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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일하기 좋은 기업(16) 아디다스코리아 

개인과 회사가 동반성장하는 ‘스포츠 천국’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사진 장진영 기자
세계적인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가 신는 축구화, NBA 스타 앤드루 위긴스의 농구화를 만드는 회사. 각종 스포츠 대회를 주관하고, 가장 ‘핫’한 힙합 뮤지션이 참여한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한다.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Impossible is Nothing)’와 같은 누구나 할 법한 말도 이 회사의 로고가 붙으면 달리 보인다. 글로벌 스포츠 기업 아디다스가 가진 힘이다.

아디다스코리아는 2013년부터 ‘마이드림FC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으로 전문적인 스포츠 교육을 받기 힘든 지역아동을 지원하는 사회 공헌 활동이다. 지난해까지 서울·경기·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축구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것에서 확대해 올해부터는 농구와 피트니스 종목을 신설했다. 매년 약 400명의 학생이 혜택을 받았고, 올해는 대상자가 100여 명 더 늘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지난 5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발대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했다. 이번 프로그램을 주도한 것은 아디다스의 브랜드 캠페인과 기업 PR을 맡고 있는 브랜드 액티베이션팀이다. 그러나 한두 사람의 힘만으로 행사가 진행된 것은 아니다. 아디다스 축구팀과 농구팀, 리복의 피트니스팀이 운동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어 프로덕션 머천다이징(MD)팀이 어린이 유니폼 디자인과 제작을 담당했다. 구자철 선수를 초대해 어린이들에게 축구 교육을 실시하기까지는 축구 스포츠 마케팅팀의 노력이 있었다. 이진영 브랜드 액티베이션팀 부장은 “이와 별도로 75명의 직원들이 자원 봉사자로 참여해 스포츠 교육을 지원한다”며 “사회공헌활동뿐 아니라 대부분의 업무가 여러 부서가 협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자유로운 소통으로 부서 간 협업 잘돼


▎자료. 잡플래닛
대개 ‘외국계 기업’이라고 하면 직원들의 ‘개인 플레이’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철저히 개인의 능력만으로 평가받는 분위기에 부담감을 호소하는 직원도 적지 않다. 아디다스코리아는 다르다. 직원들은 “부서와 업무를 막론하고 협업은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이진영 부장은 “중요한 프로젝트를 위해 여러 부서가 참여해 TF팀을 꾸려 일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어떤 제품을 출시하거나 캠페인을 펼칠 때 브랜드-마케팅-영업을 모두 알아야 일을 진행할 수 있고, 실제로 결과물도 더 좋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창의력·협력·신뢰(Creative·Collaboration·Confidence)를 바탕으로 한 ‘3C’는 아디다스 직원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지난해 경력직으로 인사팀에 입사한 강인정 과장은 줄곧 외국계 기업에서 일했다. 그는 아디다스코리아에 대해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를 갖고 일할 수 있는 회사”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뿐 아니라 누구나 다 아는 브랜드를 만드는 회사라는 자부심이 크다”고 덧붙였다. 2013년부터 연간 10여 명의 신규 채용이 이뤄지지만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이 그렇듯 신입사원 공채 개념은 없다. 채용은 대개 경력직 수시 채용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신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직무를 경험할 수 있다. 인턴십은 대학 1~4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방학 중에 운영하는 프로그램과 취업준비생을 위한 YES!(Youth employment support)로 나뉜다. 올해 처음 실시하는 YES!는 구직 중인 청년을 대상으로 고용 기회를 제공해 사회 진출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프로그램이다. 국내외 정규대학 졸업생과 졸업예정자만 대상으로 한다. 졸업유예자나 수료자 역시 지원 가능하지만 경력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영업 직무를 담당하는 임철순(28) 사원은 인턴 과정 중 내부 채용 공고를 통해 지원, 지난해 6월 정직원이 됐다. 직접 아디다스 매장을 둘러보며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살폈다. 그는 “아디다스의 주요 소비층이 누구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배우려고 노력했다”며 “글로벌 기업인 만큼 국내 기업에 비해 다양성이 존재하는 문화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했다”고 말했다. 신입 직원이 거의 없는 회사 분위기가 처음에는 부담스럽기도 했다. 임 씨는 “신입이나 인턴 직급에게도 동일한 책임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고, 배울 수 있게 한다“며 “직급보다는 개인의 능력을 중시해 신입이라 하더라도 본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낼 수 있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그 덕분에 개인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기업인 만큼 외국어 능력과 국제 감각은 필수다. 아디다스코리아 직원 역시 한국을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사에 속해 해외 지사 직원과 소통할 기회가 많다. 글로벌팀과 협력해 MD를 구상하거나 공동 캠페인을 진행하는 일도 다반사다. 최근에는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높아지며 독일 본사는 물론 중국·홍콩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 직원이 늘고 있다. 반대로 한국 지사 직원이 아디다스 그룹 내 글로벌 지사로 나아갈 수 있는 길도 열려있다. 강인정 과장은 “국내 지사에서 관련 경험을 충분히 쌓는다면 해외 지사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적지 않다”며 “최근 직원 평가 시스템을 리뉴얼해 내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며 개인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박선규 차장, 이진영 부장, 강인정 과장, 임철순 사원
아디다스코리아는 직원 개개인에 집중해 각자에게 필요한 코칭과 피드백을 중시한다. 90일 계획표와 격주 미팅 제도는 이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매니저는 격주에 한번 직원과의 개별 면담을 통해 필요한 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개인의 성장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미팅의 목표다. 대화 주제는 직원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주로 코칭과 멘토링,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시간으로 활용한다. 이와 함께 90일 계획표를 짜 매니저와 직원이 비즈니스 목표를 공유할 수 있게 했다. 회사의 목표와 부서의 계획에 맞춰 개인의 목표를 세우고, 수시로 검토하는 식이다. 이진영 부장은 “회사의 목표나 성과만을 위해 직원을 소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 개인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며 회사 역시 동반 성장하는 문화”라며 “연말 평가에서 직원에게 일방적으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식에서 벗어나 서로의 비즈니스 목표와 우선순위를 공유하고 조율해 개선해나간다”고 말했다.

