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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듀퐁 클래식에 새긴 그의 스토리(6) 박순서 KBS기자 

답이 아니라 문제를 찾아라 

대담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진행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취재내용을 90초 내외의 뉴스로 제작하는 기존 방송기자와 달리 박순서 기자는 50분 내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계속 갈등과 오해가 쌓여가는 한국 사회를 감정이나 말꼬리 잡기식이 아닌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박순서 기자는 KBS 시사기획 ‘창’을 통해 시대를 통찰하고 사회와 소통한다. 다큐멘터리 제작에 전념한 지는 15년 정도다. 빅데이터·승자독식·인공지능과 같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안을 재빨리 포착한다. 해법제시보다 문제제기를 통한 사회 구성원 스스로가 고민하고 소통하도록 다큐멘터리를 구성해 주목받는다. 송길영 부사장은 “박기자의 문제제기는 관찰의 힘에서 나온 결과”라고 했다.

송길영(이하 송): 빅데이터 관련 다큐멘터리가 2011년 이었나?

박순서(이하 박): 맞다. 신년기획이었다.

송: 벌써 5년이라니. 시간이 빠르다. 나도 당시 중앙일보 이승녕 기자와 한국사회를 빅데이터로 읽어보자는 기획을 했었다. 내 경우는 내가 하는 일이니까 그렇다치고 박 기자가 빅데이터에 흥미를 가지게 된 계기는?

박: 기자들은 특유의 현장감과 취재원에 많이 의존한다. 그러다 데이터저널리즘에 눈뜨고 공부하면서 세상을 과학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미국이나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던 탐사보도에도 관심이 많았고. 계속 갈등과 오해가 쌓여가는 한국 사회를 감정이나 말꼬리 잡기식이 아닌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그러다 사회의 포괄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빅데이터를 알게 됐다.(박순서 기자는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데이터저널리즘을 연구했다.)

‘우리 삶을 한번 돌아보자’는 게 핵심


송: 내가 삼성사장단 회의에서 빅데이터를 강연한 게 2013년 2월이다. 그런데 박 기자는 이미 2011년 빅데이터를 이야기했고 2012년엔 한국 사회의 양극화와 기회 불균등 문제를 탐사 기법으로 분석한 ‘승자독식의 자화상’으로 삼성언론상을 수상했다. 남들보다 문제의식을 포착하는 감이 뛰어난 것 같다.

박: 갈증이 있다. ‘왜 이렇게 살지?’라고 하는. 사회가 너무 안 변하니까. 매번 이상한 논쟁들에 휘말리는데 솔루션은 없지 않은가. 공감할 수 있는 툴을 계속 찾고 문제제기를 할 뿐이다.

송: 깨어있는 시민이 되자는 건가.

박 :그렇다. 승자독식의 삶도 그랬고 ‘한번 돌아보자’는 게 핵심이다. 우리 삶을 돌아보고 ‘진짜 이게 맞아?’라고 묻는거다.

송: 관성을 깨보자?

박: 형광등을 켜주는 정도다. 스스로 답을 도출하게 도와주는 식이다. 기본적으로 이상한 걸 잘 못본다. 비정상적인 것들에 예민하고. 당장 프로그램화 하진 않더라도 메모해 둔다. 바둑돌 두듯 놓아두다 보면 사회 문제는 결국 다 연결돼 있더라. 어디를 잡아당겨야 매듭이 풀리는지 유심히 보고 고민한다.

다규멘터리 만들며 세상과 대화하는 법 찾아


송: 결국 문제의식은 관찰의 힘이란 생각이 든다. 뜬금 없지만 사회학을 전공하셨는데 그게 과학인 줄 알았나?

박: 몰랐다. 점수 맞춰서 그냥 간 거다(하하하). 결과적으로 언론사에 들어와보니 신문방송학과보다는 사회학을 전공한 게 잘 한 것 같다. 사회학은 문제를 찾고 보고 정의하고 갈등의 골을 생각한다. ‘승자독식의 자화상’때도 그랬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보니 밤 12시에 무거운 가방 메고 야자, 학원 다녀오는 아이들이 보이더라. 내 아이도 그 속에 있었다. ‘어떻게 바꿀 수 없을까?’하다 만든 프로그램이다.

