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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 CEO(3) 구진완 새마을휘트니스 대표 

‘스포츠계의 카카오’ 꿈꾼다 

정영재 중앙일보 스포츠선임기자·jerry@joongang.co.kr·사진 김춘식 기자
휘트니스센터는 더 이상 회원들이 운동만 하는 곳이 아니다. 건강과 스포츠 관련 상품 정보가 끊임없이 제공되고, 효능이 구전되고, 매매가 이뤄지는 플랫폼이다. 전체 회원이 1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업계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새마을휘트니스 구진완(40) 대표를 만났다.

▎구진완 새마을휘트니스 대표. 그는 “강력하고 차별화된 멤버십을 바탕으로 스포츠계 카카오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1970년대 시작된 새마을운동이 시들해진 지 오래지만 또 다른 ‘새마을’이 서울과 수도권의 지하철 역세권을 휩쓸고 있다. 강남·시청·신촌 등 주요 지하철역 인근에 생겨나고 있는 새마을휘트니스다. 2010년 8월에 1호점(서울 보라매점)이 생긴 이후 올해 6월1일 서울 면목동과 여의도에 28, 29호점이 동시 개장했다. 7월 중순 수도권에 30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짐(Gym)’이라고 부르는 이 휘트니스센터들은 대부분 지하철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일산·부천·평촌·광명 등 서울 서쪽 도시에 모여 있다. 연중무휴 24시간 문을 여는 새마을휘트니스는 회원권 한 장만 있으면 어느 지점이든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아침 일찍 출근해 직장 근처 짐에서 운동하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집 근처 짐을 이용하는 회원들도 꽤 있다.

새마을휘트니스의 이용료는 파격적이라 할 만큼 싸다. 개인 라커나 유니폼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기본요금 월 2만2000원이다. 1년 회원권 가격이 26만4000원인 셈이다. 퍼스널 트레이너(PT)의 도움을 받아 운동을 하면 비용이 더 들지만 대신 바나나·에너지 바·에너지 드링크 등을 무료로 먹을 수 있다.

서울 순화동 중앙일보 본사 건너편에 있는 시청역점에 슬쩍 들어가 봤다. 생각보다 넓고 쾌적했다. 청색과 감색이 섞인 산뜻한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회원들과 함께 다양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새마을휘트니스에는 250여 명의 트레이너가 일하고 있는데 이들을 포함한 직원 모두가 정규직이다. 다양하게 구비된 운동 기구들은 미국 호이스트(HOIST) 제품이다. 1인용 트램펄린(일명 방방이)을 이용한 운동이나 요가·필라테스 등을 배우는 룸이 따로 있고, 새마을휘트니스의 자랑인 반신욕기와 승마운동기도 비치돼 있었다. 전날 과음했거나 컨디션이 나쁜 날은 반신욕기나 승마운동기에 앉아 피로를 풀면서 운동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전체 회원이 10만 명에 이르는 새마을휘트니스는 포브스코리아가 주최한 ‘2016 소비자 선정 최고의 브랜드’ 피트니스 부문 대상을 받았다. 수상 이후 회원 수가 급증했다고 한다.

스쿼시 강사, 명함 제작 등 다양한 경험


▎피트니스 박람회에 참가해 시범을 보이는 새마을휘트니스 임직원들. / 사진 : 새마을휘트니스 제공
서울 강남역점에서 구진완(40) 새마을휘트니스 대표를 만났다. 그는 고졸이고, 5년간 신용불량자로 살았던 ‘흙수저’다. 대부분의 창업 성공자처럼 그의 시작도 미약했다. 서울 출신인 구 대표는 공놀이를 좋아했고 공부에는 별 뜻이 없었다. 체육학과에 지망했다 떨어지고 지방의 공학계열 대학을 1년 다닌 뒤 입대했다. 군대를 다녀와서 스쿼시 강사를 하면서 ‘운동권’에 들어왔다. 한 스포츠센터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사장이 “3개월 있다가 월급 10만원 올려줄게” 약속을 해 놓고 지키지 않았다. 동료 강사들의 메신저 역할도 하고 있었는데 사장이 약속을 계속 어기니까 자신도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경영자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서울 신정동에서 어린이 발레학원을 시작했다. 보증금 1500만원에 인테리어 포함 3000만원이 들었다. 어머니가 주신 카드 한 장과 은행 대출로 시작한 첫 사업장은 1층이 카센터, 4층은 일용직 파견 사무실로 쓰는 건물의 3층이었다. 스물일곱에 시작한 이 사업의 결말은 실패였다. 서른에 신용불량자가 됐다.

