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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섭 루이까또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콜라보레이션의 성공은 하나의 스피릿과 AI(예술지능)가 좌우한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국내 패션업계에서 콜라보레이션을 가장 활발하게 한 대표적 인물이 간호섭 홍익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다. 신발부터 화장품 심지어 건축물에까지 참여했다. 그러던 그가 2015년 명품 브랜드 루이까또즈 CD로 영입됐다. 루이까또즈는 프랑스 브랜드로 2006년 우리나라 태진인터내셔널이 본사 경영권을 인수했다. 업계에선 간호섭 교수가 루이까또즈에 합류한 이후 모던한 프랑스 감성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를 한다. 비결은 뭘까.

▎세계적 명성의 캐롤리나 헤레라 디자이너와 협업한 간호섭 교수. / 사진 간호섭
“내 모든 커리어는 한국 패션을 위한 길로 향하고 있다.” 몇 해 전 간호섭 교수가 자신의 다양한 이력을 기자에게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당시 그는 패션디자인학과 교수, 정치 지도자 패션 분석, 패션 큐레이션 벤처 사업, 다양한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홈쇼핑을 통한 신진 디자이너 발굴 등 국내 패션산업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조용히 예의 바르게 이야기하지만 어디서든 할 말은 다 하는 그를 두고 ‘간멘토’, ‘간쓰나미’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간 교수는 화장품, 의류, 주류, 신발, 캐릭터, 방송 등 거의 대부분의 카테고리 상품과의 협업 경험을 가지고 있다. 최근 간호섭 교수를 다시 만난 곳은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루이까또즈 본사 4층. 그는 2015년 루이까또즈의 첫 CD(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 영입됐다.

최근 루이까또즈가 선보인 지갑이 완판됐다고 들었다. 축하드린다.

감사하다. 루이까또즈 지갑이 최근 분위기가 좋다. 준비한 물량 9000개가 완판됐다. 제자이기도 한 신소라 디자이너가 주도해 만든 제품이라 더욱 기쁘다.

루이까또즈와의 인연이 궁금하다.

2001년 한·중수교를 기념해 개인전을 열었는데 당시 후원을 해 주신 몇몇 기업 중 하나로 인연이 생겼다. 이후 2003년 루이까또즈 청담 매장 콜라보 행사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브랜드와 만나면서 인연을 이어왔다. 그러다 패션업계에 CD의 시대가 열리면서 합류하게 됐다. 처음엔 비주얼 디렉터로 시작했다. 루이까또즈의 광고, 홍보를 담당하면서 브랜드를 익혔다. 광고와 홍보는 사람으로 보면 헤어 메이크업과 비슷하다. 본질은 그 사람이 멋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결국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제품 전반에 참여하게 됐다.

‘루이까또즈의 마크제이콥스’될 것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시다 하나의 브랜드에 매진하는 일이 어렵진 않나.

협업도 마찬가지지만 CD 역시 한 쪽에서 원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서로가 원해야 가능한 일이다. 내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크다보니 마크제이콥스를 닮았단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마크제이콥스가 루이비통을 한 단계 도약시켰듯 나 역시 멋진 브랜드의 도약에 보탬이 되고 싶단 상상을 했었다.

그리고 내 박사 논문이 ‘현대 패션에 나타난 콜라보레이션의 문화적 특성에 관한 연구’이다. 전공이 협업인 셈이다. 그래선지 현대홈쇼핑과 3년 넘게 협업했다. 대개 6개월 이상 한 프로그램을 이어가기 어려운 게 홈쇼핑이다. 전 분야에 걸쳐 지금은 협업의 시대다. 노멀한 제품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브랜드의 지속성에 대한 말씀이신데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자라, H&M은 가성비로 소비자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외에 다른 문화적 특성은 잘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다. 뭔가 다른 걸 보여주려면 가격 이슈가 발생한다. 그래서 다른 디자이너와 협업을 하지만 아이덴티티에 충돌이 오니 깊이있는 작업을 못한다. 소비자 역시 이젠 이들 브랜드에 놀라지 않는다. 이젠 평범한 브랜드 아닌가.

