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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경영의 정석 | 경영도 리셋하자(4) 

다윗처럼 골리앗을 쓰러뜨릴 전략을 세워라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kim.dongho@joongang.co.kr
막강한 첨단 기술과 세계 2위 경제대국의 펀더멘털을 겸비한 거대 산업국가 중국은 신화 속 골리앗이 되고 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처럼 한국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 힌트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다윗의 골리앗 쓰러뜨리기 신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경제대국 중국은 한국에게는 골리앗이다. 2015년 중국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아랫줄 가운데) 와 함께 한 중국의 글로벌 경제인들. 아랫줄 왼쪽부터 쑨야팡 화웨이 회장, 마윈 알리바바 회장, 모디 총리, 왕젠린 완다 회장.
한국 기업들은 이제 세계 시장에서 골리앗이 된 중국과 맞서 싸우는 다윗의 위치에 서게 됐다. 더 나아가 중국은 골리앗 정도가 아니라 잠에서 깨어난 거대한 용이 되어 가고 있다. 다윗은 어떻게 골리앗을 쓰러뜨렸을까. 먼저 신화를 다시 리뷰해보자.

양 떼를 치던 다윗은 싸움터에서 필리스티아 진영의 골리앗과 맞붙어 싸우게 된다. 골리앗은 체격이 장대한데다 청동 투구와 비늘 갑옷으로 무장했고, 손에는 거대한 창을 들고 있었다. 골리앗은 이스라엘 군에게 일대일로 맞서 싸워 상대가 이기면 진 쪽에서 종이 돼 섬기도록 하자고 소리쳤다. 이에 양치기 청년이었던 다윗이 나서기로 했다. 갑옷과 칼, 방패를 제공받을 수 있었지만 오히려 몸을 가누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사양했다.

그 대신 자신의 막대기를 손에 들고 돌멩이 다섯 개를 골라 양치기 가방 주머니에 넣은 뒤 골리앗에게 다가갔다. 다윗은 주머니에서 돌 하나를 꺼내 골리앗의 이마를 맞혔고, 그는 땅바닥에 얼굴을 박고 쓰러졌다. 다윗은 달려가 골리앗을 밟고 선 채 골리앗의 칼집에서 칼을 뽑아 그를 죽이고 목을 베었다. 필리스티아인들은 도망가고 다윗은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온다.

국내 기업들은 이제 다윗의 전략을 구사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반도체·휴대전화·자동차·철강·유화·조선·해운 등 한국의 주력업종이 하나 같이 중국의 추격에 쫓기고 있다. 중국 기업의 추격은 인해전술이자 벌떼처럼 규모가 막대해 감당하기 쉽지 않다. 스마트폰부터 보자.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중국시장에서 1위 자리를 내주더니 지금은 5위에도 들지 못한다. 중국의 토종기업들이 골리앗처럼 거대한 생산능력과 판매망을 키워서 시장을 확장하고 나서면서다.

‘듣보잡’이었던 샤오미가 먼저 이름을 알리더니 오포·비보·화웨이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 실적 집계를 할 때 기타로 분류된다. 세계 1등, 중국 1등에서 밀려나 듣보잡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일찍이 공장을 열었던 애플은 스마트폰 원조라는 브랜드 덕분에 지난해 출하량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 들어 중국 시장의 판매 부진으로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애플은 올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1분기 매출은 529억 달러(약 59조8300억 원)로 전년 동기(506억 달러) 대비 4.6% 상승에 그쳤다. 이 기간 아이폰은 총 5076만 대를 팔았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인 5227만 대에 못 미친다. 전년 동기 5119만 대와 비교해도 0.84% 적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이폰의 판매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차기 아이폰에 대한 다양한 소문이 빠르게 퍼졌고, 여러 보고서에서도 자주 언급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 나올 아이폰 차기작 ‘아이폰8’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소비자가 구매를 미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애플은 2007년 첫 아이폰을 출시하며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올해 아이폰 시리즈 10주년을 맞아 애플이 혁신적 제품을 공개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서프라이즈는 기대할 수 없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 8은 삼성전자 갤럭시 S8와 유사한 엣지 형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카메라를 통해 증강현실(AR) 기능을 구현할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얘기다.

