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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국 나테라 인터내셔널 회장 

아메리칸 드림의 주인공, 한국 뷰티시장에 출사표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송진국 회장은 맨손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낸 재미 사업가다.
그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세계화를 선언하고 그 첫 번째 교두보로 한국을 선택했다.


▎재미 사업가 송진국 회장의 좌우명은 ‘좋은 시민이 되는 것’ 이다. 그는 “좋은 시민이란 법 잘 지키고, 세금 잘 내고, 맡은 일을 잘 하는 사람”이라며 “사업을 하면서 이 좌우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1994년 설립된 나테라 인터내셔널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위치한 매출 1조원(리테일 가격 기준) 규모의 화장품 제조사다. 10만 평 규모의 생산·연구·유통 시설에서 화장품 원료를 비롯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서 내놓는 보디케어 브랜드 트리헛은 미국 스페셜티 배스 카테고리(Specialty Bath Category)에서 수십 년째 판매 1위(시장점유율 25~27%)를 기록하고 있고, 유아용품 브랜드 베이비 매직은 20년 넘게 존슨앤존슨 다음으로 부동의 2위(시장점유율 11%)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 자회사인 뷰티 매뉴팩처링 솔루션스(Beauty Manufacturing Solutions)에선 로레알·메리케이·시세이도 같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을 OEM으로 생산하고 있다.

나테라 인터내셔널의 성공을 이끈 송진국(63) 회장은 그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언제나 소비자들을 왕으로 받들고, 직원들을 여왕으로 여기며, 경쟁업체나 협력업체를 동료라 생각하며 회사를 운영한 덕분”이라며 웃었다.

나테라 인터내셔널은 어떤 기업인가.

가족들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패밀리 기업이다. 빚이 하나도 없는 건전한 기업이다.(웃음) 유니레버·피앤지·로레알 같은 공룡기업들과 경쟁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이겨나가고 있는 강인한 회사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보면 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그들보다 좀 더 빨리 개발하고 소개하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나테라(naterra)는 자연을 의미하는 네이처(nature)와 큰 땅을 의미하는 테라(terra)의 합성어다. 알로에 베라 리서치 파운데이션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던 시절에 지은 이름인데 자연에 대한 나의 관심이 담겨 있다.

제품을 생산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제품이 가진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모이스처라이저 제품이라면 피부에 수분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직원들에게 항상 소비자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성비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가격이 너무 비싸면 무용지물이다. 품질과 가격을 적절히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제품을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우리에겐 이 부분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 우리 연구원들은 연구실에만 있지 않는다. 소비자들을 만나 대화하고 마케팅 부서와 밀접하게 일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품질과 가격 면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채워줄 수 있다. 단순히 화장품을 납품받아 판매만 하는 회사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20년간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비결이 뭔가.

혈연이나 지연, 학연도 없고 말도 안 통하는 미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열심히 일하는 것뿐이었다.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을 통해 소비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뢰를 얻게 됐다. 그간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다. 언제나 소비자들을 왕으로 받들고, 직원들을 여왕으로 여기며, 경쟁업체나 협력업체를 동료라 생각하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나테라 인터내셔널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전세계 화장품 시장은 2760억 달러 규모이며 그중 미국이 650억 달러로 25%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우리 매출의 95%가 미국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앞으로 세계화를 통해 매출 규모를 4배 이상 키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제품을 위한 연구와 개발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골리앗을 이긴 다윗 같은 회사

나테라 인터내셔널은 지난 5월 한국에 자회사인 나테라 코리아를 설립하고 8월에는 서울 청담동에 150평 규모의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하며 국내 화장품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청담 매장에서는 세계적인 프로페셔널 헤어&메이크업 브랜드 티지(TIGI)는 물론 나테라 인터내셔널의 대표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송 회장은 “화장품 산업에 열정적인 한국 시장에 진출하게 돼 기쁘다”며 “한국에서의 성공적인 시작이 향후 우리의 유산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진출 소감이 어떤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건 언제나 익사이팅하다. 동시에 걱정도 된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사랑받는 회사, 좋은 브랜드가 될 것인지가 과제다. 우리 제품들은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소비자들이 잘 판단해 줄 거라 믿는다.

한국에 진출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 거 같다.

