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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YG 엔터테인먼트 대표 

새로움이 YG의 경쟁력이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국내 대표 연예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 1996년 홍대 앞 반지하 사무실에서 가수 기획사 (‘현기획’)로 출발한 YG를 시가총액 5478억원(코스닥 57위)의 규모로 키워낸 양현석(46) 대표 프로듀서를 단독으로 만났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성공한 제작자답게 “인생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했다.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대표의 집무실은 서울 합정동 사옥 꼭대기층인 7층에 있다. 집무실 앞 널찍한 베란다에 서면 한강 줄기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사옥을 처음 지었을 때만 해도 동네는 강변북로 옆 낡고 외진 주택가에 불과했다. YG사옥이 들어선 이후 동네 풍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최근 마포구는 YG와 협약을 맺고 “합정동 일대를 한류관광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다. 21일 만난 양 대표는 “회사가 너무 커져서 본사 외에 일곱 군데에 직원들이 흩어져 있다”며 “본사 옆으로 신사옥을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합정동이 ‘YG타운’으로 거듭나는 모양새다.

힙합에 미친 댄서 출신으로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로 데뷔한 그는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국가 대표’ 기획사의 수장으로 우뚝 섰다. 명함에 적힌 직함은 두개다. ‘회장·대표 프로듀서.’ “회사 안에서만 회장으로 불려요. 밖에서 회장이라 부르면 불편해요. 편하게 불러주세요. 양현석 씨도 상관없고.” 서태지와 아이들 댄서로 연예활동을 시작해 어느덧 K팝과 한류를 이끄는 ‘YG제국’의 사령탑이 된 그에게 우선 20년의 소회를 물었다.

K팝과 한류 이끄는 YG제국의 사령탑


올해 창립 20년을 맞았다.

그간 백조처럼 일했다. 물 위에선 우아하게, 물 밑에선 발로 물질 열심히 했다. 죽기살기 일하는 데 뒤지지 않을 자신 있다. YG는 그간 한번도 내려간 적 없이 완만하게 성장했다. 당장 내년의 성과를 올해의 두 배로 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위험하지 않게 안정적으로 회사를 키우고 싶다. ‘YG패밀리’로 출발했는데 이젠 기획사 식구만 400여 명이다. YG푸즈 등 다른 사업군까지 합치면 1000명쯤 되지 않을까. 다른 상징적인 말을 생각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그의 말처럼 현재 YG는 연예 기획사의 범주를 훨씬 넘어섰다. 빅뱅·싸이 등 가수 뿐 아니라 강동원·이종석·차승원 등 연기자와 모델, 코미디언 등이 합류하면서 소속 아티스트가 다양해졌다. 화장품, 요식업, 의류업 등 사업군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회사 성장 비결이 있다면.

업그레이드다. 변화하지 않으면 지루하고 재미없어하는 내 성격대로 YG를 만들어왔다. 핑클·SES가 인기를 얻던 때에 보컬 중심의 빅마마를 데뷔시켰다. 빅뱅도 데뷔 초반에는 욕 많이 먹었다. 저런 애들을 아이돌 그룹이라고 이야기하다니 양 사장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니냐고. 최근 데뷔한 블랙핑크의 인기도 마찬가지다. YG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예쁜 걸그룹이니 새롭지 않나. 새로움이 YG의 경쟁력이다.

사업 다각화 행보가 눈에 띤다.

화장품, 음식, 패션 등 기존의 YG 콘텐트와 멀지 않은 사업이다. 가수들이 무대 올라갈 때 옷 입고 메이크업한다. 미국의 힙합 뮤지션인 카니예 웨스트도 의류 사업을 한다. 다른 미국가수들도 마찬가지다. 가수가 음악을 표현할 때 다 상품화될 수 있는 분야다. (사업 다각화를) 안 하는게 미련한 일이다.

YG의 간판 스타 빅뱅이 올해 데뷔 10주년이다.

초반 목표치의 절반은 왔다고 본다. 오래가는 그룹을 만들고 싶어 빅뱅을 만들었고, 10년 활동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였다. 데뷔 당시만 해도 남자 아이돌 그룹의 수명이 3~5년으로 길지 않았다. 최근 재결성 공연을 한 젝스키스의 무대를 보면서 빅뱅의 10년 뒤를 내다봤다. 해체한 지 16년이 지났는데도 2만 명의 팬이 잊지 않고 와서 음악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면서 빅뱅도 10년쯤은 충분히 더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다. 멤버들의 재능이 군대 다녀온다고 사라지지 않을 거다. 연기자들처럼 군대를 다녀오면 오히려 더 성숙해져서 시대에 어울리는 음악을 계속 만들 거라고 본다.

인터뷰 도중 문자 메시지가 계속 왔다. 마침 빅뱅의 탑이 보낸 문자였다. 요약하자면 “형의 자식으로서 죄송하고 사랑한다”는 내용이었다. 한자 한자 소리내 읽던 양 대표는 “가수들은 자식과 똑같은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내가 하는 건 아티스트를 받쳐주는 일”


▎인터뷰는 한강 줄기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서울 합정동 YG 사옥 꼭대기층인 7층에서 진행됐다.
CEO로서 어떤 리더십을 지향하나.

‘노터치’다. 최근 아티스트에서 제작자로 거듭나고 있는 유희열씨에게도 ‘절대로 음악에 간섭하지 말라. 뒤에서 질문하는 것만 도움 줘라’고 충고했다. 아티스트가 가진 감성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과 나는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세대차이도 있고, 거기서 나오는 음악적 결과물도 다르다. 빅뱅의 경우 내가 관여하는 비율이 10% 내외에 불과하다. 내가 할 일은 서태지와 아이들 때부터 시작해 제작자로 20년간 살아온 나의 경험으로 아티스트를 받쳐주는 일이다. 경험만큼 안전한 보호책이 없다고 본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가요계에 조언한다면.

방송사 음악 순위 프로그램이 바뀌어야 한다. 서태지와 아이들로 활동할 때와 비교해보면, 프로그램 질은 똑같고 대우는 더 나빠졌다. 방송사는 무대 등 제작환경에 전혀 투자하지 않는다. 시청률은 애국가 수준이다. 기획사·가수들 길들이기용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우리 가수들을 순위 방송에 주 1회만 출연시키는 이유다. 음원 수익도 창작자가 더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통사가 갑이고 콘텐트 제작자(사)가 을인 구조다. 국내 위주로 활동하는 가수들은 더 힘들다. 창작자에게 수익을 더 돌려줘야 좋은 아티스트가 나올 수 있다.

아티스트 발굴할 때 무엇을 가장 먼저 보나.

박진영씨는 착한 사람을 가장 중요시한다지만 나는 반대다. 우선순위를 두자면 재능있는 사람, 열심히 하는 사람, 착한 사람 순이다. 20년간 제작자로 일하다 보니 병아리 암수를 척척 구분해내는 ‘병아리 감별사’처럼 대중보다 빠르게 스타를 판단하는 눈이 생긴 듯 하다.

H.O.T 데뷔 20년이다. 올해 아이돌 산업도 20주년을 맞았다.

아이돌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 아이돌 육성 시스템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를 따라올 나라가 없다. 20년간 경쟁해서 이만큼 왔고, 인기 있는 한류 콘텐트를 만드는데 기여했다고 본다.

-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201611호 (201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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