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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기초과학 연구 자금으로 3000억원 출연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사진 최정동 기자
대한민국 2위 주식부자인 서경배(53)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사재 3000억원을 출연해 ‘서경배과학재단’을 출범시켰다.

▎9월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서경배과학재단’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난 9월 1일 한국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린 재단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참석한 서경배 회장은 “(제가 경영을 맡은 뒤) 약 20년 동안 주식 가치가 크게 올랐는데 많은 분의 관심과 도움, 사랑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 반드시 크게 돌려드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재단 설립은 제가 그 고마움을 갚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또 “성공은 자신이 노력하는 부분도 있지만, 많은 사람의 도움 없이는 어렵다”고 했다. 포브스가 주창해온 가치, 곧 성공한 부자의 아름다운 사회공헌이 이뤄진 것이다.

서경배과학재단은 매년 국내외의 신진 한국인 과학자 3~5명을 선발해 최대 25억원(5년 기준)의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기초과학, 특히 뇌 과학과 유전체 등 생명과학 분야에서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주제로 최소 5년 이상 장기 연구를 지원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학술·교육·문화·복지 분야에서 3개의 공익 재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서 회장이 사재를 출연한 것도,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든 것도 처음이다. 서 회장은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면 내 이름을 거는 것이 제일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빌 게이츠도 록펠러도 자기 이름을 걸었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 회장은 “3000억원의 출연금은 보유 주식으로 마련할 예정”이라며 “시작이 3000억원이고, 더 열심히 일해서 1조원을 채우겠다”고 강조했다.

“더 열심히 일해 1조원 채우겠다”

서 회장은 “왜 기초과학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선친(고 서성환 선대 회장)께서 과학과 기술에서 우위를 확보해야만 세계 선두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늘 강조하셨다”면서 91년 총파업으로 회사가 거의 망할 뻔한 위기 때도 중앙연구소를 만들어 투자한 사례를 거론했다. 서 회장은 “원래 약으로 쓰던 비타민 유도체를 화장품에 적용하기 위해 수백 번 실험을 거쳐 97년 내놓은 아이오페 레티놀 제품이 그때 성공했다”며 “야, 과학기술의 힘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또 “아모레퍼시픽은 이미 연 예산의 약 3%, 수천억원을 연구비로 쓰고 있을 정도로 기술개발에 투자해왔다”며 “과학 재단은 20년, 30년을 내다보고 세상을 바꿀 무언가를 만들 기위해 출범한 것”이라고 했다.

서 회장은 마지막으로 “높이 날아서 멀리 보는 새와 빨리 나는 새가 모두 있어야 거대한 기러기 편대가 만들어진다. 혼자 꿈을 꾸면 백일몽이지만, 많은 사람이 꿈꾸면 현실이 된다”며 동료 기업가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권유했다.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더 많이 나와서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어렵고 힘들게 번 만큼 멋있게 써야하지 않겠습니까!”

-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사진 최정동 기자

201610호 (201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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