다.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사고방식이 너무 다른 팀원 간에는 시너지가 나올 수 없다는 얘기다. 그 결과 팀은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목표 달성에도 실패할 수 있다.

따라서 효과적인 팀을 구성하려면 팀워크를 저해할 수 있는 부정적 요인부터 제거해야 한다. 팀이란 공동의 미션 수행을 위해 구성되지만 정상적인 팀조차 잠재적인 능력을 모두 발휘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점에서 부정적 요인이 있다면 팀 운영의 효율은 더욱 저하된다. 예컨대 세 명이 줄을 잡아당기면 가장 이상적인 결과는 세 명이 각자 끄는 힘을 모두 합한 만큼의 힘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결과는 그렇지 않다. 함께 끌면 오히려 각자 끄는 힘의 합보다 적게 나온다. ‘1+1+1=3’이 아니라 ‘1+1+1<3’이라는 결과가 산출되기 쉽다는 얘기다. 이는 개인이 집단으로 작업할 때 혼자 작업할 때보다 힘을 덜 쏟는 경향으로 사회적 태만(social lofting)의 결과다.

이런 현상은 1927년 독일의 심리학자 링겔만(Max Ringelman)에 의해 보고된 것으로, 집단의 생산성은 적어도 개인의 생산성을 합한 것 이상일 것이라는 가정을 전면으로 부정해 주목을 끌었다. 더구나 팀원이 증가할수록 전체의 산출은 증가하지만 개인의 생산성은 계속 감소한다는 실험이 뒤이어 줄줄이 입증됐다.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조직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팀워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팀워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조직이 당초 했던 기대 목표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팀을 구성하고 관리해야 팀워크를 극대화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일만 잘하는 사람들이 모인다고 기대했던 목표가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카벤바흐·스미스의 정의처럼 ‘팀이란 서로 보완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 모두 책임을 져야 하는 공동 목표를 향해 몰입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Kazenbach & Smith, 1999).

정서적인 래포(rapport)도 필요하다. 서로 얼굴과 눈빛만 봐도 척척 호흡을 맞출 수 있을 만큼 정서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갈등이 생겼을 때는 당사자들의 얘기를 모두 들어보고 상층부에서 갈등과 오해를 풀어주는 기회와 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회사의 고위간부가 팀을 대상으로 수시로 티타임을 갖고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는 것도 팀워크 활성화에는 윤활유가 된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면 팀 구성원의 직무만족과 조직몰입 수준은 일반적으로 향상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자신의 의무가 아닌데도 자발적으로 업무를 찾아서 해결하고 동료를 돕는 친사회적 행동(prosocial behavior)이나 조직시민행동(OCB)이 널리 확산될 수도 있다.

공정한 성과평가 이뤄져야


▎(왼쪽) 쇼트트랙 팀추월은 조직에서 팀워크의 원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량이 두 번째로 뛰어난 선수를 맨 뒤에 배치하는데 중간에 있는 최하위 기량 보유자를 뒤에서 밀어주고 이탈하지 않도록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한다. / (오른쪽) 위계질서가 강조되면 창의가 나올 수 없는 건 축구 같은 운동도 마찬가지다. 히딩크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4강으로 끌어올린 배경에는 호칭 파괴가 큰 역할을 했다.
팀워크를 위해서는 공정한 성과평가는 기본이다. 동료 간에 또는 선후배 간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일이나 성과 가로채기가 벌어져서는 팀워크가 살아나기 어렵다. 이런 파괴적 행위는 팀워크를 깨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해 조직 목표 달성에 심대한 부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무엇보다 동료의 사기를 저하시키기 때문에 조직의 긍정적 분위기를 파괴한다. 따라서 팀 구성원에게 명확한 업무를 할당하고 절차적 공정성을 철저히 지킴으로써 평가에 대한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더구나 같은 팀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뒤섞여 일하는 구조에서는 일 가로채기가 더욱 만연할 수 있다. 단기성과를 추구할수록 성과 가로채기의 유혹은 더욱 커진다. 따라서 명확한 역할과 책임(R&R) 부여와 핵심성과지표(KPI) 설정은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 R&R이 명확해야 일의 범위와 책임이 정해지고 평가의 기준도 마련된다. KPI는 직무의 특성에 따라 설정돼야 한다. 영업직처럼 판매량 같은 계량화 지표를 쓸 수 있다면 철저하게 계량화 지표 위주로 평가해야 한다. 반면 기획이나 연구직 같은 분야라면 기획의 질과 양을 고루 평가해야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사내정치’ 역시 조직을 파괴하는 악성 바이러스다. 파벌과 라인을 만듦으로써 인재 발굴을 저해하고 조직 규범을 무너뜨려 조직 내 기회주의가 만연하게 만든다. 이는 결국 구성원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조직의 역량 저하로 이어진다. 이 문제 역시 공정한 성과평가 장치를 통해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 사이의 일이므로 어느 정도 호불호가 생기고 사내정치가 뒤따를 수 있지만 과도하게 되면 윤활유가 아니라 조직을 파괴하는 독극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팀워크의 궁극적인 결과는 조직 목표 달성이다. 따라서 팀 구성원이 조직 목표 달성을 위해 한마음으로 뛰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조직 목표가 불명확하다면 사공이 많은 배처럼 구성원은 제각각 ‘마이 웨이’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조직 목표가 있는데 중간 점검이 소홀한 경우도 문제다. 이렇게 되는 것은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 계량화하지 못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고객만족(CS)을 측정해보면 된다. 조직 운영 목표에 맞춘 평가항목을 만들어 고객에게 설문해보면 어느 정도 방향을 알 수 있다. 기업의 궁극적 목표가 이익 창출이라면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인 경영은 고객만족에서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동호 - 중앙일보 논설위원. 연세대를 나와 KDI(한국개발연구원) MBA와 동국대 경영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쓴 책으로 『소니가 삼성에 따라잡힌 이유는』, 『대통령 경제사』 등이 있다.

201608호 (201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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