사실 이전부터 한국이나 동남아 등지에 제품을 팔아왔다. 미국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강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그래서 지난 20년 동안 미국 시장만 중점적으로 공략했다. 한국 시장보다 더 치열한 곳이 미국이다. 그곳에서 강한 브랜드들과 싸우면서 많이 단단해진 거 같다.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 자신도 붙었고 한국 소비자들에게 우리 제품을 알려도 좋을 것 같다는 확신이 생겼다.

나테라 인터내셔널의 해외 진출 현황은.

남미를 비롯해 캐나다·일본·동남아 등지에 진출해 있다. 모두 현지 유통업체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자회사는 현재 한국이 유일하다. 조만간 파리에도 사무실과 매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를 통해 유럽 지역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생각이다. 한국이 1호, 파리가 2호인 셈이다.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이미 세계적인 테스트 마켓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에는 여러 글로벌 회사들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다. 한국 시장을 통해 우리의 경쟁력을 테스트한다는 의미에서 한국에 첫 번째 자회사를 만든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청담 매장은 티지 중심으로 운영된다고 들었다. 이유가 뭔가?

청담 매장은 단순한 숍이 아닌 나테라 인터내셔널의 쇼룸이자 새로운 화장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공간으로 꾸몄다. 한국은 화장품을 아주 잘 만드는 나라다. 제품도 아주 좋다. 한국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우리만의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티지는 한국 시장에 꼭 필요한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기존 화장품 회사들은 화장은 이렇게 해야 한다, 머리는 이렇게 잘라야 한다며 붕어빵 교육을 시킨다. 거리에 나가보면 모두 비슷한 화장에 비슷한 머리모양을 하고 있다. 룰을 알면 그 룰을 깨뜨릴 수 있다. 개성을 중시하는 티지를 통해 자신만의 크리에이티브를 표현할 수 있는 화장법을 소개고 싶다. 청담 매장에 전문가를 상주시키고 체험공간을 마련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곳에서는 앞으로 소비자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새로운 화장 문화로 글로벌 시장 공략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 매장. 이곳에서는 프로페셔널 헤어&메이크업 브랜드 티지를 비롯해 트리헛, 베이지 매직 등 나테라 인터내셔널의 대표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아주대학교 화학공학과 73학번인 송 회장은 대학 졸업 후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행을 선택했다. “성실함과 정직함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회상하는 송 회장은 미국에서 여러 회사를 설립하고, 다양한 업계에서 투자 및 운영 경험을 쌓았다. 노화방지 유레아 과산화수소인 인돌-3, 여드름 치료제, 먼지 없는 베이비파우더 등 미용 분야에 많은 특허와 상표권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 건너가 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아메리칸 드림이 있었던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하고 피어리스라는 화장품 회사에 들어갔는데 도무지 적응이 안 됐다. 사실 전공을 살려 정유 회사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1980년 오일 회사가 많은 미국 오클라호마로 건너갔다. 하지만 취직을 원했던 회사는 당시 오일쇼크 여파로 직원을 2000명이나 해고한 상태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작은 화장품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됐고, 그 인연으로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사업 초기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다.

한 번은 월마트에서 제품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됐다. 세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즐겁게 프레젠테이션을 듣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얘기를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고 하더라.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두 번, 세 번 방문하다 보니 내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다 알아보더라. 나중엔 결국 물건을 팔았다. 끈질긴 노력과 성실함이 언어의 장벽을 극복한 거였다. 그렇게 나는 월마트에 화장품을 납품한 최초의 동양인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웃음)

국내 화장품 시장을 전망한다면.

한국은 강한 나라다. 올림픽에서도 그렇듯 뭘 해도 세계 10등 안에는 든다. 화장품도 아마 10등 안에는 들 것이다. 한국의 화장품 시장은 8조원 규모다. 앞으로 20~30조 원까지는 무난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같은 국내 기업들이 로레알이나 피앤지처럼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더 불린다면 40~50조원도 가능할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나테라 인터내셔널의 비전이 궁금하다.

나는 우리 제품들이 모두 명품이 되기를 원한다. 그렇다고 값비싼 명품 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코카콜라·박카스·햄버거 같이 만인이 오랫동안 사랑하는 제품, 사라지지 않는 제품, 기업을 살리는 제품을 말한다. 우리도 그런 브랜드, 그런 제품을 만들고 싶다. 이를 통해 우리 회사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다. 이를 위해 리서치&이노베이션, 즉 창조와 혁신에 많은 투자를 할 계획이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201611호 (201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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