애플의 실적 저하는 중국 시장의 판매 부진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애플은 1분기 중국에서 107억 달러(약 12조1017억 원)어치를 팔았다. 전년 동기 대비 약 14% 감소한 실적이다. 쿡은 “미국, 유럽 매출은 소폭 증가한 데 반해 달러 강세 등의 영향으로 유독 중국 시장 매출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오포, 화웨이, 비보 등 중국 토종 메이커들이 힘을 키우며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애플의 위력은 앞으로도 한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축적된 기술이 있고 자금력까지 풍부하기 때문이다. 애플의 현금 보유액은 2568억 달러(약 290조4000억 원)으로 이 중 93%를 해외에서 보유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소비자를 놀라게 할 만한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실탄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애플이 조만간 대형 인수·합병(M&A)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태블릿·개인용 컴퓨터 등에서 혁신을 거듭해온 애플은 현재 자율주행차, VR 등 미래 먹거리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애플의 마지막 대형 M&A는 2014년 30억 달러(약 3조3900억 원)를 들여 무선 이어폰·헤드폰 제조업체 비츠를 인수한 것이다.

‘압도적인 기술격차’가 다윗의 전략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사옥 딜라이트 홍보관을 찾은 고객들이 갤럭시 S8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차원의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다윗의 전략이다.
삼성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올 2분기에는 삼성전자가 매출 면에서 미국 인텔을 꺾고 메모리·비메모리 통합 챔피언이 될지 모른다는 추정(IC인사이츠)까지 나온다. 1983년 무모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반도체 시장 후발주자로 뛰어든 삼성전자는 일찍이 1993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메모리 업체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던가. 중국 업체의 ‘기술 굴기’에 직면하면서 삼성전자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갈 길은 두가지다. 우선, 다윗의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애국마케팅을 방패막이로 위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 업체를 압도하려면 기술우위밖에 없다. 중국 업체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차원의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스마트폰 군소업체로 전락한 LG전자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혁명에 후발주자로 참여했지만 전기·전자 제품의 전통적인 강자라는 점에서 반드시 혁신 DNA가 숨어 있기에 언제든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다. TV·세탁기·냉장고는 지금도 강력하고, 에어컨의 경쟁력은 탁월하다. 중국 토종 업체들이 인해전술처럼 다강(多强)체제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한국도 LG가 분발해야 스마트폰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메모리반도체에서는 러닝메이트가 확고해졌다. 국내외에서 삼성전자의 독주가 이어져 왔으나 SK하이닉스가 독자적인 생존 능력을 갖추면서다. SK하이닉스는 한국 반도체 기술의 DNA를 통째로 껴안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에 직면한 대기업 간 빅딜에 따라 현대그룹이 1999년 10월 LG반도체를 흡수합병했고, 2000년 전장사업부와 모터사업부를 각각 현대오토넷과 현대이미지퀘스트로 분사했다. 2001년 3월 하이닉스반도체로 상호를 변경한 뒤 8월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한 끝에 SK 품에 안겼다.

이같이 반도체는 확고한 산업기반이 형성돼 있다. 한국은 인구 5000만이라는 세계 최적의 테스트 베드이자 파일럿 테스트 시장이다. 국내 소비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시장이지만 국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은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는 역시 중국이다. 그 시금석은 삼성전자의 중국 내 스마트폰 사업이 될 것이다.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군소업체로 계속 밀려나 있으면 언젠가 세계 시장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미 전투는 벌어지고 있고 전면전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래서 수성을 위한 카드이자 중국 업체의 공세를 막기 위한 상황 반전의 첫 번째 전략이 기술격차 확대라고 지적한 것이다. 엇비슷한 기술로 중국 업체를 상대하는 것은 다윗이 몸에 거대한 투구와 갑옷을 걸치고 골리안과 상대하는 것과 같다. 돌맹이 몇개로 급소를 찌르는 기술우위 전략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압도적인 기술격차가 발생한다면 중국업체의 추격은 불가능해진다. 정보기술(IT)은 전통산업과는 달리 새로운 발명이나 비약적인 기술 진보가 달성되면 기존 제품은 무용지물이 된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오자 핀란드의 노키아 하루아침에 문을 닫은 것이 극명한 사례다.

삼성과 LG는 인도 시장 지켜야


▎LG전자는 인도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사진은 LG전자 광고판이 빛나는 인도 뭄바이 거리 야경.
삼성전자의 두 번째 카드는 중국시장을 우회적으로 포위해 압박하는 것이다. 이미 그 전투는 인도시장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여기서 패배하면 세계 시장 확대의 길목이 차단될 가능성이 크다. 대마를 잃지 않으려면 사활을 걸어야 한다.

