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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수 코리아나화장품 대표 

‘한류(韓流)’ 타고 화장품 명가 재건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임현동 기자
창업주 2세인 유학수 대표는 방판·직판조직 강화, 중국시장 진출을 통해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옛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유학수 코리아나화장품 대표는 “회사 이름 덕분에 중국에서 덕을 많이 본다. 국가대표 화장품 회사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이에 걸맞게 경영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코리아나화장품(코리아나)은 1990년대 아모레퍼시픽, 한국화장품과 함께 3대 화장품 회사로 꼽혔다. 화장품 방문판매(방판)의 전성기를 함께 하며 1996년엔 매출 2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미숙, 채시라, 김남주 등 당대의 스타들이 이 브랜드의 모델을 거쳤다. 그러나 마냥 호시절이 이어지진 않았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2년 카드대란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경영난에 빠졌다. 급기야 2011년에는 서울 서초동의 10층짜리 사옥도 매각했고, 그렇게 소비자들의 선택지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최근 화장품 한류 열풍에 힘입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6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매출액도 전년 대비 35% 증가한 1365억 원을 기록했다.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에 위치한 코리나아 본사에서 만난 유학수 대표(56)는 “지난 6월에 중국 현지 유통업체인 Y&F상해장발풍원그룹과 앞으로 5년 동안 285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며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통해 기업 재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에 이어 화장품업계 2위를 달리던 코리아나는 2002년 카드대란으로 경영에 큰 타격을 받았다. 카드로 결제하는 신용 한도가 축소되면서 방문판매원과 고객이 본사에 화장품 구입 금액을 입금시키기 어려워진 것. 당시 방문판매를 대리점에 의존하지 않고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판회사들 모두가 매출 하락을 겪었다. 때마침 대형마트가 크게 늘어나면서 영업에 어려움을 겪던 방문판매원들이 대거 대형마트 직원으로 빠져나갔다. 코리아나도 방문판매 조직이 2년 만에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조직·매출 줄었지만 ‘강한 코리아나’다져


2004년 이후 저가 브랜드샵이 화장품 시장에 붐을 이루면서 저가 브랜드샵 진출에 미온적이었던 코리아나는 더욱 어려워졌다. 유 대표는 “그때만 해도 추이를 지켜보자 했는데 결국 시장 진출의 기회를 놓쳤다”며 “시장을 리드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승승장구한 반면 시장에 들어가지 않은 우리나, 늦게 진출한 몇몇 회사 모두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한국화장품, 쥬리아, 에바스, 피어리스, 나드리, 라미 등 당시 쟁쟁한 브랜드들이 소비자의 인식에서 점점 잊혀졌다.

창업자 유상옥 회장의 장남인 유 대표가 ‘조직 체질 개선’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독립사업체를 경영하다 1999년 코리아나화장품에 입사한 그는 2007년 코리아나 공동대표를 거쳐 2009년 단독대표를 맡으면서 화장품 명가(名家) 재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적자가 상당해 우선 부실사업군 정리에 나섰습니다. ‘1년이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3년도 모자라더군요. 기존 거래처와의 관계 정리, 재고 처리, 정체된 조직 혁신 등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그나마 잘 나가던 사업 분야에서도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이 왔다. 사업군을 줄이다보니 공동으로 지출되던 경상비 부담이 늘었고, 매출이 떨어지자 원가 부담도 커졌다. 그는 “기업 경영의 어려움을 혹독하게 겪은 시기”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우선 ‘흑자전환’을 목표로 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고객도 많이 만들고, 유통구조도 튼튼히 하고, 비용도 줄여야 한다는 3대 원칙을 세웠지만 만성적자 분위기에 빠진 기업을 혁신하기 위해 흑자전환이 무엇보다 급했다”고 말했다. 이익 경영을 위해서 적자 유통을 모두 정리했다. 또 유통별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자율 경영을 진행했다. “창업자인 아버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저는 이익이 나는 사업만 한다는 것입니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했습니다.”

