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Home>포브스>Management

CEO의 연봉, 그것이 알고 싶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연봉 1달러를 받는 최고경영자(CEO)의 경호비용으로 연간 500만 달러(57억원)을 지출하는 기업이 있다. 미국 페이스북이다. CEO 급여를 산정하는 셈법은 어떻게 되는지, CEO 연봉 문화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런던 소재의 투자자문사 스미더스 & 컴퍼니의 설립자 앤드루 스미더스 박사의 도움을 받아 알아봤다.

CEO들의 보수는 국제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슈다. 비용 절감을 외치는 기업의 CEO가 천문학적인 보너스를 받기도 하고, 연봉을 1달러만 받겠다고 밝혔지만 알고 보니 스톡옵션에 각종 부수입으로 실제로는 수천만 달러를 받은 경우도 있다. 통상 CEO들의 보수는 네 가지로 구성된다. 기본급(Salary)과 단기 성과급(Short-term Incentive), 장기 성과급(Long-term Incentive), 그리고 복리후생(Benefits)이다. 기본급과 보통 보너스라고 부르는 단기 성과급이 그 해에 현금으로 쥘 수 있는 보수다.

지난해 미국 IBM의 CEO 지나 로메티는 단기 성과급으로만 495만 달러(56억3300만원)를 받았다. 로메티 CEO의 기본급은 160만 달러다. 리서치회사 번스타인의 토니사코나기 애널리스트는 “(장기 성과급으로 분류하는) 주식 보상의 경우 회사의 재무 목표에 묶여 있기 때문에 그녀가 CEO 자리를 유지하게 되면 몇 년 후엔 주식도 그녀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프 회원권, 경호원도 CEO의 보수

장기 성과급은 주로 주식과 관련된 것이다. 스톡옵션, 양도 제한 조건부 주식 지급(Restricted Stock grants) 등을 말한다. 양도 제한 조건부 주식은 CEO가 보수로 지급받은 주식을 일정 기간이 지나기 전엔 팔지 못하도록 제한을 둔 것이다. 주가가 오르고 내림에 따라 결국 자기 재산의 가치가 결정되니 CEO에겐 경영에 대한 책임감을 높일 수 있다. 최근 소셜미디어 스냅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이끈 스냅챗의 CEO 에반 스피겔도 1달러 기본급을 받기로 약속했지만 실제 그가 받는 급여 대부분은 주식에서 나온다. 스냅은 3월 2일(현지시간) 2억 주를 공모, 34억 달러를 조달했다. 스냅은 상장 첫날, 공모가 17달러에 비해 44% 상승한 24.4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공모가 완료된 뒤 스피겔은 양도 제한 조건부 주식 3690만 주를 받았다. 스냅 전체 유통주식의 3%와 맞먹는 수준이다. 스피겔은 앞으로 3년에 걸쳐 이런 성과급을 받는다. 첫 성과급은 공모를 마친 후 9개월 뒤 들어온다.

복리후생 비용도 CEO 보수의 중요 요소다. 은퇴 후 연금·건강관리비 등을 비롯해 ‘퍽스(Perks, Perquisites의 속어)’라고 불리는 부수입 역시 연봉 계약에 포함된다. 전용 제트기, 골프클럽 회원권, 전용 경호원 등도 대표적인 ‘퍽스’다. 단 1달러의 연봉을 받는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의 경호비용은 2015년 500만 달러(약 57억원)에 달했다. 간혹 퇴직 후 연봉의 10배 이상을 지급하도록 하는 등 과도한 규정을 복리후생 계약에 넣은 경우도 있다. 이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한 장치로 ‘황금 낙하산(Golden Parashute)’이라고도 불린다. 황금낙하산을 탄 많은 CEO가 회사는 망하게 하고 자신은 더 큰 부를 챙겼다는 비판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다. 기업 임원 보수 조사업체 에퀼라(Equilar)에 따르면 그가 야후 퇴직금으로 받게 되는 금액은 5500만 달러에 이른다. 에퀼라에 따르면 메이어가 지난 5년간 야후 대표로 재직하며 받은 연봉과 주식의 총합(퇴직금 불포함)은 약 1억6200만 달러였다.

성과 중심의 보너스가 생산성 낮춰


문제는 성과가 나지 않는 기업을 운영하는 CEO의 성과급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연봉(3억2460억 달러)을 받는 CEO 패트릭 순시옹 난트케이웨스트 창업자 겸 CEO는 스톡옵션 등 주식 기준 보상 형태의 성과급으로 3억2420만 달러를 받았다. 블룸버그통신이 미국 상장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지난해 CEO 연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순시옹 CEO가 현금으로 받은 기본급은 40만 달러에 그쳤다. 순시옹 CEO의 재직중 주가 수익률은 -89.0%였지만 지급하는 급여는 급격하게 오르는 추세다.

앤드루 스미더스 박사는 최근 임원 임금이 통제 밖 수준이라며 과도한 CEO 연봉의 문제점을 두 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공정함이다. 임원의 보수와 기업실적이 정비례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데도, 임원과 직원 간의 보수 차이는 점점 커지고 있다. 영국 랭커스터 경영대학원의 논문에 따르면 11년 동안 영국 내 350개 상장기업 CEO의 연봉은 82% 올랐다. 같은 기간 수익은 투자자본 대비 1%도 채 늘지 않았다. 연구는 영국 공인재무분석사(CFA) 협회의 의뢰를 받아 2003~2014년 동안의 영국 증시 FTSE-350지수를 구성하는 기업의 CEO 임금과 기업 성과를 비교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논문의 저자 웨이지아리와 스티븐 영은 “영국 대기업 CEO들의 임금이 오른 것은 성과급이 늘어난 데 있었다. CEO들의 성과급을 올린 근거는 총 주주수익률(TSR), 주당 수익률 상승률 등 단순한 단기적 지표들이었으며 이는 장기적 이익과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미더스 박사는 둘째 문제로 성과급 문화의 폐해를 지적했다. 그는 최근 주요 선진국의 생산성 향상 둔화는 투자 감소에 따른 결과라며 생산성 향상 정체 현상의 근본 원인이 기업 경영진이 단기 성과에 치중하게 조장하는 성과급 체계의 임금 문화라고 분석했다. 미국·영국에서 투자 위축의 핵심 원인이 단기 성과를 기준으로 경영진에 거액의 성과급을 안겨주는 상장회사의 경영 행태라는 것이다. 그는 “상장기업의 경우 일부 회사는 자사의 CEO가 너무 적은 연봉을 받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기 때문에 기업 성과와는 관계없이 고액의 연봉을 책정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통상 기업의 오너나 오너와 밀접히 연관된 경영진은 시장점유율 하락과 같은 기업의 장기적 쇠퇴 징후가 나타날 경우 제품 가격 인하나 투자 확대를 통한 생산성 향상 등으로 대응한다. 하지만 CEO가 제품 가격을 높이거나 투자를 줄이면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장래를 위협하게 되지만, 단기 이익은 늘릴 수 있다.

단기성과 중심의 보너스 체계는 경영자가 장기적 위험에는 신경을 덜 쓰도록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체계에 따르면 CEO가 장기적 리스크를 지고 기업을 키우기보다는 자신들의 단기적 이해관계를 중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스미더스 박사는 “경영진 성과급을 기업 이익뿐만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과 연계하는 등 경제에 해가 아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임금 체계를 개편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201704호 (2017.03.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