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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투자 오딧세이 (2) 

펀드의 ‘뜨거운 손’ 믿어도 될까 

서명수 경제칼럼니스트 seo.myongsoo@joongang.co.kr
펀드 투자자들이 매수 여부를 결정할 때 잣대로 삼는 기준이 있다. 과거 수익률이다. 특히 수익률 순위에 연속성을 가진 펀드에 꽂힌다. 국내 펀드시장에 나와 있는 4000개 가까이 되는 펀드 중에서 돈 되는 것을 고르는 나름 편리한 방법이다. 과거 수익률이 신뢰할 만한 지표라면 분석이고 전망 같은 골치 아픈 작업에서 해방될 수 있다. 정말 펀드 수익률은 믿을 만한 잣대일까.

▎중앙포토
언론 매체마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펀드 수익률 순위라는 걸 발표한다. 지난 한 달 동안 어떤 펀드가 뛰어난 성적을 냈는지 ‘5걸’, ‘10걸’ 등으로 줄을 세운다. 연말이면 그 해 가장 뛰어난 펀드매니저를 선정해상까지 준다. 투자자 입장에선 펀드 선정에 특별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펀드 수익률 순위표 맨 위에 있는 펀드나 ‘올해의 베스트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를 고르면 된다. 펀드를 고르는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펀드를 속속들이 알 수 없으니 과거 기록에 꽂히는 건 인지상정이다. 펀드 판매 회사도 다른 건 몰라도 수익률만큼은 고객이 쉽게 믿고 따라주기 때문에 영업하기가 편하다. 고객에게 추천했다가 잘못되더라도 빠져 나갈 구멍은 많다. “그동안 성과가 좋았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실력이 있는 펀드매니저니 수익률을 회복하는 건 시간문제다”…. 과연 ‘지난달 수익률 1위’ ‘올해의 베스트 펀드매니저’가 펀드의 미래에 대한 보증수표가 될까.

앞으로 펀드가 어떤 성과를 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펀드의 과거가 앞날을 비추는 희미한 등불이 될 수 있다. 수익률이 밟아온 길이 펀드를 운용하는 사람, 즉 펀드매니저의 실력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실력이 있으니 큰 실수를 하지 않는 한 수익을 올려주리라고 낙관한다.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쳐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우연이 춤을 추고 발 밑엔 지뢰투성이인 시장에서 과거 수익률이 좀 좋았다고 앞으로 그러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수익률 기록을 보고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은 ‘자동차 앞 유리를 가리고 백미러를 보면서 운전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앞을 볼 수 없으니 가야 할 길이 지나온 길과 비슷해지길 바라는 수밖에.

과거 수익률만 믿는 건 백미러 보며 운전하는 격


수익률을 잣대로 삼아 펀드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당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미국의 전설적 투자자 피터 린치의 이야기다. 그가 운용한 ‘마젤란 펀드’는 1977년부터 1990년까지 누적 수익률 2700%라는 경이적인 실적을 올렸다. 1977년 이 펀드에 100만원을 투자해 1900년까지 보유했다면 원금이 무려 2700만원에 달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피터 린치가 직접 펀드 가입자들의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는 의외였다. 전체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손실을 본 채 팔아 치운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투자자가 13년 동안 한눈팔지 않고 줄기차게 한 펀드를 보유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단기간에 수익을 올리면 팔아 치우고 다른 펀드로 옮겨 가는 게 일반적 투자행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의문이 나는 것은 그토록 실적이 짱짱한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어째서 손실을 입었는가 하는 점이다. 수익률이 좋을 때 가입했거나 투자기간이 짧고 수시로 펀드를 사고 판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펀드 성적과 상관없이 투자자들이 그 과실을 따먹지 못하는 현상을 ‘마젤란 펀드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선 1999년 바이코리아펀드, 2006년 베트남펀드, 2007년 인사이트펀드 등 한때 잘나가던 펀드가 쪽박을 차 투자자들을 울린 흑역사가 있다. 최근엔 펀드 시장에 가치펀드 돌풍을 일으켰던 메리츠자산운용의 메리츠코리아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이 펀드는 2014년 한 해 14.84%의 수익률을 올려 2015년 1조3000억원의 뭉칫돈을 유치했다. 하지만 돈이 가장 많이 들어온 2015년 8월을 기점으로 수익률이 꺾여 지난해엔 -22.65%로 국내 주식형 펀드 중 꼴찌를 기록했다.

투자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 평범한 진리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 오히려 거꾸로인 경우가 많다. 과거 수익률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잘못된 투자행태가 원인이다. 이러면 영락없이 ‘마젤란 펀드의 역설’이란 덫에 걸려들게 돼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수익률에 집착하는 것은 이전의 결과가 다음 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착각하는 심리적 오류에 빠지기 때문이다.

