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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 (1)] 배우 공유 

작품과의 호흡을 고민하는 배우 

이선필 오마이뉴스 기자
<부산행>과 <도깨비>. 흥행 1위 영화와 시청률 1위 드라마다. 훤칠한 미남배우 공유가 주인공이었다. 그는 멜로스타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며 자신을 발전시켜왔다.

삽시간에 사람들이 그를 에워쌌다. 누가 봐도 늘씬하고 아름다운 여성들이었다. 2016년 칸 영화제 현장에서 배우 공유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이다. 제69회 칸영화제 초청작 중 하나였던 <부산행>의 시사회를 마친 공유가 극장 문을 나오던 참이었다. 외국인 팬을 접한 공유는 여유롭게 그들의 사진촬영 요구에 응했다. 여기저기서 “메흐시!(고맙습니다)”가 메아리처럼 퍼져 나왔다. 공유는 “사실 (부산행을 상영한) 뤼미에르 극장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는데 이번에 이렇게 오게 됐다. 감독님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데뷔 15년 차 배우다. 흥행작품에도 여럿 출연했지만 글로벌 영화제의 무대는 생경했다. “처음 연상호 감독님을 만나 작품을 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 <부산행>에 대한 내 걱정을 말씀 드렸다. 자신감을 보이시더라. 내 캐릭터가 돋보이고 아니고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작품에 들어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난 강한 캐릭터보단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캐릭터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 같다.”

공유가 작품을 선택해온 방식이다. 본인과 작품과의 호흡을 고민한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도 자신이 돋보이기보다는 주위와 공감하는 캐릭터를 선호한다. 최근 그가 참여한 작품을 살펴보자. 좀비물 <부산행>, 판타지사극 <도깨비>, 멜로 <남과 여> 등이 있다. 장르는 제각각이지만 그 속에서 공유가 맡은 인물엔 공통점이 있다. 가족을 아꼈던 다소 이기적인 가장이거나 누군가를 마음에 품은 한 남성이었다. 이를 두고 공유는 “삶에 지친 고단한 인물이나 힘없는 약자”라고 말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캐릭터라는 뜻이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캐릭터 선호

지금은 한국 최고의 인기남이지만, 그 역시 외롭고 추운 시절을 겪었다. 먼저 데뷔 무렵을 살펴보자. 지금의 공유가 쉽게 상상되진 않는다. 공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판타지 로맨스의 대명사로 활발하게 대중에게 소비되던 때가 있었다. 드라마 <학교4>(2001), <건빵선생과 별사탕>(2005), <커피프린스 1호점>(2007) 시절이다. 최강희·조인성·하지원·장혁 등 스타 배우가 거쳐 간 <학교> 시리즈로 데뷔했다는 것 자체가 그의 스타성을 담보한다. 훤칠한 키에 부드러운 목소리는 여심을 자극하기 충분해 보였고, 실제로 앞서 언급한 작품으로 그는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 등 주변 나라까지 팬층을 넓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여심 자극 캐릭터는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정점을 찍는다. 여기까지를 배우 공유의 인생 1막이라 할 수 있다.

장애학생 성폭행이라는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도가니>(2011)부터는 2막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너무 화가 나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야기에 빠져있던 때문이기도 했지만,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에 자신을 맞췄던 과거와 달리 스스로 표현하고 싶은 걸 찾아 나서기 시작한 시기다. 청춘스타가 배우로 전환되는 지점이다.

사실 이 변곡점엔 다수의 실패 경험이 숨어있다. <학교4> 출연 직후 연속해서 택한 <거침없는 사랑>(2002)이나 <스무살>(2003), <스크린>(2003) 등의 드라마는 그로서도 굳이 상기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작품 흥행이나 연기면에서도 공유는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영화로 보더라도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에서 건달로 특유의 표정 연기를 보이거나, <잠복근무>(2005)로 코믹 액션에 도전했지만 역시 관심을 사기엔 역부족이었다. 일각에선 그의 선구안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던 때였다.

제대 후 복귀작으로 택한 영화 <김종욱 찾기>(2010)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아직도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로맨틱 코미디로 스타덤에 올랐음을 그 역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안주하지 않고 싶었고,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택한 게 잔잔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 <김종욱 찾기>와 멜로물 <남과 여>(2016)다. 비록 후자는 흥행에서 실패했지만, 외려 맥이 끊길 뻔했던 정통 멜로의 흐름을 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풋풋한 사랑의 아이콘이 불륜과 욕망이라는 금기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높이 살 만하다.

그리고 가장 근작이면서 대중이 ‘공유앓이’를 한 드라마 <도깨비>(2017)가 있다. 선택까진 쉽지 않았다. 5년간 김은숙 작가가 러브콜을 보냈음에도 거절해왔다. 입대 직전 경험했던 드라마들의 실패와 제대 이후 야심차게 택한 <빅>(2012)의 부진 탓이 컸다. 송중기가 출연한<태양의 후예>(2016)를 먼저 제안받았음에도 거절한 것 역시 드라마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다.

<도깨비>의 성공은 곧 청춘 로맨스물에 박제돼 있던 공유의 멜로 감성이 현 시점으로 확장됨을 의미한다. 동시에 이는 유행하는 장르와 스타성이 담보된 배우만 반복해 등장시키는 국내 콘텐트 제작 업계의 안전제일주의 혹은 매너리즘에 균열을 내는 결과이기도 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통하지 않을 법했던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등장하는 사랑이야기라니.

안주하기 거부하고 꾸준히 도전

이 같은 참신한 멜로의 등장과 더불어 우린 <시그널> 같이 지상파에서 편성을 거절했음에도 작품성과 배우의 합으로 성공하는 예를 봐왔다.

이는 국내 영화 산업에도 절실하다.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2008) 이후 한국에선 스릴러 열풍이 불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가문의 영광> 시리즈나 <조폭 마누라> 같은 조폭 코미디물이 극장가를 점령했었다. 한국 영화계의 매너리즘을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작품의 흥행을 좌우하는 요소가 다양하기에 장르나 소재만으로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극장가에 쏠림현상이 심하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지금까지는 특정 배우나 영화인 개인의 노력으로 이 쏠림을 상쇄해온 측면이 있다. 영화 <도가니>가 나올 수 있던 배경엔 군복무 시절 공지영 작가의 소설을 읽은 공유가 직접 영화화 여부를 타진한 결과다. 또 정우성은 영화 <변호인>에 소규모 투자를 했고, 나아가 단편영화에서 재능을 보인 이윤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 <나를 잊지 말아요>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감독 중에선 홍지영 감독이나, 신연식 감독 등이 자신의 작품에 신인 배우를 꾸준히 기용해 인력풀을 넓히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해 왔다. 이야기와 장르, 배우 기용에서 자기복제와 검증된 이들 중심의 선택은 분명 달콤한 유혹이다. 이걸 깨기 위해 노력하는 개개인이 있어야 영화가 발전한다. 공유는 안주를 거부했기에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다. 공유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 이선필 오마이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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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호 (2017.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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