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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식당 스타차이나 

명동 한복판의 히든 플레이스 

장수연 바앤다이닝 기자·사진 윤동길
품격 있는 건축가의 감성과 손길을 오롯이 느끼며 중식을 즐길 수 있는 명동 한복판의 히든 플레이스를 소개한다.

▎스타차이나를 경영하는 홍기협 대표. 스타차이나는 마치 달처럼 천장에 둥둥 떠있는 둥그런 조명이 톡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명동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특구다. 하지만 비즈니스 미팅이 목적이라면 호텔 외에 딱히 대안이 없는 곳이 또 명동이다. 쾌적하고 여유로운 공간, 합리적인 가격, 맛의 3박자를 갖춘 곳을 선뜻 추천하기가 쉽지 않다.

명동의 랜드마크인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9층에 자리한 고급 중식당 ‘스타차이나’는 그런 점에서 주목해볼 만한 히든 플레이스다. 하이엔드 브랜드만을 모아 놓은 애비뉴엘에 있기 때문인지 접근성이 쉽지 않지만 사실 알고 보면 꽤 대중적인 중식당이다. 호텔 레스토랑에 들어선 듯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갖추었지만 기본 짜장면은 단돈 7700원. 식사와 단품 메뉴를 브레이크 타임 없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고, 발렛 파킹도 무료다. 여유롭게 쇼핑을 즐기는 쇼퍼들은 물론 명동과 광화문 일대 아지트로 손색없다. 2011년 개업한 이래 단 한 번도 음식값을 올린 적 없는 양심적인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얄팍한 상술보다는 진심과 끈기로 6년째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홍기협 대표는 원래 건축가 출신이다. 지금도 ENO라는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홍익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뉴욕 시라큐스 대학에서 석사를 받은 뒤 워싱턴 D.C 스미스그룹에서 근무하던 그는 포항공대 디지털 도서관 건축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귀국을 결심하게 되었다. 이후 모교인 홍익대학교에 출강하며 국내 프로젝트를 몇 개 진행했는데 그때 스타차이나와 인연을 맺었다. 처음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이후에는 투자자로 변신했다가 결국 경영까지 맡아 인생의 후반부를 레스토랑 운영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게 된다.

건축가의 손길이 담긴 인테리어


▎명동의 랜드마크인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9층에 자리한 중식당 스타차이나는 비즈니스맨들이 주목해볼 만한 히든 플레이스다.
평생을 건축가로 살아온 남자에게 중식 레스토랑 운영은 만만치 않았다. 요즘에야 먹방, 쿡방, 스타 셰프 등 미식 업계가 트렌드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일반인에게는 낯선 전문적인 분야였다. 반평생을 함께 해온 아내에게도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운영을 맡고 나서 반년 정도 혼자 했어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아내에게 털어놓았죠. 바로 그 다음날부터 주방에서 설거지를 시작하더라고요. 카운터에서 계산만 하는 오너 부인과는 달랐던 거죠. 그래서인지 직원들이 마음의 문을 열어줬어요. 손끝의 재주는 한계가 있습니다. 식당 운영은 팀워크가 중요해요.”

지금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왕립평 셰프도 홍 대표 부부의 든든한 조력자다.

“왕 셰프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4형제가 모두 셰프인 화교 집안 출신이죠. 자신이 잘하는 메뉴만 만들어줘도 충분한데 항상 새로운 것을 개발하려고 애쓰는 모습에 존경심이 들어요. 물만두도 매일 아침 직접 다 빚어요. 왕세프가 우겨서 개발한 콩짜장은 이제 저희 레스토랑 대표 메뉴입니다.”

콩짜장은 춘장 대신 된장으로 만든 짜장면이다. 처음에는 된장이라고 하니 거부감을 내비치는 손님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콩짜장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스타차이나의 인기 메뉴가 됐다. 짜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되직한 된장에 콩과 고기가 적절히 씹히는 식감을 겸비한 된장소스는 놀랍도록 새롭고 건강한 맛 그 자체다. 3만원이 채 되지 않는 런치 코스도 스타차이나의 베스트셀러다. 합리적인 가격이지만 게살스프부터 유산슬, 깐풍기, 두반야채볶음과 롤에 식사와 후식까지 제대로 나온다.

홍기협 대표가 자신있게 추천하는 메뉴는 전가복이다. 뿔뿔이 흩어진 가족이 저마다의 요리를 가져와 화합의 장을 이루었다는 전가복(全家福)의 스토리를 정성스럽게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가장의 모습이 비춰졌다. 그런 그의 머리 위로 스타차이나의 트레이드 마크나 마찬가지인 빛나는 조명들이 눈에 띄었다. 마치 달처럼 천장에 둥둥 떠있는 둥그런 조명이 묘한 느낌을 자아냈다.

“사실 이곳의 인테리어는 제가 한 것이 아니에요. 학교 선배이자 유명한 건축가인 배대용 디자이너에게 부탁했어요. 조명은 원래 이탈리아 브랜드의 것을 사입하려고 했는데 배송기간이 안 맞았어요. 비슷한 디자인으로 국내에서 자체 제작하는 도중 한지를 덧붙이는 아이디어가 더해졌죠. 훨씬 더 동양적인 느낌이 나죠?”

맛과 품격, 진정성으로 승부


▎홍기협 대표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스타차이나의 음식들.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는 핑크색 벽도 예사롭지 않았다. 역시나 모래를 섞어 바른 페인트라고 했다. 일반 페인트와 달리 빛을 반사하지 않기 때문에 훨씬 차분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비결이다. 일반적으로 붉은색을 쓰는 중식 레스토랑에 비해 핑크색을 메인 컬러로 삼은 것도 이색적이다. 과거에 갤러리로 활용됐던 공간이라서 층고가 5m가 넘기 때문에 벽이 온통 붉은색으로 채워질 경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전문가적인 판단이 들어서였다고 했다. 다른 중식당과는 달리 주방을 전체 공간의 중심에 둔 것도 역시 중식당은 요리가 제일 중요하다는 홍 대표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저는 연세 많으신 분들이 짜장면 한 그릇 드시러 오시는 것이 좋아요. 엄마들이 아이들이 잘 먹는다고 하는 것도 참 뿌듯해요. 음식에 장난 안치고 정성스럽게 만들면 언젠가 다들 알아줄 거라 믿어요.”

화려한 마케팅은 없어도 건축가의 섬세한 손길과 진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는 스타차이나. 엄청난 성공을 바라기보다는 묵묵히 음식의 진정성을 지키며 손님과의 교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홍기협 대표는 그와 뜻을 함께 하는 직원들과 함께 스타차이나를 빛내는 진정한 ‘스타’로 살고 있었다.

- 장수연 바앤다이닝 기자·사진 윤동길

201707호 (20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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