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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드 푸테 스토케 CEO 

유모차 벤츠’로 한국 시장 질주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한국에서 스토케의 인기는 건재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노르웨이 유아용품 전문업체인 스토케의 안톤 반 드 푸테(Anton Van De Putte) 최고경영자(49)는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서울 신사동에 문을 연 스토케 플래그십 매장에서 스토케의 대표색인 주황색 넥타이를 맨 그를 만났다.

▎반 드 푸테 CEO는 한국에 플래그십 매장을 열면서 오프라인을 강화하는 동시에 배송망을 손보는 등 온라인 쇼핑몰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 스토케 제공
한국에서 스토케는 ‘유모차계 벤츠’로 불린다. 서울 신사동 매장은 스토케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문을 연 플래그십 매장이다. 그만큼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겨우 1.2명이다. OECD 회원국 중 합계 출산율이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포르투갈(1.23명)이 유일하다. 아무리 ‘유모차계 벤츠’라지만 유모차를 탈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으니 시장의 기회도 줄어드는 게 아닐까.

반 드 푸테 CEO는 고개를 저었다. “부모뿐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이모까지 유아용품을 사고, 이들은 프리미엄 제품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아동 인구가 줄어도 한 아이에 대해 지출하는 규모는 오히려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모차를 비롯해 ‘유아용품 한류’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반 드 푸테 CEO는 “한국 여성은 패션과 유행을 주도한다. 한국에서 시작된 유행이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성공이 중요하다”며 “한국은 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라고 강조했다.

유행 주도하는 한국은 전략적 요충지

스토케는 9월 27일 국내 첫 플래그십 매장을 열면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신제품 ‘익스플로리(유모차) 5.0’을 공개했다. 반 드 푸테 CEO는 “한국 소비자들은 가격 할인을 원하지만 스토케는 샤넬 같은 명품 브랜드라 할인이 거의 없다. 둘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기 때문에 스토케는 가격을 내리기보다는 서비스와 가치를 올리는 방향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래그십 매장에서 무료로 유모차를 빌려 주고 육아 강좌를 여는 것도 스토케의 이같은 전략 중 하나다.

스토케는 유아용품이 아닌 가구회사에서 출발했다. 1932년 게오르그 스토케 가문이 노르웨이 올레순(Alesund) 지역에 가구 회사를 설립하면서다. 프리미엄 가구가 인기를 끌면서 1950~1960년대에는 협력사들과 손을 잡고 해외 시장으로 진출했다. 특히 1965년 출시한 의자 ‘스윙스타’가 이른바 ‘대박’을 치면서 스토케의 확장 속도에 가속도가 붙었다. 1972년 유아용 의자, 1999년 유아용 침대, 2003년에는 유모차를 내놓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스토케는 가구와 유아용품 시장 모두를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2006년부터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일반 가구 사업을 접었고 유아용품 전문업체로 탈바꿈했다.

한국에서는 ‘스토케=유모차’로 많이 인식돼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유모차뿐 아니라 트립트랩(유아용 의자), 슬리피(침대)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1972년 스토케가 처음 내놓은 트립트랩은 1000만대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같은 아시아 국가지만 일본에서는 트립트랩이 꾸준히 팔린다. 반면 유모차는 일본 업체 제품들이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2006년 스토케 유모차가 소개된 이후 스토케 제품군 중 유독 유모차만 인기를 끈다. 이유는 무엇일까. 반 드 푸데 CEO는 “한국의 엄마들은 유행에 민감하다”며 “유아용 의자는 집에서만 사용하지만, 유모차는 집 밖에서 사용하다 보니 과시용 제품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스토케는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에 세계 첫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중국인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 드 푸테 CEO는 “한국 시장도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한 아이에 대한 지출이 많아지는 것은 현상은 한국과 중국에서 모두 일어나는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신사동에 개장한 스토케 매장. 스토케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문을 연 플래그십 매장이다.
세계 80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브랜드

스토케는 스토케 가문의 사업체로 출발했지만, 더이상 한 가문의 회사가 아니다. 2014년 NXMH가 스토케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NXMH는 한국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벨기에 법인이다. 인수 이후, 스토케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반 드 푸테 CEO는 “경영진이 일주일에 2~3회 대주주에 보고를 한다. 대주주가 감독을 하지만 무엇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NXMH에 인수되기 전, 스토케 가문도 경영 문제에 일일이 관여하지 않았다. 경영진이 결정을 내리고 이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수준이었다. 지금도 이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주주가 한국 기업이라 아시아 시장에 좀 더 빠르게 집중하고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변화 중 하나다. 물론 다음 달에 러시아 모스크바에 플래그십 매장을 여는 등 다른 지역 시장도 확대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르웨이의 작은 가구 회사로 시작한 스토케는 세계 80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 85년간 브랜드를 이끌어 온 동력에 대해 반 드 푸데 CEO는 “열정적인 인재들”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잘해야지’ 수준이 아니라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완벽함으로 무장한 사람들이다. 근속 기간도 길다. 20~2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이 상당수다. 한 번 입사하면 평생 직장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7월 CEO로 부임해 스토케를 이끌고 있다. 반 드 푸테 CEO는 네덜란드에서 국제 비즈니스와 법학을 전공한 이후 유니레버에서 10년 넘게 일했다. 이후 바이어스도르프 부사장,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부사장을 거쳐 스토케로 왔다. 그는 “내가 스토케로 오기 전에는 회사 안팎으로 매각 자체가 큰 이슈였다. 회사가 매각된 이후에는 명확한 전략과 방향이 없었다. 새로운 전략과 목표를 세우고 목표 달성 전략을 정의하는 것이 취임 당시 가장 큰 과제였다”고 말했다. “혁신적인 디자인· 브랜드 관리· 공급망 관리·전문 인력 확충· 채널 전략 보강 등 5개 중점 전략을 나눠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자이너 6명을 새로 투입했고 제품 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플래그십 매장을 열면서 오프라인을 강화하는 동시에 배송망을 손보는 등 온라인 쇼핑몰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201611호 (201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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