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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에 성공한 황창규 KT 회장의 승부수 

5G 표준 선점하고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황창규 KT 회장이 취임 후 회사의 실적을 개선시킨 점을 인정받아 다시 KT를 이끌게 됐다.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추진과 경영구조 독립성 확보가 과제다.

▎KT 제공
황창규 KT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KT 최고경영자(CEO) 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26일 서울 광화문 KT사옥에서 회의를 열고 황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이사회에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추천위는 “황 회장의 지난 3년간 경영 실적과 앞으로의 경영 계획을 심도 있게 검토한 결과 차기 CEO로 적합하다고 최종 판단했다”고 밝혔다. 1월31일 이사회에서 이 안건을 의결하면서 사실상 연임이 확정됐다. 3월 주주총회에서 정식으로 재선임되면 2020년 3월까지 3년 동안 KT를 이끌게 된다.

황 회장은 2014년 취임 후 회사의 실적을 안정적으로 이끈 점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첫해인 2014년 KT는 4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지만, 이듬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2929억원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KT가 영업이익 1조원대에 진입한 것은 2012년 이후 3년 만이다. 이를 위해 대규모 감원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도 8000명이 넘는 직원을 명예퇴직시켰고, 주력 사업인 유·무선 사업경쟁력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기 위해 통신과 관련 없는 KT렌탈 등 17개사를 매각했다.

고무적인 경영 실적 인정 받아


KT는 지난해 연간 매출 22조7432억원, 영업이익 1조 44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1%, 11.4%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KT의 영업이익은 2011년 이후 최대 수치다. 2012~2013년 23조8000억원대의 매출이 2014년 22조원대로 내려앉으면서 하락세에 놓였지만, 기가 인터넷 가입자가 250만 명을 넘어서는 등 무선과 인터넷·IPTV에서 고른 성장을 나타내면서 2년만에 매출이 회복세를 보였다. 한때 186%까지 올라갔던 부채비율도 지난 말 기준 139%대로 낮췄고, 최근 무디스의 신용등급도 3년 만에 A등급을 회복하면서 3대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A등급의 신용등급을 받게 됐다.

실적 개선을 배경으로 연임이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됐지만 악재도 있었다. ‘최순실 사태’의 불길이 번진 것이다. KT는 차은택 씨 측근을 임원으로 채용하고 최순실 씨가 실소유한 광고회사에 광고를 몰아준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검찰의 재계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황 회장은 수사 선상에서 제외됐고, 최순실 측이 주장했던 KT스키단 창단을 반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추천위는 관련 의혹에 대해 황 회장과 관계자들의 증언을 청취하며 사실 여부를 검토했고, 황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결정적인 결격 사유가 없다고 최종 결론 내렸다. 그간의 고무적인 경영 실적과 함께 황 회장 외에 마땅한 적임자가 없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비통신 분야 매출 향상에 주력

황 회장은 향후 신산업에 승부를 걸 것으로 보인다. 황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KT의 목표는 지능형 네트워크 기반의 플랫폼 회사,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미디어 플랫폼 회사”라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인터넷 전문은행 본인가 획득 외에 기가 인프라 등 통신 본업에 충실했다면, 올해는 대규모 승진으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고 플랫폼 사업으로 통신판 ‘황의 법칙’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연임이 발표되기 전인 1월16일엔 업계의 예상을 깨고 대규모 임원 승진 인사를 마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신사업 추진을 위해 조직을 혁신하겠다는 황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3일 경기 성남시 KT 분당사옥에서 주요 임직원 500여 명이 참석한 ‘2017 신년 전략워크숍’에서는 구체적으로 ‘2기 경영’을 준비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빠른 속도로 변하는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기존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모바일 앱 사업자들의 방식을 답습하지 않겠다”며 “보유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현재 통신분야 매출이 대부분인 KT를 2020년에는 비통신 분야 매출 비중이 20∼30%에 달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미디어, 스마트에너지, 기업·공공가치 향상, 금융거래, 재난·안전을 ‘5대 플랫폼’으로 선정해 미래 핵심 사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얘기다. 전통적인 의미의 통신 사업자에서 지능형 네트워크 기반의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본 것이다.

가까운 승부처가 될 5세대(5G)에 대한 강조도 빼놓지 않았다. 2~3년 내 본격화될 5G 통신이 KT가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본 것이다. 황 회장은 2015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때부터 “5G는 최고의 성능과 비용 효율성을 지닌 궁극의 네트워크”라며 “새로운 5G 네트워크는 미래 혁신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현재 5G는 국제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한창이다. KT는 내년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주관사로서 평창에서 세계 최초로 5G 시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독립이사 늘리고 이사회 더 강화해야

황 회장은 KT의 5G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채택되는데 평창올림픽이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역사적으로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제 스포츠대회를 계기로 정보통신기술의 표준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흑백TV가 최초로 중계됐고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컬러TV 위성중계가 도입됐다. KT는 ‘KT-5G-SIG’의 이름도 ‘평창규격’으로 정하며 홍보에 힘쓰고 있다. KT는 평창올림픽에서 5G를 활용한 사물인터넷(IoT)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정보통신기술을 모두 동원한다.

조직 내부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독립적인 기업지배구조 구축이다. 연임 결정 과정에서 CEO추천위와 이사회가 요구한 사항이기도 하다. CEO추천위원회는 1월26일 황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하면서 신성장 사업 추진과 함께 투명하고 독립적인 기업지배구조 구축을 ‘특별히’ 요구했다. 이사회 역시 1월31일 정기회의에서 차기 회장의 경영계약서에 투명하고 독립적인 기업 지배구조 구축을 주요 과제의 하나로 설정했다. 해당 경영계약서는 3월 주주총회에서 황 회장이 정식으로 재선임되면 효력을 발휘한다. 이날 회의에서 황 회장은 “이사회가 주문한 과제들을 한치의 어김 없이 성실하게 수행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가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우는 데는 ‘최순실 사태’로 KT의 독립성 문제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KT는 민영화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공기업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KT는 10.62%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사실상 주인이 없는 회사다. 때문에 정권 교체기마다 정치권 외풍에 시달려왔다. 역대 KT CEO 중 단 한 명도 ‘연임+임기 종료’의 평탄한 코스를 밟지 못했다. 황 회장은 이를 의식해 취임 초기부터 낙하산 인사 배제 원칙을 세워왔지만 국정농단의 주역 차은택 씨의 측근을 임원으로 채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뢰도에 흠집이 갔다.

전문가들은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확대해 CEO 선임 과정에서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KT 이사회는 사외이사 7명과 사내이사 3명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명이 CEO추천위원회에 참여한다. 내부 견제와 감시를 위해 사외이사의 영향력을 키워놓았지만, 사외이사마저 정권의 영향이나 내부 입김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는 게 KT 안팎의 평가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외부 주주가 추천하는 독립이사를 늘려 이사회 주도로 투명하고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박스기사] 황창규 회장은

1953년생. 부산고, 서울대 전기공학과와 대학원을 거쳐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MIT)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스탠퍼드대 책임연구원, 인텔사 자문을 거쳐 1989년 삼성반도체 DVC 담당으로 입사했고, 이후 삼성반도체 상무이사, 연구소장, 부사장,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 및 기술총괄사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삼성전자 근무 당시인 1994년에는 세계 최초로 256메가 D램을 개발한 반도체 전문가로 올라섰다. 특히 2002년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2배씩 늘어난다’는 메모리 신성장론, 이른바 ‘황의 법칙’을 발표하면서 유명해졌다. 삼성전자가 D램 분야에서 확고한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는 데 역할이 컸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03호 (2017.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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