혹시 ‘뜨거운 손(hot hand)’란 말을 들어봤는지. 어느 스포츠에서나 특정 경기, 특정 시기에 평소 기량보다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는 선수가 있게 마련이다. 이런 선수를 ‘뜨거운 손’이라고 부른다. 농구의 뜨거운 손은 골밑에서든 외곽에서든 쏘는 슛을 모조리 골로 연결한다. 이 선수에게 동료들의 패스가 집중되는 건 당연하다. 축구경기에서도 전반전에 골을 넣은 선수에게 패스가 몰린다. 두 경우 모두 뜨거운 손은 자신에게 집중된 패스를 처리하다 힘이 빠져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뜨거운 손 현상이 빚은 오류다. 뜨거운 손의 오류가 생기는 것은 기억 편향 때문이라고 한다. 연속으로 2~3개 슛을 성공하는 것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강한 인상을 준다. 인상에 남는 기록은 상대적으로 기억하기 쉽고, 그런 기록이 재현될 확률을 과대평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통계학에 ‘평균 회귀’란 말이 있다. 많은 자료를 토대로 결과를 예측할 때 평균에 가까워지려는 경향을 말하는데, 큰 값이 나왔다면 언젠가는 작은 값이 나와 전체적으로 평균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자연현상을 보여준다. 아무리 날고 기는 뜨거운 손이라도 평균 회귀에 따라 언젠가는 평소 실력으로 되돌아 간다. 햇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짙어지는 법이다.

투자자들도 뜨거운 손의 오류에 자주 빠진다. 3년 연속 시장보다 나은 수익률을 올린 펀드매니저가 있다고 하자. 우연의 관점에서 보면 전혀 불가능한 성과가 아닌데, 보통 투자자들은 이 펀드매니저를 주시한다. 결국은 3년 동안 연속해서 성과를 보여줬으니 앞으로도 그러리라 믿고 돈을 맡긴다. 그의 성과가 실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기 때문인데도 말이다. 3년이 아니라 5년 동안 시장을 이겼어도 내년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면 ‘운 70%, 기술 30%’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연의 먹잇감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분산투자다

펀드의 수익률이 높다는 건 그 자체로 위험신호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수익률을 보고 가입하는 순간 해당 펀드의 규모는 점점 불어나고 이때부터 펀드 운용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 ‘공룡펀드의 저주’가 시작된다. 운용 금액이 너무 커져 투자대상을 찾는 데 어려움이 생기면 작은 몸집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던 때처럼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어진다는 것이 공룡펀드의 저주다. 그 동안 장래가 촉망되던 수많은 국내 주식형 펀드가 설정액 7000억~1조원에서 쓴 맛을 봤다. 슛이 이상하게 잘 들어가 동료들의 패스가 몰리는 바람에 제풀에 꺾인 뜨거운 손처럼. 이를 감안하면 수익률 순위표상 상위에 올라 있다고 좋은 펀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다. 다음 번 순위표 작성 때엔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할 확률이 높다. 평균 회귀에 따라 다시 평균 실적으로 돌아갈 일만 남을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뜨거운 손의 오류를 피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어떤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필연적인 뭔가가 있다고 믿고 싶어 한다. 필연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가 연속성이다. 그렇지만 우연에도 필연처럼 보이게 하는 연속성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우연이 판을 치는 주식시장에서 수익률 경쟁을 벌이는 펀드다. 수익률 순위가 연속적으로 이어졌다고 이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우연의 장난에 속아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연관성을 먼저 찾고 그 다음 해석한다거나 하면 우연을 과대평가할 위험이 커진다. 펀드 수익률은 의심하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왜 연속적인지, 그리고 미래에도 그럴 것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우연은 생각보다 훨씬 무서운 존재다.

예전에 업계의 선두권을 달리는 한 증권사가 ‘보이는 것만 믿으라’는 광고를 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공개되는 수익률이 실력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징표이니 자기네 회사에 투자하라는 것이었다. 펀드 투자에서 보이는 것만 믿다간 후회할 수 있다. 펀드의 수익률이 투자자 자신의 성과와 곧장 연결되는 것은 아니어서다. 이 증권사는 돈몰이에 성공했지만 펀드의 성과가 갈수록 나빠져 수많은 투자자를 울렸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펀드는 재산 증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투자대상인 건 분명하지만 과거를 물어선 안 된다. 시장엔 영원한 승자가 없듯이 아무리 훌륭한 펀드라도 부침을 겪게 돼 있다. 펀드의 과거 성과보다는 펀드 운용이 투자자 자신의 성향과 맞는지, 펀드매니저가 얼마나 자주 교체되는지, 저점은 어딘지 살피는 노력이 중요하다. 뭐니뭐니 해도 우연의 먹잇감에서 벗어나게 하는 기법은 분산투자다. 투자대상을 이리저리, 예컨대 주식형·채권형·리츠(Reits)·파생상품 등으로 흩트려 놓으면 우연의 거친 공격을 무디게 할 수 있다. 전세계 투자의 귀재들이 한결같이 분산투자로 위험관리 하라는 건 다 이유가 있다.

