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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가 만난 사람(8) 조관일 대표, 그는 어떻게 자기 인생의 CEO가 되었나? 

궁리하고 뒤집고 상상하라 

나권일 기자 na.kwonil@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나이 들어서도 차지게 사는, 기발한 분을 만났다. 조관일창의경영연구소를 운영하는 조관일(68) 대표다. 그는 아이디어가 많고 변화에 빠르며 변신에 능한 멀티형 인간이다. 지난 7월10일 인문예술공간 ‘순화동천’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조관일 대표는 아이디어가 많고 기발한 사람이다. 궁리하고 공부하고 메모하고 적어놓은 것이 아까워 그것을 책으로 묶었다. 무려 50권이나 냈다.
조관일(趙寬一) 대표는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다. 그의 명함 뒷장엔 큰 글씨로 ‘궁리하라. 그러면 된다’라고 씌어 있다. 조 대표는 궁리하며 공부하고 메모해놓은 것이 아까워 그것을 책으로 엮어 낸 사람이다. 37년 동안 책을 무려 50권이나 냈다. 그는 취미가 궁리하는 것이다. 그냥 ‘생각’과 ‘궁리’는 다르다. 생각은 그냥 하는 것이지만, 궁리(窮理)는 테마를 정해놓고 깊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끊임없이 생각해서 개념을 만들고 다듬고 대패질해댄다. 경제학박사인 조 대표는 그런 노력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개념을 창안해냈다. 미국의 언론인들에게도 인용된 멀티어십(Multiership)을 비롯해 독한경영, 하이스피치(HighSpeech, 고급스피치 능력), 업스타팅(Upstarting, 인생교육의 재부팅), 상창력(Crimaction, 상상력과 창의력) 등이 그가 창안해 상표등록한 개념들이다. 요즘 개념으로 보자면 그는 ‘콘텐트 크리에이터’다. 그가 늘 가슴에 늘 담고 사는 단어가 디프리하드(Difreehard)다. 영어사전에도 없다. ‘Different, Freely, Hard’의 합성어다. ‘남들보다 다른 방법을 찾고, 종횡무진 자유롭게 생각하고, 깊이 깊이 연구하라’는 말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당면 과제를 해결할 아이디어가 나오게 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등산할 때도 혼자 가는 스타일이다. 끊임없이 생각하고는, 오를 때 생각한 것을 가지고 내려와서, 집에 오자마자 샤워도 하기 전에 노트북에 빨리 메모를 해놓는다고 했다.

범상한 사람은 아니다. 다시 눈여겨 그를 봤다. 한국 나이로 내년에 칠십이다. 그런데 갓 60으로 보이는 외모다. 자세히 보니 퍼머를 했다. 머리털이 직모인 그는 평생을 단정하게 가르마를 탔다. 중장년에게 흔한 8대2 가르마다. 그런데 강연도 자주 나가고 하다 보니 젊어 보이고 싶더란다. 며느리가 파마를 해보라고 했다. 덕분에 10년은 더 젊어 보이게 됐다. “헤어스타일을 바꾸니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더라.”(웃음) 청바지를 즐겨 입는데, 뒷주머니에 지갑이나 메모한 종이를 넣으면 자꾸 빠지더란다. 궁리 끝에 옷 수선집에 맡겨 단추를 달았다. 일반 단추를 달았다가 몇 번 실패한 뒤 똑딱이 단추를 달았다. 단추 달린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젊은 실버. 다분히 창의적이고 실용적이다.

그의 이력은 특이하다. 발명과는 별 관계가 없는 농과대학을 다니면서도 여러 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남 같이 하면 남 이상 될 수 없다.’ 어느날 길을 가다가 양복점 벽에 붙어 있는 이 글귀가 그의 인생을 바꾼 한마디가 됐다고 했다. 창의경영연구소를 운영하는 그는 “창의적인 게 특별한 게 아니다. 고객에게 보내는 편지 한통에도 아이디어를 가미하는 것이 창의적인 사고”라고 했다. 상투적인 표현의 편지를 쓰는 것과 아닌 것과의 차이는 엄청나다는 것이다.

