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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영 두산베어스 사장 

포스트시즌은 늘 갈 수 있는 강호 

정영재 스포츠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사진 김춘식 기자
지난 10월 4일, 잠실야구장 내 두산베어스 사무실에서 김승영 사장을 만났다. 김 사장은 포브스코리아의 2016 프로야구 구단 가치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에 활짝 웃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두산 유니폼과 모자, 응원용품들은 디자인이 세련됐다는 평가를 받고,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이는 김 사장이 마케팅을 전공했고, 두산의 광고홍보 대행사인 오리콤 출신인 덕분이기도 하다.
“두산은 팬들의 팀 충성도가 가장 높은 구단입니다. 수준 높고 깨끗한 경기, 팬을 최우선으로 모시는 마케팅을 통해 오래오래 사랑받는 팀으로 만들겠습니다.” 1991년 야구단에 들어와 마케팅팀장-단장을 거친 김승영은 2011년부터 사장을 맡아 두산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두산은 올해 압도적인 성적으로 페넌트레이스를 1위로 통과해 한국시리즈에 선착했다. 또 8년 연속 홈 관중 100만 명을 돌파해 명실상부한 최고 인기 구단으로 인정받았다.

두산이 성적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구단 가치평가에서도 1위를 했다.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흥행은 성적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김현수가 메이저리그로 빠져나간 자리에서 김재환·오재일·박건우 선수가 동시에 폭발적인 성적을 거뒀다.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는 팀에 팬들이 몰리는 건 당연하다.

두산은 끊임없이 좋은 선수가 나온다고 해서 ‘화수분 야구’라고 불린다. 화수분 야구의 비밀은?

다른 팀 선수들도 물론 열심히 한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의 야구에 대한 집중, 선배들의 빈자리는 내가 메우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그런 선례들을 워낙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다른 팀은 FA(자유계약선수) 등 베테랑이나 즉시전력감을 데려오지만, 우리 두산은 나간 자리는 반드시 2군 출신이 올라와서 채운다는 공감대가 있다. 그래서 후보 선수들도 항상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장을 100% 뒷받침하는 ‘프론트의 힘’

두산의 탄탄한 전력은 ‘프론트의 힘’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2011년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강한 프론트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강한 프론트라고 하니까 현장(야구단)에 간섭하고 힘을 행사하는 걸로 오해하는 분이 많았다. 그게 아니라 현장을 100% 이상 뒷받침 할 수 있는 능력과 노하우를 갖춘 프론트를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직원들의 핵심 역량을 키우고, 직·간접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경험과 노하우가 많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예측과 판단을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다. 21년 전인 1995년 정규리그 우승 현장에 있었던 직원이 나를 포함해 8명이나 구단에 있다.

강한 프론트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2013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3승1패로 앞서다 3승4패로 역전당해 우승을 내줬다. 그 여파로 김진욱 감독이 물러났고, 후임 송일수 감독도 성적 부진으로 1년 만에 사퇴했다. 그리고 지난해 약관의 김태형 감독이 부임했다. 어려운 상황의 연속이었지만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의사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져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야구단에는 단장도 있고 사장도 있는데, 사장은 어떤 역할을 하나.

선수와 코칭스태프, 지원 인력으로 구성된 선수단에 관한 업무는 단장이 총괄한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구단 업무의 95% 이상이 선수단 쪽이었다. 야구판이 커지면서 마케팅·일반관리·재무·홍보 쪽 일이 점점 많아졌다. 사장은 이 모든 걸 아우르는 역할이다. 앞으로 야구단보다 이쪽 비중이 더 커질 것 같다.

선수단 관련 결정은 단장이 내려도 최종 추인은 사장이 한다. 그래서 야구단이 매끄럽게 돌아가려면 사장과 단장 사이가 좋아야 한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부산고-동아대 시절 강타자로 이름을 날린 선수 출신이다. 두 사람은 틈날 때마다 골프를 함께 치며 구단 돌아가는 얘기를 나눈다. 김 사장은 “내가 선수 출신이 아니라서 선수단과 관련해서는 경험이 많은 김 단장을 통해 배운다. 신세를 크게 지고 있다”고 했다.

