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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팟빵 대표 

오디오 시장의 또다른 미래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사진최정동 기자
‘팟빵’은 한국 최대 팟캐스트 플랫폼이다. 가입자 300만 명에 월간 순이용자가 50만 명에 달한다. 팟빵에서 활동하는 팟캐스트만 9000명이 넘는다. 김동희 팟빵 대표는 “올해에는 기업의 영역을 더 적극적으로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리디오의 또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김동희 팟빵 대표.
팟캐스트'(Podcast)는 애플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의 합성어다. 미국에서 아이폰4가 인기를 끌던 2007년 등장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나 음악을 녹음해 파일로 올리면 애플 아이튠즈에서 이를 검색해 내려 받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라디오 방송이라고 보면 된다. 팟캐스트는 문턱이 거의 없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주제도 자유롭다. 원하는 이야기를 마음껏 대중에게 알릴 수 있다. 이런 장점들 덕에 미국에서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는 2010년 들어 팟캐스트들이 등장한다. 재능있는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를 들고 개인 방송을 시작했다. 커다란 화제를 모으는 팟캐스트가 등장하자 이들을 상업화하려는 시도가 생겼다. 가장 대표적인 업체가 ‘팟빵’이다. 가입자 300만 명에 월간 순이용자는 50만 명에 달한다. 팟빵에서 활동하는 팟캐스트만 무려 9000명이 넘는다. 김동희 팟빵 대표는 “타이밍이 잘 들어맞은 덕에 회사가 성장했다”며 “올해에는 더 적극적으로 기업의 영역을 넓혀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팟빵은 인기 캐스트를 한번에 모아 볼 수 있는 플랫폼이다. 네이버로 뉴스를 검색하듯이 팟빵을 통해 팟캐스트를 찾아서 들을 수 있다. 김 대표는 팟빵의 성공에는 인기 팟캐스트 나꼼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5회 방송이 나왔다는 트위터는 왔는데, 개인 컴퓨터(PC) 파일로 받아서 듣기까지는 2~3일 걸리더군요. 초기 나꼼수는 아이폰 유저만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그는 아이폰 유저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사용자와 스마트폰 없는 사람에게 인기 팟캐스트들의 에피소드를 한데 모아 소개할 방법을 생각했다. 팟캐스트는 MP3와 같은 미디어 파일을 웹에 올리면 파일의 주소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배포한다. 팟빵은 최신 방송 콘텐트가 올라올 때마다 자동으로 구독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아이폰은 물론 안드로이드폰, PC로도 들을 수 있다. 팟캐스트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이다.

2012년 3월 팟빵은 서비스를 시작한다. 나꼼수 8회가 진행할 무렵인데 막 주진우 기자가 합류한 시점이다. 계속 화제에 오르더니 10회부터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접속자가 크게 증가하며 팟빵도 함께 성장을 시작했다.

“저희 아이디어가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모두 알고 있는 뻔한 모델이지요. 나꼼수가 주목받는 것을 보며 이를 활용할 사업 모델을 제시했는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운이 좋은 케이스라 생각합니다.”

팟캐스트를 공급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지만 더 어려운 문제가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수익성 확보다. 팟빵은 5년차 기업이다. 김 대표는 “4년차까지는 경영 환경이 재앙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유저는 늘었지만 마땅한 수입원이 없었기에 관리 비용만 늘어 났던 것이다.

“콘텐트 비즈니스의 수익 모델은 광고와 유료화지요. 딱 둘뿐입니다. 팟캐스트 유료화는 불가능했지요. 그럼 광고인데, 기업이 들어올 때까지 버텨야만 했습니다.”

그는 4년간 광고 없이 회사를 운영했다. 팟빵의 가능성을 설명하며 투자를 유치했다. 그는 조직원도 다독였다. 지금은 기미가 안 보이지만 조금만 참으면 물이 끊어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 왔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이야기하며 직원을 끌고 왔습니다. 다행히 조직에 나를 믿어주고 따라주는 사람들이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팟빵엔 지난해 여름부터 기업 광고가 붙기 시작했다. 물이 끓을 기미가 보인 것이다. 여기에 소액 광고주들이 늘기 시작했다. 중소기업과 지역 대형 자영업체들은 광고를 집행할 매체를 찾고 있었다. <벼룩시장>과 <교차로>가 문을 닫은 이후 대체 매체를 찾던 중이었다. 네이버나 다음 광고 비용은 감당하기 어렵다. 소액 광고주가 뛰어들기엔 효과 있고 가격 맞는 곳을 찾기 어렵다. 팟캐스트가 그 시장을 파고 들어온 것이다. 팟빵이 이용자 6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팟캐스트 광고 효과가 다른 매체보다 비슷하거나 높다’라는 답변이 83.7%에 달했다. 팟캐스트별로 청취자가 명확해 광고 효과가 좋다. 여기에 따로 광고를 제작할 필요도 없다. 예컨대 ‘삼거리 앞 이모네 떡볶이가 그렇게 맛있다고 합니다. 사랑해요’라는 대사를 팟캐스트가 방송 중 직접 소개할 수 있어서다. 요즘 상황을 김 대표는 “표층에 수증기가 발생하며 증발이 되는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냄비 바닥에 기포가 생겨 방울방울 올라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직원들에게 이야기했지요. ‘곧 물이 끓는다. 라면 넣을 준비하자’라고요.”

팟빵은 자리 잡기까지 강력한 경쟁자가 거의 없었다. 정치라는 민감한 주제 때문이었다. 나꼼수는 현직 대통령과 국회의원, 대기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인기를 끌었다. 네이버와 다음이 팟캐스트에 관심을 보였지만 주제에 한계가 있었다. 역사 팟캐스트만 봐도 대형 포탈에선 근현대사를 찾기 어렵다. 고려 왕건, 조선의 이성계, 일본 도쿠카와 이에야스 정도만 한다. 김 대표는 “우리 분야는 그들에게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며 “그 덕에 무풍지대에서 3~4년 독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 한국에서 팟빵과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대형 사업자는 애플 팟캐스트뿐이다. 한국 콘텐트를 다뤄야 하고, 아이폰에서만 호환되기에 팟빵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제는 라디오도 온디맨드 시대”

김 대표는 “요즘 누가 시간표 보며 라디오 듣느냐”고 반문한다. 자기가 듣고 싶을 때 원하는 프로그램을 듣는 형식으로 라디오 청취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라디오도 온디맨드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이다. 물론 실시간 라이브도 필요하다. 시의성 있는 콘텐트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취미, 교양, 관심사 분야는 실시간으로 볼 이유가 없다. 누구나 손에 스마트폰, 즉 미디어 매체를 들고 다니는 시대다.

오디오의 가치도 계속 높아지는 중이다. 지난해 한국에선 인공지능(AI)이 큰 이슈였다. AI 특징 중의 하나로 언어 능력이 꼽힌다. 사람과 기계가 대화하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그래서 오디오가 중요하다. 언어를 이해하는 기기가 등장하면 말로 입력하고 답해주게 된다. 정보를 오디오로 콘텐트화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라디오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는 김 대표도 모른다. 다만 지금의 라디오 형태가 유효할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한 가지 검증된 방식이 팟캐스트다. 그가 “미래는 우리에게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사진최정동 기자

201703호 (2017.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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