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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낫 다칼 네팔 평화재건부 장관 

‘직업이 장관’인 네팔의 명사 

카투만두(네팔)=나권일 기자 na.kwonil@joongang.co.kr
마흔 갓 넘은 나이에 장관직을 두 번이나 수행하고 있는 네팔의 재선 국회의원. 에크낫 다칼 장관이다. 그는 17년 동안 100여 차례나 한국을 찾았던 친한파이기도 하다. 네팔의 재건과 평화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다칼 장관을 인터뷰했다.

▎에크낫 다칼은 재선 국회의원으로 장관만 2번째다. 그리고 소문난 한국통이다.
햇볕 쨍쨍한 마른 하늘에 갑자기 장대같은 비가 하염없이 쏟아지는 네팔의 여름, 그것도 우기의 한복판인 7월 말의 카투만두는 낡은 차량들과 오토바이 행렬이 뿜어내는 매연으로 도시 전체가 온통 뿌연 회색 빛이었다. 네팔은 지난해 4월 25일, 규모 7.8의 강진이 카트만두 일대를 강타하면서 900여 명이 사망하고 17만여 명이 집을 잃었다. 네팔 최대의 힌두교 성지인 파슈파니나트 사원을 비롯해 박다푸르 유적, 다라하라 9층탑 등 네팔이 자랑하는 유네스코 선정 세계문화유산 7곳이 무너지거나 주저앉았다. 도시 곳곳에서 무너진 건물과 탑을 일으켜 세우는 복구 공사, 국토 재건을 위한 SOC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공사 현장 한 켠에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달려가는 어린아이들의 구걸이 줄을 잇는다. 가난한 나라 네팔이 처한 생생한 모습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묵묵히 지진으로 파괴된 네팔 국토의 재건과 내전의 치유를 어루만지며 평화 만들기에 앞장서온 인물이 있다. 바로 에크낫 다칼(Ek Nath Dhakal·42) 네팔 평화재건부 장관이다. 내무도 외무도 재무도 아닌, 평화재건부 장관이라니, 그의 역할이 궁금해졌다. 네팔천주평화연합(UPF)이 주최해 지난 7월 28일~30일 카투만두에서 열린 국제지도자콘퍼런스(ILC) 회의 참석차 네팔을 찾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가정연합) 관계자들의 주선으로 그를 만났다.

지진 피해 복구와 SOC 재건에 앞장서

네팔의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우리는 지난 10여 년간의 정치적 소용돌이를 겪은 끝에 지난해 새 헌법을 채택하면서 민주체제로 전환했다. 새 헌법 채택 이후 평화로운 나라, 국민을 위한 나라가 되기 위해 국민들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짧은 기간에 모범적인 나라를 만든 한국인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한국이 추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배우려고 한다. 지진피해 복구도, 경제 재건도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닮고 싶다.(웃음)

지진 피해 복구 담당 주무 장관으로 알고 있다. 지진 피해 복구는 잘 진행되고 있나?

지난해 갑작스런 대규모 지진으로 네팔 GDP의 25%를 잃었다. 하지만 우리는 절망에서 벗어나 두 가지에 집중하고 있다. 유네스코 유적지 복원과 피해 국민 지원 사업이 그것이다. 지금 유적지 복원은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무너진 다라하라 9층탑 등을 2018년까지 원상 복구할 계획이다. 세계 각국에서 보내온 지원금은 모두 국가재건청으로 집중시켜 집행되고 있다. 지진이 나고 나서 가정연합 한학자 총재께서 가장 먼저 긴급 구호자금으로 100만 달러를 보내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깊이 감사드린다. 지진 피해 복구 지원금은 현재까지 20만 가구에 500달러씩 지급됐는데, 앞으로 70만 가구로 확대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 그리고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는 건물을 지을 때 지진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정부가 내진 기준을 마련하려고 준비 중이다.