2012년부터 해마다 14억원, 10억원, 50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보였던 회사는 2015년 6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2002년 1000명에 달하던 직원이 350명 정도로 줄었지만 사내엔 ‘다시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현재 코리아나의 사업군은 크게 방문판매, 시중판매, ODM(제조자 개발·생산), 프랜차이즈 사업 등 4개로 구분된다. 자사 방문판매는 한방브랜드로 라비다, 자인이 있고, 건강기능식품 브랜드인 웰빙 라이프를 갖추었다. 시중에선 세니떼, 비취가인 등 한방브랜드와 10세컨즈 등 색조브랜드, 엔시아 등을 판매하고 있다. ODM으로 공급하는 브랜드로는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오르시아와 로뎅이 있다. 프랜차이즈사업은 피부관리샵인 세레니끄를 운영 중이다.

ODM(제조자 개발·생산) 방식으로 활로개척


코리아나의 매출을 보면 최근 ODM 비중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4년 화장품 제조회사인 비오코스를 설립한 뒤 매출이 2014년 65억원에서 지난해 375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올 상반기에도 188억원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유 대표는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지난해와 올 상반기 전체 매출의 30%에 가깝다”며 “우리는 내용물뿐 아니라 용기와 브랜드까지 개발하고 만들어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P-ODM(프로덕트 ODM)’ 방식이다. “ODM 방식은 계속 늘릴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취약점인 유통망 개발도 기획할 참입니다. 전국 57개의 피부관리 프랜차이즈샵 세레니끄를 활용할 묘안도 구상 중입니다.”

ODM 사업은 최근 화장품업계의 화두다. 한국 화장품에 대한 로열티가 강화되면서 중국 기업 뿐 아니라 미국·프랑스 등의 화장품 회사까지 국내 ODM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브랜드숍 경쟁에서 밀린 코리아나 등 중견 화장품 업체가 사업 방향을 틀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수십 년의 생산 노하우와 설비,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성과에 대한 기대도 크다. 박종해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중국 화장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데 현지 업체들이 기술력을 못 따라가는 것도 한국에서 ODM 사업을 확대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방판조직은 여전히 코리아나의 탄탄한 주춧돌이다. 전국 224개 코리아나 뷰티센터는 방문판매 사업국 역할을 한다. 고급 화장품을 백화점보다 더 나은 가격으로 제공하고 피부관리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유 대표는 “30~50대 주부를 대상으로 한 일반적인 방문판매 유통의 성장이 더딘 반면 서울 강남 등 시내에 위치한 사업국의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며 “피부관리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 직장인이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온라인 시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방문 판매 수요층은 탄탄합니다. 연간 약 700억원의 매출이 방문 판매를 통해 나오고 있어요.”

업계에선 코리아나의 경쟁력으로 R&D(연구개발) 능력을 꼽는다. 특히 한방 화장품 분야에서 강하다는 평가다. 현재 코리아나가 특정 기능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는 한방 화장품 소재는 메타세콰이어 잎, 천녀목란, 용안 등 10여 종에 달한다. 예를 들어 천녀목란은 피부 미백 기능을 갖고 있는데, 그 추출물로 미백 기능성 화장품을 만들 수 있는 권리는 20년 동안 코리아나에만 주어진다. 20년의 기간이 지나면 다른 업체들도 천녀목란의 기능성을 연구, 식약처에 인증받은 뒤 화장품에 사용할 수 있다. 유 대표는 “한방화장품의 천연 소재 개발을 위해 소비자들과 함께 산지 등으로 원료를 찾아나서는 ‘소비자 원정대’ 프로그램을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다”며 “매출액의 4%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코리아나의 부활엔 한류 열풍이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코리아나의 ‘오르시아 퍼펙트 콜라겐 28데이즈 인텐시브 앰플’(28만원)은 프리미엄 안티에이징 제품으로 지난해 중국 위생허가를 획득한 이래 현지 주요 백화점, 면세점 등에서 100만 개 이상 판매고를 올렸다. 코리아나는 중국 시장의 마스크팩 열풍에 발맞춰 천안 공장에 마스크팩 전용 생산라인을 별도로 두고 있다. 이곳에서 한 달에 100만 장 이상의 마스크팩을 생산하는데, 이 중 80~90%가 중국에 수출된다.