13억 인구의 인도는 스마트폰 업체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2년까지 제품 출하량 기준 인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16%로 중국(1.6%)의 10배에 달할 전망이다.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수성을 위해, 도전자들은 어떻게든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도전자의 선두에는 역시 중국 업체들이 포진해 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의 절대 강자는 갤럭시를 앞세운 삼성전자다. 오래 전부터 중국보다 인도에 더 공을 들여온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인도 시장 점유율이 26%에 달한다. 그러나 공세는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예전엔 군소 경쟁사들이 삼성전자가 장악하고 있는 인도시장 공략에 소극적이었지만 이젠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힘을 잃자 이제는 인도를 공략 타깃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인도 시장을 지켜야 한다. 한국 기업 특유의 현지 마케팅을 하고 필요하다면 한류를 앞세워도 좋다. 인도에서는 LG전자가 움직일 수 있는 폭도 넓다. LG전자는 인도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현지에서 모기 퇴치운동을 하고, 인도 군인·경찰 복지기금에 기부금을 내기도 했다.

이 같은 감성적 접근으로 인도와 친밀감을 형성해온 LG전자는 인도에도 G6를 출시했다. 아마존과 온라인 제휴를 통해 오픈 마켓 형태로 판매한다. 구입 고객들에게 1만 루피 캐시백 이벤트를 진행하며 시장 창출에 나섰다. 그동안 인도 스마트폰 시장 내 LG전자 점유율은 5%를 넘어서지 못했다. LG 스마트폰은 중국에서 존재감이 약하지만 인도에서는 얼마든지 새로운 고객층을 만들 수 있다. 기술력과 고도의 마케팅 전략은 기본이다. 이미 세계의 스마트폰 업체들이 일제히 인도로 몰려들고 있어서다.

애플은 연내 인도에 온라인 애플스토어를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그동안 중국에 집중해 왔으나 현지 제조사들에게 밀려나기 시작하자 이미 인도로 눈을 돌려 인도를 겨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 사태로 빈틈을 보이는 사이 애플이 인도 프리미엄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하며 전투가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업체의 추격도 본격화하고 있다. 샤오미는 올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3%로 처음으로 2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이지만 인도 현지생산, 인도 소비자 맞춤형 기능과 운영체제를 내세워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다윗의 전략 필요


▎현대기아차는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린 방식대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중국에서 생존할 수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2017 상하이 국제모터쇼’에서 중국 전략형 SUV ‘신형 ix35’을 공개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임원들.
삼성전자의 반격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뉴델리에서 미디어 행사를 열고 갤럭시S8 시리즈를 출시했다. 인도에서 판매되는 갤럭시S8은 모두 인도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인도를 위해 생산한다’는 약속을 13억 인도인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3월 인도에서 삼성페이 서비스를 시작했고 갤럭시A 시리즈도 출시했다. 인도 현지 1위 통신사와 손잡고 4G LTE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도 업체와의 협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인도 롱텀에벌루션(LTE) 통신사업자 ‘릴라이언스 지오 인포컴’과 공동 컨퍼런스를 여는 등 이동통신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역시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HAD·사드)체계 보복으로 롯데가 노골적으로 갑질을 당하고 있다면 현대기아차는 소리 없이 당하고 있다. 조금만 삐끗하면 토종업체에 밀려 존재감을 잃을 만한 상황에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1분기 중국에서 각각 20만5048대, 8만9121대를 팔았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판매는 각각 14%, 36% 줄었다.

반면 지리자동차, 창안자동차, 창청자동차 등 중국 업체들은 판매가 크게 늘었다. 지리자동차는 87.6% 늘어난 24만9307대를 팔아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창안자동차는 10.9% 늘린 33만7538대를, 창청자동차는 8.2% 증가한 22만149대를 각각 팔았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점유율은 지난해 말 7%대에서 올해 3월 5%대까지 떨어졌다.

중국은 글로벌시장에서도 현대기아차의 경쟁상대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최대 상하이자동차는 2005년 인수한 영국 브랜드 MG로워의 기술을 기반으로 승용차 5종과 SUV 9종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리자동차 역시 친환경차 브랜드 링크앤코를 출범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린 방식대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연재를 마칩니다.

김동호 - 중앙일보 논설위원. 경제와 산업에 관한 칼럼과 사설을 쓰고 매주 목요일 페이스북 라이브를 진행하고 있다. 쓴 책으로 『소니가 삼성에 따라잡힌 이유는』, 『대통령 경제사』 등이 있다.

201706호 (20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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