평화재건부 장관인 그의 업무에는 공항과 고속도로, 병원 등 네팔의 부족한 인프라 구축도 해당된다. 이를 위해서는 선진 토목·건설 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다칼 장관은 이에 대해 “국가 재건을 위해 한국의 건설과 토목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자동차와 휴대폰, 호텔 등 한국 기업들이 네팔로 진출해 비즈니스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한국이 네팔에 더 많은 투자를 했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네팔은 1996~2006년 10년 동안 내전을 겪었다. 갈등과 분쟁을 겪은 모든 정치조직들을 만나 평화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평화재건장관인 그의 업무다.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정해진 네팔에서 상류계급에 속하는 그는 고 문선명 가정연합 총재의 눈에 일찍 띄어 지도자로 성장했다고 한다. 문 총재의 인도로 필리핀 여성과 결혼해 여섯 딸을 두고 있다. 생전의 문 총재는 다칼이 네팔의 재목이 될 인물이라며 무척 아꼈는데, 2005년 문선명·한학자 총재 부부가 네팔을 방문한 뒤 가정연합 교세가 크게 확장돼 현재 신자수만 30만명이 넘는다고 했다.

고 문선명 총재와의 인연이 흥미롭다.

나도 신기하게 생각한다. 문선명·한학자 총재 두 분이 네팔천주평화연합(UPF)을 창설한 바로 그날, 서로 총을 들고 싸우던 네팔 마오주의자들과 네팔 정부 사이에 평화협정이 조인됐다. 네팔에 전쟁이 사라지고 평화가 온 것이다. 그래서 네팔 사람들이 UPF의 평화운동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8월 19일은 문선명 총재가 성화(별세)한지 4주기가 된다. 네팔 사람들은 한 평생 세계평화와 인류구제사업에 헌신해온 문 총재를 잊지 않고 있다.

네팔가정당 대표이자 평화운동 리더


▎세계평화국회 의원연합은 앞으로 매년 총회를 개최해 기후변화와 빈곤, 테러 등 글로벌 이슈를 공동 논의하고 인류 평화와 화합 방안을 도출·실천하는 데 기여하기로 했다. 사진 가운데는 한학자 가정연합 총재의 기조연설을 대독하는 문연아 WFWP세계회장.
네팔가정당은 네팔 국민들의 이같은 호의를 바탕으로 교세를 확장해 2020년까지 네팔 의회의 10% 의석을 확보한다는 비전을 제시해놓고 있다. 그렇게 되면 가정당이 네팔의 집권당이 되어 문 총재의 평화사상을 네팔에서 구현할 기회를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혹자는 “네팔의 차차기 총리 후보자로도 눈여겨볼만 하다”고 귀띔했다. 그래서일까? 다칼 장관은 이번 ILC 회의를 통해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 출범을 주도했다. 네팔에서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 아시아·오세아니아권 조직이 결성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

네팔에서 ILC를 개최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ILC 개최는 네팔에 새 헌법이 공표돼 민주제로 전환한데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대지진 피해를 복구 중인 국민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기획됐다. 무엇보다 전세계가 진정한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영향력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선 아시아·태평양 연안 국가의 총리, 국회의원 등 전·현직 국가 지도자와 종교 지도자들이 모이는 ILC 2016을 카투만두에서 개최한 것이다. 앞으로 매년 총회를 개최해 기후변화와 빈곤, 테러 등 글로벌 이슈를 공동 논의하고 인류 평화와 화합 방안을 도출·실천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번 아태 지역에 그치지 않고 세계의 국회의원들이 대륙별로 모여 우애와 단합, 통일, 화합을 통해 세계 평화에 기여해야 한다. 한학자 총재께서도 “평화는 폭력적 분쟁과 갈등이 없는 것만이 아니라 화합과 균형, 상호 존중과 이타주의로 이뤄진다”면서 “전세계 국회의원들이 하나가 돼 평화를 위해 협력한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행복하고 화합하며 영구적인 평화의 세계를 실현할 수 있다”며 격려해주셨다.

이번 회의에 아태지역 지도자들이 많이 참석한 것으로 안다.

아노테 통 전 키리바시 대통령, 케사이 노트 전 마셜제도공화국 대통령, 마드하브 쿠마르 네팔 전 총리 등 전·현직 정부 요인들이 많이 참석했다. 북한 쪽 요인도 초대했는데, 이번에는 여의치 않아 못 왔다면서 다음에는 꼭 참석하겠다고 했다. 네팔은 남북한과 외교관계를 가지고 있고, 대사관도 둘 다 카트만두에 있다. 평화재건부 장관인 제가 국내외를 초월한 평화운동을 통해 조금이나마 남북한의 평화통일에 기여하고 싶다. 이번 행사에는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 부부도 참석했다. 올리 네팔 총리는 환영사에서 “이 회의릍 통해 사람을 진정으로 변화시켜 도덕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를 형성해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다칼 장관에 힘을 실어주었다.

