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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도 몰리는 헤지펀드 열풍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국내 헤지펀드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헤지펀드 운용사 설립 요건과 투자자 최소 가입금액을 낮추면서 중산층들도 헤지펀드에 몰리고 있다.

▎헤지펀드 열풍이 불고있다. 하지만 너도나도 투자했다가 성과가 안 좋으면 시장 전체가 신뢰를 잃을까 염려스럽다는 시각도 있다. /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 참모 중한 사람은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존 폴슨(61) 폴슨앤컴퍼니 회장이다. 폴슨 회장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때 시장 하락 가능성에 투자해 20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헤지펀드는 위험에 대비해 ‘울타리를 친(hedge) 펀드’라는 뜻에서 시작됐다.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투자자에게 ‘절대 수익’을 주는 게 헤지펀드의 목표다. ‘양다리 걸치다’라는 속어에서 유래됐다는 해석도 있다. 위험을 여러 곳에 분산시킨다는 의미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뮤추얼 펀드는 주식·채권 등 안전성 높은 상품에 투자하지만 자금 흐름과 수익률이 공개된다. 반면 헤지펀드는 환율이나 공매도 등 위험이 있지만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한다. 다만 투자 방법과 수익률 등은 공개되지 않는다.

올해는 헤지펀드 탄생 68년이 되는 해다. 1946년 기자 출신 금융가인 앨프리드 존스(1900~1989년)가 10만 달러를 종잣돈으로 헤지펀드를 개척했다. 당시 그는 “독(毒)은 독으로 치료하듯 위험한 투자전략 두 가지를 결합하면 무위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내놓은 펀드는 주식을 공매도하면서 동시에 신용매수해 주가가 떨어지든 오르든 수익을 보는 전략을 폈다.

‘헤지펀드의 황제’로 불리던 조지 소로스(86)가 운영하는 ‘퀀텀기부펀드’는 1973년 설립 이후 2013년까지 396억 달러의 수익을 올려 업계 최고로 평가받는다. 소로스는 92년 100억 달러를 동원해 영국 파운드화를 공격, 영란은행의 항복을 받아내면서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유럽통화제도(ERM) 회원이었던 영란은행은 소로스의 파운드화 투매에 금리인상과 외환보유액까지 동원한 시장 개입으로 맞섰지만 방어에 실패하자 ERM에서 탈퇴하는 굴욕을 당했다.

올해 사모펀드 순자산 규모, 공모펀드 앞질러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존 폴슨 폴슨앤컴퍼니 회장(왼쪽)과 ‘헤지펀드의 황제’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오른쪽). / 뉴시스
국내에서도 헤지펀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2011년 12월 기존 사모펀드의 운용 규제를 완화하면서 탄생했다. 사모펀드는 크게 전문투자형(헤지펀드)과 경영참여형(PEF)으로 분류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사모펀드의 순자산 규모가 올해 공모펀드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199조8000억원이던 사모펀드 순자산 규모는 올해 9월까지 21.6%가 늘어난 24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공모펀드는 같은 기간 213조8000억원에서 4.8% 늘어난 224조원에 그쳤다.

사모펀드가 최근 급성장한 것은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헤지펀드 운용사 설립 요건을 자본금 60억원에서 20억 원으로, 투자자 최소 가입금액은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그동안 최소 가입금액 등 때문에 개인 투자자에게는 멀게만 느껴졌던 헤지펀드가 거액 자산가 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다가가고 있다. 포브스코리아가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현대증권 등 3개 증권사로부터 헤지펀드 가입 현황 통계를 집계한 결과 1억 이상 2억 미만 상품 규모가 457억원으로 전체 9.6%를 차지했다. 기관 투자금액이 많은 5억 이상(78.1%)에 이어 두 번째로 자산 규모가 큰 상품 구간이다.

서울 강남 역삼동에 위치해 국내 개인투자자 자산 관리의 심장부라 불리는 강남파이낸스센터(GFC)도 헤지펀드 인기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 금융회사 프라이빗 뱅킹(PB) 센터 11곳이 이 건물에 밀집해 있다. 이곳에선 현금 자산이 최소 10억원 이상 갖춘 개인투자자만이 거래가 가능하다. 지난해 10월부터 최소 가입 금액 규제가 풀리면서 헤지펀드에 관심을 갖는 개인투자자가 10명 중 1명에서 3~4명 수준으로 늘었다. 헤지펀드 상품 가입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는 대부분 관련된 일을 직접 해본 적이 있거나 업계 지식이 두터운 고객이다.

