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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호 에프앤가이드 대표 

“글로벌 데이터 유통그룹 되겠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사진 최정동 기자
에프앤가이드(FNGUIDE)는 주식과 채권, 펀드에 대한 성과평과와 분석, 기업의 재무, 가치평가 등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금융정보업체다. 김군호 대표는 애널리스트 1세대 투자전략 전문가로 손꼽힌다.

▎글로벌 데이터 유통그룹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진 김군호 대표.
김군호(55) 에프앤가이드 대표는 두 달 전부터 매주 목요일 오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회사 12명의 대리급과 독서모임을 갖고 있다. 한 권의 책을 12명이 돌아가면서 한 챕터씩 맡아 읽고 요약해 발표한다. 발표 후 나머지 사람들이 의견을 나눈다. 김 대표는 “자본시장에 대한 정보와 데이터를 분석하는 회사의 업무 특성상 자본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변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1986년 고려증권(1997년 폐업)에 입사하면서 금융투자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고려증권을 거쳐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을 지냈다. 그가 업계에서 활동한 10여 년 동안 국내외 금융데이터의 정확한 분석과 예측으로 당시 투자자들에게 많은 신뢰를 얻었다.

에프앤가이드 설립도 우연한 기회였다. 삼성증권에 근무하던 중 외환위기를 겪으며 개인 투자자들이 정보 부족으로 많은 돈을 잃는 것을 봤다. 그러던 중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있으면 한번 내보라는 회사의 권유가 있었다. 그는 투자자에게 객관적이고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에프앤 가이드 모델을 제안했다. 회사에서도 당시 미국에서 시작된 정보기술(IT) 붐이 일면서 국내에서도 IT와 증권업을 접목한 사업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지난 2000년 7월 삼성그룹 내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인 ‘e삼성’의 계열사로 자본금 60억원에 설립됐다. 에프앤가이드는 ‘금융(financial)과 안내인(guide)’의 약자다. 당시 팀장이었던 그는 대표 자리로 올랐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수천만 건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설립 5년 만에 흑자로 전환

출발은 좋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원하는 수요는 있었지만 유료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서다.

적자가 이어지고 2000년 초반 이후 IT 붐이 꺼지면서 삼성그룹이 자본금을 회수하겠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막막했다. 그때 찾아간 곳이 현재 최대 주주인 화천 기계다. IT 애널리스트로 활동했을 때 알게 된 권영렬 화천기계 회장에게 사정을 말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 분야가 생소했던 만큼 권 회장은 고심을 했다. 권 회장은 김 대표가 지분을 사면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덕분에 지금의 에프앤가이드를 계속 이끌 수 있었다. 현재 화천기계와 화천기공, 계열사 임원들이 69%를, 김 대표가 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큰 위기를 겪었지만 이듬해 흑자로 돌아섰다. 유료 정보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난 5년간 축적한 금융 데이터 덕분이었다. 금융데이터가 쌓일 수록 고객들은 늘어났다. 현재 주요 고객사는 증권사와 운용사, 연기금이 주요 고객이다. 그는 “증권과 자산운용사, 연기금 고객이 전체 고객의 45%로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며 “갈수록 은행이나 학교, 정부(연구)기관 등의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는 지난해 매출 95억원에 13억의 순익을 냈다. 올해는 112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는 국내 대표 금융정보업체지만 김 대표는 아직 갈길이 멀다고 말한다. 그의 최종 목표는 글로벌 업체로 성장하는 것이다. 해외 금융상품과 기업 투자 정보까지 제공해 글로벌 데이터 유통그룹이 되겠다는 포부다. 김 대표는 “과거에는 외국인들이 한국시장에 투자했지만 지금은 자본축적이 된 한국 투자자들이 외국에 투자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세계 상장 기업들의 데이터를 축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금융 데이터·컨텐트 서비스 기업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등과 데이터 라이선스 계약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조만간 체결할 계획이다. 그는 “계약 후 아시아는 물론 미국 주요 국가로 데이터 제공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회사만큼이나 공들이는 게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코넥스 활성화다. 그는 중소기업 전용시장인 코넥스 회장을 2년째 맡고 있다. 지난 2013년 7월 문을 연 코넥스는 벤처·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이다. 정부의 창조경제 육성 정책의 일환으로 ‘창업→코넥스→코스닥’으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가 코넥스를 이끈 지난 2년 간 코스피·코스닥에 이어 제 3의 주식시장으로 안착했다. 그는 “코넥스 상장기업 중 10% 정도인 16개 기업이 코스닥시장으로 옮겨갔다”며 “코넥스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코넥스에 상장하겠다는 기업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코넥스 시장에는 에프엔가이드도 상장되어 있다. 내년 하반기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출범 당시 4689억 원이었던 코넥스 시가총액은 올해 7월 14일 현재 5조1253억원으로 늘었다. 상장기업 수는 100개 증가했다. 현재 코넥스에 상장된 기업 수는 123개다. 출범 초기 일 평균 6만 주와 4억원 수준이었던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현재 각각 20만~30만 주, 30억~40억원으로 늘었다. 짧은 시간 동안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김 회장의 노력이 컸다. 그는 “협회장의 일은 코넥스 기업들과 관계당국 간 소통이 잘 이뤄지도록 하는 통로역할”이라며 “거래소도 처음 여는 시장이기 때문에 협회의 의견을 많이 피력했다”고 말했다.

그중에 하나가 투자 거래 활성화를 위해 기본 예탁금 규제를 낮춰달라는 것이었다.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거래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그 의견을 받아들여 지난해 개인투자자의 거래 예탁금을 기존 3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고, 연 3000만원 한도 내에서는 예탁금 없이도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소액투자전용계좌를 도입했다. 투자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올 들어 코넥스시장의 시가 총액은 1조원이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코스피·코스닥에 비해 코넥스는 여전히 거래가 적다. 때문에 아직까지 코넥스 공모펀드는 ‘0’개다. 펀드를 만드는 자산운용사들은 공모펀드를 만들려면 주식 분산을 위해 대주주 물량을 풀거나 신주발행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코넥스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와는 달리 분기·반기별 보고서 제출 의무가 없다. 김 대표는 “코넥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모펀드가 출시되어야 한다”며 “코넥스는 주식 유동성이 코스피나 코스닥보다 적은 만큼 펀드 환매제한 기간의 조건을 걸고 출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사진 최정동 기자

201608호 (201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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