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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적으로 위험을 감수해온 이들에게 의미있는 보상하겠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뉴욕증시 상장 장면을 보며 뭉클한 마음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2년여 만에 공식 석상에 나선 이해진 의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자회사 라인주식회사(이하 라인)가 글로벌 증시에 상장된 지난 7월 15일 강원도 춘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뉴욕과 도쿄 증시에서 동시 상장한 라인은 상장 첫 날부터 대박을 터뜨렸다. 라인은 뉴욕 증시 상장 첫 날인 지난 7월 14일(현지시간) 공모가(32.84달러)보다 26.6% 오른 41.5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도쿄 증시 데뷔일인 지난 7월 15일엔 공모가(3300엔)보다 31.7% 높은 4345엔에 장을 마감했다. 라인의 기업가치는 순식간에 1조엔(10조8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27위인 롯데케미칼(10조84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이 의장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미 3~5년 전부터 라인의 상장을 준비해왔다. 업계에서는 라인의 상장 시기가 늦어지는 바람에 평가가치가 떨어져 제 값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의장은 “어떻게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얼마나 크게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하는 것은 주주들에 대한 책임감 있는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일반 투자자들에게 라인의 매출 현황과 비전을 설명할 수 있는 지금이야말로 상장의 적기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라인의 상장을 “절박함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에 해외 진출에서 성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2000년 일본에 네이버의 검색 서비스를 선보이며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꿨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일본에서의 성공 이후 눈을 돌린 곳은 동남아였다. 현재 라인의 월간 이용자는 2억1800만 명으로 이 중 3분의 2는 일본·대만·태국·인도네시아 등 4개국에 집중돼있다.

국내외 기술 기업에 적극 투자 계획

이 의장은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상장으로 생긴 자금의 상당 부분을 기술 쪽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술 투자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게 돼 한 번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며 “자체 기술 개발 외에도 국내외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도 공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자금이 많은 외국 회사들은 다양한 기술에 투자할 수 있지만 네이버는 그에 비해 보유하고 있는 자금 규모가 작다”며 “지금 연구소에서 개발하고 있는 기술을 중심으로 잘 초점을 맞춰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확실한 성과보상을 통해 구성원들의 도전을 고취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실제로 라인을 일군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책임(CGO)은 라인 임직원 중 가장 많은 1026만4500주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받았다. 라인이 발행한 총 스톡옵션(2556만9000주)의 절반 가량을 신 CGO가 가진 셈이다. 이 의장이 보유하고 있는 스톡옵션은 557만2000주로 신 CGO의 절반 수준이다.

이 의장은 이같은 성과보상에 대해 “네이버가 안정적으로 일하는 곳에 머물지 않고 또 다시 꿈꾸고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해외에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려면 초기의 리스크를 짊어지고 모든 걸 바쳐 일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보상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제가 받은 스톡옵션 역시 이사회에서 라인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말을 할 만큼 위험을 감수한 데 따른 보상”이라며 “안주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면 의미있는 보상이 이뤄지는 문화와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201609호 (201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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