조재영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부장은 “주가가 크게 오르든 내리든 영향을 받지 않고 절대수익을 꾸준히 챙길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한다”며 “향후 제도 보완으로 원금 보장형 헤지펀드 상품이 나온다면 기존의 은행 예금을 위주로 돈을 모았던 거액 자산가에게도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곽상준 신한금융투자 여의도본점영업부 PB팀장은 “공모펀드에서 지난 2년간 수익이 나지 않으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사모펀드 시장으로 돌아섰다”며 “고수익을 쫓다가 원금까지 손해나기보다 연간 5~10% 수익이라도 안전한 상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연 4~5% 수익 상품에 거액 자산가들 수요 늘어


기존 헤지펀드가 숏(Short·공매도) 위주였던 반면 신규 헤지펀드는 메자닌(CB·BW)·공모주(IPO)·비상장주식 등 다양한 투자전략을 혼합한 게 특징이다. 5년 넘게 지속되는 지루한 박스권 장세에서 공모주 등에 접근이 쉽지 않은 개인투자자는 헤지펀드를 통해 간접투자에 접근하는 모습도 보인다. 박기웅 미래에셋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1본부 본부장은 “변동성이 낮으면서 연 4~5% 수익을 내주는 상품에 대한 거액 자산가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다양한 전략을 가진 상품이 많아 브렉시트와 같이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운용사뿐 아니라 증권사도 인하우스 헤지펀드를 출시할 수 있게 되면서 NH투자증권도 전문사모 집합투자업 등록하고 지난 8월 증권업계 최초로 헤지펀드 상품을 출시했다. NH투자증권의 첫 헤지펀드 상품인 ‘NH앱솔루트 리턴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는 3000억원 중 2000억원이 자기자본금이다. 500억원은 계열사에서 받고, 나머지 500억원을 모집한다. 이동훈 NH투자증권 헤지펀드본부장은 “자사 돈이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수수료를 추구하는 운용자와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가 충돌할 일이 없다”며 “전략을 분산시켜 운용자와 투자자 모두 만족하는 수익률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시장 분산도를 늘리기 위해 해외 투자 비중을 10% 정도로 잡고 있는데 규모가 커지면 이를 20~30%로 확대할 예정이다.


기업공개(IPO)에서 나오는 공모주 물량 확보를 위해 헤지펀드가 활용되기도 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IPO 전략을 펼치는 한국형 헤지펀드들의 올해 누적 수익률은 10월 말 기준 평균 12.14%에 달했다. IPO 전략은 상장 전에 공모주 청약 투자를 하고 상장 이후 종목 매매로 수익을 올리는 투자방식이다. 상장 전에 매수하는 프리(Pre) IPO 전략을 쓰기도 한다.

로보어드바이저 활용한 헤지펀드 상품도 출시


▎지난달 15일 NH투자증권 내 헤지펀드본부 사무실 내부 모습. NH투자증권은 전문사모 집합투자업 등록하고 지난 8월 증권업계 최초로 헤지펀드 상품을 출시했다. / NH투자증권 제공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헤지펀드 상품도 출시됐다. 빅데이터·알고리즘(연산규칙)을 사용하는 로보어드바이저와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숏 전략도 쓸 수 있는 헤지펀드의 특성을 한 군데 모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승준 쿼터백 자산운용본부장은 “여러 국가의 주식시장에 동시에 투자하려면 우선 각국의 주가지수 수익률을 복제하기 위해 여러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매수해야 한다”며 “로보어드바이저를 사용하면 동시에 각 종목을 리서치하거나 지수 내 종목 편·출입하는 데 사용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의 급격한 확장을 우려의 시선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정삼영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금융대학원장은 “이번 정부 들어 공모펀드 시장이 지지부진하다 보니 사모펀드 시장을 급하게 키운 측면이 있다”며 “해외 유명 헤지펀드는 70년대부터 투자 기법의 신뢰도를 쌓았듯이 국내 헤지펀드도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처음 헤지펀드에 투자하려는 중산층은 ‘정부가 검증해준 부자들의 투자 비법’이라는 인식으로 섣불리 다가가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있다. 최권욱 안다자산운용 회장은 “각 운용사가 규제 밖으로 나가서 새로운 투자 기법을 발견해내고 시장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전가의 보도처럼 수익이 안 나는 시절에 절대적인 수익을 창출한다는 상품이라고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헤지펀드 상품도 장기간 기록적인 수익을 내지 못한다. 존 폴슨의 폴슨앤컴퍼니 운용자산은 380억 달러(41조7430억원) 수준에서 올해 120억 달러(13조 1820억원)로 급감했다. 2014년 한 해 동안 본전을 27%를 잃기도 했다. 최권욱 회장은 “국내 헤지펀드 시장이 확대되는 건 바람직하지만 2000년대 초반 벤처 버블처럼 돈이 몰린다는 소식에 너도나도 투자했다가 성과가 안 좋으면 시장 전체가 신뢰를 잃을까 염려스럽다”며 “긴 안목으로 투자자의 신뢰를 얻어 하나의 산업군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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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호 (20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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