루이까또즈에서 어떤 방식으로 협업을 하고 계신가?

협업은 말 그대로 나 혼자하는 게 아니다. 결국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이 목적을 깊이있게 이해하고 공감하는지, 제품에 대한 이해가 돼 있는지가 중요하다. 하나의 스피릿. 때문에 난 디자인실뿐 아니라 MD, 개발실 직원들과도 다양하게 소통한다. 품질, 가격정책부터 영업까지 일관된 메시지를 가져가야 하니까. 때문에 난 직원들과 해외 출장을 가거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에 동일한 경험을 어떤 식으로 이해했는지 꼭 공유한다. 또 그것이 제품에 어떤 식으로 반영됐는지도 함께 본다. 협업에선 스텝의 이해도가 제일 중요하다.

교수님이 CD로 합류한 이후의 루이까또즈의 변화도 궁금하다.

루이까또즈가 추구하는 콘셉트는 모던 프렌치다. 프랑스 파리가 가진 감성을 좀더 현대적으로 해석해 내는 것이다. 내가 합류한 이후 진행된 6번의 광고와 여러 차례의 쇼를 보면 알 수 있다. 실험적인 시도도 많았다. 2월에 ‘우주’를 모티브로 화보를 만들었는데 얼마 전 샤넬에서도 동일한 콘셉트로 진행 했더라.

성과에 대한 부담은 없나.

가져야 한다. 이건 비즈니스니까. 지갑이 히트하자 회장께서 “이제 핸드백에서도(베스트 제품이) 나와야 한다”고 하시더라. 올해 하반기엔 옛 모노그램백을 모던화한 제품이 출시된다. 여기에 몇 해 전부턴 버버리, 톰포드 등을 시작으로 제품을 보고 바로 구매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See Now- Buy Now가 업계 트랜드가 됐다. 한 해 기획을 6번~8번씩 하면서 신제품이 계속해서 출시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AI가 중요하다. 인공지능이 아니라 예술지능(Artistic Intelligence)이다. 인공지능은 입력되는 정보량이 많을수록 이해도가 올라간다.

때문에 잭슨폴록의 화풍과 앤디워홀의 작품을 혼합해 만들 수도 있다. AI가 예술의 영역에서 무언가를 처음 발견하고 생각해 내는 지능은 없지 않은가!

최근 한복진흥센터와 캐롤리나 헤레라(Carolina Herrera)의 협업에 깊이 관여하신 걸로 안다.

‘한복의 세계화’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평소 우리 전통의상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복 자체의 아름다움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현대적인 감성과 디자인을 접목시킬지도 궁금했다. 한복이 해외에서도 사입고 싶은 제품이 돼야 하니까.

세계적 명성의 패션 디자이너 캐롤리나 헤레라는 품격 있고 우아한 드레스로 명성이 높다. 미국 상류층뿐 아니라 전 세계 셀러브리티들이 가장 선호하는 디자이너 중 한명이기도 하다. 지난 2011년 S/S 뉴욕 패션위크에선 한복 저고리, 옷고름, 갓 등을 재해석한 컬렉션을 선보였을 만큼 한복과 인연이 깊다.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이 캐롤리나 헤레라의 드레스를 입고 지난해 미국 ‘보그’지 12월호 커버 모델로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레스데이 행사가 패션업계뿐 아니라 여러 미디어에서도 관심을 가진 걸로 안다.

뉴욕의 아트앤디자인박물관에서 ‘한복 콜라보레이션 프레스데이’를 가졌다. 캐롤리나 헤레라가 한복을 모티브로 만든 웨딩드레스와 이브닝드레스, 기성복을 선보였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복의 세계화와 산업화를 바탕으로 문화 및 경제적인 가치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201704호 (201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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