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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수퍼카 기업 리막 COO 모니카 미카 

페라리·포르셰 앞지른 힘은 ‘혁신과 도전’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김성룡 기자
포르셰·페라리·맥라렌 등 수퍼카 브랜드가 전기차 시장에 속속 진입하는 가운데 크로아티아의 벤처기업 리막이 화제다. 전기 수퍼카 ‘콘셉트원’으로 전통 강호와 경쟁하고 있다.

▎리막의 COO 모니카 미카는 “우리는 기술력을 앞세운 엔지니어링 회사”라며 “성공에 ‘마법적인 공식’은 없다. 끊임없이 도전할 뿐”이라고 말했다.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크로아티아의 신생기업 리막(Rimac Automobili)이 전기 수퍼카 ‘콘셉트원(Concept_one)’을 선보이자 자동차 업계에선 반신반의 분위기였다. 제조사는 최대 출력 1088마력에 최고속도 305㎞/h, 시속 100㎞까지 이르는데(제로백) 2.8초라는 스펙을 자랑했지만 보안상의 이유로 모터쇼 현장에 목업(Mock-up·실물크기 모형) 차량을 전시하면서 의구심은 커졌다. 하지만 5년 뒤인 2016 제네바 모터쇼에서 리막은 이 자동차의 양산형 모델을 내놓았다. 최고속도 355㎞/h, 제로백은 2.5초로 향상됐다. 지난해 8월엔 콘셉트원이 테슬라 P 90D 루디크러스, 페라리 라페라리와 직선도로에서 드래그 레이스를 펼치는 영상을 공개했다. 물론 콘셉트원의 승리였다. 10월엔 미국 미시간 주의 밀란 레이스웨이에서 진행한 드래그 레이스에서 포르셰 918을 제치면서 화제가 됐다.

6월1일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리막의 최고운영책임자(COO) 모니카 미카를 포시즌스호텔에서 만났다. 미카 COO는 “두 번의 레이스를 통해 콘셉트원 모델이 주목받았고, 이후 기회의 문의 열리기 시작했다”며 “우리의 도전이 하나의 스토리가 아니라 현실로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카 COO는 크로아티아 국영방송국 기자 출신으로, 리막 창업 초기에 합류했다.

리막은 2009년 설립된 직원 100여 명 규모의 크로아티아 벤처 기업이다. 창업 당시 메이트 리막(Mate Rimac) CEO의 나이는 21세였다. 1988년 보스니아에서 태어난 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12세에 크로아티아로 돌아왔다. 메이트 리막은 고교 졸업 프로젝트로 마우스를 대신할 수 있는 장갑 시제품을 만들어 특허를 취득했다. 장갑의 엄지와 검지에 클릭과 스크롤 기능 버튼이 장착됐다. 그는 이 제품으로 2006년 서울에서 열린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KOSIE) 2006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1세 크로아티아 청년이 창업


▎리막 창업자인 메이트 리막이 2006년 서울에서 열린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KOSIE) 2006에 참가해 마우스 기능을 갖춘 컴퓨터용 장갑을 선보이고 있다. 당시 리막은 18살이었다. / 사진 : 리막 제공
그 무렵 획득한 또 다른 특허는 ‘액티브 미러 센서’ 기술이다. 차선 변경시 사이드 미러가 운전자의 시각에 맞게 자동으로 조절되어 사각지대를 예방하는 기능이다. 메이트 리막은 그 특허권을 팔아 창업 밑천을 마련했다. BMW E30을 구입한 그는 자기 집 차고에서 가솔린 엔진을 전기 파워 트레인으로 바꾸는 연구를 시작했다. 부품이래야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것이 전부니 기술적으로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다. 이후 배터리·모터·전력공급 장치 등의 개선 작업을 수없이 반복했다. 미카 COO는 “메이트 리막 CEO의 창업정신은 ‘혁신과 도전’이고, 이것은 여전히 우리 회사의 핵심 정신”이라고 말했다.

리막은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2인승 스포츠카 ‘콘셉트원’을 공개한 뒤 매년 성능을 향상시켜왔다. 지난해 공개한 모델은 각각의 바퀴에 모두 네 개의 전기모터를 달아 최고출력 1224마력을 자랑한다. 최고 속도는 시속 305㎞에서 시속 355㎞로 늘었다. 제로백 역시 2.5초로 단축했으며, 시속 200㎞까지 가속시간은 6초, 300㎞까지는 14초에 불과하다. 전장 4187㎜, 차폭 1842㎜, 차고 1070㎜다. 중량은 배터리 무게 때문에 1850㎏이다. 차량에 장착된 배터리 팩은 가속 시 900kW를 뿜어낸다. 제동 시에는 최대 400kW를 흡수하는 회생 제동 시스템이 적용됐다.

미카 COO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뒤 크로아티아 국영방송국 기자로 일하던 중 메이트 리막을 만났다. 미카 COO는 “친구의 소개로 창업자 메이트를 그의 연구소 격인 차고에서 처음 만났다”며 “그의 프로젝트를 보고 또 비전을 공유하면서 팀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리막에 입사한 네 번째 직원이 된 미카는 업무 전반에 관여했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선 배터리 조립에 투입되기도 했다. 현재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겸하고 있다. 미카는 “회사가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나의 역할도 계속 바뀌고 있다. 메이트의 ‘오른팔’격”이라고 말했다.

미카 COO는 “창업 당시만 해도 크로아티아에선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교수 등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 사업을 만류했다”며 “성공의 어떤 ‘마법적인 공식’은 없지만 수많은 시행착오가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고 강조했다. 현재도 크로아티아에서 벤처캐피탈 투자를 받거나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카는 “그런 제약 때문에 전통 강호들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을 하게 됐다”며 “당시 수퍼카 브랜드 중에서 전기로 구동되는 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모두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한 셈”이라고 말했다.

리막은 고성능 전기차 뿐 아니라 드라이브 트레인, 배터리를 생산한다. 스웨덴 수퍼카 브랜드인 코닉세그의 하이브리드카 ‘레제라’에 배터리 팩을 납품하고 있다. 미카 COO는 “우리는 수퍼카 브랜드를 경쟁업체라고 보지 않는다. 엔지니어링 회사로서 그들의 전기차 개발에 기술을 제공코자 한다”고 말했다. 애스턴마틴에도 리막의 전기차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 유치도 늘고 있다. 미카는 “2014년 1000만 유로(약 130억원)를 투자유치 했고, 최근 중국의 카멜 그룹과 5000만 유로(약 650억원) 투자에 합의했다”며 “연간 20대 정도를 생산할 계획으로 이미 대부분 예약이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향후 리막은 비즈니스를 두 방향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미카 COO는 이를 피라미드에 비유했다. 피라미드 꼭대기 격인 럭셔리 전기 수퍼카를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피라미드의 저변인 전기차 개발 기술과 부품을 다른 업체에 제공한다. 수퍼카로 B2C, 전기차 배터리 등 부품으로 B2B 영역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김성룡 기자

201707호 (20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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