다음으로 도전한 곳은 디자인 업체였다. 전공도 아니고 경험도 없었지만 그냥 어려운 일을 해 보고 싶었다. 명함과 전단지를 찍어 파는 일이었다. 컴퓨터를 갖다 놓고 열심히 명함을 만들었다. 영등포 일대에서 명함을 제일 많이 팔았다. 판매량이 늘어날 때마다 직원을 더 뽑고 기계를 늘렸다. 하지만 워낙 노동집약에 박리다매 제품이라 열심히 팔아봐야 별로 남는 게 없었다.

다시 운동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러면서 첫 사업에서 실패한 이유를 돌아봤다. “제가 삼국지의 유비를 너무 좋아했던 것 같아요. 저도 어렸지만 저보다 더 어린 친구들을 너무 믿고 많은 걸 맡긴 거죠. 수익도 났지만 앞으로 벌면서 뒤로 깨지는 구조를 보지 못한 겁니다.”

새로 시작하면서 구 대표는 조직 운영도 타이트하게 하고, 직원들에게 할 말은 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리고 기존 헬스클럽과 차별화를 고민했다. ‘새마을’이라는 이름도 브레인 스토밍 끝에 나왔다. 한 직원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저, 새마을…” 이라고 말하자 당장 “야, 무슨 식당이야? 촌스럽게” 같은 반응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구 대표의 부인(이 된) 이희주 디자인실장이 “야, 그거 괜찮다”며 반색을 했다. 이 실장은 베스트셀러 과자의 포장 디자인을 맡았던 전문 디자이너다. 분위기가 확 바뀌면서 ‘새마을휘트니스’라는 브랜드가 탄생했다. 이 실장은 ‘배달의 민족’ 서체와 비슷한 캘리그래프(글씨체)를 만들고, 약간 촌스러우면서도 친근한 이미지의 전단지도 제작했다.

구 대표는 숯 제조 회사의 브랜드 컨설팅을 무료로 해 주면서 숯의 효능을 공부한 적이 있었다. 2010년 8월 개장한 새마을휘트니스 1호점 보라매점에는 평당 1kg이 넘는 숯을 배치했다. 숯이 나쁜 냄새를 빨아들인 덕분에 지금도 이곳에는 땀냄새가 안 난다고 한다. 구 대표는 고객들이 원하는 강좌를 무료로 개설하기도 했다.

“가격은 소비자가 정한다” 월 2만원 밀어붙여


▎새마을휘트니스는 특별한 운동장비인 승마운동기를 갖추고 있다. / 사진 : 새마을휘트니스 제공
고객의 니즈와 함께 시장의 트렌드도 꼼꼼하게 살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말한 ‘두 마리 토끼’를 늘 기억했다. 고객은 싼 가격과 좋은 성능, 요즘 말로 가성비(가격-성능 비율)가 높은 제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가성비를 높이려면 대량생산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전문 인력의 이탈을 막아야 했다. 급여와 처우를 올려 주고 고객응대 수준을 높이는 것이었다. 구 대표가 모든 직원들에게 4대보험을 보장하는 정규직 대우를 해 준 것도 그런 이유였다. 물론 자신의 아픈 과거도 투영돼 있었다.

“제가 서른부터 서른다섯까지 신용불량자로 살았잖아요. 그때 제 의료보험이 여동생 밑에 있다가, 아버지 밑에 있다가 했어요. 내가 직원을 고용하면 의료보험만큼은 확실하게 해결해 주겠다고 다짐했죠. 이 분야 트레이너들은 결혼할 때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일은 정규직과 똑같이 하면서 처우와 신분이 불안하거든요. 저희는 업계 최고 대우를 해 줍니다. 트레이너는 월 평균 300만원 이상을 받고, 개인레슨 회원 수에 따라 700만원 이상 가져가는 경우도 많아요.”

다음으로 구 대표는 휘트니스센터 이용료를 2만원대로 묶었다. 조사를 해 봤더니 당시 미국과 유럽도 월 20∼30달러 선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소수 부유층을 겨냥한 고급 시설은 따로 있었다.

“월 2만원 받으면 남는 게 있나. 1년 회비 한꺼번에 받고 ‘먹튀’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도 많았다. 구 대표의 소신은 확고했다. “시장 원리에서 가격은 소비자가 정한다. 판매자가 정하는 건 방종이다.”

구 대표는 휘트니스센터에 ‘한국형 콘텐트’를 집어넣으려고 애썼다. “전세계에서 짐에 반신욕기를 갖춘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승마운동기도 마찬가지죠. 독일 같은 곳은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게 단순한 인테리어를 지향합니다. 반면 우리는 인테리어에 엄청난 공을 들이죠. 편백나무에 참숯에 공기정화기까지. 또 우리 국민은 수동적으로 선생님 따라 하는 걸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퍼스널 트레이닝도 강사를 따라 30분 고강도로 하고 나머지 시간은 편안하게 케어 받도록 시설과 프로그램을 꾸몄죠.”