- 서명수 경제칼럼니스트 seo.myongsoo@joongang.co.kr

[박스기사] 펀드 실질수익 올리는 법 - 수수료 따져 보고, 잦은 매매 삼가야


▎수수료는 펀드가 손실을 봤다고 인정을 베풀지 않는다. 수익이 날 때나 손실이 날 때나 꼬박꼬박 물린다. / 중앙포토
펀드도 주가처럼 날마다 기준가가 변한다. 그래서 투자의 수익과 손실은 유동적이다. 오늘 수익을 냈다고 좋아할 수 없는 것이 내일은 악재가 터져 손실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보유 중인 투자상품의 손익을 매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한 이유다. 그러나 투자에 있어 고정적이어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있다. 비용이다. 그런데 비용은 눈에 잘 띄지 않고 드러나지도 않는다. 더구나 투자금액에 비하면 푼돈 수준이다. 사람들이 수익과 손실에만 꽂혀 있지 비용을 간과하는 것은 그래서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듯이 비용을 얕잡아봤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특히 1% 포인트의 수익도 올리기 힘든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비용은 수익 여부를 좌우하는 변수가 된다.

돈 소비에는 상대성이 있다. 해외 여행을 할 때 큰 돈이 들어가는 항공권이나 숙박비와 비교하면 외식비는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인다. 하지만 나중에 카드명세서를 보고 외식비가 예상 외로 많이 나온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게 된다. 큰 돈을 이미 써버린 터라 자질구레한 음식값에 대해선 감각이 무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음식 소비를 늘리게 된다. 결혼준비를 예로 들어 보자. 집 장만이 가장 비중이 크다. 비싼 곳은 한 채에 수억원에 달한다. 집을 구입하느라 이미 큰 돈을 쓰고 난 다음엔 혼수, 예식장 비용, 신혼여행 경비가 상대적으로 싸 보이게 마련이다. 이른바 ‘지름신’이 강림해 불필요한 지출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인데 아낄 필요 있나’ 하며 재정 형편 이상으로 돈을 쓰게 된다.

돈 소비의 상대성은 펀드 투자에서도 나타난다. 투자는 공짜가 아닌 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투자금액에 비해 미미할 정도로 작다 보니 별것 아니게 느껴진다. 투자자의 민감도는 ‘손실 > 수익 > 비용’ 순이라고 한다. 손실을 가장 못 견뎌 하고 수익은 이보다는 덜 민감하게 받아들이지만, 비용은 별 생각 없이 대한다고 한다. 그러나 소소한 비용도 쌓이면 결코 무시 못할 액수가 된다. 펀드를 잘못 골라 수익이 변변치 않다면 고정적으로 운용사에 바치는 보수 탓에 순수익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더구나 투자기간이 길어지면 복리 효과까지 발생해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수수료는 펀드가 손실을 봤다고 인정을 베풀지 않는다. 수익이 날 때나 손실이 날 때나 꼬박꼬박 물린다.

비용 적게 먹히는 펀드가 수익률에서 유리

수익률이 5%만 넘어도 성공이라는 초저금리 시대다. 초저금리가 고착화될수록 1%포인트의 수익률을 추가로 올리기 위해서는 많은 리스크를 짊어져야 한다. 초저금리 시대엔 돈을 벌려고 덤볐다간 있는 재산도 지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비용절약의 가치는 높아지게 마련이다. 같은 값이면 비용이 적게 먹히는 펀드가 일단 수익률 게임에서 유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펀드는 수수료와 보수를 매기는 방식에 따라 클래스가 달라진다.

펀드 이름 맨 뒤에 붙는 알파벳(A~F, I, S, W)이 해당 상품의 클래스다. 보통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서 파는 A, C클래스는 온라인상에서 거래되는 E, S클래스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1000만원을 연수익률 4%짜리 펀드에 투자한다고 가정할 때, 보수를 0.35% 떼는 S클래스 펀드는 보수가 1%인 다른 클래스 펀드보다 3년 후 수익금이 21만6398원 많다. 투자기간이 길수록 금액 차이가 커져 10년이 지나면 90만5378원을 더 벌 수 있게 된다.

수수료를 선취하느냐 후취하느냐도 고려 사항이다. 선취수수료라는 것은 펀드 가입시 원금에서 일정 금액의 판매 수수료를 미리 차감한 후 나머지 금액이 펀드에 투자되는 것을 말한다. 후취수수료는 원금 전체 금액이 펀드에 투자되고 펀드 환매 시 원금과 수익금을 합친 금액에서 수수료를 차감한다. 선취수수료와 후취수수료가 모두 같은 비율일 때는 가입 시 한 번만 내면 끝인 선취수수료가, 장기투자에 유리하면 후취수수료는 1년가량의 단기투자에 유리하다.

물론 무조건 비용이 싼 펀드를 사라는 말은 아니다. 수익률 전망이 괜찮지만 비용이 비싼 펀드가 있다면 사라. 구더기 무서워 장 담그기를 그만둘 수는 없다. 그러나 돈의 상대성 때문에 비용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불필요한 매매를 자주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을 만들 수 있다.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비용을 감안한 실질 수익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서명수 - 중앙일보 심의실 전문위원 겸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관록있는 자산관리 칼럼니스트다.

201704호 (201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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