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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의 경영리더십 강의 

예측 불가능하고 불확실한 시대에 요구되는 회복탄력적(resilient) 리더십 

이승윤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사람들이 자포자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전진할 수 있도록 피로한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고 적극적으로 지지, 지원해 주는 리더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이다.

▎모건 스탠리는 1993년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 이후 재난이 닥쳤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전 직원이 반복적으로 연습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 2001 9.11 사태라는 더 큰 테러에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이해할 수 없고 납득이 되지 않는 대내외적 사건들로 인해 온 나라와 세계가 혼란스럽다. ‘설명되지 않은 일은 참아낼 수 있지만, 설명될 수 없는 일은 견디기가 어렵다’는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Erving Goffman)의 말처럼, 지금까지 우리가 사회를 이해해왔던 방식들로는 설명하고 납득하기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기일수록 탄력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내는 리더십 역량이 필요하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란 난관이나 역경에 부딪쳤을 때 남들보다 더 빠르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 결과 더 빠르게 원상회복되거나 이전보다 더 발전된 상태로 도약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연구자들의 조사 결과, 어려운 상황을 빨리 극복해내고 더 나은 상태로 회복되는 사람들과 조직들에게는 다음의 세 가지 공통된 특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의미를 찾아내야


▎이승윤 : 서울대학교 경영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5년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학위 논문 <팀 안에 공유된 긍정적 감정이 팀의 창의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경영학회 조직행동 분과에서 ‘최고 박사학위 논문상’을 수상했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를 역임했으며, 팀 매니지먼트, 리더십, 조직행동, 인적자원관리 등이 주 연구분야이다.
첫째, 현실을 직시하는 능력이다. 회복탄력적인 사람들은 처한 상황을 현실적인 눈으로 바라본다. 힘들고 지치는 상황을 외면하고 부정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인데, 이를 억누르고 실질적인 생존전략을 강구하는 것이다. 세계적 금융회사인 모건 스탠리는 2001년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타워에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남쪽 타워의 22개 층에 2,7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비행기가 북쪽 타워와 충돌한 오전 8:46 직후 8:47부터 전 직원이 대피하기 시작했고, 두 번째 비행기가 남쪽 타워에 15분 후에 충돌했을 때는 대부분의 직원이 이미 대피한 상태여서 다른 회사들에 비해 피해가 크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가 가능했던 것은 모건 스탠리가 그로부터 약 8년 전인 1993년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 사건이 일어났을 때 현실을 직시하고 대응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재난이 닥쳤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8년간 전 직원이 반복적으로 연습한 노력의 결과, 2001년에 발생한 더 큰 테러에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테러 직후 다른 금융회사들이 전산망을 정비하느라 갈팡질팡하고 있을 동안 모건 스탠리는 평소에 정비해 둔 세 군데의 임시 근무처에 직원들이 신속하게 다시 모여 업무를 재개할 수 있었다.

둘째,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이다. 2차 대전 당시 유태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한 심리학자의 이야기가 와 닿는다. 수용소에서 지내던 어느 날 ‘마지막 남은 담배 한 개피를 수프 한 그릇과 바꿀까?’ 하는 문제로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내 인생이 이렇게까지 초라해 졌는가 하며 탄식했다고 한다. 절망적으로 보이는 현실에서 삶의 의욕을 되찾으려면 자신이 삶에서 추구할 의미 있는 목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때부터 유태인 심리학자는 전쟁이 끝난 후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고 한다. 유태인 수용소의 생생한 현실과 그 안에서 고통 받았던 이들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자 하는 삶의 목표 덕택에 그는 일상의 고통으로부터 탄력적으로 회복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실직자 지원센터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비록 적은 월급과 격무에 시달리지만 도움이 절실한 실직자들을 위해 일한다는 의미를 발견한 직원은 그저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 일하는 직원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의욕과 에너지를 가지고 업무에 임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스스로를 피해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하지 않도록, 실망하고 좌절하고 분노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리더는 긍정의 관점에서 진솔한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실이 비록 어둡고 부정적일지라도 그 안에서 배울 점을 찾아내고, 장기적으로 바라봤을 때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 함께 대화하고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시도하는 능력이다. 세계적인 우편 및 택배 배송업체인 UPS는 직원들에게 자율적으로 스스로 판단해서 일할 것을 강조한다. 즉, 정시에 배송을 완료할 수 있도록 무슨 방법이든 시도하라는 것이다. 교통신호의 고장이라든지, 배송 트럭 타이어가 펑크 났다던지, 다리가 무너졌다든지 등등 난관이 생기면 배송담당자들은 삼삼오오 자율적으로 모여 의논하고 문제해결책을 모색한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입혔던 허리케인 앤드류가 플로리다를 쑥대밭으로 만든 바로 그 다음 날부터 다시 소포를 배달한 것도 UPS였다. 이러한 UPS의 노력은 재난 지역을 복구하고 질서를 되찾아야 되겠다는 사람들의 의지를 북돋는 상징적인 의미로서도 작용했다고 한다.

미래의 더 발전된 자신의 모습을 시각화하라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입혔던 허리케인 앤드류가 플로리다를 쑥대밭으로 만든 바로 그 다음 날부터 다시 소포를 배달한 것도 UPS였다.
또 다른 흥미로운 예로, 1차 대전 때 알프스에 주둔하고 있던 헝가리 군인들의 이야기가 있다. 정탐을 떠나자마자 이틀에 걸쳐 폭설이 쏟아져 길을 잃고 절망에 빠져있는데, 마침 한 명이 주머니에서 지도를 발견한 것이다. 이에 다시 힘을 얻어 임시캠프를 정비하고 눈이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출발해서 무사히 귀환했다. 부대에 있던 대장이 너무나 기쁜 마음에 그 귀한 지도를 한번 보고 싶다고 해서 지도를 펼쳤는데, 놀랍게도 그 지도는 알프스 지도가 아니라 피레네 산맥 지도였던 것이다. 비록 엉뚱한 지도였지만 그 지도가 절망과 비관에 차 있던 헝가리 군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다시 출발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준 것이다. 자포자기하지 않고 무엇이든 행동하고 시도하다보면 대안을 발견하고, 이를 반복하다 보면 점차 난관을 넘어서게 된다.

회복탄력적인 사람과 조직은 미래의 더 발전된 스스로의 모습을 시각화 한다고 한다. 유명한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의 아버지는 공을 치기 전에 홀 안으로 공이 굴러들어가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려보기를 권유했다고 한다. 긍정적인 결과를 떠올리는 것은 단순히 마음을 안정시키고 희망적인 생각을 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신경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비주얼하게 머릿속에 무엇을 그려보면 실제로 뇌의 신경 회로망이 새롭게 프로그램 되어 실제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나는 나중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우리 조직은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은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은 개인과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를 드러낸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고 싶은 모습을 시각화하고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할 때, 난관에 부딪치고 어려움이 닥쳐도 탄력적으로 이겨내고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 이승윤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201612호 (20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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