궁리하면 나오더라, 창의적 사고의 달인


▎석탄공사 시절의 조관일 대표는 ‘막장 시무식’으로 회자되는 ‘독한경영’으로 유명하다. 사진은 2009년 1월 막장 시무식 장면.
실제 그의 인생이 그러했다. 강원도 춘천 출신으로 농과대학을 나와 장교로 복무한 뒤 그의 첫 직업은 교사였다. 하지만 이내 직업을 바꿔 농협에 입사했다. 농협 창구 직원으로 일하며 고객 상대 업무를 하던 31살 때였다. “나도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같은 촌놈이 유명해지려면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고민 끝에 매일 매일 농협 창구에서 벌어진 일을 사례화해 고객 대응방법을 주제로 책을 내 보기로 했다. “고객에게 인사할 때 어느 정도 각도로 하는 게 좋을까, 고객이 동전을 바꿔달라고 하면 어떤 목소리 톤으로 대답을 할 것인가, 심지어 고객이 만족할만한 인사 각도에 대한 연구까지 담았어요.”

그렇게 3년의 연구 끝에 1984년에 낸 책이 『손님 잘 좀 모십시다』다. 책을 낸 지 3개월 만에 당시 윤근환 농협중앙회장이 그 책을 읽고는 당장 올라와서 농협 본부의 전 직원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라고 했다. 그는 서울의 각 지부와 전국의 농협을 다니며 친절교육 강사로 나섰다. 타이밍도 좋았다. 88올림픽을 앞두고 농협중앙회가 내건 캠페인이 ‘친절 봉사’였다. 그는 상경의 꿈을 이루었고, 이후 승승장구해 농협 강원본부장과 상무로 승진했다. 그의 행운은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김진선 강원 도지사가 농협 강원본부장으로 일하던 그의 부지런함과 창의력을 높이 사면서 다시 고향인 춘천에서 공직자의 길에 들어섰다. 강원도 정무부지사(경제부지사)를 맡아 강원도 경제 발전을 위해 부지런히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임기가 끝나 부지사 자리를 내놓은 뒤에도 그냥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동안 경험하고 배운 것들을 모아 집필 활동에 들어갔다.

어떻게 임원이 되느냐고? 비서처럼 하라


▎조관일 대표는 교양강좌에서 전문 경영이론 등 광범위한 계층과 내용을 커버할 수 있는 전천후 강사다. 사진은 전국강사협회장 시절의 조관일 대표.
『비서처럼 하라』는 그가 낸 50권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역발상의 책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리더십 책의 저자들은 죄다 “참모는 쓴 소리를 해야 한다. 리더에게 직언하라”라는 식의 내용이 많더란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가 겪은 직장 생활에서는, 리더들은 말 잘 듣고 충성하는 부하를 더 좋아했다. CEO와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 말하지 않아도 리더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의 승진이 더 빨랐다. 그는 농협 중앙회장 비서 시절 경험도 함께 엮어서 그런 내용을 담아 책을 냈다.

2007년 책 출간 뒤 대박이 났다. 오너와 CEO들은 비서가 아닌, 임원들에게 읽히기 위해 책을 구입해 나눠주었다. 그는 “‘이 사람들아, 이 책 좀 읽고 좀 제대로 충성해봐’ 이런 뜻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임원이 되려는 이들이 다투어 책을 사면서 ‘상사가 부하에게 사주고 싶은 책’ 1위에 올랐다. 배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또 있었다. 국내에 비서 직함을 가진 사람만 30만 명이었다. 비서들이 책 제목만 보고 호기심이 동해 책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10만 부 넘게 팔려나갔다.

