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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효석의 ‘부자가 알아야 할 법률칼럼’(2) 

피도 눈물도 없는 유류분(遺留分) 분쟁 

방효석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변호사
유류분은 상속 분쟁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유류분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1억원을 넘어서면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승리하듯이 유류분을 정확히 알면 유류분 분쟁을 방지하고 가정파탄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중견 사업가인 홍길동(55. 가명) 씨는 요즘 골치가 아프다. 얼마 전 설 모임에서 동생이 유류분 소송을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상황이 변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증여 열풍이 불어닥치며 어머니가 몇 년 전에 홍씨에게 증여한 주식은 물론, 30년 전 홍씨의 결혼기념으로 어머니가 마련해준 강남의 아파트까지 동생은 지분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주식은 가업승계 목적으로 어머니가 홍씨에게 증여한 것으로, 시가는 비교적 저렴하나 매년 수천만원의 배당이익이 발생하는 알짜 재산이고, 아파트는 최근 재건축 호재로 수십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어머니가 홍씨를 배려한 증여가 독(毒)이 되어, 가정 분쟁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홍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증여를 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로 상속세를 줄이기 위한 증여가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 성행하고 있다. 상속으로 재산을 물려주는 경우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상속세는 누진세가 적용되고 최대 50%까지 세율이 중과된다. 쉽게 말해 고액 자산가일수록 재산을 물려줄 때 50%에 가까운 돈이 세금으로 나가는 것이다. 세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절세 방법이 재테크로 등장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자녀에게 재산을 최대한 많이 물려주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상속세 절감을 위해 탈세와 절세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법의 허점을 파고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탈세는 불법이니 활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상속세를 줄이는 가장 쉬운 절세법은 자녀에게 생전 증여를 하는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액수의 증여를 하면 상속세는 절감된다. 예를 들어 50억원을 소유한 자산가의 경우, 상속으로 재산을 물려주면 자녀들은 15억원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생전에 자녀에게 10억원을 증여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 때는 10억원의 세금만 내면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다. 증여의 마법을 통해 무려 5억 원의 세금이 절감되는 것이다.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서는 증여의 규모가 커야 한다. 돌아가실 때 피상속인 명의로 남아 있는 재산이 줄면 상속세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액 자산가의 경우 세무 상담을 통해 상속세를 최대로 줄일 수 있는 증여 액수를 계산해 이를 절세 포인트로 삼는다.

‘재산 처분 자유’를 제한하는 유류분 제도


하지만 대개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경우가 많다. 과도한 증여는 가족간 재산분쟁을 발생시킨다. 이는 유류분이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유류분이란 상속재산 중 상속인이 주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분을 말한다. 유류분 제도는 언뜻 보면 일반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유류분을 아주 간단히 요약하면 자기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게끔 하는 제도인데, 이는 사유재산제 보장 이념과 충돌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 재산을 첫째 자녀에게 준다는 유언장을 작성하더라도 유류분만큼은 둘째가 찾아올 수 있다. 유언으로도 유류분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유류분 상담을 하러온 사람들이 정작 유류분 설명을 듣고 나면 ‘자본주의에 역행하는 제도’라며 열변을 토하는 경우도 많다.

사실 유류분이 전세계적으로 일반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제도는 아니다. 오히려 유류분을 도입한 국가는 프랑스·독일·일본 등 소수에 불과하다.

유류분 제도는 1979년 12월 31일 민법 개정을 통해 우리나라에 최초로 도입됐다. 시행시기는 1979년 1월 1일이다. 당시에도 유류분 도입의 찬반논란이 격하게 일어났다. 도입 반대의 가장 큰 논리는 유류분 제도가 ‘재산 처분 자유’를 크게 제한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이며 시장경제사회인데, 시장경제사회는 사유재산제의 보장이라는 기본적 이념이 바탕이 돼야 한다. 한편, 사유재산제의 보장을 확장하면 유언의 자유 역시 보장돼야 하는데, 유류분은 유언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 상속인에게 재산을 나눠주도록 강제하게 되므로 유류분 도입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이와 달리 도입 찬성의 논리는 ‘상속인의 생활보장’을 가장 큰 근거로 하고 있다. 유류분 도입 당시인 1970년대 상황은 다음과 같다. 그 당시는 한국인의 기대 수명이 60세를 살짝 넘는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피상속인 사망 당시 상속인은 아직 어려 경제적 독립을 이루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피상속인이 유언을 통해 전 재산을 상속인 아닌 제3자에게 줘 버리면 상속인의 생계가 곤란해져 사회 문제로 비화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유류분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논리의 골자다. 결국 후자의 논리를 바탕으로 유류분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도입 당시 유류분을 규정하고 있는 조문은 7개에 불과했는데, 그것이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유류분 조문이 변화가 없는 결과, 이제는 유류분이 현대사회에 맞지 않는 제도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결국 상당한 정도의 수정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들기도 한다.