지도력과 친화력 갖춘 네팔의 유망주

다칼 장관은 네팔 정계의 유망주로 꼽힌다. 재선 국회의원으로 장관만 벌써 2번째다. 30대 중반이던 2008년 제헌의회 구성 때 네팔가정당을 대표해 비례대표로 당선된 그는 2012년 마오당 집권기에는 빈곤구제협력부 장관으로 재임했다. 2013년 재선에 성공한 후 지난해 레닌당 주도의 내각이 구성되자 평화재건부 장관을 맡았다. 다칼 장관은 이번에 다시 마오당 주도로 새로 구성되는 연립 내각에도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직업이 장관’이라고 할 정도로 관운이 좋다. 그가 소속된 네팔가정당은 2석에 불과한 소수정당이지만 네팔의 3대 정당인 네팔의회당, 레닌당, 마오 당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네팔가정당은 의석이 2석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2번이나 장관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정당은 의석수로만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정책과 영향력 등 입체적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가정당은 세계적인 평화운동과 연결되어 있다. 네팔 국민들이 저를 볼 때도 한 정당의 지도자로서뿐만 아니라 세계적 차원의 운동가로 보고 있다. 그래서 다른 정당에 비해 아직 소수지만 영향력과 기여도가 높아 민주당, 공산당 등 다른 정당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네팔에는 123개의 언어가 있고 126개의 민족이 있다고 한다. 2008년 왕정이 해체되고, 이제 겨우 정당들의 합의로 헌법이 공포되고 민주주의가 도입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일찍부터 지도자로 육성돼온 다칼 장관이 네팔 정·재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게 이해됐다. 오랫동안 다칼 장관을 지켜봐왔다는 용정식 UPF 아시아 대륙 회장은 “다칼 장관은 똑똑한 데다 지도력이 있고, 친화력도 좋다”며 높이 평가했다. 한국으로서도 북한과 공식 수교를 맺고 있는 네팔에 젊고 유능한 친한파 지도자이자 ‘한국통’을 두고 있다는 것은 손해볼 것이 없다. 그가 네팔 재건의 책임을 맡고 있는 장관이니만큼 한국 발전을 모델로 삼아 지진 피해를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국내 기업인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도 좋은 기회일 수 있다.

- 카투만두(네팔)=나권일 기자 na.kwonil@joongang.co.kr

[박스기사] 네팔 대통령과 총리도 친한파


▎네팔 주요 정당인 레닌당 출신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 다칼 장관의 후원자다.
네팔의 여성운동가 출신인 비디아 데비 반다리 대통령과 샤르마 올리 총리 역시 에크낫 다칼 장관 못지 않게 한국에 호의적이다. 여기에는 다칼 장관의 노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칼 장관 주선으로 한국의 리틀엔젤스 합창단이 네팔 대통령궁을 방문해 친선 외교를 담당하기도 했다. 다칼 장관은 “네팔에서 여성 대통령뿐 아니라 첫 여성 국회의장도 나왔다. 새 헌법의 힘이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네팔의 실권은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에 있다. 다칼 장관의 후원자인 샤르마 올리 총리도 친한파로 꼽힌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해 9월 새 헌법이 공포된 뒤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강대국 인도가 네팔의 국경을 봉쇄했다고 한다. 하루 300여 트럭 이상 들여오던 석유와 의료품이 동이 날 지경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한 주인공이 바로 다칼 장관이었다. 다칼 장관은 국경 봉쇄가 몇 달간 계속되자 그가 가진 인적 네트워크와 애국심으로 인도의 전·현직 총리와 정치지도자들을 찾아가 설득했고, 샤르마 올리 총리의 인도 방문을 주선했다. 이후 국경폐쇄가 완화되면서 경제난에 숨통이 트였다. 다칼 장관에 대한 샤르마 올리 총리의 신임이 두터워진 것은 당연하다.

201609호 (201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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