그가 쓴 책 중에는 『임원의 조건』도 있다. 그에게 ‘임원이 되는 조건’을 물었다. 그는 절대적인 조건으로 ‘충성심’을 꼽았다. 왜? 임원이라면 업무능력은 이미 검증됐으니 당연히 충성심이 첫째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다양한 사내외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정치력)이라고 했다. 쉽게 말해 인맥이다. 이 정치력에는 적절한 유연성이 필수적으로 포함된다고 했다. 그는 시(時)테크에 비견되는 ‘인(人)테크’를 창안해 특허를 출원했다. 부연하자면, 그의 인간관계론은 ‘진정성’을 바탕으로 하는 원칙론적 인간관계론이다. “베풀고는 기대하지 마라. 주고 나서는 잊어버리라’는게 그의 지론이다. “내가 많이 베풀면 모르는 사이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내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럼 임원이 되기 위한 세 번째 조건은 뭘까? 그는 추진력(성과)이라고 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얘기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리더십이나 팔로우십보다 멀티어십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융합 시대다. 리더십과 팔로우십 다 필요하다. 융합적 능력과 언제 어떤 목표를 제시해도 달성해내는 강인한 멘탈이 기업이 요구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멀티어십을 활용해 경영자로서도 성공한 사람이다. 2008년, 그는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던 공기업인 대한석탄공사 사장에 지원, 2000년 이후 매년 적자 행진을 기록하던 대한석탄공사 재정을 흑자로 돌려놓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는 사장으로 취임한 뒤 2천여 명의 사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궁리한 끝에 전국의 사원들에게 ‘사장이 보내는 희망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매주 월요일에 이메일로 보냈다. 내용은 일상생활부터 경영활동, 노사화합, 투명경영, 고객만족, 사고예방, 당부하고 싶은 말 등 다양했다. 예를 들어 <맘마미아>라는 영화를 봤을 때는 이렇게 편지를 썼다고 했다.

“맘마미아가 이태리어로 ‘오! 세상에 이럴 수가’라는 뜻이랍니다. 그래서 ‘제가 석탄공사에 처음 왔을 때는 오! 세상에 이런 회사가 있나 하고 (나쁜 의미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우리 같이 노력해서 언젠가 사람들이 오! 세상에 이런 변화를 일으킬 수가 있나 하고 감탄하게 만듭시다”

2009년 1월5일, 그는 막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해 석탄공사 대강당이 아닌 장성광업소의 지하 막장에서 시무식을 치렀다. 공기업의 시무식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난 것은 그의 ‘막장 시무식’이 처음이었다. 괴짜 사장의 ‘막장 릴레이’는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막장 드라마’, ‘막장 정치’라는 말이 언론과 방송에 회자되면서 석탄공사 임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자 항의 표시로 ‘막장은 희망입니다’라는 호소문을 언론사에 직접 써서 보냈다.

원칙을 지키는 ‘독한경영’의 승부사

“최일선의 생산직 사원들은 막장을 뚫어 검은 보석 같은 석탄이 쏟아져 나올 때 ‘착탄(着炭)!’이라고 환호합니다. 그것은 보람의 환호이자 앞으로 더 전진할 수 있다는 도전과 희망의 외침입니다. 막장은 희망을 의미하며 최고를 뜻합니다. 그러므로 드라마든 국회든 간에 희망과 최고의 경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한 함부로 그 말을 사용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그의 호소문은 경향각지의 신문에 대서특필됐다. 지난해 ‘최순실 사태’ 때는 JTBC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이 앵커브리핑을 하면서 7년 전 조 대표의 호소문을 인용, 다시 한번 유명해졌다.