유류분은 상속 분쟁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필자가 상담경험을 토대로 볼 때, 유류분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1억원을 넘어서면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유류분을 받으려는 자와 유류분을 주지 않으려는 자 사이에 법률전쟁이 일어나고, 각종 전략이 난무하게 되며, 급기야 감정싸움으로 치닫게 되는 경우는 흔히 보는 일이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말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승리하듯이 유류분을 정확히 알면 유류분 분쟁을 방지하고 가정파탄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수백건 이상의 유류분 상담을 하며 가장 빈번하게 받았던 중요 질문을 정리해 본다.

1. 공증유언을 통해 재산 분배를 마쳤습니다. 유류분 분쟁을 피할 수 있나요?


(NO) 유류분은 매우 강력한 제도다. 어떤 경우든 상속인은 상속재산 중 일정 비율을 받을 최소한의 권리가 있다. 유언장을 작성해도 유류분 분쟁을 피할 수 없으며, 공증받은 유언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전 재산을 장남에게 준다는 유언을 남겼더라도 유류분만큼의 재산은 다른 상속인들이 찾아올 수 있다.

2. 장남에게 증여하고 세금 신고까지 마쳤습니다. 유류분 분쟁을 피할 수 있나요?

(NO) 유류분은 증여한 재산까지 감안해 계산된다. 따라서 세금을 내고 증여신고까지 했더라도 한 자녀에게만 재산을 몰아주었다면 유류분 분쟁을 피할 수 없다.

3. 30년 전 증여한 재산도 유류분 분쟁 대상이 되나요?

(YES) 유류분 제도는 1979년 1월 1일부터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그 이후에 이루어진 증여는 유류분 소송 대상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시가 역시 상속개시를 기준으로 매겨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김상속씨가 1980년 1월 1일 장남에게 시가 2억원짜리 부동산을 증여했는데 2017년 김상속씨 사망 당시 부동산 시가가 20억원이 되었다면 유류분은 20억원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4. 증여받은 부동산을 팔아버렸습니다. 유류분 분쟁을 피할 수 있나요?

(NO)증여받은 부동산을 팔아버려도 유류분 분쟁을 피할 수 없다. 부동산을 팔아버린 경우 돈으로라도 돌려줘야 한다. 특히 중간에 그 돈을 써 버렸다고 하더라도 그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5. 아버지가 복지법인에 기부를 했습니다. 복지법인 상대로도 유류분 청구를 할 수 있나요?

(YES) 자녀와의 사이가 틀어진 경우, 전 재산을 복지법인에 기부한다는 유언을 남기는 경우가 있다. 유언의 경우, 자녀는 복지법인을 상대로 유류분 청구가 가능하다. 만약 아버지가 생전에 복지법인에 증여한 경우는 어떨까? 이때는 기간을 나누어 봐야 한다. 아버지가 복지법인에 증여한 후 1년 이내에 사망하였다면 유류분 청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복지법인 상대로는 유류분 청구가 어렵다.

6.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아버지는 생전에 형님에게 전 재산을 주었는데, 형님을 상대로 유류분 청구가 가능할까요?

(NO) 유류분은 아버지 사망 후 1년 이내에 해야 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10년 이내라면 유류분 청구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버지 사망 후 10년이 지나면 유류분 청구는 불가능하다.

7.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빚이 있었습니다. 유류분 금액이 줄게 되나요?

(YES)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채무를 공제한 후 계산된다. 따라서 아버지에게 빚이 있는 경우 유류분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도 줄게 된다. 따라서 자식과 사이가 틀어진 경우, 유류분을 최대한 주지 않으려고 은행 대출 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손자에게 증여하는 것도 분쟁 피하는 한 방법

이상과 같은 이해를 바탕으로 홍길동씨 사례를 분석해보자. 홍씨는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주식과 아파트를 증여받았다. 이 경우 홍씨의 동생은 주식 및 아파트를 대상으로 유류분만큼을 나누어 달라고 홍씨에게 유류분 소송을 할 수 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당시의 시가로 유류분이 계산된다. 설령 홍씨가 아파트를 팔아버렸더라도 유류분 소송을 피할 수는 없다. 아파트는 작년 시가대로 계산해 유류분만큼의 돈을 돌려주어야 한다.

한편, 유류분이 위헌이라는 주장도 있다. 옛날에는 대가족 및 농경 시대였으므로 아버지가 보유한 재산은 결국 그 집안 사람 모두가 일군 재산이라고 볼 수 있으나 현재는 아버지 재산 형성에 자녀들이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으므로 더 이상 유류분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하지만 학계, 특히 판례의 경우 아직까지는 유류분을 굳건히 지지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유류분 분쟁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유류분 포기각서를 작성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유류분 포기각서는 한계가 있다. 피상속인 사망 이전에 작성된 각서는 효력이 없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유류분 포기각서는 피상속인 사망 이후 작성돼야만 유효하다. 요즘 유행하는 방법으로 손자를 활용해 유류분 분쟁을 피하는 것을 생각해볼 만하다. 손자에 대한 애정은 자식 못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만약 손자에게 증여한다면 유류분 분쟁을 피할 수 있다. 손자는 상속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자에게 형식적으로 명의만 넘겼을 뿐 증여재산 관리를 사실상 자녀가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상속인에게 증여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경우는 유류분 분쟁을 피할 수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방효석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변호사

201703호 (2017.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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