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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의 G(글로벌)와 I(나)사이 HR(8) 

연간 평가로는 혁신가 못키워 

김기찬 논설위원·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평가방식부터 혁신해야 기업이 산다. 글로벌 기업의 평가방식은 학습을 독려하고, 능력을 개발하며, 사기를 진작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의 파업(사진)은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갈등 때문에 벌어졌다. 평가에 대한 불만은 지나친 경쟁에 따른 조직 위화감, 피로감으로 변질되고, 결국 생산성의 하락을 가져온다. / 중앙포토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철도를 비롯한 일부 노조는 파업까지 감행했다. 한데 제도만 얘기한다. 속살은 아예 관심도 없다. 이러다 보니 노조는 저성과자 퇴출이라고 얘기하고, 경영계는 업무성과에 따른 적정 배분제도라며 맞선다. 곰곰이 생각하면 이건 실제 화두거리가 안 된다. 어떤 임금제도이든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면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적절한 보상이 집행되기까지의 과정을 얘기하는 게 맞다. 그게 속살이다. 이런 과정에 대한 고민 없이 파업을 벌이고, 제도의 정당성을 논란거리로 삼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그런 면에서 호봉제는 해가 바뀌면 자동적으로 임금이 오르니 보상이란 측면에선 논란에서 배제되는 게 당연하다.

직원의 능력개발에 초점 맞춰야


▎글로벌 기업들은 기존의 연례 평가보다는 작지만 좋은 결과를 낸 직원에게 매주 보너스를 주는 등 성과에 대한 평가를 바꾸고 있다. 델(Dell)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IBM, GE까지 이 방식을 채택했다. 사진은 ‘생각하는 컴퓨터’ 왓슨을 개발한 미국 IBM 연구소. / IBM 제공
임금이나 인사제도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게 평가다. 적정하고, 정당하며, 객관적으로 평가가 이뤄지느냐다. 이게 충족되어야 소속된 구성원이 수긍을 하게 된다. 구성원의 수용성이 떨어지면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그 불만은 지나친 경쟁에 따른 조직 위화감, 피로감으로 변질되고, 결국 생산성의 하락을 가져온다. 충성도가 낮아지고, 위기 때 극복할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런데 한국 기업의 평가체계를 좀 들여다보자. 대체로 한국 기업은 연간 평가를 한다. 한 해에 몰아서 한다는 얘기다. 아니면 분기별이나 6개월에 한 번씩 한다. 그래도 최종 평가는 사실상 연말에 몰아서 연간을 기준으로 내린다. 당연히 인사나 보상도 한 번에 몰아서 한다. 글로벌 기업 중에 이 같은 평가제도나 인적자원 운용방침을 가진 기업은 많지 않다. 이런 평가는 지나치게 성과만 강조해 책임을 따지는 방향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글로벌 기업의 평가방식은 학습을 독려하고, 능력을 개발하며, 사기를 진작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한국 기업이 가진 평가방법은 후진적 기업문화임을 자인하는 것밖에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얼마 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이와 관련한 논문(‘The Performance Management Revolution’)이 실렸다. 이 논문의 핵심은 ‘향후 성과 관리는 직원의 능력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혁명적 전환이 필요하다’이다. 집필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의 인적자원센터장인 피터 카펠리(Peter Cappelli)와 모토롤라, 노키아, AIG 등 세계적인 기업의 인사담당 최고경영자를 지낸 안나 타비스(Anna Tavis)다. 이들은 “기존 평가제도는 과거의 결과에 대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다 보니 성과 향상과 미래 인재개발에는 신경을 쓰지 못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갉아먹는다”고 단언했다.

이 페이퍼는 이렇게 시작한다. 2002년 제약원료회사인 컬러콘(Colorcon)의 글로벌인적자원부문 수장이던 브라이언 젠슨(brian Jensen)이 와튼스쿨에서 강연했다. 그는 “연례평가를 신경쓰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독려하고, 성과를 관리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작지만 좋은 결과를 낸 직원에게 매주 보너스를 주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방식은 정도(正道)를 벗어난 괴짜 짓으로 보였다. 그러나 현재 미국 기업의 3분의 1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연례평가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면담 정도로 변했다. 델(Dell)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IBM, 심지어 오랫동안 전통적인 평가방식의 롤 모델이었던 GE까지 이 방식을 채택했다. 잭 웰치도 내부 경쟁을 조장하고, 조직의 조화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서서히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카펠리와 타비스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한 번 채용한 직원의 가치는 절대 바뀌지 않을까? 저성과 직원은 내 쫓고 유능한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데 돈을 쓰는 방식에 몰두해야 하나? 직원의 개인적 성과와 업무의 성장에 따른 성취감과 같은 내적 보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없을까?”라고. 연례 평가는 과거 행동에 책임을 지우는 식이어서 이런 질문에 답을 내놓지 못한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지의 산업담당선임기자는 연간 평가를 두고 “기업의 가부키 의식(rite of corporate kabuki)”이라고까지 했다. 서구에선 가부키 분장을 허례허식과 탐욕의 상징으로 여긴다. 오페라 ‘안드레아 세니에(Andrea Chénier)’에 등장하는 귀족의 화장이 마치 일본의 가부키 배우처럼 하얗다. 프랑스 혁명 당시 귀족들의 탐욕과 허세를 이렇게 표현했다. 온 얼굴에 하얀색 분칠을 한 여성의 관능적 몸짓으로 유명한 일본의 전통극(가부키)에 빗대 기존의 기업 평가방식을 ‘천박한 형식주의’라고 통박한 것이다.

그래서 평가의 기준을 다시 인간 개발로 회귀해야 한다고 한다. 그게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필수 조치라고 강조했다. 연말에 돈으로 보상과 처벌을 하는데 몰두하는 건 미래 경쟁력에 치명적 약점이 된다는 풀이를 곁들여서다. 그러려면 회사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를 모두 존중해야 한다.

연말에 돈으로 하는 보상은 후진적

평가방식이 이렇게 변하면 혁신가를 키우기가 용이해진다. 흔히 기업을 먹여살리는 건 1%의 핵심인재라고 한다. 그러나 이 1%로 진짜 기업을 먹여살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나 기업인도 많다. 만약 기업이 큰 위기에 처했을 때 정말 1%에 기대서 극복할 수 있을까. 혁신을 이 1%에 온전하게 맡기는 게 경영에서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이 정도 규모의 인재로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원활하고 안정적인 혁신을 꾀하기 힘들다는 전문가의 권고가 쏟아지는 판이다. 혁신을 주도할 인재를 발굴하는 데만 관심을 쏟고, 육성하는데 소홀하면 혁신의 불씨를 아예 끌 수 있다. 거스 블라크(Gus Vlak), 존 카첸바흐(Jon Katzenbach), 제프리콘(Jeffrey Cohn)의 『획기적인 혁신가 발굴과 정비(Finding and Grooming Breakthrough Innovators)』)

최근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도 평가방법을 달리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개발과 육성 중심의 평가체계가 적용되면 고용기간이 한정된, 근로계약 종료를 눈 앞에 둔 비정규직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수시 평가로 비정규직의 근로의욕을 높이고, 더 잘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비정규직 가운데 숨은 인재가 없을 리 없다. 이들을 발굴하고, 육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는 데도 유용하다. 1년에 단 한 번, 연례평가로는 이런 효과를 보기 어렵다.

- 김기찬 논설위원·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201611호 (201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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