송: 독특한 게 제작본부가 아닌 보도본부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는 점이다. 기자이자 작가이고 프로듀서 역할까지.

박: 남들이 안하는 걸 해보는거다. 난 일에 관해선 늘 자신만만한 캐릭터다. 뉴스하다 보니 할 이야기는 많은데 너무 짧더라. 그래서 탐사다큐로 전환했다.

송: 나 역시 10년 정도 기술파트에 있다 마케팅 필드로 전직했다. 기술 전공자가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주도하고 싶어 결정했지만 돌아보면 무모했던 것 같기도 하다. 박 기자의 경우 소위 권력집단이라고 불리는 기자 고유의 업무를 내려놓은 게 두렵진 않았나?

박: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세상과 대화하는 법을 찾은 거다.

송: 단편소설 작가가 대하소설 쓰기란 쉽지 않다. 다큐는 50분 또는 150분일 수도 있고. 호흡의 어려움은 없었나? 단편영화제에서 상 받고 장편영화로 데뷔해 어려움을 겪은 감독들이 적지 않다.

박: 좋은 재료가 있으면 어렵지 않다. 주제가 뚜렷하면 설명하고 풀어내는 과정은 쉽다. 제작보다는 무엇을 다루느냐가 중요했다.

송: 박 기자의 다큐멘터리는 빽빽한 유화가 아니라 여백미가 느껴지는 수채화 같다.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영상 화법은 어디서 배웠나?

박: 강요하는 식의 직접적인 전달은 싫어한다. ‘A는 B다’라고 소통하는 방식은 시청자들의 지적 수준과 역량을 너무 낮춰보는 거라 생각한다. 난 교양이 아닌 대화를 위해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해답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일 수 있다.

영상은 내가 해오던 일이 아니라 공부를 했다. 광고 공부. 대중들은 그냥 지나치고 싶어하는 환경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은 광고를 참고하면 좋겠다 생각했다. 박웅현CD 강연도 듣고 책도 읽고 연습했다. 언론진흥재단에서 전국PD를 모집해 NHK연수를 진행했는데 “기자도 다큐 만들 수 있으니 기회를 달라”고 말해 다녀왔다. NHK뿐 아니라 BBC 등 엄청나게 많은 다큐멘터리를 봤다. 좋은 다큐는 주제가 심플하더라. 심플한 문제의식.

송: 조금 비켜간 이야기지만 딴지일보에서 ‘교육대학이 힘든 이유는 문제의식을 가질 수 없어서’란 글을 봤다. 심지어 문제의식을 가지면 곤란한 환경이라고 하더라.

박: 동감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답을 배우는 환경이다. 그러니 문제의식도 없고 답은 천편일률이다.

송: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와서. 다음 10년은?

박: 계속 이렇게 가지 않을까? 눈에 보이는 문제를 계속해서 풀어나가는 일. 좋아하니까 계속 할 것 같다.

송: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다.

박: 결과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긴 하다. 나 역시 처음에 비판적 입장이 많았다. 주변에선 소위 “조져야지. 그게 뭐야”라고 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설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게 중요하더라


송: 내가 하는 일이 옳은데 왜 굳이 조직을 설득해야 하는지 회의적인 시각도 들었을 텐데.

박: 옳다기보단 믿음이 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송: 셔츠에 새긴 글의 의미는 뭔가?

박: 좋아하는 걸 찾아가다 보면 자신에 내재된 능력과 가능성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가능성을 찾아보자는 의미다. 내 인생을 정리할 수 있는 워딩을 찾아보는 기회가 됐다. 삶과 직업 철학을 물어보길래 지나보니까 좋아하는 일들을 계속하고 있다는 의미를 설명하고 싶었다.

송: 직업이 아닌 자신만의 업을 가졌다는 생각이 든다. 사장, 본부장과 같은 직함이 아닌. 조직 내에서의 목표가 아니라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애정이 보인다.

박: 과찬이고, 고마운 말씀이다.

- 대담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진행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201609호 (201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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