코리아나의 한방화장품 브랜드인 자인은 올 초 중국의 저명한 미용지 미장이 실시한 ‘2015년 화장품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 톱 클라스에 올랐다. 우수 대리상과 전문점 점주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자인은 설화수, 후에 이어서 백화점 유통 부문 3위를, CS점 유통 부문에서는 9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거뒀다. 유 대표는 “우리는 하이엔드 기초 화장품에 특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앰플류는 기초 화장품 중에서 가장 고가인데도, 제품이 우수하기 때문에 중국 소비자에게 입소문이 나서 히트를 쳤다”고 말했다. “마스크 팩은 앰플을 마스크 시트에 다량 투입한 제품이기 때문에 앰플이 좋아야 마스크 팩의 품질이 높아집니다. 매출 성장도 역시 앰플과 마스크 팩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라비다와 오르시아 브랜드가 성장하고 있습니다.”

코리아나는 현재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톈진 등 제1성 도시를 중심으로 유통을 강화하고 있다. 각 도시에 위치한 화장품 전문점을 중심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으며 추후 온라인 시장 쪽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최근엔 중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Y&F상해장발풍원그룹과 5년간 2850억원의 유통 계약을 맺기도 했다. 유 대표는 “현재 제품을 개발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중국 위생허가를 신청해서 진행 중에 있다”며 “10월부터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Y&F는 중국의 화장품 5대 유통회사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전역의 대형마트와 화장품 유통 편집 샵이 주 유통경로다.

“Y&F는 일본의 가네보, 시세이도 화장품 등을 유통하는 회사인데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우리 제품의 평판을 보고 계약을 결정했다고 하더군요. 일본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이 좋아서 선택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세포라의 중국법인이 주도하는 PB제품 경쟁에서 코리아나 중국법인의 제품이 9개나 선정됐어요. 세포라의 중국 매장에 우리 제품이 공급되고 그 평가가 좋으면 프랑스 진출도 가능할 것입니다.”

중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올 초엔 중국 톈진에 신공장을 완공했다. 10월 초 신공장이 가동될 예정으로, 연산 2000만 평 규모를 갖추고 있다. 공장 완공에 발맞춰 상하이 한위화장품유한공사, 야뤼화장품유한공사, 톈진 레에륜과기유한공사 등 현지 유통 업체들과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금액은 약 770억원이다. 유 대표는 “톈진 공장도 1년 후에는 거의 생산 능력이 한계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상하이에 제2공장 신축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좋은 화장품’ 만드는 100년 기업을 목표로


▎코리아나화장품 중국 톈진 신공장 전경. 10월 초 신공장이 가동될 예정으로, 연산 2000만 평 규모를 갖추고 있다.
“중국 시장이 커지고 중국산 화장품의 품질이 높아지면서 자국산 화장품 판매가 증가할 것입니다. 품목별 위생 허가가 필요하지 않은 중국의 현지공장을 통해서 다품종의 중저가 제품을 공급하고, 고급품은 한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입니다.”

코리아나는 1989년 유상옥 회장이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과 공동으로 설립했다. 1999년 6월 윤석금 회장은 지분을 매각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창업자인 유상옥 회장은 동아제약 공채 1기로 입사해 9년 만에 35살의 나이로 기획관리 이사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동아제약 계열사인 라미화장품의 대표로 일한 경력이 코리아나 창업의 밑거름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회장은 ‘화장품 명가’를 재건 중인 유 대표에 어떤 평가를 내릴까? 유 회장 역시 2015년과 올해 매출이 증가하고 흑자경영에 성공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유 대표에게 주마가편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 대표는 “부친께서는 평소 정도경영, 고객만족, 명품주의를 강조하신다. 나도 그것을 잇고 있다”며 “매출과 이익에서 1등을 못해도 ‘좋은 화장품 만드는 회사’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임현동 기자

201610호 (201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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