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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LG그룹 회장 

4반세기 전기차 배터리 도전 글로벌 4대 거점 완성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LG의 ‘배터리 도전’은 4반세기 전부터 구상해온 구본무 회장의 오랜 꿈이다. 그런 점에서 LG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기공식은 구본무 회장의 오랜 꿈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다.

▎구본무 LG 회장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LG 테크노 콘퍼런스’에서 미주 지역에 유학 중인 연구개발 분야의 한국인 석·박사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LG의 ‘배터리 도전’은 글로벌 시장 선도를 위해 4반세기 전부터 구상해온 구본무 회장의 오랜 꿈이다. / LG그룹 제공
벌써 4반세기 전 일이다. 1992년 3월, 영국을 방문 중이던 구본무 LG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은 ‘신기한 물건’을 만났다. 영국 원자력연구원(AEA)에서 한 번 쓰고 버리는 건전지가 아닌 여러 번 반복해 충전하는 2차 전지를 접한 것이다. 샘플을 얻어 돌아온 구 회장은 당시 계열사였던 럭키금속(현 LS니꼬동제련)에 이를 맡기며 ‘미래 먹거리’로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96년 럭키금속 전지 연구조직은 LG화학으로 소속이 바뀌며 연구를 계속했지만 성과는 나지 않았다. 97년 소형전지 파일럿 생산에 성공하긴 했지만 품질이 형편없어 양산할 수 없었다. 10년 앞서가는 ‘2차 전지 종주국’ 일본의 기술력을 따라잡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게다가 적자를 면치 못하는 ‘돈 먹는 하마’였다. 2005년엔 2000억원대의 적자가 났다. 여기저기서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때로부터 딱 24년 만인 지난 10월 5일(현지시간) LG화학은 폴란드 남서부 브로츠와프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구본무 회장을 비롯해 마테우쉬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부총리,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이웅범 LG화학 사장 등 3백여 명이 참석했다. 폴란드 공장은 배터리 전극부터 팩까지 생산하는 완결형 생산기지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가경쟁력 갖춘 배터리를 생산, 완성차 업체 근거리서 제품을 적기 공급하는 등 현지 판매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축구장 5배 크기 공장(4만1300㎡)에서 2018년 말부터 연간 고성능 순수 전기차(EV) 10만 대에 들어갈 배터리를 만들게 된다.

기공식에 참석한 구 회장은 “LG화학의 폴란드 배터리 공장을 유럽의 핵심 거점이자 자동차부품 분야의 전진기지로 육성하기 위해 앞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앞서 “2020년 자동차 전지 부문에서만 매출 7조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보였던 선도 업체들을 따돌리고 지난해에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네비건트 리서치’가 2015년 12월 발표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경쟁력 평가’에서 2013년에 이어 2015년에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4년을 맞은 LG의 ‘배터리 도전’이 해피 엔딩을 맛볼 수 있을까. 이날 준공한 브로츠와프 공장이 LG의 오랜 꿈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다. 한국 오창, 미국 홀랜드, 중국 난징에 이어 세계 전기차 시장의 20% 이상이 소비될 유럽에 생산 거점을 세운 것이다. 이로써 LG화학은 미국·중국·유럽 등 3개 지역에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거점을 지닌 유일한 업체가 됐다. 공장 4곳에서 연간 28만 대분의 전기 차용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이로써 글로벌 4각 생산체제를 완성해 ‘글로벌 톱 배터리 컴퍼니’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게 됐다.

구본무 회장의 밧데리 사랑은 각별하다. 구 회장은 2010년 미국 홀랜드 공장부터 2011년 충북 오창 전기차 배터리 공장 준공식, 2015년 중국 남경 전기차 배터리 공장 준공식에 이어 이번 폴란드 공장까지 LG화학의 모든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의 기공식, 준공식에 직접 참석해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시장선도 사업으로 육성하려는 강한 의지를 대내외에 표명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 전망은 밝다. 전세계적으로 배기가스 배출 및 연비 규제가 더욱 강화됨에 따라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모델 출시 시기를 앞당기고 있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투자사 메릴린치는 올해 7월 보고서에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2015년 110억 달러에서 2020년 320억 달러로 약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2020년부터 적용되는 ‘파리 협약’에 따라 유럽 각국 정부는 전기차를 보급하기에 한창이다. 이들은 보조금 지급부터 등록비 감면까지 경쟁적으로 전기차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어 유럽지역 순수 전기차 시장은 2030년 약 277만 대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LG화학은 2010년 볼보 자동차와의 거래를 시작으로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진출한 이래 다임러, 르노, 아우디 등 유수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배터리 부문 흑자 전환이 과제


지금까지의 성과는 LG화학이 중대형 배터리 분야에 공격적으로 도전해 온 결과다. 중대형 배터리는 기술 장벽과 사업화에 대한 위험 부담이 커 일본 선도 업체들도 선뜻 나서지 못하던 분야다. 소형전지 부문에서 선도 업체를 뒤쫓던 입장이었던 LG화학은 2000년 미국에 연구법인(LGCPI)을 설립하면서 도전을 시작했다. 이후 2004년 미국 에너지성과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3대 자동차 업체의 컨소시엄으로부터 460만 달러 규모의 전기 차용 배터리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이 분야에서 서서히 서광이 보이기 시작했다. 2007년엔 전지사업부문(전체)이 흑자로 돌아섰고, 현재는 세계 29개 자동차 업체에서 83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실적을 쌓았다.

앞으로의 과제는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의 흑자 전환이다. 이는 전적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에 달려 있어 비관론도 있다. 하지만 LG화학 관계자는 “초기 전기차 배터리 프로젝트의 경우 시장 여건이 미비해 수주 금액의 60~70%만 이 매출로 실현됐다”며 “최근 전기차 시장 여건이 개선되면서 이 비율이 80~90%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낙관했다.

LG화학은 앞으로 차별화된 선제적 연구개발(R&D)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주행거리보다 두 배 이상 갈 수 있고 충전도 20분 만에 되는 기술 등으로 가격·성능·안전성에서 경쟁 우위를 지속하는 게 목표다. LG화학은 올해 4분기부터 내년까지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수십 종의 전기차 양산을 시작, 본격적인 매출 성장 가속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폴란드 공장 기공으로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201611호 (201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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