비전문가가 사장을 맡는 구단도 꽤 있는데.

모그룹이 야구단을 보는 시각과 관련이 있다. 오너가 야구단을 ‘최고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사업장’으로 인식한다면 비전문가를 내려보내지 않을 것이다. 야구단 사장을 모그룹에서 내려와 잠깐 쉬었다 가는 곳, 아무 때나 바꿀 수 있는 자리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야구단 직원들도 ‘열심히 하면 나도 단장·사장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일해야 생산성이 높아진다.

프로 스포츠에 각종 사건 사고가 많아지면서 위기관리가 중요해졌는데.

우리는 형평성을 가장 큰 원칙으로 본다. 팀 내 비중이 큰 선수가 사고를 쳤다고 해도 똑같은 잣대를 놓고 공정하게 처리하면 뒷말이 없다. 선수 입장을 많이 고려하지만 ‘이 선은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게 명확하다.

4만 명 수용할 구장 갖추면 구단 흑자 가능해

8년 연속 100만 관중을 돌파했지만 매출은 400억원대에 그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입장료나 중계권료 등이 너무나 큰 차이가 난다. 지금 잠실야구장(2만6000석)을 갖고는 아무리 좋은 콘텐트를 갖고도 흑자를 내기 어렵다. 최소 4만 명을 수용하고, 매점·스카이박스·편의시설·주차장 등을 제대로 갖춘 구장을 확보한다면 흑자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잠실야구장은 서울시 소유고, 우리는 장기 임대도 하지 못하는 터라 안타깝기만 하다.

두산은 어린이와 여성 팬이 유난히 많은 것 같다.

어린이 대상 마케팅은 1982년 창단 때부터 꾸준히 진행해 왔다. 온 가족이 두산 팬인 경우가 많다. 여성은 ‘팬 확장성’ 측면에서 중점 공략을 했다. 레이디스 데이, 핑크색 유니폼 등 여성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여성 팬이 여성도 끌어들이지만 남자친구, 심지어 장모님이 사위까지 두산 팬으로 만들기도 한다.(웃음)

마케팅만으로 여성 팬을 모을 수 있나.

정수빈·박건우·민병헌 등 우리 팀에 귀엽고 멋진 선수들이 많다. 팀 색상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우리 기본 컬러는 흰색과 군청인데,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너무 점잖아 보이는 점도 있어서 보조 컬러인 빨강으로 포인트를 줬다. 두산 유니폼과 모자, 응원용품들은 디자인이 세련됐다는 평가를 받고,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김 사장은 마케팅을 전공했고, 두산의 광고홍보 대행사인 오리콤 출신이다.)

프로야구 800만 관중 시대가 됐다. 프로야구는 어떻게 발전해야 하나.

800만 관중은 팀 수와 경기 수가 늘어나는 바람에 달성된 거다. 실질적으로 성장을 인정할 만한 수치가 되려면 좀 더 노력해야 한다. 특히 도박·약물·음주운전 등 선수들의 일탈이 불거지고 있다. KBO와 각 구단이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경기장 안팎의 안전사고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관중들도 질서의식을 높이는 데 동참해야 한다.

두산베어스가 어떤 팀으로 발전할 것인지 묻자 김 사장은 “매년 우승할 수는 없겠지만 포스트시즌은 늘 갈 수 있는 강호, 지금처럼 팬들의 충성도가 가장 높은 팀이 되도록 뒷받침 하겠다”며 “프로야구도 산업인 만큼 모 그룹에서 최소한의 지원만 받고도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 법령이나 인프라 등이 받쳐준다면 그 동안 다져온 역량을 마음껏 펼치겠다”고 말했다.

- 정영재 스포츠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사진 김춘식 기자

201611호 (201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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