조 대표가 석탄공사 사장으로 일하는 동안 실천한 독한경영(Precise Management)은 임직원을 달달 볶아대고 마른수건도 쥐어짜는 하드워크(Hard Work)나 ‘극한경영’이 아니라고 했다. 도리어 기업의 경영원칙을 지독하리만큼 지키자는 경영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인사행정이 공정해야 한다면 공정성을 독하게 지키자는 것이다. 노사가 화합하는 게 원칙이면 나중에 딴소리 않고 노사가 진심으로 화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석탄공사 사장으로 일하면서 그는 “누적된 적자를 흑자 경영으로 전환해 꼴찌에서 벗어나 역동적인 공기업의 모범상을 제시하겠다. 조직 운영에 있어 최고의 평가를 받고 싶다”를 목표로 정했다. 그렇게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독한 경영에 나선 괴짜사장의 꿈은 현실이 됐다. 매년 400억 원 넘게 적자를 내던 석탄공사는 25억원의 흑자를 내는 공기업이 됐다.

은퇴 후 그는 저술과 강연을 병행하고 있다. 저술하는 책은 상투적인 자서전류가 아니다. 평생의 명함이 될 만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꿈 속에서도 상상하고 글을 구상한다. 책 기획은 물론 글쓰기, 책에 들어가는 삽화, 표지 카피까지 모두 스스로 해낸다. 50권 가운데 10권이 베스트셀러다. 국내 산업교육계에서 그는 신입사원 입사에서부터 은퇴까지 직장인이 거쳐야하는 모든 단계를 책으로 엮어낸 독보적인 저술가다. 지금도 매달 15회 정도 강연을 다닌다고 했다. 김형석(97) 수필가나 이어령(83) 교수를 제외하고는 자신이 컨설팅회사들로부터 섭외 전화를 받는 최고령 강사일 것이라고 했다.

강사로서 그는 신입사원과 최고경영자, 공무원, 여성과 노인, 대학생에서 은퇴자까지, 그리고 교양강좌에서 전문 경영이론 등 광범위한 계층과 내용을 커버할 수 있는 전천후 강사다. 누구 앞에 서더라도 마이크를 잡으면 그 청중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멘트가 술술 터져 나온다. 그에게 강연 잘하는 법을 물었다. “언변이 아니라 콘텐트가 중요하다. 청중의 가려운 곳이 어딘지를 정확히 집어내면 된다. 그것만 제대로 되면 언변은 좀 떨어지더라도 청중의 환호를 받을 수 있다.”

조 대표는 최근에는 ‘한국샌더스은퇴학교’를 만들어 은퇴자의 롤모델로 활약할 준비를 마쳤다. 여전히 궁리하는 그는 오래살기를 강조하는 9988(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대신 가치있게 살자는 의미를 담아 “44 44 44(사는 날까지 살되 사랑하고 살고 사람답게 살자)”를 외친다. 여전히 재기발랄, 아이디어가 넘친다. 그가 건넨 명함을 살펴 보았다. 앞면은 닥터 조, 뒷면은 샌더스 조다. 이메일 아이디는 ‘InterCho’다. 다기능, 멀티형 인간이 4차 산업시대에 중요하다는 것은 미래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조관일 대표는 나이 칠십을 앞두고도 이렇게 4차산업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독보적인 ‘조관일만의 세상’을 만들어간다. 그는 ‘한국의 데일 카네기’를 꿈꾼다. 첫 직업을 교사로 시작했고, 끈질긴 자기계발을 통해 독특한 자기세상을 구축하는 등 자신의 삶이 데일 카네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관일 대표의 인생만이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경제리더들에게 모범답안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관일 조관일창의경영연구소장 - 강원대대학원 경제학박사. 농협중앙회 상무, 강원도 정무부지사, 대한석탄공사 사장, 전 한국강사협회 회장, 주요 저서로 『서비스에 승부를 걸어라』, 『비서처럼 하라』, 『신입사원의 조건』, 『임원의 조건』, 『답답한 놈, 엉뚱한 놈, 참 기발한 놈』, 『멀티어십』, 『내방식 스피치』 등

- 나권일 기자 na.kwonil@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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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호 (2017.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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