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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효석의 부자가 알아야 할 법률칼럼(6) 성년후견제도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만 활용 가능 

방효석 법무법인 우일 변호사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된 날짜는 2013년 7월1일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올 7월에 만 4살이 되는 셈이다. 신격호 총괄회장 사례를 중심으로 성년후견제도의 핵심을 파헤쳐 보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한정후견인으로 사단법인 선이 선임됐다. 지난 3월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신 총괄회장.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한정후견인 선임 소식이 화제다. 대법원은 5월2일 신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인 선정 결정에 불복하며 신 회장 측에서 낸 재 항고 사건에 대해 재항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서울가정법원에서 결정한 대로 사단법인 선이 신 총괄 회장의 한정후견인으로 활동하게 됐다. 신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정숙씨가 2015년 12월18일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신청을 가정법원에 접수했는데, 약 1년 반에 걸친 지루한 법정공방 끝에 드디어 한정후견인 선임이 확정된 것이다.

성년후견제도는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 신체적 장애가 있는 경우는 아무리 거동이 불편하더라도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 또한 그 정신적 제약은 지속적이어야 한다. 일시적으로 정신을 잃은 정도로는 성년후견제도 이용이 불가능하다. 흔히 치매에 걸린 사람이 주 이용대상이다.

제3자도 후견인으로 선임 가능

과거에는 한정치산제도와 금치산제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현재 한정후견인제도와 성년후견인제도로 대체돼 사라진 제도이다. 한정치산 또는 금치산이란 말은 어감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특히 금치산자로 선고받으면 사회적 낙인이 찍혀 사회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는 단점이 있었다. 특히 구 제도 하에서는 1명만 후견인이 될 수 있었다. 즉 복수의 후견인 선정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사실상 후견인으로 선정된 1인이 견제없이 한정치산자나 금치산자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하지만 성년후견제도는 법원의 광범위한 개입이 허용된다. 치매에 걸린 A에게 아들 B가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A의 후견인으로 B를 선정해 달라고 B가 법원에 신청을 낸 경우 과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B가 선임됐다. 하지만 현재는 B의 후견인 적합 여부를 법원이 꼼꼼히 심사해 B를 후견인으로 선임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공평타당하게 A를 돌봐줄 수 있다고 보이는 C를 후견인으로 선정할 수 있다. 성년후견인은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선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민법 제936조 제1항). 또한 A의 자녀라고 하더라도 A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있는 경우는 물론 과거 소송을 한 전력이 있는 경우라면 B는 후견인으로 선정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민법 제937조 제8호).

신격호 회장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현재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자녀인 신동주씨와 신동빈씨를 중심으로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다. 만약 둘 중 하나를 신 총괄 회장의 후견인으로 선정한다면 경영권 분쟁이 쉽게 종결되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후견인 신청은 동생인 신정숙씨가 했지만 공평타당한 후견을 위해 제3의 존재인 사단법인 선이 후견인을 맡게 된 것이다.

실제 작년 8월 서울가정법원은 경영권 분쟁과 무관한 제3자인 사단법인 선을 신 총괄회장의 한정후견인으로 선임하며 제시한 이유로 ‘신 총괄회장의 자녀들 사이에 신 총괄회장의 재산관리 및 회사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극심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그 중 한쪽에게 후견업무를 맡긴다면 분쟁이 끝나지 않을 우려가 높은 점’을 들고 있다.

한정치산 및 금치산제도가 운영되던 과거에는 법인이 후견인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성년후견제도에서는 법인도 후견인으로 선정될 수 있게 됐다(민법 제930조 제3항). 신격호 총괄회장 사례가 정확히 이에 들어맞는 경우다. 성년후견제도 하에서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재산관리뿐 아니라 신상관리까지 도맡아 해주어야 하는데 법인 내에는 수많은 인력이 있으므로 그 인력이 역할을 분담해 신격호 총괄회장을 세세하게 돌볼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됐다 하더라도 피성년후견인에 대한 관리가 소홀한 경우 법원은 언제든지 후견인을 바꿀 수 있다. 과거 제도에서는 법원의 역할이 제한적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한정치산 또는 금치산 선고를 신청한 사람의 의도대로 처분을 해주는 경향이 강했다. 지금은 다르다. 피성년후견인의 재산, 신상, 사회적 위치, 건강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 피성년후견인의 복리증진에 가장 타당한 방향으로 법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성년후견제도가 과거 제도와 비교해 획기적으로 변한 것은 분명하다. 과거 한정치산 또는 금치산제도는 재산관계에 국한해 후견제도가 운영되는 경향이 강했다. 이와 달리 성년후견제도는 피성년후견인의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치료·요양 등 복리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제도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실무 운영을 본다면 개선할 것도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성년후견인 선임 확정 기간이 매우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다. 신 총괄회장의 경우 1년 6개월 정도 만에 후견인 선임절차가 종료됐다. 이렇게 후견인 선정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통상 후견인 선정시 피성년후견인의 자녀들이 특정인을 후견인으로 선정하는 것에 전원 동의했는지 먼저 확인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 명이라도 특정인을 후견인으로 선정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법원의 심리는 길어지게 된다. 특히 성년후견제도를 신청하려면 피성년후견인이 치매 등 정신적 제약이 있음을 입증해야 하므로 피성년후견인은 원칙적으로 병원에 입원해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 법원 인력의 한계상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가능한 조속히 심리가 돼야 할 것이다.

성년후견제도는 치매가 걸린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 즉 치매에 걸릴 것을 ‘대비해서’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때 이용할 수 있는 제도로 후견 계약이 있다. 후견계약이란 추후 자신이 치매에 걸릴 경우 자신의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를 맡아줄 사람을 미리 선정해 그가 자신을 돌볼 수 있도록 계약하는 제도다. 후견계약 역시 성년후견제도 도입 당시 새롭게 도입된 제도다. 우리나라 정서상 자신이 치매에 걸릴 것을 대비하는 계약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100세 시대를 맞이해 어찌 보면 꼭 필요한 계약이 아닐까 한다.

후견계약의 장점은 본인이 원하는 사람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남이 자신을 돌보아 주기를 원하는 D의 경우, 장남과 후견계약을 하면 되는 것이다.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할 경우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법원이 직권으로 후견인을 선정하므로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후견인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후견계약이 성년후견제도보다 앞서 적용

후견계약은 반드시 공정증서로 체결돼야 한다. 후견계약은 법원이 주도하는 성년후견제도와는 다르게 당사자간 약정에 의해 후견인이 선정되는 제도이다. 따라서 후견인을 견제할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 하에 후견감독인 선임을 필수요건으로 하고 있다(민법 제959조의14 제3항).

원칙적으로 후견계약은 성년후견제도 보다 앞서서 적용된다. 후견계약은 자신의 의사에 의해 후견인을 선정한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의사는 존중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신격호 회장의 아들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공정증서를 통한 신격호 회장의 임의후견계약서를 근거로 해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문제는 후견계약서 작성 시기다. 후견계약의 체결 시기가 성년후견 재판이 시작되기 전이었다면 후견계약이 법원의 성년후견제도를 통한 한정후견인 선정보다 앞서서 적용될 것이다. 하지만 그 후견계약의 체결 시기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선임 제1심 재판이 종결된 후라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에서는 법원의 성년후견인 선임 재판이 끝난 후 임의후견계약을 하는 것은 법원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법원이 누구 손을 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방효석 법무법인 우일 변호사

201707호 (20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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