새마을휘트니스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시설물들이 있다. 매장 입구에는 스포츠 음료, 에너지 바, 단백질 보충제, 운동용 테이프 등 각종 운동 보조용품이 전시돼 있다. 제품들을 회원들에게 염가로 팔면서 공급업체로부터 매대당 일정액의 광고비를 받는다. 짐 중간중간 세로로 길게 세워진 모니터에서는 각종 스포츠·레저 관련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물론 돈을 받고 틀어주는 광고다.

휘트니스센터는 더 이상 회원들이 운동만 하는 곳이 아니다. 건강과 스포츠 관련 상품 정보가 끊임없이 제공되고, 효능이 구전되고, 매매가 이뤄지는 플랫폼이다. 구 대표는 이 점에 착안했다. 무궁무진한 부가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각 짐에 러닝머신이 20∼30대가 있어요. 하루에 10시간 이상 이용자가 바뀌면서 돌아갑니다. 지금은 운동하면서 TV만 볼 수 있게 돼 있는데 여기에 8인치짜리 모니터를 따로 설치할 겁니다. 나이키·아디다스·데상트 등에서 신제품을 출시했다면 누구에게 광고를 하는 게 가장 직접적인 효과를 볼까요. 제가 추구하는 건 멤버십 사업입니다. 우리 회원이 100만 명을 넘어서면 못할 서비스가 뭐가 있을까요?”

구 대표의 비전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구 대표는 “어떤 투자자문사 컨설턴트가 ‘지점 100개를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냐’고 물어봤어요. 저는 힘을 받는다면 2년 안에도 가능하다고 했어요. 지점 100개를 만들면 회원이 얼마나 될까요. 매장만 늘리면 매출은 계속 늘어나게 돼 있습니다”고 말했다.

“공동체에 도움 주는 산타가 되고 싶어”

구 대표는 케이블 TV나 종편 방송을 보면 트렌드 변화가 읽힌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 먹방·쿡방이 대세였는데 조금씩 여행·레저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상하고 있는 아이템이 ‘레포츠 버스’다. 새마을휘트니스 주요 지점을 출발해 강원도-충청도 등의 레저·스포츠 포인트를 돌아오는 버스 20대 정도를 운영하는 것이다. 회원들이 기름값·통행료·주차비 등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레저와 스포츠를 즐기고 올 수 있게 하겠다는 거다.

구 대표는 6월5일부터 20일간 업무를 전폐하고 일본에 머물렀다. 암벽등반·승마 등 요즘 뜨는 레저·스포츠 종목을 섭렵하고 필요한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였다. 그는 “강력하고 차별화된 멤버십을 바탕으로 스포츠계 카카오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부쩍 ‘일자리’ 얘기가 많이 나온다. 문 대통령도 대선 유세 기간에 “스포츠인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체육 관련 전공자들은 학교 방과후교실이나 스포츠클럽 등에서 가장 많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비정규직이거나 임시직이어서 급여 수준이나 고용의 질이 높지 않다.

구 대표는 “우리는 7년 동안 급여가 밀려본 적이 없어요. 우리 지점이 100개로 늘어나면 1000명의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정부는 우리 같은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으로 도와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최근 새마을휘트니스 9호점인 광흥창점이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건물주가 임대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구 대표는 “계약 관련 내용을 오픈하고 원하는 회원들에게 모두 환불을 해 주고 있는데 이런저런 손실액만 억대가 넘습니다. 일부 헬스클럽은 계약 만료 사실을 숨기고 회원을 계속 받다가 ‘먹튀’가 돼 피해를 주기도 하죠. 저희가 새로운 선례를 만들고 있다고 자부합니다”고 말했다.

‘먹튀’ 얘기를 하면서 구 대표의 말이 빨라졌다. “우리나라 헬스산업 구조는 매우 기형적입니다. 전국에 헬스클럽이 8000개 있는데, 100개를 혼자 하는 사람이 없어요. 대부분 소규모이고, 리딩 컴퍼니가 없는 겁니다. 이제는 여건이 바뀌고 있어요. 거대 자금이 투입돼 컴퍼니를 키워야 합니다. 잠재 시장은 큰데 그동안 ‘규모의 경제’를 만들지 못한 거죠.”

‘사업 키우는 재미로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겠다’고 하자 구 대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고졸이고,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그렇지만 어릴 적부터 공동체에 대한 소명 같은 게 있었어요. 도움을 받기보다는 도움을 주는 산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새마을휘트니스 직원들과 나이 차는 많지 않지만 이 친구들에게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정규직 대우에 급여 많이 주는 것도 좋지만 함께 재미있게 일하면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 정영재 중앙일보 스포츠선임기자·jerry@joongang.co.kr·사진 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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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호 (20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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