2004년 리복 코리아로 입사한 박선규(41) 차장은 2007년 아디다스 합병 과정을 지켜봤다. 처음 IT업무를 담당한 그는 영업부를 거쳐 현재 e커머스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개인의 역량과 요구에 따라 얼마든지 보직 순환이 가능하다. 박 차장은 “입사 초기만 하더라도 제조업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가 존재했지만 점점 수평적인 문화로 변해가고 있다”며 “유연근무제 실시나 육아휴직 등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특히 여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400여 명의 아디다스코리아 직원 가운데 여직원 비율은 43%로, 여성 친화적인 제도 운영에 적극적이라는 설명이다.

아디다스코리아 직원들은 자사 브랜드 제품을 4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다양한 스포츠 활동 지원 역시 아디다스 직원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박선규 차장은 한 달에 한 번 사내 골프 동호회 활동에 참여한다. 모든 비용은 회사에서 지원한다. 아디다스코리아 내에는 골프뿐 아니라 축구·농구·사이클 등 다양한 스포츠 모임이 있다. 회사 건물 내 있는 임직원 전용 운동 시설에서는 전문 강사가 상주해 요가나 피트니스 등 운동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 점심시간 등을 활용해 팀원이 다 같이 수업을 듣기도 한다. 박 차장은 “따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운동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은데 회사에서 우수한 환경을 제공해주니 생활에 활력이 된다”고 말했다.

운동시설 무료 이용과 스포츠 활동 지원

스포츠 의류를 제작할 뿐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 행사를 기획하고, 캠페인을 펼치는 아디다스를 패션 기업으로만 규정하기는 어렵다. 직원들 역시 자사를 “패션과 스포츠를 아우르는 기업”으로 평가했다. 이진영 부장은 “패션은 트렌드를 주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스포츠는 기능과 기술력이 바탕이 돼야 하는 시장”이라며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는 만큼 직원 역시 끊임없이 상상력을 발휘하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사진 장진영 기자

[박스기사] 패션·의류업계 현주소는? - “업무량 많아 야근도 잦아요” (기준: 5점 만점)


평가 대상이 된 패션·의류업계 11개사 가운데 6개는 해외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었다. 외국계 기업 특유의 합리적이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장점으로 꼽은 리뷰가 많았다. 또 자사 패션 브랜드 제품을 직원가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점도 직원들에게는 메리트도 꼽혔다. 지난해 잡플래닛에 올라온 1000여 개의 패션·의류기업 직원들의 평가를 살폈다. 그 중 총 만족도가 높은 6개 기업을 중심으로 살핀 결과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회사는 국내 중견기업인 유풍이다. 유풍은 모자제조 전문업체다. 패션업계에서는 숨겨진 ‘신의 직장’으로 통한다. 특히 연봉과 복지 혜택 부문에 있어 4.19점(5점 만점)을 받아 동종 업계 최고점을 기록했다.

태평양물산 역시 해외 패션 브랜드에 수출을 주로 하는 글로벌 의류 벤더다. 태평양물산 직원들은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사의 강점으로 생각했다. 우수한 근무환경과 직원을 위한 다양한 행사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어 데상트코리아와 케이투코리아·나이키코리아가 비슷한 총만족도를 기록했다. 데상트코리아는 특히 디자인 직무자 사이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패션업계에서 디자이너에 대한 대우가 좋기로 손꼽힌다는 평가다. 성장 가도를 달리는 회사로, 구성원들의 평균 연령이 낮고, 다양한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부서에 따라 잦은 야근과 높은 업무 강도가 단점으로 꼽혔다. 중간 관리자 직급에 비해 신입 직급에 업무가 과다하게 몰린다는 평가도 있었다.

케이투코리아 직원들은 아웃도어 업계에서 선도적인 위치라는 자부심을 내비쳤다.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분위기도 이 회사의 장점으로 꼽혔다. 다만 신입 채용이 거의 없어 다소 정체된 분위기라는 지적이 있었다. 반면 나이키코리아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라는 답변이다. 글로벌 브랜드 파워에 비해 한국 지사의 권한이 적고, 연봉이 낮은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201707호 (20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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