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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공원·해저도시·인공섬… 도시는 혁신 중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지하에 햇빛을 끌어와 식물을 기르고, 바다 위를 떠다니는 인공섬에 산다. 더 이상 상상 속의 장면이 아니다.

▎일반 개방이 이뤄진 로우라인 시범용 랩.
고층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는 미국 뉴욕시에는 도시의 자투리땅이 녹지 공간이 된다. 버려진 철로가 멋진 산책로가 되기도 하고, 쓰레기 매립지가 공원으로 변한다. 이제는 땅 속에 지하공원이 만들어지고 있다. ‘로우라인(Lowline)’이라는 이름의 이 공원은 축구장 두 배에 달하는 넓이로, 깊이가 지표면에서 불과 10m 안팎에 불과한 지하공간이다. 뉴욕의 옛 전차 터미널 지하공간(4046㎡)을 개조해 공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세계 최초의 지하공원이 될 이 계획은 2009년 뉴욕 맨해튼 로어이스트사이드에서 시작됐다. 이곳에는 1948년 전차 운행이 중단된 이후 방치된 윌리엄스버그 전차 터미널이 있었다. 건축 디자이너 제임스 램지(James Ramsey·40)는 ‘축구장 넓이 만한 지하 터미널을 지하공원(underground park)으로 조성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램지의 계획은 댄 바라쉬(Dan Barasch)를 만나면서 실현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로 변했다. 바라쉬는 뉴욕시의 전략기획팀장과 구글 마케팅매니저를 지냈다. 둘은 2012년 2월 아이디어·디자인을 공개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로 15만 달러의 종잣돈을 마련했다. 같은 해 9월 그 돈으로 전시회를 열었다. 컴컴한 창고를 일본 단풍나무가 자라는 공원으로 만든 전시는 2주 만에 1만1000명이 관람했다. 사람들은 ‘하이라인(High Line·맨해튼 화물철로를 도심 산책공원으로 바꾼 프로젝트)’과 반대되는 공간을 사용하는 두 사람의 프로젝트를 ‘로우라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이것이 이름으로 굳어졌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로우라인(Lowline)이라는 비영리회사가 맡고 있다. 2013년 여름 9개의 회사가 이 프로젝트에 공식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램지는 한국의 자연채광전문업체 선포털(Sunportal)과 함께 원격 채광 기술인 ‘리모트 스카이라이트(remote skylight)’를 개발했다. 로우라인은 지하 터미널에 만들어지지만 식물 광합성에 필요한 빛은 파이프를 통해 지하로 보낸다. LED 라이트가 아니라 진짜 햇빛이다. 햇빛을 고밀도로 집광한 후 특수 제작한 렌즈를 통해 전달한다. 외부에서 집광한 햇빛은 파이프를 타고 내려가 지하로 자연광을 비추는 식이다. 해가 나지 않는 흐린 날에는 백업 LED 라이트 시스템으로 작동된다.

따뜻한 빛이 내리쬐는 지하공원


▎시스테딩 연구소가 공개한 인공도시의 조감도.
2015년 열린 두 번째 킥스타터에서는 22만4000달러가 모였다. 로우라인은 지하 터미널로부터 몇 블록 떨어진 에섹스 스트릿에 원격 채광 기술을 실험할 시범용 랩을 지었다. 랩 중심에는 60여 종에 이르는 3000여 개의 식물, 농작물 정원을 조성했다. 딸기·토마토·양파·마늘 등의 과일·야채와 함께 고사리, 이끼, 버섯 등도 자란다. 햇빛이 천장에 설치되는 돔 형태의 기기를 통해 지하 20피트(약 6m) 내부에 고르게 전달되는 것이 핵심이다. 사시사철 따뜻한 빛이 내리쬐는 휴식공간인 셈이다. 시범용 랩에만 10만 명(2017년 2월 현재)이 넘는 사람이 방문했다. 2016년 8월 뉴욕 시의회는 로우라인의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해저도시를 만들겠다는 과감한 계획을 시도하는 곳도 있다. 일본 1위의 건설사인 시미즈(淸水)건설은 지난해 10월 심해 미래도시를 구상한 ‘오션 스파이럴(Ocean Spiral)’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도쿄대·사가대·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 등이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는 2030년~2050년 사이 75층 높이의 해저 건축물을 짓는 기술을 개발해 2035년까지 실제로 건설하는 것이 목표다. 마사키 타케우치 책임 연구원은 “단순히 꿈이라고 볼 수 있는 미래 해양도시를 현재의 기술로 구현해 나가려고 한다”며 “꿈으로부터 미래를 만들어내겠다(I propose this new challenge for the future)”고 말했다.

프로젝트 계획서에 따르면 지름 500m의 원형 구조물인 ‘블루 가든’은 윗부분이 빙하처럼 떠 있다. 그 아래는 해저 3000~4000m까지 나선형 건축물이 이어진다. 5000명이 살 수 있는 주거지·호텔·연구시설이 있고, 나선형 통로 사이사이에는 발전소(메탄 제조공장, 자원 개발공장 등)와 해저에서 에너지원을 발굴하는 연구시설 등이 심해 건물 안에 들어선다. 계획대로 완공하면 태풍·지진 등의 재해에 걱정이 없는 100% 에너지 자급자족 도시가 될 수 있다.

바다 위 인공섬에 도시 건설


▎깊이 500m의 심해에 세워질 공 모양의 도시 블루가든의 외관(왼쪽)과 내부 모습.
시미즈건설은 해저에서 사용하기 위해 재료는 콘크리트 대신 굳는 시간이 빠른 합성수지를 활용할 계획이다. 아크릴판, 섬유강화 플라스틱(FRB) 등 현재 사용되고 있는 자재를 활용하고, 일부 건물은 거대한 3D 프린터로 찍어낸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실현을 위해서는 기술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건설비 260억 달러의 조달이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UCLA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제임스 맥윌리암스 해양·대기과학부 교수는 “인류사회의 지속성 향상에 심해 이용은 필수”라며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상상력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평양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새로운 도시를 건설한다는 꿈같은 프로젝트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법과 세금으로부터 자유로운 완전히 독립된 해상 유토피아 건설은 2008년 시작됐다. 공해상에 영구적이고 혁신적이며 정부의 간섭도 받지 않는 ‘둥둥 떠다니는 섬(Floating island)’도시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에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 페이팔의 공동창업자 피터 틸은 170만 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어느 나라의 것도 아닌 공해상의 도시를 짓기 위해 가급적 육지와 가까운 건설 장소를 찾아야 했다.

장소 물색으로 한동안 멈칫했던 프로젝트는 최근 닻을 올렸다. 지난 1월13일 시스테딩 연구소(Seasteading Institute)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와 인공섬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시스테딩 연구소의 랜돌프 헨켄 집행이사(executive director)는 “거주 시설과 병원, 발전소 등을 모두 갖춘 친환경 도시”라면서 “바다 위의 유토피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9년 태평양 타히티에 건설을 시작해 이듬해 250~300명의 거주민을, 2050년에는 수백만 명의 사람이 살 수 있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201703호 (2017.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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